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상과 외상 2<그림이 있는 단편소설-제4화 NO.2>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남자의 이름은 용식이다. 용식이네 집은 지리산 자락의 산골이었다. 용식이 할아버지는 마을의 훈장님이셨고 아버지도 할아버지처럼 한학을 많이 공부했지만 약초꾼으로 살고 있다. 아버지는 용식에게 인간이 갖춰야할 도덕이 무엇인지를 기저귀 찼을 때부터 알려주었다. 용식은 산골 아이답게 자연을 친구 삼아 씩씩하게 자랐다. 또한 용식은 아주 용감하여 골목대장 노릇을 하던 아이였다. 아이들 사이에 우상이었고 장차 꿈도 장군이 되는 것이었다. 의로운 일에는 앞장을 서고 자기가 생각한 것이 옳다고 느껴지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실천하는 훌륭한 아이다. 마치 들국화의 꽃말처럼 상쾌한 느낌이 나는 아이다.
용식이 살던 동네에는 폐가가 하나 있었는데 이곳은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어느 늦 가을날 떠돌이 개가 폐가에 왔다. 아이들은 개의 몰골이 너무 지저분해서 경계를 하였다. 문 쪽에서 놀던 광수가 소리쳤다. “얘들아 이 똥개 좀 봐라. 구린내 나게 생겼다. 한 대 때려서 쫒아내자” 그러면서 들고 있던 막대기로 개를 때리려하자 개는 으르렁 거리고 짖기 시작했다. 개를 만만하게 봤던 광수도 놀랬다. 갑자기 광수와 개의 대치상황이 되며 자칫 잘못하면 광수가 개에게 물리는 일이 생길 것 같은 상황이 되었다. 그때 “하하하 광수야 개에게 그러면 안 되지. 새끼도 밴 것 같은데. 저 배 모양 봐라” 경직된 상황에서 호탕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용식을 보고 광수도 개도 기가 눌렸다. 용식이 웃으며 다가오자 개가 경계를 풀고 꼬리를 살살 흔들기 시작했다. “광수야 막대기 버려 그리고 찐 고구마 가져온 거 이리 줘 봐.” 용식은 영희가 가져온 찐 고구마를 조금 쪼개서 개에게 던져주었다. 개는 처음에는 먹지 않고 경계를 하다가 용식이 먹으라는 몸짓을 계속 취하자 냄새를 맡더니 먹기 시작했다. 고구마 한 개를 모두 먹고 나서 개는 아이들을 향해 꼬리를 흔들며 서로 교감 할 수 있다는 표시를 했다. 편안한 분위기가 되자 용식은 “애들아 이 개가 아무래도 새끼 밴 것 같은데 집도 없는 것 같아. 우리 개집 만들어 주고 우리가 다 같이 키우자. 새끼나면 새끼도 키우자. 어때?” 영희가 아주 크게 기뻐했다. 나머지 친구들도 동의하고 버려진 사과 상자와 짚단들을 가져와 처마 밑에 개집을 만들었다.
영희는 집으로 뛰어가서 할머니가 드시려고 불려놓은 눌은밥 한 사발을 몰래 가져왔다. 아이들은 ‘누렁이’라고 개의 이름을 지어줬다. 누렁이와 아이들은 그렇게 친해졌고 걸레를 빨아서 누렁이의 털에 엉겨있는 검불과 때를 닦아주었다.
그렇게 아이들의 보호를 받던 누렁이는 강아지 5마리를 낳았다. “저 얼룩무늬 있는 강아지는 내꺼다.” “아니야 내가 먼저 찜했다고!” 용식이 친구들은 서로 자기 강아지 하겠다고 법석이 났다.
