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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내상과 외상 1<그림이 있는 단편소설-제4화 NO.1>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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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9월21일 22시04분
  • 최종수정 2019년09월21일 22시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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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Jun, 가을바람에 날리는 순수함​​, Oil on Canvas, 45.5cm X 53cm, 2019년 작

 

 

은혜

은혜의 패션숍에는 손님들의 기분 전환을 위해 늘 뮤직비디오가 나오고 있었다. 은혜도 TV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콧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오후 가을 신상품을 걸기 위한 은혜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랄라~. 기온이 어제 보다 5도 떨어진다고 했지. 이제 가을 손님이 많을 테니 예쁘게 꾸며야지. 어디 보자 이 노란색 코트는 여기에 걸고...” 손님들이 기뻐할 즐거운 상상을 하며 저녁도 건너뛴 채 은혜의 패션숍은 가을 냄새가 짙어지고 있었다.

혼자 운영하는 점포라서 할 일이 참 많았다. 은혜는 어제 새벽시장에서 사온 신상품들을 옮기다가 잠시 쉬어야겠다는 생각에 커피를 한잔 타 와서 TV앞에 앉았다. “어머. 이적이네. 이적의 노래는 참 생각 할 꺼리를 많이 줘. 아니 그런데 저 내용은...” 뮤직비디오를 보던 그녀는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TV를 볼 수도 패션숍에 있을 수도 없게 되어버린 은혜는 하던 일을 멈추고 점포 문을 닫고 나왔다. 길에 나온 은혜는 걸었다. 목적도 없이 걸었다. 그녀의 트라우마는 길을 배회하고 무한정 걷게 한다.

......

 

 

5살배기 은혜는 동네 골목에서 친구들과 소꿉장난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붉은 벽돌을 빻아 고춧가루를 만들고 풀을 뜯어 김치를 담근다. 어린 은혜는 한두 살 많은 언니들이 만들어 주는 가짜 음식을 먹는 담당이다.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과 달리 아침부터 동네는 시끄러웠고 고함소리도 자주 들렸다. “~! 이놈들아 우리보고 어딜 가라고 이러는거야!” 아저씨들은 씩씩대며 이리 몰려가고 저리 몰려갔었다.

은혜야~!” 은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가 은혜 주려고 때때옷 샀다. 이거 입고 호랑이, 사자, 원숭이 있는 공원에 우리 놀러가자은혜는 신이 났다. 엄마와 집에 가는 내내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노래를 부르며 공원에 놀러갈 생각에 들떠 있었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은혜는 어린이대공원에 왔다. 호랑이의 늠름한 모습, 코끼리의 커다란 코, 멋진 갈기가 있는 사자도 좋았지만 은혜가 특히 좋아하는 것은 사람과 닮은 원숭이였다. 원숭이는 은혜가 던져 주는 과자를 재주를 부리듯이 이쪽 철망에서 저쪽 나무를 오가며 받아먹었다. 다른 원숭이들도 은혜에게 다가오고 은혜는 손에 들고 있던 과자를 조금씩 쪼개서 원숭이들에게 던져 주었다. 달콤한 과자 맛을 본 원숭이들이 은혜에게 잘 보이려는 듯이 왔다 갔다 하며 은혜에게 손을 내밀었다. 녀석들은 노래에 나오는 빨간 엉덩이였다. 그 빨간 엉덩이를 실룩실룩하며 왔다 갔다 하는 모습만 봐도 은혜는 웃음이 나와서 까르르 웃었다. 은혜는 원숭이가 긴팔을 이용하여 이 나무에서 저 나무를 옮겨 다니는 것이 너무 신기해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가득 차있던 과자 봉지의 과자가 없어지자 은혜는 엄마에게 과자를 더 달라고 엄마를 쳐다보았다. “엄마, ... , 엄마... , , 엉 엉, 엄마~!” 엄마는 없었다. 처음에는 엄마가 보이지 않았고 조금 지나자 눈물에 상이 흐려져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은혜는 원숭이 우리 앞에서 하염없이 울고 서 있었다. “~! ~!” 한참 동안 엄마를 부르며 울었지만 엄마는 오지 않았다.

