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마스 휴전협상 재개…'돌파구 찾을까' 바이든 중재 총력전 > NEWS

교전중단·인질협상 틀 복귀…여전한 이견 속 줄다리기

"돌파구도 결렬도 없어"…미 압박 속 협상 계속될 듯

"네타냐후, 자국내 정치입지 탓 군부 반대에도 라파 공격 추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휴전 및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이 재개됐다.

논의가 일부 진전됐다는 소식도 전해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가자지구 남단 라파의 민간인 참사를 막기 위한 휴전 중재에 총력을 쏟는 모습이다.

AP통신,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다비드 바르니아 모사드 국장, 이집트 고위 정보 관리가 회동,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에 돌입했다.

하마스 측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P 통신은 협상 소식에 정통한 복수의 관리를 인용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협상이 진전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집트의 한 고위 관리는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며 "이번 회의는 영구 휴전을 위한 협상을 계속한다는 보장과 함께 6주간의 일시 휴전을 위한 최종 합의안 도출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순탄치만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서방 외교관은 AP에 6주간의 일시 휴전안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지만,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할 일이 많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외교관은 이어 6주간의 일시 휴전과 영구 휴전 논의 개시에 양측이 합의하도록 남은 견해차를 좁히는 것이 이번 회의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WSJ은 이집트 당국자들을 인용해 바르니아 국장이 이끄는 이스라엘 협상단이 휴전 기간과 인질과 교환될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비율 등 주요 사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이날 저녁 카이로를 떠났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당국자들은 이스라엘 협상단이 하마스의 협상 조건이 비현실적이라는 자국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최근 요구안에서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을 비롯해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지구 철수, 병원과 학교 재건 등을 제시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논의 대상이 아닌 것들이 있다며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한 미국 당국자는 이날 카이로에서 다시 시작된 협상에서는 돌파구도 결렬도 없었다고 WSJ에 말했다.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회담장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일시 휴전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라파 공세를 계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다만, 이집트 당국자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외교·안보 채널을 통해 회담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 이집트 당국자는 이날 협상이 앞으로 3일간 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회담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더 자세한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커비 조정관은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회담장에 번스 국장을 파견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휴전 협상을 타결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진행 중인 인질 석방 협상에 대해 "가자지구에 최소한 6주 기간의 즉각적이며 지속적인 평온을 가져다줄 것이며 이 시간을 이용해 더 항구적인 것(평화)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해 6주간 휴전하면서 인질을 석방하도록 하는 협상을 진행 중임을 공식 확인했다.

그는 협상의 주요 쟁점을 논의하고 있지만 "간극이 존재한다"면서 이스라엘에 협상 타결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중재국인 카타르, 이집트와 이번 회담을 추진하기 위해 대화를 이어왔다.

이번 회담장에 협상팀을 파견하기로 한 이스라엘의 결정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1일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한 뒤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공격을 적극 만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 "라파로 대피한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안전과 그들에 대한 지원을 보장할 믿을만한 계획 없이 대규모 군사작전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라파에 있는 많은 사람은 북부의 폭력을 피해 살던 곳을 여러 차례 떠나야만 했고 이제 그들은 라파로 몰려 노출되고 취약하다"면서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의 어떤 강제 이주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지난 12일 라파 공습을 감행했고, 이 공격으로 수십 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13일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군이 새 작전 지역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우리는 계획이 있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적절한 시기와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라고 전쟁 지속 의지를 밝혔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에도 하마스 측이 역제안한 휴전 조건을 사실상 거부하며 전쟁 지속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지난달 말 프랑스 파리 4자(미국·이스라엘·카타르·이집트) 회의를 통해 제안한 휴전안에 대해 하마스는 답신을 통해 3단계에 걸쳐 135일간의 휴전을 실시하고 이 기간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 1명당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 10여명씩을 상호 석방한다는 등의 역제안을 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인질 석방을 위해서는 군사적 압박을 계속 해야 한다"며 역제안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이스라엘이 라파 공격을 계속할지 여부가 국내 정치 요인에 달려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전쟁의 경제적 비용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자국 내 지지도가 급락한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라파를 공격해 전쟁을 확대할 동기가 있지만 군 지휘관들과 그의 정치적 경쟁자인 베니 간츠 전시내각 각료는 더 많은 인질을 석방할 수 있는 협상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네타냐후 총리가 라파 공격을 통해 국내의 동력을 결집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지만 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