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TALK] 케모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 확산, 그 파장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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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 황희만 전 MBC부사장<진행>
- 황희만 :. 우리 사회의 현안에 대해 가감 없이 들여다보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보고자 하는 ifs 까톡. 오늘은 생활화학용품에 관한 불안감 문제를 놓고 전문가분을 모시고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8월 이었죠. 달걀 살충제 문제가 터지고, 또 생리대 VOC(휘발성유기물질) 문제에 대해 화학제품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히 증폭되었는데요. 케모포비아(Chemophobia)이라고 하나요? 화학 제품에 대한 거부감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상은 어떻습니까?
▲ 이덕환 : 굉장히 심각한 것 같습니다. 역설적인 현상입니다. 우리가 어렵게 살적에는 이런 것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우리 생활수준이 올라가면서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에 이르러 이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는데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화학제품 뿐만 아니라 우리가 소비하는 음식, 생활화학용품, 가공품 심지어 환경에 존재하는 화학물질 전반에 대해서 한편에서는 극단적인 거부감을 표시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극도의 기대감을 표시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 황희만 : 양면성이 있네요.
▲ 이덕환 : 그렇습니다. 굉장히 복잡하고 다면적이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방법이 뾰족하게 떠오르지 않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 황희만 : 그러나 일반 국민들로서는 이런 문제가 터지면 정부가 나서서 해결도 해주고 방향도 제시해주기를 바라는데, 지난 번 살충제 달걀 문제 나왔을 때는 전과는 다르게 신속하게 대처했다는 평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양계장에서 나온 달걀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 같아요?
‘살충제 계란’ 정부 대처는 전문성도 행정력도 없는 무능함만 노출
▲ 이덕환 : 그렇죠. 처음 시작은 이러했습니다. 8월 14일 저녁입니다. 뉴스가 다 끝난 다음에 느닷없이 정부가 달걀에서 살충제가 검출되었다. 그래서 지금부터 달걀을 출하 금지시키고 3일 동안 전수조사해서 원인을 밝히고 대책을 마련하겠다.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저도 기대를 많이 했는데 결과는 정말 실망스러웠죠. 우선 정부가 능력이 없다는 점이 만천하에 드러나 버렸습니다. 전수조사 과정은 실망스러웠고, 결과도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시중의 유통 중인 달걀의 95.7%정도는 괜찮다. 나머지 4~5% 정도가 약간 오염이 되었는데 그것도 먹어도 상관없는 수준이다.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는지, 그 과정에서 노출된 정부의 무능함이라는 것은 전문성도 행정력도 체계도 없고, 엉망진창이라는 것이 드러나 버렸죠. 지금도 살충제 달걀문제는 잠잠해지기는 했지만 사실은 해결된 것이 아니고요. 지금도 살충제 계란이 시중에 간간히 발견이 되고 있고, 심지어는 살충제로 오염된 닭고기가 유통되다가 적발된 적도 있고.
언론의 주목을 못 받고 있지만 동물 복지 농장이라 해서 달걀이 보통달걀의 3~4배 비싼 값에 유통되는데, 40년 전에 금지된 농약이 검출됐어요. 토양에서도 검출되고, 닭에서도 검출되고, 달걀에서도 검출이 되었는데 엄청난 일이거든요. 40년 전 금지된 DDT 이것이 어떻게 지금까지 토양에 잔류하면서 닭과 달걀을 오염시킬 수 있었는가. 이것에 대해 정부도 관심 없고 국민들도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 원인을 밝혀야 합니다. 진짜 금지된 40년 전의 농약이 토양에 잔류했다 해도 심각하게 문제이고, 거기만 그랬을 리가 없거든요.
