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의 1년 후
수출, 이대로는 안 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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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장기간 수출 부진 기록 세울 듯
- 요즘 수출 안 된다는데, 어느 정도 인가?
▲ 지난 8월 수출 증가율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6%가 줄었는데 이는 2009년 국제금융위기(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고, 또 최근 1년을 따져보면 수출 감소율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올 하반기는 물론이고 내년 상반기가 되면 수출 감소폭이 더 커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최근 정부가 지난 수출 통계를 갖고 전년 대비 늘어났다고 말하는 것 같던데.
▲ 왜곡된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추석이 9월 초반에 들어 있어서 추석이 9월말에 들어있는 올해와 비교하면 증가하는 통계가 나온다. 그러나 조업일수를 따져 비교해보면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수출은 부진하지만 무역수지는 계속 흑자를 나타내고 있는데 좋은 것 아닌가?
▲ 우리가 1년에 수출을 5천억 달러에서 6천억 달러를 하는데 그 중의 3분의 1정도는 소비재라고 할 수 있고, 3분의 1정도는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원유라든지 이런 게 있고 ,나머지 3분의 1정도는 기계류. 즉, 수출을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원자재 부자재 이런 것들이다. 그런데 지금 수입이 많이 줄어드는 것은 유가하락 영향도 있지만 대부분 기계라든지 설비라든지 이런 것들이 많이 줄고 있기 때문에 지금 수입이 15%, 20% 감소한다는 것은 곧 향후에 있을 수출이 줄어든다는 것을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단순히 무역수지 흑자만 갖고 우리가 즐거워 할 일은 아니다.
- 무역 수지가 흑자이기 때문에 우리 외환보유고를 늘이는 효과가 있고, 또 우리나라의 국제신용평가가 높아지고 있다. 좋은 현상 아닌가?
▲ 표면적으로 보면 경상수지 흑자가 500억~600억 달러, 심지어 1000억 달러 가까이 가져가는 것은 외환 보유고에는 굉장히 긍정적이기는 하나 그 자체가 다 외환 보유고의 증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또 경상수지는 흑자라고는 하지만 자본계정에서는 해외로 빠져 나가는 돈이 많아 흑자가 모두 외환보유고로 쌓이는 것은 아니다. 경상 수지가 흑자라고 하는 사실은 굉장히 바람직하긴 하나 또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반작용 또는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이너스 성장 속 경상수지 흑자는 성장잠재력 약화
- 무역수지흑자가 현상적으로 보면 좋게 보이는데 구조적으로 보면 경제가 점 점 더 약화 되는 과정이고 길게 보면 성장세가 아주 둔화되는 하나의 신호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렇다. 성장 잠재력 둔화가 수입 둔화로 나타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나타나는. 어떤 의미에선 제 살 깎아먹으면서 계속 현상 유지하는 상황이라고 비유할 수가 있다.
-그러니까 오늘의 통계를 갖고 자랑하는 것은 5년이나 10년 뒤의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홍보성 해석 아닌가?
▲그렇다. 미래 지향적이지 않고, 항상 현미경 적으로 현재 상황만 보고 만족하는 그런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수출이 연속해서 5분기 정도, 그러니까 2014년 3월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과거에도 있었나?
▲우리가 수출 통계를 분기 별로 따져봤을 때 연속으로 감소한 가장 긴 분기가 5분기 인데. 지난 30년 동안 이번을 포함해서 딱 세 번 있었다. 남미의 외채위기가 일어났었던 80년대 초에 한 번 있었고, IT버블이 터졌던 2000년대 초에 한 번 더 있었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다.
문제는 이번 3분기까지가 연속5분기 째인데 만약 4분기마저도 수출이 마이너스가 되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장기간 6분기 또는 그 이상으로 수출이 감소하는 최장기간의 수출 부진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럴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굉장히 높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미리 알고 2014년 초에서부터 대책을 세웠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정부의 입장은 지금도 유가 하락에 따른 또는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일상적인 현상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
수출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GDP로 보면 거의 50% 정도 되고, 아무리 고용유발 효과가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수출 관련 제조업이다.
이렇게 수출이 계속해서 줄어든다는 것은 지금도 수십 개의 중소기업들이 사라져 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것을 그대로 놔두면 한국이 진짜 성장 동력을 잃어버리는 것이어서 걱정이다.
-수출부진의 원인은 무엇인가?