은혜는 자기의 목소리가 작아서, 이 많은 사람들 때문에 자기 소리를 엄마가 못 듣는다고 생각하여 더 크게 소리 내어 울었다. “!! 엉 엉! 엄마! ~!” 절규하는 은혜의 울음소리에도 엄마는 나타나지 않았다.

엄마를 찾아 공원을 헤매 다니던 은혜를 어떤 언니가 다가와 미아보호소에 데려다 주었다. 다른 아이들도 있었다. 은혜처럼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 얼굴이 엉망이 된 아이들이 있었다. “파란색 상의에 흰색 바지를 입은 4살 가량의 여자 어린이를 찾는 부모님은 정문 앞 미아보호소로 오시길 바랍니다.” 아이를 찾아가라는 방송이 나가고 조금 지나면 넋이 나간 표정의 어른들이 와서 아이들을 데려갔다. “흰색 원피스를 입은 5살 가량의 상계동에서 온 여자 어린이를 찾는...” 어린이대공원이 문을 닫을 때까지 은혜를 찾아가라는 방송은 수십 번 넘게 어린이대공원에 울려 퍼졌지만 은혜 엄마는 오지 않았다. 다음날도 오지 않았다.

 

은혜는 경찰서로 넘겨지고 자기가 살던 동네가 상계동, 이름은 은혜, 엄마와 둘이 살았고 엄마 이름은 은혜엄마, 친구는 동수, 유미, 집 뒤쪽에 큰 산이 있고 동네에는 누런 개들이 많으며 고양이들도 많았다고 자기가 아는 모든 정보를 주었다. 그리고 엄마를 찾아달라고 경찰 아저씨에게 울며불며 매달렸다.

경찰아저씨와 은혜는 상계동으로 갔다. 상계동으로 다가갈수록 흰 먼지가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1987년 봄 은혜가 살던 상계동의 무허가 판자촌은 모두 허물어지고 있었다. 은혜의 동네도, 집도, 엄마도 없었다.

 

18살이 될 때까지 은혜는 아동양육시설인 보육원에서 지내다가 24살까지 자립관으로 옮겨 살았다. 성인이 되어 남자친구도 사귀어 봤으나 저 남자가 나를 버리면 어떻하나?’가 늘 머릿속에 있어 남자를 사귀면 사귈수록 의심과 불안, 외로움 등의 부정적 감정이 더 커져서 사귈 수가 없었다. 죽을 때까지 혼자 살겠다고 각오하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일을 하여 지금의 패션숍을 열수 있었다.

......

 

 

일에만 몰두하고 싶었고 일만 하고 있으면 잡념이 없었는데 조금 전에 본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뮤직비디오는 은혜의 마음속에 감춰두었던 어떤 것들을 모두 밖으로 끄집어내었다.

은혜는 자기도 모르게 어린이대공원에 와있었다. 공원의 불은 모두 꺼져있고 들어갈 수 없는 공원의 정문 앞에 서서 은혜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직도 남아있는 엄마에 대한 생각은 미움, 원망, 배신감으로 점철되어있지만 그 안에 그리움도 있었다. 은혜는 자기도 모르게 엄마라고 작게 소리를 냈다. 1987년 봄 이후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말이다. 보통 사람들은 수천수만 번 불렀을 그 말은 은혜는 32년간 불러보지 못했다. 가냘프게 나온 엄마라는 말은 들을 대상도 없는 허공에 외쳐본 말이라 그 공허한 무게감은 은혜를 더욱 짓눌렀다.

 

은혜는 마치 망부석이 된 것처럼 한참을 어린이대공원 정문 앞에 미동도 없이 서있었다. 가을이 되어 바람은 점점 차가워졌다. 이미 마음이 식을 대로 식은 은혜지만 가을의 찬바람은 은혜를 더욱 싸늘하게 만들고 있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냥 주저앉고 싶었다. 다리가 떨리고 손끝이 아렸다. 아까부터 흐르던 눈물은 이제 볼 살을 따끔거리게 하고 있었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지고 은혜는 주저앉아 기절하였다.