또 하나의 가능성은 금지된 농약이 정말 금지되었는가. 지금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은 선진국에서는 사용을 하지 않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살충제 달걀 사태를 통해서 밝혀진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약관리 실태 양계장관리실태가 엉망이었다는 거고요. 그런 상황을 고려하면 DDT가 정말 금지되어있는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 황희만 : 그럼 현실적으로 실제 달걀을 어느 정도 살충제 영향을 받았거나 다른 화학물질에 오염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데이터는 없는 건가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약관리 실태 양계장관리실태가 엉망
▲ 이덕환 : 정말 신뢰할 수 있는 자료는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그동안 지켜보고 제 나름대로 내린 판단은 이번 살충제 오염의 문제는 살충제로 달걀이 오염되어서 소비자가 그것을 섭취해서 심각하게 부작용을 경험했다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양계장에서는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있는, 더 정확히 말해 양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되지 않은 살충제들이 10여 종류가 양계장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었고 어느 누구의 관리도 받지 않고 있었다는 겁니다.
이 농약 살충제들은 몸에 좋은 것은 아니죠. 그렇다고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내는 것도 아닙니다. 검출된 양도 엄청나게 많은 것은 아니었어요. 우리 소비자들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정도는 아니지만, 정부의 양계장이나 농약관리 실태가 엉망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달걀을 먹어서 부작용을 걱정할 수준은 아닌 것 같고, 그것보다는 더 나은 달걀 관리를 위해서 정부가 지금하고 다른 수준의 굉장히 체계적이고 제도화된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이런 사실이 밝혀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황희만 : 그런데 정부에서 한 때 계란의 살충제 수치가 적으니 하루에 몇 개를 먹어도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 이덕환 : 그 발언이 서투른 발표였습니다. 식약처의 차장이 기자회견에서 그렇게 발언했는데, 의도는 먹어도 된다는 뜻이 아니었고요. ‘아’ 다르고 ‘어’ 다르지 않습니까. 살충제로 오염된 달걀이 발견은 되었는데, 이걸 섭취해서 소비자가 건강의 심각한 위해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던 거예요.
미묘하고 난처한 상황인데, 2008년에 비슷한 사례를 겪었습니다. 커피 믹스가 오염되었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그 때 소비자들이 겁을 먹었는데, 어느 언론사에서 “커피 믹스가 오염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오염 수준은 하루에 커피믹스를 수천 개를 먹어야 위해가 나타나는 정도”라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적이 있습니다. 그 때의 학습효과 때문에 그런 발언을 한 것인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난처한 발언이었죠.
- 황희만 : 그렇죠. 살충제가 안 좋은 것을 알면서 그래도 먹는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죠.
▲ 이덕환 : 정부 입장에서는 하지 말았어야 하는 표현입니다. 언론인들이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쓰는 경우에는 상관이 없지만 정부의 책임 있는 분이 그런 발언을 한 것은 타당하지 않았죠.
- 황희만 : 살충제 달걀이 있는 지도 모르고 나중에 유럽에서 나오니까 정부에서 알게 된 것 아닙니까. 이 정도는 괜찮다는 얘기도 나왔는데 이런 저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 살충제 달걀 문제가 왜 일어나게 된 것입니까.
▲ 이덕환 : 제가 말씀드렸듯이 살충제로 오염된 달걀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과정은 두 단계의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약을 잘 관리해야하고 양계장의 위생 상태를 관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부분이 완전히 구멍이 생겨버린 거죠. 양계장에서 허가를 받지 않은 살충제를 마음대로 썼는데 아무도 관리를 안했고요. 양계장도 특히 이번에 많이 문제가 된 것이 유기농 양계장이었습니다. 거의 절반 이상이 유기농 양계장에서 문제가 생겼어요. 유기 합성 농약을 쓰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 하에 달걀가격을 30~40% 높게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으로 인증해 준 시스템인데, 거기서 버젓하게 허가되지 않은 농약을 쓰고 있었습니다. 살충제하고 농약하고 양계장의 관리시스템이 무너져 버렸다 이것이 하나의 문제고요.
계란의 유통단계에서도 농약 잔류 검사도 “구멍”
또 하나는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해서 양계장에서 달걀이 출하될 때와 출하되고 유통매점에 가있는 유통단계에서 두 단계를 거쳐서 이중으로 농약 잔류 검사를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두 가지가 모두 구멍이 났어요. 농약하고 양계장관리가 무너진 것이 하나, 달걀의 품질 검사체계가 무너진 것이 또 하나의 실패였습니다.
