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 초점] 中 당국, ‘숨겨진 채무’ 해소 대책 공표, “경기 부양엔 태부족“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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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전국인민대표자대회(‘全人代’; 우리나라 국회에 해당) 상무위원회는 지난 8일, 지방 정부들의 채권 발행 한도를 증액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지방 정부들이 안고 있는 소위 ‘숨겨진 채무’ 해소 대책이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지방 정부들이 ‘전항채(專項債; 특별지방채)’ 발행으로 조성된 자금으로 고금리인 ‘숨겨진 채무’를 차환(借換)하는 것이다. 2024년 말 현재 중국 지방 정부의 전항채 발행 상한은 29조5,200억위안이나 이를 6조위안 증액하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곤경에 빠져 있는 지방 정부들의 재정 파탄을 막으려는 응급 처방으로 보인다.
Reuters 통신은 중국 지도부가 지방 정부들의 재정난을 탈피하고 침체된 경제 성장을 회복하려는 목적으로 이번 대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채무 구조조정이 주목적이며, 미국에 트럼프 정권이 재등장하는 상황에서 모든 화력을 일거에 동원하기보다 경제 회생 및 활성화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도모하기 위해 적극적인 경기 촉진 전략은 일단 유보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사회의 시선이 온통 미국 대선 뉴스에 쏠려 있는 분위기 속에서 크게 보도되지는 않았으나, 중국 당국으로서는 고뇌의 채무 구조조정을 결단한 것이다. 아래에 이번 결정의 상세 내용 및 배경 등을 해외 미디어들의 보도 내용 및 전문가(NRI 神宮 健; 중국 금융경제 연구위원)의 분석 결과 등을 참고해서 요약한다.
“NRI ‘이번 조치로 지방 정부들의 자력 해소 부담은 상당히 경감될 것’ 전망”
중국의 지방채 중 ‘전항채’는 일반 공공 예산이 아니라 ‘정부성(性) 기금’ 예산 항목으로 별도 계상하는 채권이다. 이번에 증액한 6조위안은 2024년부터 3년 간 연 2조위안씩 발행해서 여분으로 조성되는 자금을 기존의 ‘숨겨진 채무’ 차환에 충당한다. 이에 더해, 기존 한도 내의 전항채 발행 대금 중 매년 8,000억위안(5년 간 총 4조위안)을 ‘숨겨진 채무’ 상환에 충당하는 한편, 2029년 이후 상환 예정이던 노후주택 개조에 소요된 2조위안도 당초 계약대로 상환할 계획이다. 모두 합치면 12조위안(당일 환율 기준 1.4조달러 상당)에 달하는 채무 해소 대책인 셈이다.
중국 지도부가 이번에 서둘러 지방 정부들의 ‘숨겨진 채무’ 해소 대책을 마련하기로 결단한 것은, 그간 국가 차원의 각종 인프라 사업 시행 등으로 누적된 ‘숨겨진 채무(주; 지방 정부들이 산하 별도 금융 법인 주체들을 통해 인프라 건설 등 자금 조달을 위해 차입한 채무)’ 부담 가중으로 지방 정부들의 재정 상황이 이대로는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마침 미국에 트럼프 2기 정권이 들어서게 되어, 만일, 트럼프 당선자의 사전 예고대로 중국을 향한 경제적 압박이 더욱 강화되는 상황에 사전에 대비하려는 측면도 다분하다.
중국의 이번 12조위안 규모의 지방 정부 ‘숨겨진 채무’ 해소 대책으로, 2023년말 현재 14.3조위안으로 추산되는 ‘숨겨진 채무’ 규모는 2.3조위안으로 크게 감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5년 간 지방 정부들이 자력으로 해소해야 하는 금액은 매년 2.86조위안에서 4,600억위안 정도로 줄어든다. 단, 이는 중국 당국의 추산에 따른 것이고, IMF는 2021년 말 현재 동 채무 규모를 61.38조위안으로 추산하고 있어, 중국 당국의 추계 수치는 크게 과소 평가된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의 효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선, 지방 정부들의 재정 디폴트 리스크가 경감되는 효과가 있다. 지방 정부들의 숨겨진 채무의 형태는 다양하다. 특히, 디폴트 리스크가 지적되어 온 것이 지방 정부들이 별도 융자기업 형태로 설립한 사업 주체들이 은행 및 신탁회사 등에서 차입한 채무 형태로,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디폴트 상태로 들어간 것도 있다.