 

언 듯 엠블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났던 기억이 있는 은혜가 눈을 떠보니 차 안이었다. 엠블런스가 은혜를 태우고 병원으로 가려던 것이었다. 여자 구급대원과 남자 구급대원이 보였다. “... 제가 쓰러졌었나요? 저 괜찮으니 내려주세요. 집에 갈 수 있어요.” 정신을 되찾은 은혜는 괜찮으니 집에 가겠노라고 했다. 여자 구급대원은 병원에 가서 조치를 받고 안정을 찾은 다음에 가셔야해요. 그대로 편하게 누워 계세요.” 여자 구급대원이 미소로 안정을 시켜줬다. 은혜는 여자구급대원의 말을 따라 눈을 감고 누워 있다가 다시 눈을 떴다. 남자 구급대원과 눈이 마주쳤을 때 깜짝 놀랐다. 얼굴에 커다란 화상 흉터가 있었다. 은혜는 놀란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 은혜의 반응에 남자도 당황한 기색이 영력하였다. 남자는 은혜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를 잘 알고 있는 모습이었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려 했지만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은혜는 느꼈다. “죄송해요.” 은혜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남자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괜찮아요.” 남자는 은혜가 왜 소리를 질렀는지 다 안다는 듯이 답변하였다.

그렇게 은혜는 자기 삶의 가치관을 바꿀 남자를 만나게 됐다. 자기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들을 알아가며...

 

다음 편에 계속-

 

본 작품은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라는 뮤직비디오를 보고 느낌 감동을 단편소설로 엮은 것입니다. 사회적 울림을 준 이적씨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내상과 외상 1 은혜

내상과 외상 2 용식

내상과 외상 3 은혜와 용식 

 

Kai Jun(전완식)

30여 년간 인물화를 중심으로 회화 작업에 열중하였다인물화에 많은 관심을 둔 것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었다또한 인물을 그리기 위해 대상의 정신세계를 그림 안에 투영하려 노력하였다인물화를 넘어 진정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한 노력으로 인간의 감정과 감성을 다룬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하게 되었다.

 

주요 미술경력은 국내외 개인전 27회 단체전 80여회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의 위치에 따른 형상 변화 신비를 510년 만에 재현 -대한민국 7번째 대통령 인물화 작가(박정희 전 대통령 박정희대통령기념관 소장 문재인트럼프 대통령 청와대 소장) -Redwood Media Group 글로벌 매거진(뉴욕 발행) ‘아트비즈니스뉴스표지 작가 및 뉴트랜드 작가 15인 선정 -미국 행정/정책학 대학원 석,박사 과정 강의 자료로 작품 선정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운영위원기획위원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한성대학교 예술대학원장 -광복70주년 국가 행사 대표작가(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및 서울도서관 전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전시행사 대표작가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학력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산업대학원 졸업하였다.

현재 한성대학교 ICT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이사설치미디어아트분과 부위원장국가미래연구원 문화예술체육 연구위원이다.  

  • 기사입력 2019년09월21일 22시04분
  • 최종수정 2019년10월07일 11시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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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리스트 Kai Jun(전완식) 소개

30여 년간 인물화를 중심으로 회화 작업에 열중하였다인물화에 많은 관심을 둔 것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었다또한 인물을 그리기 위해 대상의 정신세계를 그림 안에 투영하려 노력하였다인물화를 넘어 진정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한 노력으로 인간의 감정과 감성을 다룬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하게 되었다.

 

주요 미술경력은 국내외 개인전 27회 단체전 80여회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의 위치에 따른 형상 변화 신비를 510년 만에 재현 -대한민국 7번째 대통령 인물화 작가(박정희 전 대통령 박정희대통령기념관 소장 문재인트럼프 대통령 청와대 소장) -Redwood Media Group 글로벌 매거진(뉴욕 발행) ‘아트비즈니스뉴스표지 작가 및 뉴트랜드 작가 15인 선정 -미국 행정/정책학 대학원 석,박사 과정 강의 자료로 작품 선정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운영위원기획위원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한성대학교 예술대학원장 -광복70주년 국가 행사 대표작가(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및 서울도서관 전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전시행사 대표작가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학력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산업대학원 졸업하였다.

현재 한성대학교 ICT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이사설치미디어아트분과 부위원장국가미래연구원 문화예술체육 연구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