- 황희만 : 양계장에서의 문제점, 유통에서의 문제점 둘 다 구멍이 났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 이덕환 : 방법은 없죠. 정부가 정신을 차려야죠. 전면 출하금지, 3일 이내의 전수조사 이런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조용히 앉아서 살충제를 제대로 관리해주고, 양계장을 제대로 관리해주고, 거기서 생산되는 닭고기의 안전성을 제대로 관리해 주어야하는 데, 그런 것에는 아직 신경을 못 쓰고 있는 겁니다.
- 황희만 : 일이 난 다음에 하는 것처럼 급히 하는 것보다 미리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미죠. 살충제 달걀 문제도 있었습니다만, 생리대에서 문제점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이건 또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주시죠.
‘생리대 부작용’ 정부 대처도 우왕좌왕 문제 키워
▲ 이덕환 : 이 문제도 상당히 난감합니다. 세계적으로 처음 문제제기 된 것이 아니고요. 2014년도에 미국에서 우리와 똑같은 내용의 폭로가 있었습니다. 어느 시민 단체에서 특정 제품의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되었다는 것을 홈페이지를 통해서 폭로를 했는데, 우리 사회에 굉장히 멀리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제가 확인을 해봤더니 미국에서는 이슈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느 언론도 집중적으로 보도하지 않았고, 생리대를 미국에서는 FDA라고 정부기관이 관리하게 되어있는데, 거기에서도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어요. 이유는 아마도 시민단체의 폭로가 그렇게 신뢰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우리나의 여성 단체 한 곳이 그 발표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유통되는 생리대는 안전한지 관심을 가지다가 어느 대학의 환경공학을 전공하는 전문가하고 연결이 되면서 VOC (휘발성 유기화학물)이라는 성분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생리대에서 검출되었다는 사실을 지난 3월 달에 발표를 했어요. 우리 언론도 그렇고 식약처의 관계자도 그 발표장에 있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신경을 안 썼어요. 그런데 갑자기 8월 중순에 살충제 달걀사건이 터지고 일주일 정도 시간이 흐른 다음에 우연한 기회에 그 중에 검사 대상이었다고 알려진 제품 하나의 이름이 덜컥 언론에 공개되었어요, 나중에 확인된 바로는 검출 실험을 했던 전문가가 기자의 묘한 질문에 별 생각 없이 제품이름을 발설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고 하는데 거기에서 폭발적으로 퍼졌습니다.
이제는 폭로가 되고 나서 갑자기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이 되니까 그 회사가 환불을 해주는 조처도 취하고 완전히 궁지에 몰렸죠. 여론이 나빠지니까 식약처가 나서서 본인이 하지 않은 다른 전문가가 한 실험의 결과를 대신 발표하는 일이 생겼어요. 거기서 문제가 또 한 번 폭발합니다. 식약처가 대신 자료를 발표하면서 식약처는 이 실험의 내용도 모르겠고, 동료의 객관적인 평가도 거치지 않은 자료이기 때문에 식약처는 신뢰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니까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황당한 것이죠. 본인들이 신뢰하지 않는 자료를 소비자에게 공개하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 되어버린 거죠. 그래서 문제가 와글와글한 수준으로 커졌습니다. 참 안타까운 것 같아요. 2014년에 미국에서 문제제기가 된 이후에 식약처가 작년부터 생리대와 기저귀에 대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사실을 제대로 안 밝혀서 시민단체가 문제를 악화시킨 것인데 원래는 내년에 발표하겠다고 했다가 다음 달에 전국에 유통 중인 800~900여종의 생리대를 전부 수거해 VOC 검사를 해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제 입장에서는 난처합니다.
식약처의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함으로 인해서 이 문제가 가라앉을 것이냐, 그렇게 보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금은 조금 잦아들었지만 다음 달 연휴가 끝나고 나면 이 문제가 불거져서 세상이 시끄러울 것 같아요.
- 황희만 : 지금 문제 발단이 어느 시민단체에서 생리대를 조사해보니 이런 위험성이 있다고 발표한 것 아니겠습니까?
