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성의 휴식<그림이 있는 단편소설 -제1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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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Jun, 열대의 휴양지에서 느끼는 휴식, Oil on Canvas, 60.6cm X 72.7cm, 2019년 작
택시에서 준성은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공항에 도착해야할 시간이 이미 지나버렸다. 기사아저씨에게 빨리 가 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이미 늦은 시간이라 티켓팅이 가능할지 미지수였다.
가까스로 티케팅을 하고 짐을 붙인 후 허둥지둥 탑승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게이트 앞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려하니 며칠 전 아내가 부탁한 향수가 생각났다. 향수를 사기 위해서는 다시 면세점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탑승 시간이 몇 분 남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빨리 뛰어갔다 오면 될 수도 있겠다.’ 준성은 아내의 서운해 하는 얼굴을 생각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면세점에서 향수를 사서 돌아오는데 공항이 떠나가도록 탑승을 빨리하라는 재촉 방송이 들려오고 있었다.
허둥지둥 탑승을 마친 준성은 지정된 자리에 앉아 긴 한숨을 쉬며 숙제를 마친 아이처럼 편안한 마음을 얻었다. 비행기는 이륙을 하고 준성은 그동안의 피로로 잠이 쏟아졌다.
얼마를 잤는지 비행기 내부는 소등 되어있었고 창밖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뿐이었다. 창밖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되며 준성은 소리를 지를 뻔했다. 바이어와 논의할 모든 자료가 들어있는 노트북을 탑승구 앞 의자에 놓고 온 것이 지금 생각났다. ‘이런 멍청이, 미친 놈, 머저리...’
비행기가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회사 동료들에게 자료 전송 부탁 전화를 했다. 이미 서울은 새벽2시를 넘긴 시간이라 전화를 받는 사람은 부하직원 미스 김뿐이었고 그녀는 자신이 가진 자료는 부분밖에 없다고 하였다. 미스 김은 작년 여름 회사에 방문한 외국 바이어들에게 프리젠테이션을 같이 했다. 회사 초년생이어서 서툰 것이 많았다. 특히 준성이네 회사의 의료 장비를 다루는 것이 서툴러 실수가 많았지만 준성이 잘 마무리하여 좋은 성과를 냈었다. 그때 좋은 성과를 낸 사이라서 새벽 시간에도 전화를 받아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준성은 그것이라도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호텔에 도착한 준성은 기대감을 가지고 이메일을 확인하였다. 준성은 다시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그녀가 보내준 것은 이미 오래전에 작성한 사업안 초기 문서로 회사가 주력으로 내세울 제품이 변경되기 전의 사업계획서여서 시장 분석한 통계 자료 외에는 쓸 것이 없었다.
자기 머리통을 쥐어박고 싶은 심정을 참아가며 내일 회사에 도착하면 최과장에게 자료를 보내달라고 부탁의 답장을 하고 기억나는 데로 사업계획서를 수정하였다. 저녁 식사도 거르면서 정리를 하였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를 가지고 사업계획서를 완성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서울의 출근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시계가 밤 12시를 가리키자 최과장에게 전화를 했다. 겨우 통화가 되어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고 출근하면 자료를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신신 당부를 하였다. 문제는 최과장이 준성과 승진 라이벌 관계여서 그가 어떻게 회사에 말할지 자료를 정확히 보내줄지가 걱정되었지만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2시간 정도가 지난 후 이메일이 도착하였는데 객실 컴퓨터의 애플리케이션 사양이 낮아 열리지가 않았다. 식은땀을 흘리며 로비로 가서 사양이 높은 컴퓨터를 쓸 수 있냐고 문의를 하였지만 호텔내의 모든 컴퓨터는 동일하기에 서비스를 해줄 수가 없다고 하였다.
지금 런던은 새벽이고 어디에 가도 이 파일을 열수는 없다는 사실에 준성은 눈앞이 캄캄했다.
미팅은 아침 일찍 시작되기에 하는 수 없이 최과장에게 다시 전화하여 낮은 버전으로 변환하여 보내달라는 부탁 전화를 했다. 최과장은 회의를 하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몇 번의 전화를 했는데도 받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부장님께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부장님...” 준성은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어 김과장. 런던 잘 도착했지. 거기는 몇신가?” 부장은 형식적인 인사말을 했다. 준성은 떨리는 목소리로 자초지정을 말하고 파일을 변환해서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부장은 최과장에게 전화를 바꿔주었다. 최과장에게 다시 부탁의 말을 하고 있는데 전화기 너머로 부장이 욕을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전화를 끊고 나서 회사에 돌아갔을 때 변변치 못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 걱정되었다.
