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의 1년 후

표류하는 한국경제, 어디로 가는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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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9월11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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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추석)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추석은 결실의 계절인 탓에 그만큼 풍성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2019년 추석은 착잡하고, 답답하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경제는 암울하고, 더구나 앞으로 더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대표적 경기지표인 경기종합지수의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보면 24개월째 내리 하강을 기록하고 있다. 과거에 1년 반 정도 하강하다 2년 반 정도 상승하던 관행이 파괴되고 있다. 이는 경기가 장기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있다는 신호다. 또 4~6개월 앞의 경기를 나타내준다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25개월째 하강 국면이다. 앞으로의 예고지표도 하강을 가리키고 있는 셈이다.

 

-이런 원인은 제조업이 계속 부진한데다 근래 들어서는 그나마 성장의 버팀목이었던 서비스업과 소비까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가운데 업종별 생산을 보면 5년 전 보다 줄어든 업종이 절반을 넘고, 수출은 9개월째 전년 동기보다 감소하고 있다. 취업자 수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정부재정이 지원한 일자리 중심으로, 또 60대 이상 고령자 취업이 늘어날 뿐 30~40대 취업자 수는 늘지 않고 있다.

 

-올해 2분기 성장률 잠정치가 2%로 발표되어 금년 성장률이 2%를 미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성장률이 낮아진 것보다 더 주목해야 할 사실은 2% 성장률에서 정부의 성장 기여율이 1.8% 포인트를 차지하고, 민간의 성장 기여율은 0.2%포인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민간의 성장 동력이 꺼져 가는 모습이다.

 

-우리 경제의 불안 요인 가운데 하나는 환율이다. 지난 6월말기준으로 보면 환율 하락(평가절하)율이 세계 3위이다. 이를 빌미로 하여 시중에는 외환위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외환위기 가능성은 전혀 없다. 외국투자자들의 돈이 8월에도 순유입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환율 약세와 주가 하락이 함께 일어나는 양상이다, 그 이유는 한국 경제가 미·중 무역마찰의 가장 큰 피해국인 동시에 한·일 무역전쟁의 당사국이며, 그 결과로 한국경제가 상당한 손상을 입을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확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 세계 경제는 수출시장 위축이 제조업 침체를 가져와, 세계 제조업은 2012년의 유럽 재정위기 직후 수준으로 침체되고 있으며, 제조업의 침체는 서비스업의 침체로 옮아가고 있다. 그동안 견실한 성장 기조를 보였던 미국 제조업도 확장국면이 끝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미국 경제도 2020년에 침체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 이 경기가 침체로 전환할 것이라는 증거로 등장하고 있다.

 

- 주목해야 할 양상은 세계경제가 순환적인 경기침체(recession)를 넘어서 일본식의 장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이른바 ‘Japanification’ 또는 ‘Secular stagnation’에 대한 우려가 높아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 세계 경제와 국제정치의 기존의 틀이 무너짐으로 인해 악화되고 불확실성이 증대하는 국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국익을 도모하는 국가전략의 수립과 유연성 있는 정책 운영이 절실하다. 그러나 정부 정책은 대일 무역전쟁으로 경직화되고, 대미·대중 관계에서 혼란에 빠져 있다. 즉 세계경제 잘서와 국제정치의 틀이 흔들리는 과정에서 한국 경제는 표류하고 있다.

 

- 정부가 그동안 힘을 쏟아 왔던 ‘소득주도성장’은 실종 상태에 있다. 그렇다면 경제정책의 그 다음 비전은 무엇인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 대외 여건 속에서 정부는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는가? 재정 확대와 반일 자립경제로는 크게 부족하다. 민간 경제가 희망과 활력을 회복하는 것이 절실하다. 그런 노력이 없는 한 한국 경제는 표류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당장의 경기침체보다도 성장잠재력의 악화다. 

 

-이 시대 절체절명의 과제는 반일(反日)도, 통일도, 분배 개선도 아니다. ‘성장잠재력 확충’ 없이는 어떤 비전도 허구에 불과하다. 세계 경제는 ‘긴 겨울’이 오고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긴 겨울에 대비하기 위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는 다가올 ‘긴 겨울’의 어려움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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