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처분 정지'에 형평성 논란…정부 "불가피한 결정"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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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 수리 허용하면서 행정처분 절차는 중단…면허정지 불이익 없이 복귀
비복귀자 처분에 대해선 "여론 등 보겠다"…'석달반 의료공백'에도 제재 '0명' 가능성
'기계적 법집행' 강조하다 증원 확정 후 방향 선회…'전공의 집단행동' 막는 법 개정 추진
이탈 전공의에 대해 엄정대응을 강조했던 정부가 복귀하면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겠다는 '결단'을 내리면서 현장을 지켜온 전공의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4일 전공의와 소속 수련병원에 내린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 각종 명령을 철회하고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의료 현장을 떠나있던 전공의들은 제재 없이 소속 수련병원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런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당연히 (현장을 지킨 전공의들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면서도 "이번 결정은 정부가 의료계의 요청을 받아들여서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내린 불가피한 조치임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지난 2월 20일을 전후해 집단사직하며 수련병원을 떠난 뒤 기계적인 법 집행을 하겠다며 엄정 대응을 강조해왔다.
그동안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이 의료계의 반발로 좌절된 사례를 들면서 과거 사례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지난 3월 29일 브리핑에서 "5천만 국민을 뒤로하고 특정 직역에 굴복하는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특정 직역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정부 정책을 무력화시켜 온 악습을 끊고,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비복귀자에 대해서도 사직서를 수리하고 여론을 감안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도 면허정지 처분 없이 개원가 등에서 일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석달 반 가량 의료공백이 발생했지만 한명도 제재를 받지 않는 셈이 된다.
조 장관은 미복귀자에 대해 "전공의들이 얼마나 복귀하는지, 의료 현장의 비상진료체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여론 등을 감안해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응 방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가 이번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전공의들이 그동안 정부는 물론 다른 의사 단체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병원을 떠나있는 상황이 끝날 줄 모르게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 있다.
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211개 수련병원의 레지던트 출근율은 8.4%(1만509명 중 879명)에 불과하다.
전공의들이 떠난 병원은 의대 교수들과 전임의(펠로)가 메웠지만, 피로가 누적되면서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진료보조(PA) 간호사들의 의료 행위를 일부 허용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수련병원의 전공의 과도 의존 상황을 줄이면서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는 개혁을 추진 중인데, 전공의들의 복귀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연착륙하는 데 필요하기도 하다. 전공의 이탈 사태가 장기화해 전문의 배출이 지연될 경우 전문의 비중을 높이는데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상당히 긴 기간 전공의 90% 이상이 이탈해서 복귀하지 않고 있고, 현장에 있는 의료진이 계속 당직까지 서가면서 그 공백을 메우고 있으나 힘들어하고 있다"며 "중증질환자, 암환자들이 제때 수술을 못 받거나 치료를 못 받는 고통에 전공의를 복귀하기 위한 정책 변경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부족했던 부분이 무엇인지 제도를 정비하고, 의료 쪽에서 집단행동으로 인한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교훈으로 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그동안의 방침을 바꿔 전공의들을 제재하지 않는 것이 '집단행동을 해도 불이익이 없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내년도 의대 정원이 확정됐지만 2026년 이후 의대 정원을 놓고 의정 갈등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이 있고,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과 관련해서도 의사들이 다시 집단행동을 할 여지도 적지 않다.
정부는 전공의 등 의료인들이 집단이익을 위해 필수의료 분야를 이탈할 수 없도록 의료법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지난 2020년 정당한 사유 없이 필수의료 행위를 정지·폐지·방해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이미 의대 증원이 확정된 상황에서 징계를 해도 실익이 크지 않을 상황에서 최대한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같은 집단행동이 다시 일어났을 때 어떤 체계를 갖추고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정부가 이번 기회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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