이에 더해, 이들 지방 국유기업 사업 주체들이 발행한 채권들도 지금까지는 근근이 디폴트를 면해 왔으나, 최근 들어 부동산 시장 불황이 장기간 지속되는 가운데 지방 정부들의 토지 분양(장기 임대) 수입이 급감하자 ‘숨겨진 채무’ 상환 자금원이 고갈되기 시작하자 이들 지방 정부들의 디폴트 리스크도 급격히 높아졌다.
다음으로, 지방 정부들의 채무 부담(원리금 변제) 경감 효과를 들 수 있다. 당초에, ‘숨겨진 채무’의 금리 수준은 지방채 금리보다도 월등히 높은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로 지방정부채(債) 발행 한도 증액으로 조달되는 여분의 자금으로 기존의 숨겨진 채무 차환에 충당하면 그만큼 금리 부담이 줄어들고, 다른 프로젝트로 전환할 수 있는 자금 여유도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국 재무부는 이러한 상환 부담 경감 규모를 향후 5년 간 누계 6,000억위안 전후로 추산하고 있다.
“중앙/지방 정부 예산 구조의 왜곡을 지방 정부 예산으로 편입, 투명화 하는 것”
지금까지 중국 재정 구조 상 큰 문제의 하나로 지적되어 온 지방 정부들이 안고 있는 ‘숨겨진 채무’는 원래 중앙 또는 지방 정부가 자금을 조달해서 시행해야 할 인프라 구축 등 사업 프로젝트들을 자금이 부족한 지방 정부들이 산하 별도 기업을 통해 도맡아 시행하게 된 것에 유래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숨겨진 채무를 지방 정부들의 정식 예산에 편입해서 표면화, 투명화 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기존의 ‘숨겨진 채무’ 규모의 추산에 대한 과소 평가 논란은 차치하고, 중국 정부 당국의 추산인 14.3조위안 규모의 숨겨진 채무를 이번 해소 대책을 통해 처리한다고 해도, 새로이 숨겨진 채무가 발생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숨겨진 채무 규모는 2018년 이후 기존 채무의 해소 방침에 따라 서서히 감소해 왔으나, Covid-19 발발 이후 재정난으로 다시 확대되어 온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책에 언급된 것처럼, 부실한 재정 운용과 관련한 지방 정부 책임자들에 대한 엄격한 문책, 감독 관리 강화 등, 재정 건전화 노력을 촉진할 방책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중앙 및 지방 정부 간의 세제, 재정 제도 상의 구조 개선이 급선무인 것이다. 당면한 사안으로는, 중앙 정부로부터 지방 정부로 제공되는 이전지출을 증액하는 등의 발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숨겨진 채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국 지방 정부들은 관습처럼 대체로 산하 별도 금융기업들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공공 사업을 시행하면서 지방 경제를 지탱해 온 경위가 있다. 한편, 지방 정부들의 합법적 자금 조달원은 지방채 발행에 국한되어 있어, 최근 경기 부진으로 건설된 공공 인프라 시설 등의 이용자도 줄고 채산이 악화되고 있다. 게다가, 부동산 경기마저 장기 침체에 빠져 있어, 토지 매각 관련 수입도 급격히 감소하자 지방 정부들의 재정난은 핍박 일변도로 악화되어 왔다. 급기야, 중국 사회 전체의 금융 불안으로 연결될 위기 상황에 직면한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0 정권에 대비하는 사전 대비 작업(?), 경기 활성화 대책으론 태부족”
이번 중국 지도부의 ‘숨겨진 채무’ 구조조정 대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여태까지 공공연하게 드러나지 않던 음성적 채무를 지방 정부의 공식 예산 상 부담으로 전환하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는 중국이 최근 수년 간 겪고 있는 극심한 경기 침체 상황을 타개할 실수요 촉발을 위한 ‘마중 물’이 되는 재정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단, 재무부는 현재 중국의 정부부채비율은 국제 비교에서 낮은 수준이어서 재정 적자 확대 여지는 비교적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중국 지도부는 경제 발전 계획 목표 등을 감안하면서 지방 정부의 ‘전항채’ 발행 확대, 초(超)장기 국공채 발행 계속, 대규모 설비 투자 갱신 사업 지원, 소비재 개체(改替) 수요 지원 확대, 중앙 정부의 지방 정부로의 이전지출 확대 등 재정 조치들이 잇따를 가능성을 엿보이게 한다. 실제로, Bloomberg 통신은 최근 익명의 중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시진핑 정부는 우선 장기 침체에 빠져 있는 주택시장 수요 촉진을 위한 재정 지원 일환으로 상하이, 베이징 등 대도시 주택 매입에 따른 취득세율을 현행 3%에서 1%로 대폭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란포안(蓝佛安) 재무부 장관도 이번 대규모 채무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내년에는 보다 강력한 재정 정책을 펼칠 방침임을 시사했었다.
