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의 1년 후

단말기 보조금, 근절보다는 강력한 경쟁정책이 필요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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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03월15일 16시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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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적인 단말기보조금 금지정책으로 이동통신사들은 45일간 영업을 못하게 되었다. 이것은 미래 창조과학부의 조치이며,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별도로 벌금과 영업중단조치를 내렸다. 그런데 일부 매스컴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를 보면 77.4%의 이용자들이 이번 조치로도 ‘단말기 보조금은 없어 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정책은 단말기 보조금을 향하여 공권력을 동원한 규제다. 보조금 금지, 상한선 도입, 영업정지, 벌금 부과 그리고 이제는 최고경영자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거론 되고 있다. 그런데 계속되는 공권력의 발효에도 없어지지 않는 것을 볼 때 과연 공권력을 동원하여 보조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이러한 정부의 정책방향이 실효성이 있는지, 혹시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다.
단말기 보조금 금지 정책이 실효성이 없는 이유는 이통사가 자신들의 시장과 수익을 지키기 위하여 경영전략적으로 동원하는 안전 수단이기 때문이다.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이용자는 고가의 요금과 장기간 약정을 하고 있다. 이통사는 이용자들을 한번 모집하면 수익과 시장을 보장받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통사들이 경쟁하기 위해서는 요금을 내려야 한다. 낮은 요금으로 이용자들이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이 같은 요금경쟁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요금경쟁의 행태를 보면 지배적사업자가 정부로부터 요금 인가를 받으면 나머지 사업자는 이 요금의 구조를 그대로 모방해서 자사의 요금으로 내놓는다. SK, KT, LGU+, 3사의 요금을 만들어내는 방법과 요금 구조는 늘 같다.
정부에서 요금을 인가하기 때문에 사업자들은 경쟁할 수 있는 여지가 없고, 이통사들은 현재의 시장경쟁상황을 타파하려는 것보다 현재의 시장구조를 유지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러는 동안 현 시장의 경쟁상황은 바뀌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치열한 생사를 건 요금 경쟁이라는 전면전보다는 보조금경쟁이라는 국지전을 통해 현상유지를 해나가고 있다. 사업자에겐 유리한 경영전략이다.
이러는 가운데 이용자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이통사들의 경영은 매년 흑자를 내는데 요금수준을 떨어지지 않고 있다. 가계비중에서 통신비로 지출하는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가계 소득대비 통신비 지출은 세계에서 2번째로 높다고 한다.
정부는 불법보조금을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래서 규제의 강도를 계속 높이고 있습니다. 영업금지기간을 더 늘리고 벌금도 더 높이고 있다. 이러한 행정력동원과 법제도적 규제는 부작용을 수반하고 있다. 첫번째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손해를 가한다. 정부가 영업을 제한한다는 것은 곧 경쟁을 저하시켜 소비자후생을 낮추는 결과를 낳게 된다. 반대로 사업자는 영업비를 줄여서 수익성이 개선되니까 주가는 올라간다. 정부의 응징이 정반대의 부작용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두번째로, 이해집단의 불만을 높여서 사회적 불안을 야기한다. 이미 영업정지가 발표되면서 단말기 판매점협회와 일부 제조사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의 정책자체가 실효성 없이 끝난다면 왜 이런 시행착오를 계속 겪어야 하는 지 국민 불만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 이통시장의 구조는 지난 10년간 거의 바뀐 적이 없다. 5:3:2의 구조다. 가입자기준 HHI 지수도 3800수준에서 거의 변함이 없다. 정부 출연연구소의 보고서도 이동통신 시장에 효율적인 경쟁이 도입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 이통사들로선 안전하게 경영해 나갈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정체된 시장을 놓아 두고 보조금을 금지하거나 제한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경쟁이 고착된 시장에서는 이용자 불만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불법보조금이라는 현상을 좆지 말고 문제의 원인을 직시하여야 한다. 결국은 시장 매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과서적 기본으로 돌아가 시장이 잘 작동하도록 해야하는 것이 순서다.  사업자들간에 경쟁을 유도하여 보조금경쟁이 아니라 혁신을 통한 요금과 서비스로 경쟁하도록 하여야 한다. 경쟁력있는 사업자들이 살아남고 그렇지 않으면 퇴출되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제 4이동통신을 선정하기 위해 지난 정권부터 5차례나 평가하고 있는데 좀처럼 경쟁력있는 사업자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도전자의 자격을 비난하기에 앞서 경쟁력 있는 제 4이동통신 사업자가 출현하기에 비현실적인 진입조건이 설정되어 있지 않은지 점검하여야 할 것 같다. 시장에 진입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진입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하지 않을 까 생각한다.
또 정부는 알뜰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을 통한 경쟁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나 이통사들을 견제하여 요금인하와 같은 실질적 경쟁효과를 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이들의 경쟁력이 이직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잠재적 경쟁자로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이통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동통신 시장은 기술 혁신이 빠르게 일어나는 시장이다.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잠재적인 경쟁자가 나타날 수 있는 진입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단기적 효과로 그치고 있는 보조금 규제는 정부로서도 이제 할 만큼은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는 전향적으로 강력하고도 실질적인 경쟁정책을 추구해나가는데 좀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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