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Kai Jun의 美썰

내상과 외상 3<그림이 있는 단편소설-제4화 NO.3>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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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0월05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10월05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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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Jun, 봄의 환희, Oil on Canvas, 45.5cm X 53cm​, 2019년 작

은혜와 용식

 

은혜와 용식이 다시 만나 것은 며칠 뒤였다.

은혜는 몸을 추슬러 패션숍의 가을 디피를 다 끝냈다. 얼마 전 추석 때에도 남들은 고향 간다, 산소에 간다고 하는데 자기는 갈 데가 없었다. 보육원 원장님도 돌아가셔서 안계시고 정말 갈 곳이 없었다. 명절도 그렇고 휴일도 그렇고 따로 할 일이 없는 은혜는 그냥 숍에 나와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오늘은 허망하고 외로운 생각이 나서 그냥 어린이대공원에 갔다. 공원에 가면 엄마의 향기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자기가 살았던 상계동은 88올림픽을 준비하는 정부의 시책으로 모두 재개발하여 살던 곳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나마 어린이대공원은 변함없이 은혜의 기억을 간직할 수 있게 그 자리를 지켜주고 있어서 은혜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어린이대공원을 걷다 보니 코스모스가 여기저기 피어있었다. 가녀린 꽃대위에 한 송이 피어나는 코스모스,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이는 코스모스를 보며 은혜는 자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 높아지고 맑은 푸른하늘이 참 예뻤다. 하늘을 바라보는데 왠지 모르게 가슴이 시려오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눈물이 고인 눈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쳐다보니 그들의 얼굴이 이글어져 보였다. 문득 며칠 전 자기를 구해준 구급대원이 생각났다. 자기를 구해주었는데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그를 당황하게 한 것이 못내 미안했다. 은혜는 어린이대공원 옆에는 엄청나게 큰 소방서가 있다는 생각이 났고 거기에서 근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은혜는 발걸음을 옮기며 어차피 군자역으로 가려면 그쪽으로 가야하니 가는 길에 들려 저번에 자기를 구해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은혜는 어린이대공원 바로 옆에 소방차가 아주 많은 광나루안전체험관으로 갔다. 안전체험관에서 남자의 인상착의를 얘기하니 여기가 아니라 바로 옆의 능동119안전센터로 가보라고 했다. 능동119안전센터에 들어가 그를 찾았다. 그는 출동 나가고 없었다. 함께 자기를 구해줬던 여자 대원만 있었다. “안녕하세요. ... 얼마 전에 대공원 정문에서 기절했었던 사람인데요...” 은혜의 어색한 인사에 여자대원은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머, 그때 그분이시군요. 건강해진 얼굴을 뵈니 참 좋네요. 이리 앉으세요.” 서로 인사하고 자기가 그날 경황이 없어서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못함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사실 은혜는 남자대원의 얼굴에 놀라서 말을 못했던 것이다. 여자대원은 그럴 수 있다고 말하며 이렇게 미인이 오셔서 고마움을 전하는데 우리 영웅은 또 누구를 구하러 가셔서...미녀 얼굴도 못보네. 호호호은혜는 생각지도 않은 미인이라는 말에 쑥스러워 다른 말로 얼른 돌리려고 했다. “미녀라뇨... 호호호. 그런데 영웅은 그때 그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은혜의 질문에 여자대원은 용식에 대하여 말하기 시작했다. 마음이 아주 따뜻하고 용감한 사람이며 사람, 동물 가리지 않고 구해내는데 이 지역에서는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용식을 설명해 주었다. 은혜도 그런 것 같다고 응수해주자 여자 대원은 묻지도 않았는데 용수가 왜 그렇게 화상을 당하게 되었는지도 얘기해 주었다. 은혜는 용식을 보았을 때 외모에서 느껴지는 이질감과 무서움의 생각이 변하고 있었다.

 

은혜는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여자대원이 정말 고마웠다.

자신은 전농동에서 패션숍을 하고 있으니 시간 날 때 들리면 가을 스카프를 선물하겠다고 말하고 일어섰다. 여자대원도 그리 멀지 않으니 한번 들리겠다고 답하였다. 은혜는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다.