▲ 이덕환 : 그것이 또 아주 난처한 거죠. 그렇게 발표했고, 소비자들도 그렇게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지니까 voc를 검출했다는 전문가가 언론에 나와서 voc를 검출했다는 사실만 공개했지 그것이 여성의 건강에 위해를 끼친다고 발언한 적 없다고 했어요. 전문가의 발언이 맞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문제를 더 꼬아버렸습니다.
진실은 이렇습니다. voc라는 게 휘발성 유기화학물인데 벤젠, 톨루엔 등 우리가 들으면 거북한 물질이 많습니다. 그런 화학물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400여 종의 유기화학물을 통칭하는 이름이에요. 어느 것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전문가가 검출했다는 자료가 식약처를 통해서 공개되었는데 그 자료도 참 난처한 겁니다. 먼저 voc는 인체에 좋은 물질은 아니에요. 그렇다고 가까이 하기만 하면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주는 맹독성 물질도 아닙니다.
보톡스나 탈리노마이드나 김정남을 죽게 만든 vx의 독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냥 나쁜 물질 정도이고요. 검출된 양도 심각하게 문제입니다. 어디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되었다고 하면 밀리그램으로 얘기하거든요. 근데 이거는 총량이 마이크로입니다. 마이크로그램은 밀리그램의 1000분의 1이에요. 그 수백 종의 유기화학물 중에서 10여 종의 정체만 밝혀내고 나머지는 모르겠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 10여 종의 정체를 확인한 유해물질의 총량이 전체 tvoc라고 해서 voc의 1%도 안 됩니다. 그러니까 전체 검출량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적고 그 중 정체를 확인한 것은 1%밖에 안 되고, 99%는 모르겠다는 거예요. 뭔지 모르겠다는 화학물질이 6마이크로그램 정도 들어있는 생리대를 사용했더니 여성이 심각하게 부작용을 겪었다는 것은 화학을 전공한 제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에요.
- 황희만 : 그럼 현실적으로 이런 생리대를 사용해서 부작용을 느꼈다는 피해자들이 나오고 있습니까?
생리대의 올바른 사용법, 위생적인 사용법에 대한 무지가 화(禍) 불러
▲ 이덕환 : 그래서 저도 솔직히 생리대를 자세히 본 적이 없는데 할 수 없이 생리대를 구입을 해서 뜯어보기도 하고 했습니다. 1회용 생리대가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중후반부터입니다.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 사용했는데, 놀라운 것은 생리대의 올바른 사용법, 위생적인 사용법에 대해서 여성들이 어디에서도 교육을 못 받았더라는 것입니다. 놀라운 사실이었습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부터 초경을 하는데, 초등학교는 물론이고 중학교 고등학교 보건시간에 생리대의 위생적인 사용법에 대해서 교육을 안시켜준다고해요. 젊은 여성들도 생리대의 제대로 된 사용법을 모르고 있더라고요. 생리대가 구조가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바깥에 방수를 위해 비닐막이 있고 그 안에 고분자로 된 흡수층이 있고 안쪽으로는 면으로 만든 내피가 있습니다. 어린이용 유아용 기저귀와 구조가 똑같습니다. 그런데 바깥에 방수용 비닐이 있기 때문에 통풍이 안 됩니다. 그 상태로 분비물이 배설되면 온도는 40도 가까이 되고 통풍은 안 되고 습기는 많고 그 상태로 몇 시간을 착용하고 있는 겁니다.
제가 주변 여러 분들에게 물어봤더니 경우에 따라서는 6~9시간도 착용을 한다고 해요. 보통 대장균은 한 시간 정도 지나면 천 배정도 증식이 됩니다. 6시간 착용했다고 하면 굉장하게 증식한 것이죠. 1980년도에 모양은 다르지만 삽입형 생리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사용 안하는데, 탐폰이라는 생리대를 사용했다가 30여 명이 사망하고 많은 여성들이 부작용을 겪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생리대의 잘못된 사용 그 때 문제는 연쇄포도상구균, 황색포도상구균이 오염된 생리대에서 증식을 해서 거기서 나온 독소가 여성에게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습니다.