▲ 큰 틀에서 보면 우선 세계 경제가 매우 안 좋다는 것이다. 즉 2008년 서브프라임사태 이후에 세계 경제가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는 중국 경제가 안 좋다는 것이고, 세 번째는 일본 엔화가 우리 수출에 불리한 저평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 결정적인 타격을 준 것은 엔화가 달러당 80엔에서 120엔 또는 125엔까지 50% 정도 올라간 것(평가절하)이 결정타였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그런 경험이 과거에 있었다.1995 일본에 고베 대지진이 일어난 뒤 1996까지 엔화가 50% 정도 절하가 됐었다. 정확히 달러당 80엔에서 120엔까지 기록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주목해보아야 할 것은 그 후 2년 안에 우리가 IMF 위기를 맞았다는 점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에 엔화약세 특히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는 우리가 흘려보내서는 안 되는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라고 본다. 미리 엔화 약세에 대한 대비를 좀 했었어야 했다.
- 엔화 약세는 이미 2년 전부터 시작된 것 아닌가.더구나 환율효과는 보통 2년 정도 뒤에 나타난다. 그래서 당시 엔화약세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을 전문가들이 많이 한 것으로 안다. 대응이 있었나?
▲ 없었다. 오히려 거꾸로 2013년과 2014년 동안 엔은 50% 약세가 되었지만, 우리 원화는 작년 10월까지 거꾸로 내려갔다. 평가 절상된 셈이다. 그래서 작년 10월 달에 원화는 1 달러 당 1,000원까지 갔었다. 최근 들어 조금 올라 1170원인데 아직까지도 엔화 약세에 비하면, 그리고 중국 위안화의 약세에 비하면 우리 원화는 상당히 고평가 되어있다.
적극적 환율관리 정책 전환 필요하다
- 이렇게 훤히 들여다보이는 앞날을 왜 대응하지 못했나? 아니면 안 했나?
▲ 일단은 한국의 경제관료, 특히 환율 정책을 담당하는 분들의 머릿속에는 환율이라는 것은 그냥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박혀있는 것 같다.
사실 환율은 정책 변수이다. 일본의 아베도 이걸 정책 변수로 봤고, 중국의 위안도 정책 변수로 봤고 미국도 정책 변수로 본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상시 간섭하라는 것은 아니고 국가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으로 생각되면 과감하게 정책적으로 개입을 해야 한다. 여태까지는 그것이 부족했고, 거슬러 올라가서 2008년도 충격이 왔을 때 이명박 정부는 당시에 과감한 원화 약세를 유도해서 달러당 900원에서 1400원대까지 올렸다. 그것이 2010년과 2011년도에 우리가 서브프라임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굉장히 큰 효과를 봤었다. 그런 경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율 관리에 굉장히 소극적이었던 것은 아마 정부도 말 못할 압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추측 한다.
- 일본은 물론 중국도 고감한 환율관리에 나섰는데 우리는 왜 못한다고 보나?
▲앞서 얘기했듯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동안 금리도 낮춰야 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지난 2년 동안 사실 5번 정도에 그쳤다.
그리고 지금 현재는 미국 금리하고 한국 금리가 역전될 상황이다.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을 시장에 맡긴다고 손을 놓아버리니 정책의 중심을 잃어버린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대외적인 환경변화에 대한 정부의 대응 능력이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서 좀 아쉽다. 최근 국가미래연구원에서 산업 경쟁력 포럼을 만들어서 두 차례 개최했는데 거기에서 보면, 중국한테는 엄청 빨리 잡히고 있고 일본이나 선진국의 기술은 우리가 못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자동차 산업에서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휴대폰도 중국 시장에서 삼성 휴대폰이 점점 샤오미 한테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 결국은 우리 산업 자체의 경쟁력에 문제가 생기고 있는데 이런 현상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동안 삼성이나 현대차 같이 한국의 주력기업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서 경쟁력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고, 지난 20년 동안은 잘 버텨왔다. 그런데 중국이 따라왔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제조업 2050 플랜’을 보면 굉장히 대담하다. 2025년까지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고, 2035년까지는 선진국의 중반 정도로 넘어가고. 2045년이 되면 선진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설비라든가 기술문제 등 다각적인 차원에서 30년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반면 지난 10년간 한국의 리딩그룹들은 그런 부분들을 조금 소홀히 해왔고, 환율 문제라든지, 고인건비 문제, 노조의 경직성 문제 등에 대해서도 정부 정책이 상당히 미래지향적으로 발 빠르게 움직여줘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 결과가 수출의 부진으로 점점 나타나는 것이다.