 

문을 열고 나가는데 문 앞에서 제복에 묻은 먼지를 털고 있는 용식과 마주쳤다. 또 몸을 아끼지 않고 어떤 일을 처리하고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은혜가 인사를 하려고하자 여자 대원이 먼저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용식씨 이 여자분 기억나지? 며칠 전 공원 정문 앞에 기절해 있어서 ...” 여자대원은 용식에게 장황하게 설명해 주었다.

용식은 얼굴에 화상이 있어 표정 변화가 잘 나타나지 않지만 은혜는 분명 웃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은혜는 정말 고마웠어요. 그때 제가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지 못해서...” 용식은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찾아와 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데 건강한 모습으로 이렇게 뵈니 보람되네요. 감사합니다!” 은혜는 되려 자기가 더 고맙다고 표현하는 용식에게 묘한 감정이 생기며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저 혹시 시간되시면 두분 식사라도 하면 어떨까요? 제가 뭐라도 보답하고 싶은데 오늘 무작정 오다보니...” 은혜는 길 건너에 보이는 패밀리레스토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여자대원은 왠지 기분이 들떴다. 여자 친구 없이 늘 혼자 보내는 용식을 찾아온 예쁜 여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좋았다. “그래, 용식씨 이제 교대 시간이니 같이 가서 식사해. 그래야 이 여자 분도 빚진 마음을 없애고. ~여자대원이 부추겼다. 용식은 어색한 듯 가만히 있었고 여자대원은 적극적으로 용식의 팔을 끌었다.

아니... 이래도 되나 모르겠네요. 하여간 감사합니다. 그럼 옷 갈아입고 나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용식은 멋쩍어 하면서도 싱글벙글하는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용식은 안으로 들어갔고 여자대원은 얼마전 추석에도 용식씨는 일만 했어요. 우리들은 직업상 어디를 가기도 어렵고 시간을 정해서 약속잡기도 어려운데 잘 되었어요. 정말 고마워요.”라며 용식과 맛있는 식사하라고 말해주었다. 은혜는 같이 가는 것이 아니냐고 물으니 여자 대원은 저는 아직 근무시간이 남아서 곤란하고요. 용식씨와 함께 하세요. 참 좋은 남자예요.” 라고 하였다.

은혜는 남자와 단둘이 식사한지가 너무 오래되어 어색하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자기가 한 말이니 이제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그냥 처음 맘먹은 데로 저 남자에게 고마움의 마음을 식사하며 잘 전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용식은 말끔하게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둘은 길을 건너 패밀리레스토랑으로 들어갔고 식사를 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용식은 밝고 맑고 순수한 사람이었다. 은혜는 이렇게 맑은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는 자신이 사람들을 구해주며 얻는 보람에 대한 얘기를 할 때 그의 눈이 천사처럼 맑고 순수하게 빛나는 것을 느꼈다. 용식의 얘기를 듣다보니 그의 얼굴이 어색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상하게 자기의 닫힌 마음이 열리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믿을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은혜는 이 남자가 궁금해졌다. “용식씨는 쉬는 날에는 무엇을 하세요?” 딱히 물어볼 말도 없었고 남자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도 잘 몰라서 그냥 나온 말이었다. 아마 무의식중에 이 남자도 자기처럼 휴일날에도 특별히 할 일이 없지 않을까하는 동질감을 느껴서인 것 같았다. “저는 서울에 혼자 살아요. 그리고 제 외모가 이렇다보니 사람들이 잘 다가오지도 않고요. 주로 유기견 보호소에서 자원봉사하며 강아지들과 놀지요.” 은혜는 그러시군요.” 갑자기 이 남자에게 묘한 감정이 생기며 측은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뭔가 길게 얘기를 해주고 싶고 이 남자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자기 외에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본 경험이 부족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은혜는 용식의 얘기를 듣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자기 마음속에서 하는 어떤 말을 듣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은혜는 저기 코스모스 좋아하세요? 어린이대공원에 코스모스 많이 피어있던데...” 라고 말을 했다. 무언가 남과 공감대를 얻기 위한 이런 말을 하는 스스로가 놀라웠고 할 말이 이것 밖에 없냐는 한심한 자책이 동시에 들었다. 용식은 좋아합니다. 직장 바로 옆이라 자주 가죠. 요즘이 한참입니다.” 용식은 자기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는 이 여자가 참 좋게 느껴졌다. 용식도 물었다. “저 초면에 이런 질문해도 되나 모르겠는데 그날 밤 왜 거기에서 혼자 있다가 기절하신 거예요? 신고 하신분이 얘기했는데 너무 예쁜 분이 혼자 한자리에 꼼짝도 않고 가만히 서있어서 혹시 광고 찍나? 하는 생각으로 쳐다보고 있었답니다. 그렇게 은혜씨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기절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고, 그래서 다가가 흔들어보니 완전히 의식을 잃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은혜는 자기의 아픔을 얘기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지만 차마 말을 꺼내지 못 했다. 입속에 맴도는 자신의 아픔에 대해 그리고 그 아픔으로 인해 자기가 기절했다는 말을 하고 싶지만 낮선 남자에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가만히 용식의 눈만 쳐다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뚝하고 떨어졌다.

