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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南무인기 침투 진실 공방…북 "재발시 즉각 보복" 위협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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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10월13일 15시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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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韓무인기 3차례 평양 침투" vs 한국 "확인해줄 수 없다" 맞서

북, 쉬쉬하던 대북전단 피해 선전하며 '적대적 남북관계' 명분 쌓기

 

평양 상공에 한국 무인기가 침범했다는 북한의 주장이 진위를 떠나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이 한국 무인기가 다시 한번 평양에 나타난다면 누가 보냈든 간에 즉각 보복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 이것이 군사 도발에 앞선 명분 쌓기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다만, 북한군이 한국의 태도에 따라 비례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강조한 것이어서 북한의 향후 대응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무인기 형상 물체와 무인기가 살포한 대북 전단 사진을 공개하며 비난의 화살을 남측으로 돌렸지만, 실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북측에 전단을 보내온 민간 단체의 소행이라거나, 북한 내 반체제 세력이 무인기를 띄웠을 수 있다거나, 북한의 자작극일 가능성 등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 국방부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며 "최근 일련의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맞섰다.

 

◇ 北 "한국 무인기 3차례 평양 침투"… 軍 "확인해줄 수 없다"

 

북한은 지난 11일 오후 8시 10분 조선중앙통신에 외무성 명의 중대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이 지난 3일, 9일, 10일 심야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무인기가 2024년 10월 9일 오전 1시 13∼14분 상공에서 어떤 물체를 떨어뜨리는 모습, 물체에 담겨있던 무언가가 낙하하는 모습을 초 단위로 찍은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전단은 흐리게 처리해 내용이 정확히 식별되지는 않는데, 북한이 무기를 구매하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식량이 얼마나 많은지를 설명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외무성이 담화를 발표했을 때 국방부 청사에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었고,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다.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확인해보겠다"며 긴급회의에 다녀온 김 장관은 국감장에 돌아와 "북한 주장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이어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비열하고 저급하며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오물 및 쓰레기 풍선 부양 등 도발을 자행하고 있는 북한에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자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만약 어떤 형태든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우리 군은 단호하고 처절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다음 날인 12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밤늦게 담화를 발표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국방부가 주범 내지는 공범이라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이번 무인기 도발의 주체, 그 행위자들이 누구이든 전혀 관심이 없다"며 평양에서 한국 무인기 다시 발견되면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도 했다.

 

◇ 기존 대북단체 전단과 디자인·내용 달라…신규 단체 추정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사진만으로는 한국에서 평양으로 무인기를 보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는 주장의 사실 확인은 어려워 보인다.

만약 민간 단체가 보낸 게 맞다고 하더라도, 전단 디자인이나 내용물이 기존의 것과 달라 기존 단체가 아닌 새로운 단체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탈북민이 주축을 이룬 대북 단체 사이에서는 지난해부터 전단 살포에 무인기를 사용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공개 행동에 나선 단체는 아직 없다.

전단에 담긴 내용이 기존 전단과 달리 자극적이지 않고, 밋밋하다는 점 역시 그간 알려진 적이 없는 단체의 행동일 것이라는 추정에 무게를 실어준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전단을 뿌려온 단체보다는 드론에 전문성이 있는 다른 민간 단체들이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무인기가 노동당 청사 위를 비행했다고 주장했는데, 특정한 장소를 찾아갈 수 있는 위치 정보시스템(GPS)을 갖춘 무인기를 민간이 보유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도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자작극 아니냐는 의문도 일지만, 영공 방어에 실패했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면서까지 자작극을 벌이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가능성이 크지는 않으나, 북한 내부 반체제 세력의 소행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는 "중국산 드론이 북한에 엄청 많이 들어가 있다"며 "북한에서 불만 가진 사람들이 많으니 그 사람들이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대북전단 주민들에게 공개…남한과 적대적 관계 설정 작업

 

평양 상공에 한국 무인기가 침투했다는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북한은 이 주장을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는 소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외무성이 발표한 중대 담화는 지난 12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실렸고, 13일에는 이를 접한 북한 주민들의 격앙된 반응이 1면에 소개됐다.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여기에 맞선 북한의 쓰레기 풍선 부양 소식을 감추기에 급급했던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북한은 지난 5월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한 뒤 지금까지 계속 쓰레기 풍선을 남측에 보내왔지만, 그 사실은 주민들에게는 철저히 숨겨왔다.

이러한 태도 변화 배경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한 것의 정당성을 설파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남한은 불변의 주적이라는 인식을 주민들 머릿속에 심어놔야, 김 위원장이 선대의 유산마저 부정해가며 남한을 통일의 상대로 여기지 않겠다고 주장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북한의 한국 무인기 침투 주장 공개에 대해 "대남 적개심을 야기하면서 적대적 두 국가의 선전·선동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북한은 지난 7∼8일 남측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헌법을 개정했지만 김 위원장이 연초 지시한 대로 통일과 관련한 문구를 삭제했다는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북한이 주민들의 거부 반응을 고려해 관련 조치를 하고도 공개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해당 조치가 아예 이뤄지지 않은 것인지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둘 중 어떠한 경우이더라도 현재는 북한이 헌법에서 통일을 삭제하는 일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조용히 진행하고 싶어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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