영희는 “아휴 너무 귀엽다. 저 쪼꼬만 다리 좀 봐. 엄마 젖 찾아서 기어간다. 우리 누렁이 먹이 가져온 거 주자.” 아이들은 각자 자기네 집에서 가져 온 음식을 누렁이에게 주고 평소처럼 딱지치기와 공기놀이를 하다가 누군가의 집에서 밥 먹으러 오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면 집으로 갔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날이 조금씩 추워지더니 아침에는 서리가 두껍게 끼고 점심에는 진눈깨비도 살짝 온 날이었다. 용식과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누렁이와 새끼들이 춥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끝나면 폐가에 가서 누렁이, 미미, 동구, 순돌이, 바둑이, 흰둥이를 방안으로 옮기고 개집도 좀 더 따뜻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주자고 하였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연장과 버리는 옷을 가지고 모였고 옆집 영희는 옥수수와 고구마를 잔뜩 가져왔다.
아이들은 누렁이 식구가 따뜻하게 지낼 생각에 들떠 개집을 만들고 옷을 깔아주고 누렁이 식구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은 개집을 바람이 안 들어오는 안쪽으로 자리를 잡고 누렁이와 강아지들을 옮겨 주었다.
할 일을 마친 아이들은 평소대로 신나게 놀다가 허기진 배를 채울 양으로 옥수수와 고구마를 구워 먹기로 했다. 불을 피우고 옥수수와 고구마를 굽기 시작했는데 태식이가 옥수수와 고구마만 먹으면 목메니까 뒷산에 있는 감나무에서 감을 따오자고 했다. 단물이 많이 나오는 연시와 고구마를 먹을 생각하니 아이들은 신이 났다. 영희는 옥수수와 고구마를 굽고 남자아이들은 모두 감을 따러 뒷산에 갔다.
감을 잔뜩 따서 내려오려는데 영희가 소리를 지르며 뛰어왔다. “불이야! 집에 불이 났어!” 아이들이 도착했을 때 집은 이미 장작더미가 타는 것처럼 활활 타고 있었다.
누렁이와 동구, 순돌이, 바둑이, 흰둥이는 있었는데 미미가 없었다. 누렁이는 이미 몇 번을 들랑날랑하며 새끼들을 물어 왔는지 온몸에 털이 다 그슬려 있었다.
영희가 발을 동동 구르며 내 잘못으로 미미가 죽게 되었다고 엉엉 울었다. 안에서는 미미가 낑낑대는 소리가 났지만 아무도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 순간 용식이는 개집에 깔려고 가져온 남은 옷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뛰어들었다. 이미 화마가 지옥 불처럼 타고 있는 공간에 미미는 이리저리 움직였고 용식이가 미미를 잡는데 시간이 걸렸다. 다시 용식이가 미미를 데리고 나왔을 때에는 용식이는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특히 맨살이었던 손과 얼굴은 많이 이글어져 있었다.
몇 년이 지나고 용식은 사춘기가 왔다. 자신의 외모에서 오는 콤플렉스로 예전과 다른 용식을 아버지는 안타깝게 생각했다. “용식아. 집에만 있지 말고 산이라도 올라가라. 너 그 팔다리가 뭐니. 참새 다리처럼 얇아서 뭣에 쓰겠니? 너 예전에 육군 대장 된다고 했잖아.” 아버지의 말에 용식은 “이 얼굴로 무슨 육군 대장이 되요?” 퉁명스러운 대답을 하고 용식은 집을 나가 버렸다. 용식의 아버지는 매우 가슴이 아팠다. 용식의 대답에 용식아버지는 더 이상 뭐라 말할 수 없었다. 깊은 밤 대청에서 혼자 약초를 손질하는 아버지 앞에 용식이 다가왔다. 용식은 아버지에게 낮에 쏘아붙인 말이 미안했는지 가만히 잔소리를 들을 생각으로 머리를 조아리고 섰다. 용식아버지는 잔소리 대신에 “용식아 너는 본래 훌륭한 사람이다. 너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용식아버지는 용식에게 자신감을 가지라는 따스한 말로 모든 말을 함축해 버렸다. 용식은 뭔지 모를 감정에 눈물이 났다.