 

뭐라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깊은 상처.

눈물이 꽉 찬 눈과 꾹 다물었지만 입안에 가득 고인 말들, 용식은 아무 말도 없는 은혜의 표정에서 수천마디의 이야기를 느꼈다.

용식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리고 테이블에 있는 냅킨 한 장을 은혜에게 건네며 자기의 얘기를 했다. “저는 화상으로 인해 사춘기 시절 심각한 우울증이 있었어요. 어디를 가기도 싫었고 사람들을 만나기도 싫었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치유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죠. 아버지 얘기를 들을 때는 그 말뜻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습니다. 지리산 천왕봉 꼭대기에서 말씀을 해주셨는데 내려오는 내내 생각을 해보니 조금 이해가 가더군요. 상처와 치료에 관한 얘기인데 그 얘기를 들으니 , 내가 그동안 마음의 치료를 전혀 하지 않았구나.’하는 깨우침이 오더군요.” 은혜는 갑자기 자기 얘기를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30여 년 동안 상처를 안고 살았다. 상처가 아물기는 커녕 비슷한 상황을 보거나 느끼기만 해도 아픔으로 잠을 못 이루는 삶을 살고 있다. 은혜는 용식의 눈을 바라보며 뭐라고 하고 싶었는데 조금 전까지 아픔의 기억으로 눈물이 난 상황이라 말을 하면 다시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은혜의 표정에 용식도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대화는 단절되고 둘은 그냥 식사를 마치고 일어섰다.

용식은 자기가 한 질문으로 어색한 분위기가 만들어 진 것 같아 미안했고 은혜는 용식에게 자기를 구해준 고마움을 표하려 했는데 그렇지 못해 미안했다.

 

은혜가 계산을 마치자 용식은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찾아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은혜도 미소로 답했다. 둘은 레스토랑을 나와 헤어지기 전 인사를 다시 하는데 가을바람에 가로수로 있는 벚꽃 나무 이파리 몇 개가 후드득 떨어졌다. 아직 낙엽이 떨어지기에는 이른 시기인데 은혜 앞으로 떨어지는 낙엽은 둘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사인으로 은혜는 느껴졌다. 낙엽을 잠시 보던 은혜는 저기 괜찮으시다면... 가을이 가기 전에 공원에 코스모스 함께 보러 가 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아까 치료에 대한 얘기도 마저 듣고 싶고요.” 은혜는 용기를 내어 말을 했고 용식도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둘은 휴무시간을 맞춰 약속을 잡고 헤어졌다.

 

며칠이 지나고 둘은 어린이대공원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핀 들판을 걷고 있다.