생리대 적정 사용시간은 3시간, 유아 기저귀도 마찬가지
지금 혹시라도 1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면서 불편을 경험한 여성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건 보건복지부가 나서야할 사안인데, 질병관리본부를 동원해서 여성들이 일회용 생리대가 일반화 되어있는데 이 생리대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혹시라도 잘못된 사용법 때문에 문제를 겪는 경우는 없는지 조사해야할 것 같아요. 그리고 여성들에게 제대로 된 생리대 사용법을 홍보하고 교육해야할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생리대의 적정 사용시간은 3시간입니다. 이것은 여성에게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요즘 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에게도 중요합니다. 생리대도 그렇고 기저귀도 그렇고 흡수력이 무지 좋습니다. 어린아이의 경우에는 소변을 두, 세 번 눠도 기저귀가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래서 장시간 착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바람직하지 않죠. 그런 사실을 부모들한테도 여성들한테도 널리 홍보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황희만 : 생리대를 사용한 여성들의 부작용이 생리대 자체의 voc 물질에 의한 것인지, 사용법이 적절치 못한 것인지 명확히 나오지 않은 건가요?
▲ 이덕환 : 그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그냥 단순히 믿기 어려운 검출실험 때문에 혼란을 겪을 필요는 없고, 지금이라도 생리대 사용 실태를 정부가 나서서 정밀하게 확인해서 문제가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화학물질 거부감·두려움·공포도 문제지만 지나친 기대도 금물
- 황희만 : 너무 겁내서도 안 되겠지만 안정성은 최대한 보장을 해야겠죠. 특히나 화학물질에 대해서 케모포비아(chemophobia)현상, 화학물질 좋은 것이라는 양면성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지나치게 신비화하는 경향도 있죠.
▲ 이덕환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은 화학물질에 대한 과도한 거부감, 두려움, 공포가 문제이고요. 한편 우리사회에서는 화학물질에 대한 상상할 수 없는 기대를 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건강기능식품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TV에서도 어떤 중소기업에서 그런 광고를 하는 것을 봤어요.
“건강에 좋습니다.”
세상에 이것만큼 무서운 말이 없습니다.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에 제 건강을 맡길 정도로 건강이 하찮지 않죠. 무엇인지 알고 먹어도 지금 제 건강을 지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무엇인지 모르고 먹어도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건강기능식품은 제도적으로는 이렇습니다. 의약품은 아니다. 따라서 특정한 질병을 어떤 특정한 질병을 치료한다는 주장을 하면 안 된다. 그런데 식품도 아니다. 식품이라는 것은 독성이 낮고 일반적으로 먹으면 영양공급 수단으로 쓰는 것이거든요. 건강기능식품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겁니다.
그래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대부분 이것은 의약품이에요. 그런데 의사의 처방을 받을 필요가 없는 의약품입니다. 그리고 엄청난 효능을 기대합니다. 갱년기 여성의 문제 해결, 남성 문제 해결, 심지어 어린이의 머리가 좋아진다, 어린이의 키가 크는데 도움이 된다. 70여 종류의 기능이 식약처에서 고시가 되어 있어요. 건강기능 식품을 지정하는 과정이라든가 절차라든가 현실을 보면 너무 실망스럽습니다. 이것이 일본에서 시작된 제도인데, 일본은 아주 냉정하게 잘 운영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식약처도 제대로 관리 못하고 있고, 기업도 이것을 아주 이상한 목적으로 악용하고 있고, 소비자는 과도한 기대 때문에 건강을 망치고 있고. 몇 년 전에 있었던 백수오 사건이 있었고, 지금도 어떤 기업에서 어린이들 키 크는 요구르트가 나왔다고 해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습니다. 전혀 도움이 안 되는데도.
화학 물질 정체를 알고, 생리적 기능과 독성 정확하게 이해해야
- 황희만 : 정확한 정보를 모르니까 사람들이 화학제품에 좋은 성분이 있다고 하면 믿게 되는 것 아닙니까?
