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의 1년 후
국가지배구조가 문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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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 메커니즘이 거의 무너진 상태
관료들은 수십 번 회의할 뿐 결정 안 해
정책 아이디어에서 법 개정까지 평균 35개월 걸려
제대로 된 지방분권 통해 의사결정권 분산시켜야
- 노무현 대통령을 모시고, 국가 전체의 정책을 다루는 정책실장을 하셨지요? 그 때는 책임감을 갖고 여러 가지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이고, 또 그 이후에는 국가가 돌아가는 전체적인 상황을 보는 눈이 조금 남다르실 텐데 현재 상황을 느끼는 대로 말씀해주시지요.
▲ 제가 답답하게 여기는 것은 경제, 사회,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문제 자체가 잘 떠오르지도 않는다는 점입니다. 무슨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가 앞으로 드러나고. 그걸 갖고 우리가 이쪽이든 저쪽이든 의견을 교환하고 싸우기도 하고, 이렇게 되면 오히려 다행인데. 아예 문제 자체가 떠오르질 않는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국회 구도만 봐도 교과서 국정 화 갖고 싸우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전에는 또 공천권 문제를 갖고 다투었죠. 물론 이러한 문제들이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 국가의 경쟁력이나 국가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들이 뒤로 밀리고 있다는 점이 답답할 뿐입니다.
국정 교과서 문제만 하더라도 여야가 합의해서 국회에서 저렇게 싸우지 말고 독자적인 시민사회나 역자학자들끼리 논의하라고 논의의 장을 하나 마련해주고, 자기들은 그걸 쳐다만 봐도 되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정치 수단화해 서로 찌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툭하면 대선 이슈로 가져가느니 마니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죠.
- 그러니까 국가가 움직이는 내용이 미래를 향한 비전아래 아젠다가 있고, 그 아젠다에 관해 서로 논쟁을 하면 무엇이 문제인지 분명해지는데. 지금은 무슨 비전이나 아젠다와는 상관없이 그 때 그 때의 어떤 상황에 따른 이벤트성으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인가요?
▲무슨 이슈든 무조건 이 순간에 상대를 꺾는 것이 최선이고 그렇게 상대를 비난하다 보니까 “내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 이라는 결과밖에 없습니다.
- 방향 감각이 상실됐다는 것이지요. 어떤 대양에 떠 있는 배 속에서 선원들끼리 서로 싸움만 하는 그런 현상에 비유할 수 있겠네요.
▲ 국가 의사 결정의 메커니즘이 거의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고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사실은 그런 요소가 좀 있었고, 또 이명박 대통령 때도 초기에 광우병이니 뭐니 해서 또 그렇게 매몰되었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지금도 그런 현상들이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그렇다면 세 대통령들이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 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나요?
▲ 세부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전체적인 흐름으로 봐서는 같다고 봅니다. 결국 대통령들이 집권하고 들어와서 제대로 된 생각이 있건 없건 만신창이가 되어서 나가는 것은 거의 같은 구조라고 봅니다. 또 제 대통령이 제대로 이런 일이든 저런 일이든,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는 구도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봅니다.
-일 할 수 없는 구도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 여러 가지를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다만 단순히 임기 문제만이 아니고, 가장 근본적으로 정치 자체가 지금 고장이 나있는 것이죠. 정당,국회,선거 등등 이런 것들이 다 고장 나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의 거버넌스 구조 그 자체가 고장난 자동차나 마찬가지입니다.
- 행정부에서 안을 내서, 그걸 입법조치 해갖고 실제 그 정책안이 집행되려면 35개월이 걸리더라는 연구결과를 얻으신 것으로 아는데 그걸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 청와대에 있을 때 하도 답답하고 , 또 대통령도 답답해 하니까, 도대체 행정부에서 거론되기 시작해서 관료 데스크를 떠나 국회 통과하고 집행되기까지 얼마나 걸리느냐를 가늠해본 연구입니다.
김영삼 정부 들어서고 난 다음부터 노무현정부시절인 2006년까지 개정이 되고 제정이 된 법률이 약 3800개 정도 됩니다. 이것을 전수조사를 해 봤더니 35개월 정도로 나왔습니다. 거기서부터 집행하는 데 또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는 것인데, 그것도 그나마 살아남은 법률들이 그렇다는 겁니다. 예컨대 아이디어가 제시됐으나 논의 중간에 폐기되고 한 것들은 빼놓고 조사한 결과라는 점도 감아해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 그렇다면, 결국은 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체들이 많이 있지만 아직 한국의 현실로 봐서는 대통령이 주도적 역할을 하지요. 그런데 대통령은 이 사회의 고쳐야 될 요소가 있을 때 결국은 입법 활동을 통해서 하는 것 아니겠어요?