은혜씨는 가을과 코스모스를 좋아하시나보네요? 코스모스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은혜는 모처럼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다. “사람들은 가냘 퍼 보이는 코스모스가 저를 닮았다고 하는데 저는 파란하늘을 향해 무리지어 있는 모습이 좋아요. 코스모스는 항상 무리지어 피더군요. 파란하늘은 부모 같아 보이고 무리지어 있는 모습은 오순도순 살아가는 가족 같고요.” 은혜의 말에 용식은 그렇게 보일수도 있구나 하는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미소로 시작된 은혜의 표정이 말을 이을수록 우수에 차 보인다는 생각이 들은 용식은 저 사람이 말하지 않는 어떤 아픔이 삶에 모두 연관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용식은 저토록 예쁜 은혜가 가진 아픔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었고 연민의 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저기... 은혜씨가 저번에 치료에 대한 얘기를 해달라고 했었는데 어떤 아픔이 있으신가요? 제가 도움이 되고 싶어서요.” 용식은 조심스럽게 은혜에게 말했다. 은혜도 이번에는 자기 얘기를 해볼 심산으로 나왔기에 대답을 했다. 은혜는 자기가 가진 아픔을 모두 얘기했다. ? 어린이대공원을 가슴속에 담고 있었는지 버려진 아이의 고통이 무엇인지를 말했다. 그리고 그 고통에서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하는 자신을 설명했다.

 

입을 여니 이상하게 잘못 먹은 것을 토해서 쓴물이 나올 때까지 토하는 것처럼 어린시절의 아픔을 모두 얘기하게 되었다. 얘기하는 동안 왠지 모르게 이 남자에게는 얘기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남자는 자신이 하지 않아도 될 일 때문에 생긴 평생의 상처를 이렇게 가볍게 털고 있는 것이 부러웠다. 은혜는 자기의 인생을 얘기하면 할수록 닫힌 마음이 열리고 사람을 믿을 수 있는 힘을 얻고 있었다. 말없이 진지하게 들어주던 용식이 이렇게 말했다. “정말 큰 아픔이 있으셨군요. 그래서 그날 그런 일도 있었군요. 은혜씨 아픔이 얼마나 큰 크기인지 짐작이 갑니다. 그런데요. 아픔은 치료하기 나름입니다. 방치하면 오래 아프거나 더 아플 수도 있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빨리 통증이 사라지게 되죠. 상처의 크기만큼 흉터는 생기겠지만 아프지 않으니 움직일 수 있고 생활할 수 있죠. 산행하다 보면 발바닥에 큰 물집이 잡힐 때가 있죠. 아파서 움직이기 정말 힘듭니다. 그런데 치료돼서 통증이 사라지면 언제 아팠냐는 듯이 또 산에 올라가죠.”

그의 말이 맞았다. 은혜는 어린시절의 아픔을 치료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엄마가 원망스러웠고 세상이 미웠다. 만약 올림픽이 열리지 않았다면, 재개발이 되지 않았다면, 엄마와 내가 다른 동네에 살았다면, 아니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라는 별별 가정을 하며 세상을 원망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을 닫으면 닫았지 치료를 할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은혜는 이 남자가 말하는 아픔의 치료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치료가 되는지 그리고 그게 진짜 가능한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용식은 미소 띤 얼굴로 은혜를 쳐다보다가 은혜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처음 치료를 생각했을 때 무엇을 먼저 생각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불속으로 뛰어든 저의 용기가 잘못되었는지 아니면 불을 낸 영희가 잘못을 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이런 몰골로 계속 사는 것이 잘못 된 것이지, 그 어떤 것도 잘 잘못을 구분할 수가 없더군요

그러다가 제 자신부터 하나하나씩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것이 출발선이더군요. 나는 어떤 사람이고 그것이 이 사회에 쓰임새가 있는 것인가? 그러면 그 쓰임새로 내가 행복할 수 있는가? 라는 식으로 제가 살아야 할 이유를 먼저 찾았어요. 그렇게 판단을 해보니 제가 괜찮은 사람으로 느껴지더군요. 저는 용기 있고 남을 아끼는 마음이 있다는 아버지의 평소 칭찬이 기준이 되었습니다.

