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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은행 건전성 '비상'…상반기에만 부실채권 2.2조원 털어냈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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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7월24일 11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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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매각 규모 작년 상반기의 2.2배…'3∼4년만에 최대' 기록 속출​

"연체율 하락효과 일시적…경기·부동산 부진 속 하반기 더 오를 것"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의 여파로 대출 연체율 등이 빠르게 높아지자 은행들이 부실 채권을 대거 상각 또는 매각을 통해 장부에서 털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5대 은행의 상반기 상·매각 규모만 이미 2조원을 넘어 작년 전체와 맞먹고, 개별 은행에 따라서는 3∼4년 내 가장 많은 상·매각 처리가 이뤄지고 있다.

그만큼 올해 들어 연체율이나 고정이하여신(NPL)비율 등의 건전성 지표가 눈에 띄게 나빠져 관리가 시급하다는 의미다.

 

◇ 이미 작년 전체 수준 상·매각…2017년 이후 '최대 매각' 은행도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상반기 모두 2조2천130억원어치 부실 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했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의 부실 채권으로 분류하고 별도 관리하다가,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면 떼인 자산으로 간주한다.

이후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리거나(상각·write-off),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매각) 방법 등으로 처리한다.

상각 대상에는 주로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채권이 많고, 매각은 주로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올해 상반기 상·매각 규모는 작년 상반기(9천907억원)의 2.23배에 이를 뿐 아니라, 지난해 연간 규모(2조2천713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2분기에는 6월의 1조2천646억을 포함해 지난해 2분기(5천709억원)의 2.38배인 1조3천560억원어치 부실채권이 대거 상·매각됐다.

올해 1분기(8천570억원)보다도 58%나 많은 것으로, 그만큼 올해 들어 건전성 지표가 갈수록 나빠져 은행들이 최근 더 공격적 관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A 은행의 경우 2분기 상·매각 규모(2천703억원)는 2019년 2분기(2천771억원)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B 은행의 2분기 상·매각액(3천619억원)도 2019년 4분기 이후 최대였고, 특히 매각(1천985억원)은 시계열 자료가 존재하는 2017년 이후 역대 기록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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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규모 상·매각, 자산 축소에 수익성도 훼손

 

은행이 부실 채권을 상각하거나 매각하면, 해당 채권은 일단 대차대조표상 보유 '자산'에서 제외된다.

자산은 줄지만, 당연히 부실 채권 규모가 감소하면서 연체율이나 NPL 비율 등은 낮아진다.

손익계산서상에서는 부실 채권 매각이 경우에 따라 이익 또는 손실로 잡힐 수 있다.

예를 들어 100억원어치 부실 채권에 대해 사전에 충당금이 30억원 적립됐고, 이 부실 채권을 90억원에 매각했다면 회계상 20억원(매각대금 90억원+충당금 30억원-100억원)의 기타영업이익이 계상될 수도 있다. 반대로 헐값에 팔았다면 충당금을 더해도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것은 장부상 단기적 처리 과정일 뿐이고, 중장기적으로는 부실채권이 많을수록 이익에서 떼어 충당금을 그만큼 많이 쌓아둬야 하므로 건전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결국 수익성에도 타격을 준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 1년전보다 여전히 높은 연체율…"금융지원 끝나면 한계 기업·자영업자 중심 급등 우려"

 

이처럼 지난달 대규모 부실 채권 상·매각의 영향으로 5대 은행의 연체율과 NPL 비율 등은 다소 떨어졌다.

5대 은행의 6월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29%(가계대출 0.25%·기업대출 0.32%)로 집계됐다. 한 달 전 5월 말의 0.33%(0.29%·0.37%)보다 0.04%포인트(p) 낮다.

NPL 비율도 한 달 사이 평균 0.30%에서 0.25%로 0.05%p 하락했지만, 새로운 부실 채권 증감 추이가 드러나는 신규 연체율(해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전월 말 대출잔액)은 0.09%에서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1년 전과 비교하면 건전성 지표가 크게 나빠진 상태다.

지난해 6월 말 5대 은행 평균 연체율, 신규 연체율, NPL 비율은 각 0.17%, 0.04%, 0.22%로 올해 같은 시점보다 각 0.12%p, 0.05%p, 0.03%p 낮았다.

더구나 은행권은 하반기로 갈수록 연체율 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분기 말에 주로 진행되는 연체 채권 상·매각으로 6월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 등이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실질적 연체율은 계속 상승하는 추세"라며 "특히 경기 부진 장기화 탓에 취약·한계 기업들의 연체율이 높아지는데, 향후 코로나 금융지원이 종료되면 연체율은 더 빠르게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고금리, 실물경기 둔화, 환율 변동성 위험 확대 등으로 작년 하반기 이후 연체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도 추가적 금리 인상 압력은 완화되더라도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 서울 외 주택 가격 회복 지연, 역전세 현상 등으로 연체 증가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올해 초부터 중소법인 연체율이 늘기 시작하다가, 현재는 개인사업자와 가계의 연체도 함께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자산가치 하락, 금리 상승, 경기 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되며,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연체가 특정 업체나 업종에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점이 가장 걱정"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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