30분정도가 지나서 변환 된 파일이 도착했다. 파일을 열어보니 그동안 만든 자료가 모두 있었다. 로비로 가서 출력 서비스를 부탁하였다.
한숨도 못 잤지만 더 이상 실수 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미팅 장소에 일찍 갔다. 20분전에 도착 했는데도 바이어는 나와 있었다. 당당하고 의젓한 자세로 앉아 있었고 요즘은 보기 드문 카이저수염으로 단장한 전통적인 영국 신사로 보였다. 외모에서부터 기가 죽었다. 준성은 출력물로 설명을 시작하였다. 동영상으로 제작된 제품의 세부 설명을 보여 줄 수 없어서 답답했다. 또한 자기가 우겨서 큰 비용을 들여 제작한 동영상을 보여줄 수가 없다는 것이 회사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잘 설득해 보기위해 준성은 애를 썼다.
주어진 시간이 1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바이어는 큰 감흥이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쯤 되면 계약을 하자는 얘기가 나와야 하는데 바이어는 그저 듣기만 할 뿐 가타부타 말이 없다.
준성은 다시 식은땀이 나며 순간 비웃는 최과장과 동료 그리고 몇 년간 진급을 못한 준성을 달래 주던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바이어는 점점 표정이 굳어지더니 듣기가 지겹다는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준성은 하는 수 없이 노트북을 잃어버린 얘기를 하고 동영상을 보아야 세부기능을 알 수가 있는데 출력물이어서 설명이 부족했다고 말을 하고 다시 약속을 잡아주면 안되겠냐고 사정하였다. 그는 몹시 못마땅한 표정으로 비서를 불러 스케줄을 물어보았다. 비서는 준성의 다급하고 당황한 얼굴을 여러 번 쳐다보더니 내일 오후 4시에 30분간 시간이 있다고 했다. 준성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바이어에게 허리를 90도로 굽혀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준성이 허리를 굽히는 의미를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심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로 와서 노트북 대여를 부탁하니 노트북 대여는 안 되고 대여해주는 회사는 안내해 줄 수 있다고 하였다. 주소를 받아들고 위치를 확인하니 걸어서 10여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준성은 안내 데스크의 아가씨에게 가는 길을 다시 한 번 설명 받고 호텔을 나섰다. 처음 오는 런던이라 걸어서 가니 그 길이 그길 같고 헷갈렸다. 몇 번을 길가는 사람들에게 물어 회사에 도착하였고 노트북을 빌릴 수 있었다.
호텔에 도착하여 파일을 옮긴 준성은 내일은 정말 잘 설명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파일을 여러 번 확인하였다. 오늘 할 일들이 마무리 되니 쏟아지는 피로감에 준성은 골아 떨어졌다.
다음날 아침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 시간과 장소에 대한 확인을 하였다. 비서는 어제와는 다르게 명랑하고 정감 있는 어투로 대답해 주었다. 단 바이어의 영국 행사 스케줄을 오늘까지 마치고 회사가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내일 출국을 하니 오늘 오후에는 설명을 잘 해야한다는 말을 해주었다. 비서의 친절함에 고마움을 느끼며 준성은 설명을 잘 하겠노라고 말을 하였다.
오후가 되어 약속 장소로 가서 준성은 노트북을 켜고 동영상의 세부 설명을 중심으로 설명하였다. 동영상을 통해 설명을 하는데도 바이어는 큰 감흥이 없다는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준성이네 회사의 의료 기기는 진단 효과가 좋은 편인데 신제품이어서 증명하기가 어려웠다. 준성은 바이어의 감흥이 없는 얼굴을 보며 이번 일에서 성과를 못 내면 승진을 못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변변치 못한 사람으로 낙인찍힌다는 자신의 마음을 보고 있었다.
