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만에 역성장한 한국경제…올해 1%대 성장도 '위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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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축 민간소비·수출 부진에 지난해 4분기 -0.4% 성장
반도체 업황 부진에 올해도 전망 밝지 않아…하방리스크 확대 우려
한국 경제에 다시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해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高) 파고로 어려움을 겪은 끝에 4분기 성장률은 2년 반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해 수출 회복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를 밑돌아 1%대 성장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경제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했던 2020년 2분기(-3.0%) 이후 10분기 만이다.
◇ 성장 양대축 소비·수출 모두 부진…재정으로 추가 하락 막아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은 -0.4%로, 2020년 2분기(-3.0%) 이후 2년 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우리 경제의 양대 축인 민간소비와 수출이 모두 부진했던 점이 역성장의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
지난해 1분기(-0.5%) 감소했던 민간소비는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해제된 지난 4월 이후 대면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 2분기 2.9%, 3분기 1.7% 증가했다.
그러나 4분기 들어 재화와 서비스 소비가 줄면서 0.4% 감소했다.
인플레(물가 상승)로 가계 실질구매력 증가세가 약해지고, 하반기 이후 본격화된 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으로 이른바 역(逆)자산효과가 발생한 점이 소비 부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펜트업 수요(보복·지연 수요)가 많이 올라와 2∼3분기 민간소비가 회복됐는데 (4분기에) 조정을 받았다"면서 "부동산거래 위축으로 이사수요가 줄면서 가전 등 내구재 소비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수출 부진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1분기 3.6% 증가했던 수출은 2분기 3.1% 감소했다. 3분기(1.1%) 소폭 증가했지만 4분기 들어 다시 5.8% 감소했다.
주력 품목의 부진이 뼈아팠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반도체 수출액은 1천292억3천만달러로 전년 대비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간 수출액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월 수출액은 8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철강도 하반기 들어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쪼그라들더니 결국 9월부터는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디스플레이(-1.1%), 선박(-20.8%), 무선통신기기(-10.4%)도 연간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민간소비와 수출의 부진은 재정을 통한 정부 소비가 겨우 메웠다.
정부 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0.1%에서 4분기 3.2%로 껑충 뛰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 성장기여도를 보면 민간소비(-0.2%포인트)와 순수출(-0.6%포인트)은 마이너스를, 정부 소비(0.6%포인트)와 설비투자(0.2%포인트)는 플러스를 나타냈다.
민간 기여도는 -1.1%포인트였지만 정부 기여도는 0.8%포인트였다.
즉 민간소비와 순수출 등 민간 부문에서 성장률을 끌어내렸지만 정부 소비 등을 통해 겨우 추가 하락을 막은 셈이다.
이연된 예산집행이 집중되면서 물건비 지출 등이 늘어났고, 독감 유행으로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이 늘어나 4분기 정부 소비가 증가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 올해 1%대 성장 전망…추가 하향 가능성도
4분기 마이너스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연간 기준 우리 경제 성장률은 한은 전망치인 2.6% 수준을 달성했다.
문제는 올해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 경제가 1.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1%대 성장률 자체는 2%대로 여겨지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것이자 코로나19로 마이너스 성장했던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불과 2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하방 리스크가 커지면서 이마저도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중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을 (작년) 11월에는 1.7%로 봤는데 한 달 조금 넘었지만 그사이 여러 지표를 볼 때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중국의 예상을 넘어선 코로나19 확산, 반도체 경기 하락 등으로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수출이나 성장률이 당초 전망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올해 상반기도 수출 부진,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한국경제가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상필 국장은 이날 GDP 발표 후 "수출이 부진을 보이고 있지만, 개인신용카드 사용액 증가 등으로 민간소비는 현재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나는 모습"이라며 "1분기 성장률이 플러스일지 마이너스일지는 현재 상황에서 가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수출 부진은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36억2천1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 줄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8.8%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작년 10월에 감소세로 돌아선 수출은 이달까지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
특히 반도체 경기 부진이 올해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하는 요인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9.9%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하면 국내 경제 성장률을 0.64%포인트 떨어뜨릴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도체 수출 둔화가 예상보다 커질 경우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1% 초반까지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해외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우리 경제가 올해 1%에도 못 미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는 곳도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이달 초 기준 주요 IB 9곳의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평균 1.1%에 그쳤다.
노무라그룹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로 -0.6%를 제시, 2020년에 이어 다시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 조기집행, 하반기 이후 글로벌 경제 및 반도체 업황 회복 등이 가시화될 경우 우리 경제가 다시 회복세에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작년 4분기 실질 GDP 발표 직후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올해 1분기의 경우 기저효과, 중국 경제 리오프닝(오프라인 활동 재개) 등에 힘입어 플러스(+) 성장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 위축 등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세계 경제 및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점차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올해 상반기 경기 보완을 위해 340조원 규모의 재정·공공투자·민간사업 조기 집행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며 "규제혁신, 세제·금융지원 등을 통해 올해 경제회복의 돌파구인 수출·투자 활성화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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