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의 1년 후

안전정책,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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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03월11일 20시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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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7일 터진 경주의 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는 우리의 안전정책이 얼마나 형식적인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대형 참사가 날 때마다 우리는 ‘안전 불감증이 부른 후진국형 인재’라고 진단합니다.  이번 참사에서도 “리조트의 무책임과 안전 불감증”을 탓합니다.  그리고는 정부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안전관리기준을 강화하며,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대형 참사가 터질 때마다 이런 일들이 되풀이됩니다.

이런 행정규제 위주의 접근으로는 ‘안전 불감증’을 고치기 어렵습니다.  규제를 강화하면 사업자들은 안전 자체보다 규제의 준수 또는 회피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한정된 행정능력으로 수많은 사업자들의 규제준수를 확보할 수 없고, 무수한 실제적 및 잠재적 사고위험을 찾아내 제거할 수도 없습니다.

‘안전 불감증에 따른 후진국형 인재’가 반복되는 것은 사업자들에게 안전을 중시할 진정한 경제적 유인이 없기 때문입니다.  안전을 무시하고 영업을 해서 얻는 이익이 ‘재수가 없어’ 사고가 날 때 부담하는 비용보다 큰 것입니다.  2002년에 제정된 제조물책임법은 그 내용이 취약해 별 실효성이 없는 상태이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아직도 남의 나라 이야기입니다.  이런 미약한 기업책임법제로는 사업자가 안전을 중시하게 할 수 없습니다. 안전 무시가 금전적·경제적으로 큰 손해가 된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만 안전 불감증이 치유될 수 있습니다.  제조물책임법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등 안전에 대한 기업책임을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이 부과되기도 합니다.  음주운전은 불특정 타인의 안전에 대한 무시에서 나오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개도국인 중국도 불량식품에 대해 구매가의 10배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했고, 제조물책임에 대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했습니다.

경주의 체육관 붕괴 참사와 같은 ‘후진국형 인재’ 뒤에는 우리의 행정규제 위주의 ‘후진국형 안전정책’이 있습니다.  이번 경주 참사를 계기로 안전규제와 정책 전반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안전규제 강화가 능사는 아닙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제조물책임법 개정 등을 통해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안전을 확보하고 향상시킬 유인을 갖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사업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규제를 줄일 수 있고 규제행정 비용도 낮출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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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03월11일 20시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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