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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압박에 은행들 '고립무원'…10조원 내놔도 여론은 싸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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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2월16일 10시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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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돈잔치' 지적 이어 '과점 폐해' 질타…당국은 은행 구조개혁 착수

영업시간 복원 미적거린 은행에 소비자 냉담…정부개입에도 관치 논란 없어

 

은행권이 점점 더 고립무원의 처지에 몰리고 있다.

예대마진을 둘러싼 논란이 막대한 성과급과 희망퇴직금이란 불씨로 옮겨붙은 뒤 정치권과 정부는 물론 여론이 한목소리로 은행권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부랴부랴 10조원 규모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내놨지만 이마저도 알맹이 없는 속 빈 강정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냉담한 반응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 윤 대통령, 연일 은행권 질타…빨라지는 금융당국 발걸음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3일 은행의 성과급 지급 등을 '돈 잔치'로 규정하며 관련 대책을 주문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이틀 만에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전날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다시 한번 은행권을 강하게 질타했다.

윤 대통령은 "금융·통신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정부 특허에 의해 과점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며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 격차) 축소와 취약차주 보호를 주문했다.

특히 "우리 은행 산업에 과점의 폐해가 크다"며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에게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은행은 수익이 좋은 시기에 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이를 통해 어려운 시기에 기업과 국민에게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며 취약계층 보호에 더 힘쓸 것을 당부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에도 대통령실 참모진과의 회의에서 '돈 잔치'란 강도 높은 표현까지 써가며 은행권에 대한 비판 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잇단 지적에 총대를 멘 금융당국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이달 중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겠다고 보고했다.

TF는 은행권이 과점 구도에 기대 이자 수익에만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토대로 근본적인 구조 개선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상반기 중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 은행권 경쟁 촉진과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 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에 은행권 영업·경영 구조 전반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아예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에 메스를 들이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예금·대출 시장을 독식하면서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경쟁을 통해 소비자 편익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은행 인가를 용도나 목적에 따라 세분화해 소상공인 전문은행이나 중소기업 전문은행 등을 배출하는 방안, 기존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323410] 외 인터넷 전문은행을 추가로 허용하는 방안, 핀테크 업체의 금융업 진출 확대 방안 등이 거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은행권, 서둘러 10조원 규모 취약계층 지원책…여론 반전은 글쎄

 

은행권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돈 잔치'라고 비판한 원인이 된 성과급이나 희망퇴직금 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에서 자율적이고 정당한 경영 판단과 의사 과정을 거쳐 결정한 사항을 두고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는 데 대해 언론이나 여론도 편을 들어주지 않아 더욱 속앓이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기업이나 SK이노베이션[096770]과 GS칼텍스 등 정유업계에서는 은행권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상황에서 억울하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은행이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은행의 잇단 기준금리 인상 과정에서 은행권은 예금 등 수신금리보다 대출금리 인상 폭을 높게 잡아 소비자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기에 연말 연초 영업시간 복원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론은 싸늘하게 식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당초 '오전 9시∼오후 4시'였던 은행의 영업시간이 2021년 7월부터 '오전 9시 반∼오후 3시 반'으로 줄어들었고, 이는 올해 초까지 1년 반 동안 유지됐다.

은행권 노사가 영업시간 복원 문제를 논의했지만 노조의 반발이 계속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에 맞춰 은행 사용자 측은 지난달 30일 영업시간 정상화를 단행했다.

당시 은행 노조가 정당한 이유 없이 영업시간 복원에 미적대면서 금융소비자 불편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졌고, 이는 결국 은행권을 둘러싼 여론 악화로 이어졌다.

은행 노사가 이때 소비자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였다면 타의에 의한 개혁의 대상이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나온다.

 

금융지주 회장 인사나 은행 예대마진에 대한 금융당국의 개입 등의 문제에 대해 '관치'라는 비난이 제기되지 않았던 것도 결국 은행들의 행태에 대해 여론이 등을 돌린 결과이며 은행 노조가 비난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은행권은 뒤늦게 지난 15일 3년간 10조원 이상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취약차주 긴급 생계비 지원, 채무 성실 상환 대출자 지원, 서민금융상품 공급 확대,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갈아타기) 대출 보증 재원 추가 출연 등이 상생금융 강화라는 목적 아래 담겼다.

 

그러나 이같은 공익성 강화 대책에도 여론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모습이다.

당장 10조원이라는 숫자를 내세웠지만 상당 부분은 보증 재원을 늘려 그 수십 배에 이르는 대출을 더 해주겠다는 이른바 '보증 배수' 효과로 채워졌다.

이른바 '돈 잔치' 논란을 불러온 원인에 대한 자성과 개선안은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의 비판에서 촉발된 개혁의 불씨가 어디까지 확대될지는 은행 스스로 얼마나 변화의 의지를 보일 지에 달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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