▲ 그렇습니다. 그러나 국회도 국회지만 행정부 안에서도 오래 걸립니다. 왜냐하면 행정부 관료가 스스로 뭘 해갖고 그렇게 올리고 그렇지 않거든요. 뭐 툭 하면 용역 주고, 공청회에 부치고, 또 회의를 수 십 번 하고 합니다. 누가 봐도 명백한 결론이 있는 사안도 이걸 몇 번씩 돌려야 된다는 말입니다.
-책임 때문인가요?
▲ 그렇습니다. 어떤 것은 자기가 다 결정해 놓고 나서도, 용역을 줘서 거기서 용역 결과를 기다리면서 1년, 2년을 허송세월을 합니다. 그리고는 결정은 안하고 회의만 계속 하다가 이쪽 부서로 이제 전반적인 우리 거버넌스 구조의 현실입니다.
- 결국은 대통령이 누가 되도.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현실화 시키는 법적 과정만 35개월이 걸리니까. 그 이후에 공무원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는 또 남아 있는 것이고. 결국은 아무리 좋은 비전을 갖고도, 그것을 현실화하기는 무척 어렵다는 얘기네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까지는 경험적 연구로 이미 그런 증거가 있는데, 지금 느낌으로 봐서 박근혜대통령 때도 똑같다고 보시나요?
▲ 물론 우리가 완벽한 분석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인사 하나도 마음대로 못하지 않습니까? 대통령을 밖에서 보면 아주 엄청난 힘을 가진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합니다. 실제로 어떤 힘이 있는가 하면 누구 한 사람 특혜 주고, 누구 한 사람 풀어주고, 또 누구 한 사람 망하게 하는 힘은 대통령에게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가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일. 산업 구조를 변화시키고, 우리의 조세 구조를 변화시키고, 우리의 여러 가지 사회적인 관행을 변화시키고 하는 그런 힘이 있느냐 하면 그런 힘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에 4대 개혁을 추진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무늬만 개혁이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결국 이것은 우리 사회 전체가 누가 대통령이 돼도 자기 나름대로의 뜻을 펴기가 어렵다는 말씀이네요. 이런 구조는 민주화하고 관계가 있는지, 또 우리의 정치 상황이 아주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것이겠지요?
▲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지금 현재의 정치와 정당이라고 봅니다. 정치를 공장에 비유하면 외형공장은 물론이고 공정도 엉망인 셈입니다. 이런 정치 질서 안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 정치 질서가 이렇게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국회나 정당이 안 해야 될 일까지 너무 많은 것을 움켜쥐고 있습니다. 국회가 철저히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 모든 것을 자기들이 결정해야 됩니까?
자기들이 결정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국정 교과서 문제를 자기들이 결정한다고 하면 6개월 이상 싸움할 것 아닙니까? 선거 갖고 싸움하면 6개월, 1년을 싸울 것 아닙니까? 세월 호만 갖고 싸움을 6개월, 1년을 넘게 싸웠지 않습니까?
국회만 가면 모든 것이 싸움으로 번지는데 우리가 뽑을 때 모든 것을 자기들이 쥐고 결정하라고 뽑질 않았단 말입니다.
자기 나름대로 사회를 보면서 정말 대표성이 있는 기구들끼리 협의해서 “당신들 거기서 결정해 와라. 결정 해오면 우리는 통과시킬게.” 하면 됩니다. 국정 교과서 문제도 관련단체나 이해당사자들에게 “당신들끼리 결정해 와라.”하고, 결론을 가지고 오면 국회는 합의 보는 것으로 큰 이의 없으면 우린 통과시킬겠다고 하면 됩니다. 그러면 국회의원들은 얼마나 좋아하고 일을 많이 하겠습니까? 모든 것, 심지어 무슨 재벌들 하나 불러 놓고 시시콜콜한 것 묻고 거런 것까지 자기들이 다 하겠다고 덤비니까. 국회가 완전히 마비 상태 아닙니까.
그러고는 “왜 일 못했냐.” 고 하면 “쟤 때문에 일 못했다.” 라고 상대방만 비난한단 말입니다. 이래서는 안됩니다.
- 이번 국정 감사도 한 게 없잖아요? 소리는 많이 질렀지만.
▲ 자기들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개인적으로는 인기도 챙기고 표도 챙기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봐서 완전히 국정낭비를 한 것이죠.
-문제는 그 국회의원들이 또 출마해서 당선 되어갖고 다시 국회에 들어오잖아요? 어떻게 해야 되나요?
▲ 당선되고 또 들어오고 하는데 다른 사람 넣어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저는 보거든요. 왜냐하면 지금과 같은 정치 패턴이라면 이순신 장군이나 안중근 의사가 들어가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그걸 좀 바꾸자는 것이 오픈 프라이머리 아닌가요?
