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L 10m 앞에서 TNT 폭파한 北에 유탄발사기·중기관총 대응사격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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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파 위험반경 500m…수십 개 구덩이마다 TNT 수십㎏ 묻어
북한은 15일 군사분계선(MDL) 10m 앞에서 TNT를 터뜨려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를 파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은 MDL 이남까지 영향이 미치는 이 폭파가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자위권 차원에서 북쪽을 향한 대응 사격을 MDL 이남 지역에 실시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경의선과 동해선 모두 MDL에서 약 10m 떨어진 지점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그 너머에서 폭파를 감행했다.
가림막은 폭파 시 발생하는 비산물을 막을 만큼 튼튼한 재질은 아니라고 군 관계자가 전했다.
북한은 폭이 20m 정도인 두 도로에서 경의선은 70m, 동해선은 그보다 약간 짧은 길이에 걸쳐 폭약을 설치했다.
북한은 두 도로에 구덩이 수십 개를 각각 파고, 그 안에 TNT 수십㎏를 넣어 터뜨렸다고 한다. 도합 수천㎏에 이를 수 있는 양인데, 군 관계자는 "도로 아스팔트를 걷어낼 목적으로 볼 때 그리 많은 양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군 관계자는 "수십m 길이 도로에서 작업하는 것으로 봐서 어마어마한 양을 넣어 폭파하려나 추측했는데 오늘 실제로 한 것을 보니 '보여주기 쇼'였던 것 같다"며 "그들이 주장하는 단절 조치를 가시화해서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처음에 관측할 때는 도로 전체를 폭약으로 뒤덮어 완전히 없애버리는 수준의 폭파가 예측됐지만, 실제로는 도로 중간중간 부분을 폭약으로 깨고는 굴삭기와 덤프트럭으로 파편을 걷어낸 정도라고 한다.
구덩이 형성 작업은 북한군 총참모부가 '남북 완전 단절과 요새화'를 9일 발표한 직후부터 인원이 투입되면서 개시됐다.
경의선과 동해선에 각 100여 명이 투입됐고, 흔히 도로에 구멍을 낼 때 쓰는 전동 드릴 등 장비 없이 오로지 곡괭이로 찍고 삽으로 퍼내는 식으로 작업했으며 이후 폭약을 채우고 흙으로 덮는 장면들이 포착됐다.
북한은 지난 1월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일대에 지뢰를 매설한 바 있다. 지뢰는 도로 좌·우측 등 사람이 도로로 접근할 수 있는 지점에 주로 묻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군 관계자는 "지뢰 등으로 도로의 폐쇄는 이미 됐던 것이고 이번에 도로 자체를 날려버린 것"이라며 "북한이 지속해온 남북 단절 조치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고, 극적인 드라마 같은 효과를 노렸다고 생각한다"고 추측했다.
예상보다 폭발 규모가 작긴 했지만, 군은 자위권 차원에서 총을 꺼냈고, 그에 앞서 행동을 중단하라는 경고 방송을 진행했다.
K6 중기관총과 K4 고속유탄발사기로 경의선과 동해선 부근에서 각 수십 발 대응 사격 발사에 나섰다.
사격은 MDL에서 남쪽으로 100m 정도 떨어진 지점에 표적지를 사전 설정해서 진행했다. 군 관계자는 "탄의 도비(튕겨 나옴)나 소리가 어디까지 들릴지 등을 계산해서 위치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이 사전 경고 없이 비무장지대(DMZ)에서 폭파를 한 점, 폭파로 인한 비산물이 MDL 이남으로 넘어온 점, 사전 대비가 없었더라면 우리 장병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협 행동이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폭파가 "정전협정 위반 행위"라며 대응 사격은 "이런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담아서 했다"고 밝혔다.
군은 지난 9일부터 이어진 북한군의 작업을 관측·평가해오면서 폭약의 양을 예측해 최대 위험반경을 약 500m로 설정했다.
이날 이른 오전부터 북한군 행동으로 미뤄 폭파가 임박했다고 판단했으며, 판단 시점부터 위험반경 안에는 우리 장병이 없도록 미리 대피했다고 한다.
북한은 도로를 파괴한 자리에 새로운 방벽을 설치하는 등 이른바 '요새화' 작업을 이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주장한 문구를 볼 때 남북 단절 조치의 공고화를 위해 아마도 폭파 지점에 바로 남북 차단을 나타내는 콘크리트 방벽을 세우지 않을까 추정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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