준성과 바이어가 약간의 침묵이 흐르고 있는 사이에 비서가 말문을 열었다. “작년에 다른 회사에 다닐 때 김과장님 회사에 방문한 적이 있어요.” 준성은 어제 오늘 다급한 상태에서 미팅을 하여 비서의 얼굴을 제대로 본적이 없었지만 지금 다시 보니 낯익은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과장님 회사의 컴퓨터 단층촬영장치를 통해 저는 암을 조기 발견 할 수 있었고 수술 후 지금은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요.”
비서의 말이 끝나자 준성은 작년의 일이 선명하게 생각났다. 미스 김이 장비를 잘 못 조작하여 오류가 발생하였고 장비 테스트 시범을 보여야 하는 시간이 지연되는 작은 소동이 있었다. 준성은 그때 기다리게 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희망자에 한해 컴퓨터 단층촬영을 해주고 회사 내 연구 닥터를 통해 진단도 해주는 이벤트를 실시하였다. 그 중 한명에게서 암으로 보이는 조직이 발견되었고 그로 인해 장비의 고성능을 모두 실감하여 좋은 성과를 냈었다. 그때 그 사람이 지금 옆에 있는 비서라는 것이다.
비서의 말에 바이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왜 얘기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비서는 암이 있었다는 말을 하기가 싫어서, 자신이 일 잘하는 건강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고 싶어서 가만히 있었는데 성능에 대한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침묵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작년의 고마움을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이제야 얘기한다고 했다. 대화는 급물살을 타고 바이어와 준성은 계약을 하게 되었다.
인천공항에 다시 도착 할 때까지 준성은 깊은 잠에 빠졌다. 나른한 열대 휴양지에서 느끼는 휴식의 시간을 즐기는 꿈을 꾸며...
Kai Jun(전완식)
30여 년간 인물화를 중심으로 회화 작업에 열중하였다. 인물화에 많은 관심을 둔 것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었다. 또한 인물을 그리기 위해 대상의 정신세계를 그림 안에 투영하려 노력하였다. 인물화를 넘어 ‘진정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한 노력으로 인간의 감정과 감성을 다룬 단편소설과 그림을 함께 작업하게 되었다.
주요 미술경력은 국내외 개인전 27회 단체전 80여회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의 위치에 따른 형상 변화 신비’를 510년 만에 재현 -대한민국 7번째 대통령 인물화 작가(박정희 전 대통령 –박정희대통령기념관 소장 / 문재인, 트럼프 대통령 청와대 소장) -Redwood Media Group 글로벌 매거진(뉴욕 발행) ‘아트비즈니스뉴스’표지 작가 및 뉴트랜드 작가 15인 선정 -미국 행정/정책학 대학원 석,박사 과정 강의 자료로 작품 선정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운영위원, 기획위원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한성대학교 예술대학원장 -광복70주년 국가 행사 대표작가(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및 서울도서관 전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전시행사 대표작가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학력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산업대학원 졸업하였다.
현재 한성대학교 ICT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사)한국미술협회 이사, 설치미디어아트분과 부위원장, 국가미래연구원 문화예술체육 연구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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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리스트 Kai Jun(전완식) 소개
30여 년간 인물화를 중심으로 회화 작업에 열중하였다. 인물화에 많은 관심을 둔 것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었다. 또한 인물을 그리기 위해 대상의 정신세계를 그림 안에 투영하려 노력하였다. 인물화를 넘어 ‘진정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한 노력으로 인간의 감정과 감성을 다룬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하게 되었다.
주요 미술경력은 국내외 개인전 27회 단체전 80여회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의 위치에 따른 형상 변화 신비’를 510년 만에 재현 -대한민국 7번째 대통령 인물화 작가(박정희 전 대통령 –박정희대통령기념관 소장 / 문재인, 트럼프 대통령 –청와대 소장) -Redwood Media Group 글로벌 매거진(뉴욕 발행) ‘아트비즈니스뉴스’표지 작가 및 뉴트랜드 작가 15인 선정 -미국 행정/정책학 대학원 석,박사 과정 강의 자료로 작품 선정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운영위원, 기획위원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한성대학교 예술대학원장 -광복70주년 국가 행사 대표작가(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및 서울도서관 전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전시행사 대표작가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학력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산업대학원 졸업하였다.
현재 한성대학교 ICT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사)한국미술협회 이사, 설치미디어아트분과 부위원장, 국가미래연구원 문화예술체육 연구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