Bloomberg 통신은 이런 부동산 거래 관련 세금 혜택 확대 조치는 지난 주 채무 구조조정 계획 발표 당시, 경제 회생 대책을 내놓지 않아 실망했던 시장에 대규모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 대책을 시행할 것이라는 기대를 되살리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최근 몇 주일 동안에 기존 모기지 대출에 대한 금리 인하, 주택 매입 관련 규제 완화, 주택대출의 초입 금액 인하 등,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금년 들어 처음으로 전월인 10월 중 주거용 부동산 거래가 다소 회생, 반등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CNBC는 이번 지방 정부들의 채무 구조조정 결정은 시장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것이나, 이번 채무 구조조정의 규모는 최근 들어서 시행한 것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대규모인 점을 지적하는 전문가의 견해를 전했다. 동시에, 본격적인 경제 활성화 대책은 내년에 들어가 시행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Bloomberg 통신도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산 제품 수입에 60% 이상의 고율 관세 부과를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 감소에 대비하는 대책으로는 너무 미약하다고 우려하며, 향후 중국 당국이 보다 적극적인 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2008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담대한’ 4조위안 대책의 후유증 악몽은 여전해”
중국 당국이 극심한 경기 침체 속에서도 선뜻 ‘담대한’ 재정 및 금융 수단을 동원할 용기를 내지 못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08년 Lehman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4조위안(당시 환율로 5,860억달러 상당)이라는 상상 외의 대규모 대책을 내놓아 전세계를 놀라게 했었다. 당시 중국 GDP 규모는 미국, EU, 일본에 이어 4위에 머물고 있었고, 3.3조달러 수준이었으니 4조위안의 경기 대책은 GDP의 거의 20%에 육박하는 규모였다.
당시에, 중국은 이런 담대한 플랜을 통해 글로벌 충격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고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으나, 과도한 완화 정책의 후유증으로 인프라 및 부동산 투자가 극도로 과열됐고, 그 후 2012년에 집권한 시진핑 정권은 기업들의 과잉 채무 압축을 강제하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던 뼈아픈 교훈을 경험했다. 이런 과거의 교훈이 지금에 와서 시 정권으로 하여금 가계에 대한 직접 지원 등 재정 확장에 의한 경기 대책 시행에 신중하게 만들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예를 들어, 소득 격차가 극심한 14억 인구를 대상으로 공평하게 지원 대상자를 선별해내는 제도 구축 작업이 대단히 어려운 것도 현실적 난제인 것이다.
한 중국 경제 전문가(Fitch Bohua, Haizhong Chang 이사)는 란(蓝) 재무부장이 발표한 이번 채무 구조조정 패키지에 대해 “이번 채무 구조조정 계획은 과거 사례에 비해 규모가 월등히 큰 것이고, 중국 정부의 경제 정책에 중대한 전환을 의미하는 것” 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전문가(J.P. Morgan 자산관리사 HK, Chaoping Zhu 글로벌 전략가)는 “시장은 보다 본격적인 정책 전환을 고대했으나, 경기 활성화를 위한 재정, 금융 완화 대책이 나올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고 전망했다.
결국,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얼마 남지 않은 금년 중에 서둘러 대책을 내놓기 보다 내년에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고 대외 통상 정책 노선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기다려 대응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전인대 상무위의 결정은 우선 시급한 지방 정부 채무 구조조정에 치중하고 경기 대책은 차후 장기적 시야에서 대응할 것으로 기대할 수가 있겠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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