 

제가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기고 나니 그 환경에서 행복 할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이 생기더군요. 그러고 나서 제가 아픔으로 가졌던 마음을 하나씩 처리했어요. 남의 시선이 따가웠던 것을 생각해봤어요. 그 시선을 더 이상 아픔으로 느끼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저를 경계하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도 했고요. 그런 과정이 더 이상 아픔으로 다가 오지 않게 하는 치유더군요. 아버지가 치료를 하라고 말씀해주신 덕분에 저는 살면서 겪어야하는 아픔의 상황들을 미리 판단해봤고 그런 상황이 되어도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봐요.” 

 

은혜는 용식의 말을 듣고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갈피를 잡기는 어려웠다. 그저 저런 생각과 실천을 하는 용식이 부러웠다. “저는 상황이 다르고 어떻게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모르겠어요. 엄마 생각만 해도 복잡한 감정이 생기고 가슴이 답답하며 눈물이 나와 미칠 지경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용식은 잠시 가만히 은혜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말을 이었다. “은혜씨는 아픔으로 인해 자기를 돌아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은혜씨를 잘 모르지만 예의바르고 외모도 너무 예쁘고 또한 패션 감각도 상당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미 이정도만으로도 자신을 사랑 할 수 있는 이유는 너무 많다고 생각돼요. 또한 그 능력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고요

물론 어린시절 아픔이 큰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 나이라면 부모님이 있건 없건 간에 독립할 시간은 지났죠. 이미 은혜씨는 보호받아야 할 시간이 지났다고 봐요. 그러니까 과거의 아픔을 지금까지 가지고 계실 이유 자체가 없다는 것이죠.” 

 

용식은 잠시 말을 멈추어 은혜의 표정을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다시 말을 이었다. “저는 은혜씨가 함께 어린이대공원에 가자는 말을 꺼냈을 때 얼마나 가슴이 뛰고 좋았는지 몰라요. 은혜씨는 그렇게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다시 말하면 은혜씨가 자신을 좀 더 진실하게 바라본다면 모든 것이 정리 될 것 같아요. 은혜씨는 이제 온전한 어른이 되었으니 어린이의 아픈 마음을 버려야 해요. 어른이 된 은혜씨를 스스로 느껴 보세요

그리고 만약 엄마를 찾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할지를 생각해 보세요. 지금 이 순간에 엄마를 만난다면 엄마를 원망하고 미워 할 건지 아니면 엄마를 용서할 건지. 아마 용서 하게 될 거예요. 그렇다면 엄마를 만나지 않았지만 마음속에 있는 엄마를 용서하세요.” 용식은 은혜를 위하여 진심을 담아 얘기했다

 

은혜는 살면서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마음이 있다는 생각을 용식의 말 속에서 알게 되었다. 은혜는 용식에게 대꾸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엄마를 만난다면, 지금 엄마를 만난다면...’이라는 가정을 하면서 엄마를 만났을 때 원망하고 자기를 왜 버렸는지를 따지겠다는 생각 외에 더 이상의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느꼈다.

은혜는 자신이 느끼는 아픔은 30여 년간 가시덤불 속에 갇힌 새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엄마가 아버지에게 버림받았었다는 것도 생각하게 되었다. 엄마도 오죽하면 그랬겠냐는 생각이 들며 엄마를 이해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엄마를 원망하기 이전에 아빠가 문제의 시작이었음에도 한번 보지 못한 아빠는 원망하지 않았었다. 아니 그런 대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에 대한 트라우마가 없는 것처럼 엄마에 대한 생각도 바꾸기만 한다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때 멀리서 한 가족이 웃으면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평소 이런 상황을 바라볼 때 은혜는 고통스러웠다. 시기심이 생기고 서럽고, 쓸쓸하며, 우울하고, 참담한 생각이 들어 바라보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마음의 변화가 생겼다. 바라보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엄마와 아이가 깔깔거리며 장난치는 모습이 평범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심정의 변화를 느끼며 순간 은혜는 소름이 돋았다. 내가 변하고 있구나. “... 용식씨 엄마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왠지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고마워요.” 용식은 은혜가 뭔가 변화를 시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

어머니를 용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셨으니 이제 은혜씨가 살아야 할 이유와 행복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시면 좋겠어요. 더 이상 우울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말고 행복한 인생으로 설계하셔야죠. 정말 다행입니다. 아픔의 요인을 버렸으니 치료는 된 거나 마찬가지예요.” 용식은 활짝 웃으며 은혜를 바라보았다.