▲ 오픈 프라이머리는 저는 조금 조심 할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미국이나 이런 나라하고 달라서 우리는 정치적인 냉소가 그쪽 나라들보다 훨씬 더 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면 결국은 오픈 프라이머리에 자발적으로 가는 사람은 없고 동원된 세력이거나 아니면 완전히 뭐 성경에 나오는 가지에 꽂힌 사람들, 이런 엄선된 사람들만 가게 된단 말입니다. 그러면 그것 자체가 이미 대표성 자체를 심각하게 훼손시키기 때문에 그걸 통과해서 나온 사람이 과연 제대로 된 후보일 것이냐 하는 문제가 생기지요.
- 지금 식으로 당권을 가진 사람이나 또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위에서 밑으로 내려 꼿는 방법도 문제 아니에요?
▲ 그것도 문제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러나, 저러나 문제가 있고. 저 같은 경우엔 이거 자체에 우리가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뜯어먹거나 말거나 그냥 관둬버리고, 오히려 시민사회나 학교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참여와 소통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거버넌스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 하는 문제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봅니다.
- 국회의원들이 계속 저런 행태를 보이면 시민 사회에서 뭘 어떻게 하든 간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겠어요?
▲얼마나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밑바닥인 지방 의회부터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 시민들이 실질적인 활동을 해 가면서 가다보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지금 지방자치는 중앙 정치의 썩은 물이 완전히 파이프라인을 그대로 타고 와서 지방을 완전히 다 오염시켜 놓았습니다.
- 지방 의회도 줄 서고, 국회의원도 공천권 가진 사람한테 줄 서고. 그러니까 이것은 권력을 갖거나 당권을 가진 사람이 힘이 엄청 세질 수밖에 없고, 그런데 그 사람들은 자기 식구 챙기는 데에 더 관심이 있지 국정운영에 총력을 다 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지요.
화제를 바꿔서 얘기를 나눠보지요. 관료조직도 엉망 아니에요?
▲ 옛날보다 더 엉망입니다. 사명감이 전혀 없습니다. 조금만 움직이려 해도 모든 법령이나 지침, 규칙이고. 내부 규정까지 합하면 수 만개의 틀에 갇혀있습니다. 우리 법과 시행령만 해도 4000개에 달합니다. 문제는 그 하나 하나가 다 지뢰라고 보면 됩니다. 그러나 움직이지않지요.
- 일부 관료들은 결재라는 것을 본인이 하기 전에 그 민원을 가지고 온 사람한테 5대 로펌 중에 2개를 선택해서 변호사들의 의견서를 받아오라고 한다는 것이에요.
▲ 그래 갖고도 안 됩니다. 써가지고 오면 다시 또 돌려보내면서 슬쩍 귀에다 대고 뭐라고 그러냐 하면 “ 국민권익위원회를 한 번 다녀오시라”고 한답니다. 그래서 권익위원회에서 결과가 나오게 되는데, 그래도 안 해주면 또 다시 “NGO에 좀 다녀오시라”라고 한답니다. 그쪽에서 또 돌고, 이런 절차를 거친다고 합니다.
- 참 답답합니다. 옛날에는 무슨 문제가 생기면 담당부서에서 나섰거든요? 가령 수출이 어렵다 그러면 수출 담당부서에서 이게 왜 어렵냐? 하는 대책을 갖고 나오고 그랬는데 요즘은 그런 모습이 안 보이잖아요?
▲ 지금 그렇게 했다가는 잘못하면 다치죠.
- 왜 다쳐요? 자기 일 열심히 하는데.
▲ 우리의 법령체계가 일을 하게 만든 구조가 아니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법률체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뭐가 움직이면 바로 뭐가 들어가는가 하면 돈이 들어가지 않습니까.
그럼 벌써 출장비 어떻게 썼느냐, 뭐 쉽게 말해서 그런 것부터 문제가 되는 겁니다. 그 다음에는 하다보면 고함지르게 되는데 그것 자체가 또 문제가 될 수 있고요. 뭐 사진 한 장 잘못 찍었다고 목도 날아가고 하지 않았습니까?
-물론 그런 것도 문제이지만 한 부서를 장관이 책임지려면 인사권이 있어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지난 번 정부도 그랬지만 노무현 대통령 때는 어떻게 하셨어요?
▲ 될 수 있으면 인사권을 많이 인정해주었죠. 차관급까지는 청와대가 깊이 관여하고 했지만 그 이하는 비교적 장관에게 맡겼습니다.
