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구조적 재정수지 0.9% 흑자…악화속도는 OECD 2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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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보다 재정건전성 수준 양호…악화속도 관리해야"
경기 상황에 따른 변화를 빼고 구조적인 관점에서 나라살림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구조적 재정수지'가 흑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지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나빠지고 있어, 건전성을 관리하지 않을 경우 재정이 구조적인 적자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7일 OECD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구조적 재정수지는 잠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0.86% 흑자로 추정된다.
구조적 재정수지란 일반정부 재정수지에서 경기 변동에 따른 정부 수입·지출 변화를 제거한 지표다. 불경기에는 세수가 줄고 실업수당 지출은 늘어 통합재정수지 등 나라살림 지표가 나빠지는데, 구조적 재정수지는 이런 변화를 빼고 봤을 때도 재정이 흑자인지 적자인지를 보여준다. 정부 재정정책 기조를 큰 틀에서 보기 위한 보조적인 지표로 일회성 복지지출도 제외해 산출된다.
올해 이 지표가 플러스라는 것은 세입·세출 구조만 놓고 보면 정부가 소폭 흑자를 내는 수준으로 재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구조적 재정수지는 2007년 2.35% 흑자에서 2008년 0.84% 흑자로 줄어든 다음 정부가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출을 크게 늘린 2009년에는 0.57% 적자를 냈다. 2010년에는 0.12% 흑자로 올라선 후 정부의 재정 건전성 관리 덕에 2018년에는 흑자가 3.37%까지 상승했다.
2019년에는 2.14% 흑자로 낮아지더니 올해에는 작년보다 1.28%포인트 하락한 0.86% 흑자를 나타냈다.
구조적 재정수지 수준 자체는 해외 기축통화국보다는 양호한 편이다.
법인세는 깎아주고 건강·의료 분야 정부지출을 늘린 미국은 이 지표가 6.54% 적자다. 일본도 3.44% 적자다. 독일은 잠재 GDP 대비 0.36% 흑자로 선진국 중에서는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구조적 재정수지 지표가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한국의 구조적 재정수지 지표는 한 해 전보다 1.28%포인트 나빠졌는데 이보다 더 빠르게 악화한 곳은 그리스(2.21%포인트)뿐이다.
그리스는 2009년 구조적 재정수지가 17.47%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나랏돈을 방만하게 썼다. 결국 구제금융을 신청해 2016년 구조적 재정수지를 잠재 GDP 대비 7.36% 흑자로 끌어올리는 등 긴축재정을 했다. 최근에는 고삐를 조금씩 풀었으나 여전히 잠재 GDP의 4%에 달하는 돈을 정부가 곳간에 남겨놓을 정도로 긴축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단기적으로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더라도 재정이 구조적인 적자 상태에 빠지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은 구조로 정부 재정이 짜이면 호경기에도 재정 흑자를 많이 낼 수가 없고 불경기에는 더 큰 적자에 빠지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도 쉽지 않고 기축통화국도 아닌 만큼 재정위기 가능성도 커진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구조적 재정수지 지표가 나빠졌다는 것은 정부가 기초연금 등 재량적인 지출을 늘렸다는 의미"라며 "외국보다 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양호한 것은 사실이나 지표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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