 

은혜는 동토에 묻혀있는 미이라처럼 자신의 아픈 기억이 32년간 얼어붙어 있었다는 깨달음이 왔다.

얼어붙은 아픈 기억단단하게 만들어진 기억을 이제 이 남자를 통해 녹여 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미소가 따스한 햇살 같고 그의 말이 얼어붙은 개울물을 다시 흐르게 하는 봄비 같았다.

은혜는 멈추었던 정서적 성장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며 가슴이 떨렸다.

 

그렇게 조금씩 은혜의 방치되었던 상처는 아물어 가고 있었다.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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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저는 소방대원과 구급대원이 펼치는 아름다운 선행이 수없이 많지만 잘 알려지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소방서 소속 구급대원이 사람도 구하고 그 사람의 아픈 마음도 달래주는 이야기를 완성하여 연재하였습니다. 영웅적 삶을 살아가시는 여러분을 존경하며 우리나라 소방대원과 구급대원의 희생과 봉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상과 외상 – 은혜

내상과 외상 – 용식

내상과 외상 – 은혜와 용식

 

 

Kai Jun(전완식)

30여 년간 인물화를 중심으로 회화 작업에 열중하였다. 인물화에 많은 관심을 둔 것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었다. 또한 인물을 그리기 위해 대상의 정신세계를 그림 안에 투영하려 노력하였다. 인물화를 넘어 진정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한 노력으로 인간의 감정과 감성을 다룬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하게 되었다.

 

주요 미술경력은 국내외 개인전 27회 단체전 80여회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의 위치에 따른 형상 변화 신비510년 만에 재현 -대한민국 7번째 대통령 인물화 작가(박정희 전 대통령 박정희대통령기념관 소장 / 문재인, 트럼프 대통령 청와대 소장) -Redwood Media Group 글로벌 매거진(뉴욕 발행) ‘아트비즈니스뉴스표지 작가 및 뉴트랜드 작가 15인 선정 -미국 행정/정책학 대학원 석,박사 과정 강의 자료로 작품 선정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운영위원, 기획위원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한성대학교 예술대학원장 -광복70주년 국가 행사 대표작가(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및 서울도서관 전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전시행사 대표작가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학력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산업대학원 졸업하였다.

 

현재 한성대학교 ICT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이사, 설치미디어아트분과 부위원장, 국가미래연구원 문화예술체육 연구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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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0월05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10월07일 11시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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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리스트 Kai Jun(전완식) 소개

30여 년간 인물화를 중심으로 회화 작업에 열중하였다인물화에 많은 관심을 둔 것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었다또한 인물을 그리기 위해 대상의 정신세계를 그림 안에 투영하려 노력하였다인물화를 넘어 진정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한 노력으로 인간의 감정과 감성을 다룬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하게 되었다.

 

주요 미술경력은 국내외 개인전 27회 단체전 80여회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의 위치에 따른 형상 변화 신비를 510년 만에 재현 -대한민국 7번째 대통령 인물화 작가(박정희 전 대통령 박정희대통령기념관 소장 문재인트럼프 대통령 청와대 소장) -Redwood Media Group 글로벌 매거진(뉴욕 발행) ‘아트비즈니스뉴스표지 작가 및 뉴트랜드 작가 15인 선정 -미국 행정/정책학 대학원 석,박사 과정 강의 자료로 작품 선정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운영위원기획위원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한성대학교 예술대학원장 -광복70주년 국가 행사 대표작가(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및 서울도서관 전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전시행사 대표작가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학력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산업대학원 졸업하였다.

현재 한성대학교 ICT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이사설치미디어아트분과 부위원장국가미래연구원 문화예술체육 연구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