중국자본의 한국기업 M&A 파장 주시해 볼 때
- 그런 면에서 정부가 창조경제 혁신센터를 중심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은가?
▲ 그런데 창조경제라는 것은 군대에 비교하면 포병이다. 한 50Km, 100Km 앞을 쏘는 그런 전략이라고 보면. 실제로 당장 중요한 것은 보병이다. 즉 제조업 시장에서 중국이나 일본하고 백병전을 하는 보병에 해당하는 중소기업들이 수 없이 많은데 그런 기업들의 경쟁력과 설비와 기술과 인력 문제는 가만 놔두고. 창조적인 것만 자꾸 찾으면, 그게 공백이 생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창조기업도 좋고 창조혁신센터도 좋지만, 지금 당장 시장이 없어서 설비와 조업을 줄여가는 제조업 현장에 있는 수십만 개 중소기업의 현실 문제를 빨리 우리가 손쓰지 않으면 앞으로 수출 감소는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여기서 우리가 구조적으로 좀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다. 지금 우리 상장기업의 약 16~17% 정도가 좀비기업으로 분류가 되고 있다.. 또 소위 새로운 기술을 갖고 벤처 비즈니스 쪽에서 사업을 하는 분들이 자금 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많다. 이런 기업들을 중국이 자금력을 배경으로 M&A를 해간다고 하면 우리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벌써부터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도 일부 그런 쪽은 이미 진행이 되고 있고, 중국의 그 막대한 자본을 통해서 그리고 한국의 어떤 정책 입장이 자본 규율에 대해서는 자유방임적인 그런 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지금도 어떤 M&A 또는 중국 자본의 진출이 다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정부가 드러나게 할 수는 없으나, 그래도 아주 스마트하게 그야말로 한국 제조업의 주체성. 또는 제조업의 아이덴티티를 지켜나가는 차원에서의 정부와 금융권과 중소기업 또는 중소기업협회가 끊임없이 물 밑에서 노력을 해야 한다.
- 그런 노력 가운데 하나가 구조조정이다. 말하자면 좀비기업은 퇴출을 시키고, 잘 될 수 있는 기업에 그 자금을 대주면 우리가 중국이나 다른 나라와 더 경쟁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구조조정에 대해 말로는 적극적이지만 행동은 소극적이다. 왜 그렇다고 보는가?
▲구조조정은 어떤 분야이건, 예컨대 노동이든 금융이든 교육이든 제조업이든 이해가 걸린 기관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제조업 구조조정 같은 경우에는 이니셔티브를 제조업이 갖고, 무엇이 어렵고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지금 장애요인이다 하는 부분을 그 사람들로 하여금 계획을 세우게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항상 구조조정은 어떤 정치적인 차원, 또는 정부의 차원에서 밀어붙인다.
그것은 효율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저항감을 유발하고, 따라서 그것이 얼마 안가서 유야무야 되고 마는 것이다. 구조개혁이라는 것은 그것이 항상 그 중심에는 이해가 걸려있는 이해당사자가 주도해야 한다고 본다. 모든 정부의 구조 개혁은 항상 정부 또는 상황을 잘 모르는 외부인들의 주도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항상 실패로 끝난다.
수출중소기업 설비 현대화, 기술인력 양성, 금융지원 등 서둘러야
-수출부진과 제조업 문제 등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환율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소극적인 자세를 빨리 탈피해서 우리도 과감하게 중국이나 일본, 또는 미국과 같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그런 정책이 있어야 한다.
또 지금 40만~50만개의 등록법인화 된 중소기업 중에서 수출기업들이 굉장히 애로사항이 많은데 이들에 대해 설비 현대화와 고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 인력 체제와 그것을 지원할 수 있는 금융체제가 결합이 되도록 하는 것이 창조경제 못지않게 중요하다.
다만 이런 작업들은 한 두 해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고 한 두 정권에서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긴 안목을 갖고 지금부터 계속해서 대책을 추진해나가야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5년 뒤인 2020년대에 수출은 지금보다도 상당히 줄어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우리나라 경제가 어떻게 되느냐는 문제는 정치하시는 분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에 달려 있는데 이 분들이 요즘 하는 것 보면 정치적 이벤트를 갖고 인기몰이 하는 데에 좀 열중인 것 같아 걱정이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서 이런 구조적인 것을 갖고 고민을 하고. 설득을 하고 애로를 제거하고 이런 데 좀 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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