어느 날씨가 맑은 날 용식아버지는 산에 올라가자고 했다. 천왕봉을 오르는 것은 산골아이지만 힘들었다. “아버지 산꼭대기에 가서 할일도 없다면서 왜? 자꾸 가자는 거예요. 이만 돌아가요.” 중간에 몇 번이고 돌아가자고 투정을 부리는 용식을 아버지는 자기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용식이 포기하지 않도록 계속 독려하였다.
“너는 이미 어렸을 때 나와 이 천왕봉에 오르지 않았었니? 너는 할 수 있다. 포기하려는 마음이 너를 못난 사람으로 만드는 거야. 용식아 조금만 더 가면 봉우리다. 힘내서 가보자.” 그렇게 힘든 산행은 계속되었고 결국 천왕봉을 발밑에 둘 수 있었다.
지쳐서 헉헉 거리는 용식이 땀을 식히고 안정을 찾자 아버지는 말을 꺼냈다. “용식아 고생했다. 그리고 장하다. 결국 해냈구나. 너는 할 수 있다. 아버지 얘기를 잘 들어주길 바란다.” 아버지는 용식에게 자기가 몇 년간 해주고 싶었던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용식아 이 세상을 살다보면 어려운 일이 많이 생긴다. 그것은 마음의 상처일수도 몸의 상처일수도 있다. 이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는지가 중요하고 그 치유로 다시 힘을 얻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너는 씩씩하고 강한 사람이다. 네가 타고난 것과 다르게 요즘 약한 모습을 보니 아버지는 많이 가슴이 아프다. 오늘 아버지가 말하는 치유를 잘 생각해 보길 바란다.” 용식아버지는 숨을 고르고 다시 얘기하기 시작했다. 용식도 아버지의 진지한 모습에 경청하게 되었다.
“강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문제 자체에 집중하는 마음을 갖는다. 반면 약자는 문제보다 환경과 비교하는 마음을 갖는다. 강자의 치유는 자신이 극복해야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감과 만족감으로 치유가 되는 것이다. 이후에는 어떤 흔들림도 없다. 약자의 치유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보고 위안을 얻어 치유하는 것이다. 자기가 어려운 일을 겪고 있을 때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 ‘그래 지금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있는데...’라는 마음이 생긴다. 그러면 쉽게 마음이 안정 된다. 그런데 이런 약자의 치유는 치유를 한 것 같아도 자기보다 조건이 좋은 사람이나 환경을 보면 다시 또 아픔이 온다. 즉, 순간적으로는 치유 된 것 같지만 치유가 된 것이 아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 것 같은 거짓 치료이다. 용식아 지금 너는 어떤 치유도 하지 않았다. 네가 어떻게 마음을 먹고 세상을 대하느냐는 지금 중요하다. 아버지의 말을 잘 생각해 보고 강자의 치유를 하길 바란다.” 용식은 아버지의 긴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이해는 안 되었다. 그러나 중요한 말인 것은 분명하다는 생각을 했다. 용식은 산을 내려오는 동안에도 아버지의 얘기를 곱씹어 보았다. 그리고 왜 집에서 말하지 이렇게 힘들게 산꼭대기까지 끌고 와서 이런 말을 할까라는 생각도 함께했다.
어른이 된 용식은 육군 장군이 되겠다는 꿈을 접고 소방 구급대원이 되었다. 어린이대공원 옆에 있는 광진소방서 소속으로 능동119안전센터에서도 용감하고 성실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지리산 정기를 받고 커서인지 체력도 남달랐다. 용식은 근무가 없는 날에도 봉사활동을 하거나 안전센터에서 남들이 하지 않는 불편한 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가을 날 밤 3층 난간 끝에 어린 여자아이와 새끼고양이가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소방대원과 구급대원이 모두 출동했다. 긴박한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아이가 떨어지게 되면 큰 사고로 변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또한 사다리차가 들어 갈 수 없는 좁은 공간으로 인해 매달려있는 아이를 구출하는 것이 위험하고 시간을 다투는 일이었다. 구조를 위한 특별한 대안이 없는 다급한 상황이었다. 난간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용식은 순간 어린 시절 미미를 구하려고 뛰어들었던 자기와 지금 고양이를 구하려다 난간에 매달린 여자아이가 오버랩 되는 것을 느꼈다. “제가 나무를 잘 탑니다. 제가 올라가겠습니다!” 용식이 소리쳤다. 이미 용식의 능력을 알고 있는 대원들은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용식은 재빠르게 난간과 난간을 넘나들며 아이를 먼저 안전하게 구출하고 새끼 고양이도 구해냈다. 지켜보던 동네 사람들은 다 같이 함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며 용식을 영웅으로 대우했다. 여기저기에서 대단하다. 정말 수고했다. 고맙다는 말들이 터져 나왔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 돌아온 안전센터.
