호르무즈에 사실상 독자파병…국익에 美·이란과 관계 따져 절충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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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박 연 900회 지나며 한국행 원유의 70% 이상 수송…"유사시 신속대응 요구"
미국의 '안정 기여' 요청 부응하면서도 이란 의식해 미국 주도 IMSC에는 불참
방위비협상·미국과 대북공조에 긍정 영향 가능성…"다른 현안과는 별개"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위해 아덴만에 파견된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장하는 방식의 사실상 '독자 파병' 카드를 선택한 것은 미국은 물론 이란과 관계까지 고려한 절충안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21일 청해부대의 파견 지역을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과 아라비아만 일대까지 확대해 우리 군 지휘하에 한국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모든 국가가 호르무즈 해협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이란을 의식해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를 위해 주도하고 있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참여하는 대신 독자적으로 활동하겠다는 의미다.
청해부대가 호르무즈로 향하는 것은 무엇보다 한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다.
오만만과 아라비아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의 주요 원유 수송 루트로, 한국으로 수입되는 원유의 70% 이상도 이곳을 지날 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사실상 이란군이 통제하고 있는 해협으로, 미국은 지난해 6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에 대한 피격사건이 잇따르자 그 배후로 이란을 지목한 바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안전 항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청해부대를 배치해 유사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국방부는 "한국 선박이 연 900여 회 통항하고 있어 유사시 우리 군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중동에 있는 우리 국민을 신속하게 대피시켜야 할 상황이 벌어진다면 청해부대가 수송선 역할까지 맡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형태를 '독자 파병'으로 결정한 것은 외교적 상황을 두루 따져 내린 결론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 여름부터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IMSC 파병을 요청했고, 정부도 한때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이 이달 초 이란군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크게 고조되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졌다.
미국 주도의 IMSC에 참여했다가는 한국도 '적'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십년간 쌓아온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한 이란과 관계가 무너질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칫 중동에 거주하는 교민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자 결국 미국과 이란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독자 파병'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일본도 IMSC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해상자위대 호위함 1척과 P3C 초계기를 보낸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미 국방부에 한국의 결정을 사전에 설명했으며, 이란에도 외교경로를 통해 사전 설명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 측은 한국의 결정을 환영하고 기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도 "미국도 한국이 독자 파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도 한국이 자국 선박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독자적 군사 활동에 불만을 제기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란은 한국 결정을 이해한다고 하면서 자국의 기본 입장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이번 '독자 파병' 결정이 일정 부분 미국의 요청에 부응한 것이라는 점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개별관광 등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미국의 태도 등 다른 현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한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결정은 다른 한미동맹 현안과는 별개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는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면서 "이 문제는 방위비 협상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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