문제는 대통령이 자기 의사하고 관계없이 자기 이름으로 호가호위하는 세력들이 엄청나게 많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됩니다. 실제로 그러니까요. 대통령이 한 마디 하면 거기다가 중간에 있는 참모들이 자기 이야기를 끼워 넣거든요. 끼워 넣고 부처 장관한테 이야기를 하면 부처 장관은 또 자기 이야기를 또 자기 민원을 또 끼워 넣거든요. 그러다 보면 대통령이 하나 했는데도 밑에 내려오면 100개가 되고, 1000개가 됩니다. 그러니까 온 천지 대통령이 다 했다 하는데, 물리적으로 계산을 해봐도 대통령이 그 사항들을 다 챙길 시간이 없습니다.
- 문제는 중간에 있는 호가호위 세력을 대통령이 잘 컨트롤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그러니까 대통령이 아예 참모들한테 뭐는 안 한다고 선언을 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참모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요. 자기 것을 끼워 넣지 않는다는 거죠. 말하자면 “대통령 싸인이 들어가기 전에는 대통령 말이라고 듣지 마라” 라는 식이 가능하지요.
-장관이 자기들의 잘 잘못에 의해서 상과 벌을 줄 권한이 없다면 열심히 움직이겠어요?
▲ 그렇습니다. 지금 인사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과다하게 상위 부처, 특히 청와대가 개입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하는데, 그런 부분은 정말 조심해야 됩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정치권도 엉망이고, 현장에서 정말 국가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관료집단들도 책임감을 갖고 또는 사명감을 갖고 움직이지 않고, 그러니까 나라 전체가 해결되는 것도 없고. 어느 방향으로 나가는 지도 잘 모르겠고. 이런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되지요?
▲ 기본적으로 굉장히 큰 이야기입니다. 현재의 국가 운영 체계가 다 바뀌어야 된다고 봅니다. 예를 들자면 현재 대통령 그 다음에 의회. 관료체제 이렇게 가는데 기본적으로 대의제 구도 아닙니까? 선거로서 대통령을 뽑고, 그 다음에 국회의원 뽑고 하지요.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분권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지방 분권을 통해 결정권을 분산시켜주고, 그 분산된 결정권 위에 지역의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대의제적인 구도가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기제를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하고. 또 그런 것을 통해 밑에서부터 위로 의견이나 이해관계가 수렴되는 그런 관계를 만들어주어야 된다고 봅니다.
- 지방분권을 한 결과 지금 지자체들이 제대로 경영을 하고 있느냐하는 문제도 있지요. 엉망 아닌가요?
▲ 지금 이러한 잘못된 지방자치를 만들어낸 게 중앙 정치인들이거든요. 자기들 이해관계로서 지방자치를 디자인했지, 지방자치를 위한 디자인을 한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래서 결국은 이것을 이겨내려면 중앙정치부터 분권을 해야 합니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만 하더라도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같이 분권을 생명처럼 생각하는 그런 대통령의 사지를 들고 표를 얻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지난 몇 년 동안에 제대로 된 분권을 위한 법안 하나를 제대로 발의한 적이 없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방 분권하자고 단식까지 했던 사람이고, 노무현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분권을 통한 공동체의 활성화가 대한민국을 살린다고 죽는 날까지 그런 신념을 가졌던 사람입니다.
그게 뭔가 하면 국회의원 스스로들이 중앙 정치인이고 중앙 집권적 구조의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분권을 제대로 안 하게 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어디서 일어나야 되는가 하면 ‘어렵지만 돌아가고 멀지만 지역 시민들이 나서서 지방의회부터 시민 의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의 의회를 완전히 부수거나 아니면 그것을 뛰어 넘는 그런 노력들을 해주어야 합니다.
- 대단한 일종의 혁명적인 변화인데 그런 변화를 이끌려면 어느 시대 어느 역사를 보더라도 주도 세력이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 주도세력이 그런 분위기를 형성을 해야 가능한데 그 역할은 누가 할 겁니까?
▲ 여러 사람이 하자고 나오겠죠.“진짜 이래선 안 되겠다”는 내용의 비슷한 글을 썼더니 연락 오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고요. “아, 이 사람들만 합쳐도. 뭐가 몇 군데에서는 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과거에도 혁명이 가능하다고 얘기된 시대는 어느 때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때때로 혁명이 일어났거든요. 우리가 지금 이렇게 답답해 하고 잇지만 , “아 이것이 대통령 바꾸어서 될 문제가 아니고. 시스템이 잘못이고, 헌정 체제가 잘못이고, 거버넌스 구조 자체가 잘못이구나.”라는 그 질문을 하게 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밑바닥에서부터 움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역사를 보면 밑바닥에서부터 움직일 수 있는 분위기는 많이 있는데 그 분위기를 어느 방향으로 가게 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를 이끄는 지식인들, 그리고 언론인들, 이 분들의 역할이 크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우리 현상은 그렇지가 못하는 것 같아요.
참으로 답답합니다. 우리 후배들이나 우리 후손들한테 고개를 들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이대로 가면 정말 부끄러운 선배가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든 우리가 해결을 해야 하는데 한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무엇을 할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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