▲ 이덕환 : 그렇죠. 여기서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은 점이 화학 물질의 정체를 알고 생리적인 기능이나 독성을 정확하게 이해해 주셨으면 굉장히 좋겠는데, 그러려면 화학에 대한 상당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정말 화학자가 돼야죠. 그러나 모든 소비자가 화학자가 될 수는 없죠. 그래서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독도 잘 쓰면 약이 된다’는 말이 있죠. 저는 그것을 조금 바꿔서 독도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약도 잘 못 쓰면 독이 된다. 그래서 소비자에게 간곡하게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유해물질이 따로 있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물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똑같은 물질이 내가 어떤 용도로 어떤 목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활용하는 가에 따라서 내 건강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고, 잘못 사용해서 내 건강을 해치는 치명적인 독소가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한약방도 그렇고 양약방도 그렇고 약국에 있는 모든 의약품은 맹독성 물질입니다. 그래서 의사의 처방 약사의 조제를 받아야 한다고 그러죠.
- 황희만 : 사용을 잘 해야 한다는 거죠.
‘독도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약도 잘 못 쓰면 독이 돼’
▲ 이덕환 : 그렇죠. 화학물질을 무엇인지 모르겠는데 무섭다고 느끼는 것보다는 이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정부가 잘 관리해줄 것이다, 전문가에게 물어보면 될 것이라는 그런 신뢰의 노력이 필요하고요. 당연히 정부하고 전문가들과 기업이 굉장히 노력을 해주어야죠. 정말 전문가들과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에 따라서 적절하게 현명하게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해요. 아무리 기적 같은 약이라도 너무 많이 드시거나 잘못 드시면 정말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됩니다. 근본적으로 좋은 물질과 나쁜 물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나쁜 물질이 약이 될 수도 있고 좋은 물질이 독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 황희만 : 좋은 것이 독이 될 수도 있고, 독도 잘 쓰면 약이 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얘기는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만, 어느 정도로 해야 독이 되고 약이 될지 잘 모르지 않습니까.
▲ 이덕환 : 여기서부터는 제가 신뢰를 말씀드리는 건데, 정부가 인정해주는 제품, 기업이 자기의 명예를 걸고 추천하는 좋은 기업의 제품 등을 사용법에 맞게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죠. 특히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이고 제가 말씀을 안 드릴 수 없는 것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인데, 가습기 살균제 참사 때문에 소비자들은 정부도 신뢰할 수 없고 기업도, 전문가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이것은 제 생각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력해야하고 전문가들도 협조해야합니다. 이 분위기를 바꿔야하는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제가 짤막하게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저희가 90년대 초부터 초음파가습기를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아파트 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 초음파 가습기는 물을 넣고 오래 사용하다보면 물때가 끼고 곰팡이가 피고 세균이 증식돼요. 자주 세척을 해서 제대로 사용을 해야 하는데 세척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그것이 제가 말씀드리는 현명한 사용법이에요. 그것을 지키고 사용했으면 그런 참사가 안 생겼을 겁니다. 거기에 소비자들은 새로운 문명의 이기를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안 쓰고 있었고, 이런 틈새를 노리고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한 기업이 나선 겁니다.
원래는 유공이고, 지금은 sk케미컬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는 회사의 부장급 되는 직원이 묘한 생각을 한 겁니다. 창의적인 생각을 한 것인데, 초음파 가습기에 물때를 노력하지 않고 없애는 방법이 없겠는가가 문제의 발단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물때가 끼면 세재를 써서 깨끗하게 닦으면 되는데 그것을 하고 싶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만든 제품이 가습기용 전용 세제입니다. 이것을 정부에 판매 허가를 신청했고, 정부가 그것을 허가해주었는데 여기서 또 한 번의 문제가 생깁니다. 가습기 전용세제라는 것이 알고 봤더니 세척기능은 하나도 없어요. 거기에 난데없이 살균제를 소량 집어넣습니다. 그러니까 세척제가 아닌 거예요. 그러면 정부가 세척제로 허가를 해주면 안 되는 겁니다. 근데 허가해주었어요
. 그러고 난 다음 시중에 내놓을 때 세척제라는 이름을 안 쓰고 가습기 살균제라는 이름을 썼어요. 이것도 정부가 제재를 했어야죠. 그리고 세 번째로 살균제를 넣은 엉터리 세척제를 가습기에 넣고 가습기를 켜라고 써져 있어요. 이것도 정부가 관리 했어야 해요. 그리고 94년부터 2011년 동안 18년이 넘게 팔았습니다. 정부도 관리 안 하고 기업도 모르고 소비자도 신경 안 쓰고, 전문가도 모르고. 그렇게 해서 생긴 이중 삼중의 실패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재앙입니다.
