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의 1년 후
광복 70주년과 3포세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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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을 맞아 무언가 정리가 필요가 시점이 아닌가 해서 이야기를 드리고자 합니다.
돌이켜 보면 광복 70년의 지난 세월 동안 대한민국은 일제 식민지의 암울한 시대와 광복, 민족의 분단, 6.25 동란, 그리고 가난하고 어려운 시대를 견디면서 가난한 신생 후진국에서 현재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로 선진국 수준에 육박하는 국가로 발전했습니다.
2차 대전이전 후진국 중에서 전후에 선진국이 된 나라는 싱가폴을 제외하고는 단 한 나라도 없었다는 사실을 고려해 본다면, 선진국의 문턱에 이른 대한민국의 발전은 오바마 대통령이 아버지의 조국 케냐를 방문 했을 때, 한국의 발전을 보라고 했듯이 시장경제체제의 우월성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보신 영화 “국제시장”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에 하나는 끝 부분에 노인이 된 주인공 “덕수”가 아버지 영정 앞에서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하면서 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눈물을 참고 버티던 관객들조차도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하는 대목에서는 바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는 감동에 눈물을 참기 어려웠던 장면입니다. 다행히 “국제시장”은 여기서 끝납니다.
하지만 만약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덕수”가 오늘날 취업-결혼-자녀“를 포기한다는 소위 “삼포시대”의 고민을 안고 있는 손자와 지난 세월이 아니라 다가오는 세월을 이야기한다면, 과연 이렇게 감동의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었을까요?
고개를 돌려 미래를 바라보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집니다. 이미 한국 경제는 저성장-고령화의 흐름에 들어가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은 2%대가 “뉴노멀”로 자리 잡았으며, 경제활동인구는 2016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65세이상 인구비중은 현재 12%대를 넘어 2030년 2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요즈음 청년세대는 스스로 “3포 세대” 즉, 취업-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라고 합니다. OECD 회원국 중에서 15세에서 29세의 청년층 인구 중에서 고용과 훈련 등 구직의지가 없는 청년층의 비중은 한국이 15.6%로 OECD 평균 8.2%의 거의 배에 달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활력을 잃어 성장률이 낮아지자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1%대 금리에 저축을 해서 언제 내 집을 마련한다는 희망이 있겠습니까?
이런 암울한 미래 전망에는 세계경제의 구조변화를 비롯하여 불가피한 측면이 상당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지금 기성 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우리 아버지 세대가 우리에게 그러했듯이, 우리도 다음 세대에게 우리가 산 시대보다 더 나은 시대 환경을 물려 주는 것이 역사적 책임이라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비관적인 시대에 대응하여 지금 우리 기성 세대는 다음 세대에게 보다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과연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연금 개혁을 했으니, 다음 세대는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할 수 있을까요? 구조개혁을 해서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었으니 열심히 해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지금 정부는 “임금피크제” 추진에 애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공기업들 조차도 대상 316개중 도입한 공기업 수는 11개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기성세대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임금피크제 조차도 양보를 못하겠다면, 우리는 과연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3포시대건 5포시대건 너희시대는 너희가 알아서 살아라고 할 것입니까?
지금 우리 사회는 마치 “총체적 무력증”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면, 지나친 이야기일까요? 우리 모두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며, 무언가 잘못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은 피부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요?
청와대는 국회 때문에 정책 추진이 안 된다고 하고, 국회에서는 여당은 야당 때문에, 야당은 여당 때문에, 언론사는 수익성 때문에, 학계는 자신들의 평가점수를 채우는데 급급하여 한국 사회를 제대로 들여다 볼 여력조차도 없다고 합니다. 그런 결과로 이대로 간다면 지금 기성세대는 아버지 세대로부터 “기회의 시대”를 물려 받았지만, 자식 세대에게는 “절망의 시대”를 물려 줄 가능성은 높아만 가고 있습니다.
기성세대는 자식 세대가 우리보다 못 사는 결과를 가져 오지 않도록 최선으로 노력해야 할 역사적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세금을 더 부담하지 않으면, 기성세대의 복지비용을 우리보다 살림살이가 더 어려운 다음 세대에게 부담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절망의 시대를 넘겨 주는 것도 부족해서 세금 부담까지 떠넘긴다면, 기성세대는 참으로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세대가 될지 모릅니다.
최근 UN이 발표한 인구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 60세이상 인구의 비중은 2050년 세계 두 번째 높은 나라가 될 것이며, 이보다 더 놀라운 전망은 우리나라 인구가 2030년 5천 2백만명을 정점으로 해서 2050년 5천백만명, 2100년에는 3천8백만명으로 급격하게 감소할 것이라고 합니다. 한편 2050년 60세이상 인구의 비중은 41.5%로 세계 2위의 고령국가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이미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는 세대가 등장했으니 UN의 전망이 당연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세계 경제가 혼미한 가운데서도 각국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데 “각자도생”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일본을 보십시오. “잃어버린 20년”은 옛날 이야기고 엔저와 제조업의 부활 덕분에 1990년이래 최대 활황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New York Times 보도에 따르면, 세계의 공장은 더 이상 중국이 아니라 미국으로 옮아 가고 있으며, 낮은 에너지 비용과 세금 부담으로 전 세계의 기업들이 미국으로 몰려 들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영국의 케머론 정부는 낮은 소득에도 불구하고 세금과 복지는 높은 기형적인 영국 경제의 구조를 높은 소득과 낮은 세금과 복지수준의 새로운 구조로 개편하는 대대적인 국가 혁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세대가 역사적 책임을 다 하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는 우리보다 어려운 경제형편에 살게 될 가능성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음 세대에게 보다 나은 시대를 물려 주어야 하는 이 역사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기성 세대는 포퓰리즘의 단 맛에서 과감하게 깨어나서 기득권 내려 놓고 구조개혁에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할까요? 대통령만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정치권을 쳐다보는 것은 더욱 한심한 일입니다. 그러기보다 “각자도생”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다음 세대가 우리 세대보다 못 사는 세상에서 살지 않도록 하는데 나름의 노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비롯하여 노동개혁을 지지하는 것은 젊은 이들의 일자리 창출을 돕는 것이며, 세금을 더 부담해서 국가 재정을 튼튼하게 하면 다음 세대들이 갚아야할 빚을 줄여 주는 것이며, 손자 손녀를 돌봐 주면 출산을 촉진하는 것입니다.
우리 아버지 세대가 혼신의 힘을 다해 기회의 시대를 우리에게 물려 주었듯이 우리도 다해 우리가 살아온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 주는데 힘을 다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역사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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