싱글벙글하는 용식을 보고 동료 대원이 한마디 한다. “용식씨는 그렇게 좋아? 소방대원도 아니고 구급대원이... 힘들지 않아?” 용식은 씩 웃으며 대답한다. “저는 사람이건 동물이건 저로 인해 생명을 건졌다는 것에 보람을 느껴요. 저는 그 사실만으로 아주 좋아요.”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 순간 출동 명령이 왔다. 장소는 바로 옆 어린이대공원 정문이었다.
용식은 쉴 시간도 없이 출동하지만 입가에 미소는 계속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용식은 그날 밤 운명의 여인을 만난다.
내상과 외상 2 – 용식
Kai Jun(전완식)
30여 년간 인물화를 중심으로 회화 작업에 열중하였다. 인물화에 많은 관심을 둔 것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었다. 또한 인물을 그리기 위해 대상의 정신세계를 그림 안에 투영하려 노력하였다. 인물화를 넘어 ‘진정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한 노력으로 인간의 감정과 감성을 다룬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하게 되었다.
주요 미술경력은 국내외 개인전 27회 단체전 80여회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의 위치에 따른 형상 변화 신비’를 510년 만에 재현 -대한민국 7번째 대통령 인물화 작가(박정희 전 대통령 –박정희대통령기념관 소장 / 문재인, 트럼프 대통령 –청와대 소장) -Redwood Media Group 글로벌 매거진(뉴욕 발행) ‘아트비즈니스뉴스’표지 작가 및 뉴트랜드 작가 15인 선정 -미국 행정/정책학 대학원 석,박사 과정 강의 자료로 작품 선정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운영위원, 기획위원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한성대학교 예술대학원장 -광복70주년 국가 행사 대표작가(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및 서울도서관 전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전시행사 대표작가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학력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산업대학원 졸업하였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칼럼리스트 Kai Jun(전완식) 소개
30여 년간 인물화를 중심으로 회화 작업에 열중하였다. 인물화에 많은 관심을 둔 것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었다. 또한 인물을 그리기 위해 대상의 정신세계를 그림 안에 투영하려 노력하였다. 인물화를 넘어 ‘진정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한 노력으로 인간의 감정과 감성을 다룬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하게 되었다.
주요 미술경력은 국내외 개인전 27회 단체전 80여회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의 위치에 따른 형상 변화 신비’를 510년 만에 재현 -대한민국 7번째 대통령 인물화 작가(박정희 전 대통령 –박정희대통령기념관 소장 / 문재인, 트럼프 대통령 –청와대 소장) -Redwood Media Group 글로벌 매거진(뉴욕 발행) ‘아트비즈니스뉴스’표지 작가 및 뉴트랜드 작가 15인 선정 -미국 행정/정책학 대학원 석,박사 과정 강의 자료로 작품 선정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운영위원, 기획위원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한성대학교 예술대학원장 -광복70주년 국가 행사 대표작가(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및 서울도서관 전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전시행사 대표작가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학력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산업대학원 졸업하였다.
현재 한성대학교 ICT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사)한국미술협회 이사, 설치미디어아트분과 부위원장, 국가미래연구원 문화예술체육 연구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