화학물질 공산품의 안전관리·품질관리에 대한 정부의 전문성 10배, 20배 제고 노력 절실
이런 일은 절대로 있어서 안 되는 데, 기업의 윤리성도 중요하지만 기업이라는 것은 돈 벌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안 가리는 게 기업 아닙니까, 정부의 전문성이 엉망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정부가 식약청을 식약처로 올리고 질병관리본부에 유능한 사람을 놓고 보건복지부 장관에 유능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도 좋지만 정말 화학물질 공산품의 안전관리 품질관리에 대해서 정부의 전문성을 10배, 20배 제고시킬 노력을 철저하게 시작해야합니다.
- 황희만 : 얘기는 다 나온 것 같습니다만, 정리를 한다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도 있었습니다만, 우리 생활에 필요한 생활용품 중에 화학물질 안 들어갈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생활용품에 대한 거부감 이런 것도 많은데 어떻게 해야 할 지 종합적으로 대책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 이덕환 : 지금 우리 현실은 이렇습니다. 생활화학용품이라 하는 것, 가공식품이라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부터죠. 이제 30~40년 가까이 되어 가는데, 그동안 chemophobia를 부추길만한 사건들이 연달아 붉어지고, 정부의 관리가 어처구니없이 실패하는 바람에 소비자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어요. 제가 전문가로서 소비자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아직도 우리의 가공식품이나 생활화학용품의 사용이 그렇게 선진국 수준에 와 있지 않습니다. 지금 선진국 국민들은 우리보다 훨씬 건강하고 품질이 좋은 가공식품 편리한 생활화학용품을 아주 적극적으로 안심하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제가 보기에 생활화학용품이나 가공식품을 포기해야할 이유는 없는 것이고요. 이제 소비자들이 정부가 전문성을 제고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주어야겠지만 소비자들도 눈을 떠야합니다. 엉터리 정보, 노이즈 마케팅, 황색 저널리즘이 있습니다. 언론이 잘못된 정보를 마구 퍼 나릅니다. 그것을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셔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지나치게 먹으면 독, 적절한 사용량, 사용방법 지켜야
어떤 전문가의 말은 믿어도 되는가, 어떤 전문가의 말은 경계해야 하는가, 어떤 기업의 말을 믿어도 될까 하는 것을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고, 좀 냉정해져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은 이렇게 나타납니다. 직접적으로 극소량에 의해서 치명적인 독성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는 굉장히 드뭅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대부분의 경우에는 극미량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장기간에 거쳐서 노출, 흡입이 되거나, 피부에 접촉하거나 섭취를 해서 만성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음식도 편식을 하면 안 좋다고 하잖아요. 그 진짜 이유는 모든 음식에 독소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음식을 계속 섭취하시면 같은 종류의 독소가 농축, 축적되면서 문제가 드러나거든요. 다양한 음식을 먹음으로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이 편식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생활화학용품도 그런 지혜가 필요한 것 아닌가. 좋은 제품이라고 해서 너무 많은 양을 오랜시간에 걸쳐서 자주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사용량을 최소화시키고, 제조사가 요구하는 추천하는 사용방법을 지키면서 지혜롭게 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지나친 두려움이나 공포는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거죠.
- 황희만 ; 우리 삶이 좀 더 향상되는 과정에서 가공식품이라든지 생활화학용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데, 다만 현명하게 사용해야 하고 이러한 생활화학용품으로부터 불안감을 해소시켜주려는 정부의 역할이 적극적이고 전문가들도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그런 길을 제시해주는 사회가 되기를 이번 토론을 통해 간절히 바라보며 까톡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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