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 초점] “바이든 · 트럼프, 대선 앞두고 對 중국 강경 자세 경쟁 중”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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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국산 전기자동차(EV) 수입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25%에서 100%로 일거에 3배나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리튬 배터리, 반도체, 태양광 패널, 핵심 광물, 철강, 알루미늄 등을 포함, 180억달러 상당 수입품에 관세를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22일, 2025년 8월~2026년 사이에 품목별로 인상된 관세율을 적용할 구체적 일정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도 미국 정부의 무역 제재에 대한 대항 조치를 취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바이든 정부의 이번 대 중국 무역 제재는 통상법 301조에 근거해, 불공정 무역을 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상대국에 대해 일방적으로 제재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인정한 규정에 따른 조치다. 또한, 바이든 정권이 전임 트럼프 정권이 2018~19년 동안 총 3,700억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발동했던 제재 관세를 계승해 더욱 강화하는 조치인 셈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바이든 정권의 제재 조치는 대선을 불과 수개월 앞둔 시점에서, 미국내에 분출하는 중국 경계론을 염두에 두고 대선 전략의 일환으로 정치색이 강한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는다.
Bloomberg 통신은 미 USTR이 올 가을쯤 중국산 EV에 대해, 무역 제재와는 다른 차원으로 사이버 안보 등 관점에서 전혀 새로운 무역 제재를 공표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EU도 최근 중국산 EV, 재생 에너지 제품 등에 관세 인상을 염두에 두고 불공정 무역 조사를 계속할 방침을 발표하는 등 대응 자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감안하면, 주요국들의 이어지는 제재 강화로 혹시 미 중 경제 대국 간의 무역 전쟁이 재연될 조짐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中 상무부 ‘경제 · 무역 문제의 정치 도구화에 강력한 불만’, 대응 조치 예고”
중국 정부는 바이든 정부의 제재 관세율 대폭 인상 조치에 대해 상무부 대변인 담화를 발표, “중국 정부는 미국 측이 중국산 EV, 철강, 핵심 광물, 반도체 등 제품 수입에 대한 301조에 따른 제재 관세율을 대폭 인상한 것에 결연하게 반대하며, 향후 엄정하게 대응해 나아갈 것” 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상무부 대변인 담화는 “미국 측이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하여 301조 관세 발동을 남발하고 있다” 고 비난하면서, 경제, 무역 문제를 정치 문제로 만들어 도구화 하는 행위는 전형적인 정치적 조롱(操弄)으로, 중국은 이에 대해 강렬한 불만을 표한다” 고 강조했다. 또한, 세계무역기구(WTO)는 이미 미국의 301조에 근거한 관세 부과가 WTO 규칙 위반 행위로 재결(裁決)한 바 있다고 거듭 환기했다.
또한, 미국이 301조에 근거한 관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발전을 억지할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중국과 연계를 끊기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종전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양국 정상들이 이미 합의한 공동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고, 양국의 협력 분위기에 엄중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따라서, 미국은 이런 잘못을 즉각 시정하고 관세율 인상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며, 자국 권익을 지키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방침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의 강경 노선을 의식, 對 중국 자세를 강화하려는 의도”
바이든 정부 USTR은 지난 2022년부터 제재 관세 수정 작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검토 작업 결과에 따라, 이번 관세율 인상은 값싼 중국산 제품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단속해 자국의 탈(脫)탄소 관련 산업을 육성하려는 것이다. 또한, 미국 정부는 중국이 생산 능력이 과잉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국 경제 활동을 우선해서 부당하게 값싼 제품을 범람(氾濫)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이든 정권은 정권 출범 초기부터 탈(脫)탄소 관련 제품을 전략 부문으로 삼아 왔다. 따라서, 백악관은 탈(脫)탄소 노선은 각국이 채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주요 과제라면서도, 부당한 덤핑 수출로 탈(脫)탄소 기술이 중국으로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렇다 해도, 지금 미국 내에 중국산 EV가 거의 유통되지 않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추가 관세 인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WTO 규정은 이번처럼, ‘상쇄 조치’로 추가적인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자국 내 산업이 실질적으로 손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제재 관세율 인상 방침을 지난 4월 이번 대선의 격전지 중 하나인 Pennsylvania주 방문 시 이미 공표했다. 이 지역이 전통적인 공업 지역이어서 값싼 중국산 제품 유입에 불안을 가진 노동자들 표를 의식한 선택이다. 당연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에 중국산 제품 수입에 대한 관세를 일률적으로 인상하는 등 대 중국 강경 자세를 취했던 것을 감안해서 중국에 대해 엄중한 자세를 보여 쟁점을 미리 해소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 (Nomura 總硏 木內登英)
“중국, 내수 부진으로 공급 과잉, 물가 수준 지속 하락, ‘디플레이션 수출’ 확산”
한편, 현 중국 경제의 내부 사정을 살펴보면, 중국과의 교역 상대국들이 값싼 중국산 제품의 대량 유입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만한 사정도 존재한다. 중국국가통계국(NBS)이 지난 11일 발표한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동월 대비 2.5%나 하락했다. 동 PPI 지수는 지금까지 1년7개월 동안 연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철강 가격이 무려 8.5%나 하락하는 등, 중국 산업 구조의 상중층을 이루는 부문인 생산재 물가 하락이 눈에 띄는 것이다. 기업들이 수요 부족 상황 하에서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는 등, ‘공급 과잉’ 상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소비재 시장에서 내구재 가격 하락도 현저하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내용을 살펴보면, 자동차 등 운송 수단이 4.3%, 휴대폰 등 통신기기가 2.9% 하락했다. 중국 경제의 가장 큰 고질인 부동산 부문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수요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소비자들 사이에 절약 사상이 정착되어 가는 실정이다. 반면, 중국의 생산 능력 확대는 수요를 훨씬 능가하는 페이스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자동차 제조사들 및 지방 정부 생산 계획을 합산한 신 에너지 자동차 생산 능력은 2025년에 무려 3,600만대 수준에 달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2025년 중국 국내 자동차 판매는 1,7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포함해서, 지금 값싼 중국산 제품들은 주로 미국, EU 등 서방국 시장으로 홍수를 이루며 범람하고 있다. 종전에 중국이 생산 수출 효자 품목으로 자랑하던 ‘3종의 신기(神器)’가 의류 · 가전 · 가구였던 것이라면, 지금은 EV · 태양광 발전 관련 제품 · 리튬 이온 배터리가 ‘신 3종의 신기’로 불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월의 이들 ‘신 3종 신기’ 수출 총액은 106억달러이고, 3년 전인 2021년 3월 대비 두배 이상 늘었다. 4월 신차 판매 중 ‘수출’이 전년동월 대비 34% 늘어날 전망이다.
“각국은 중국의 주력 생산품인 EV에 대한 지원을 축소, 역풍이 거세지는 상황”
한편, 지금 세계 각국에 그간 탈(脫)탄소 정책의 핵심 과제로 추진해 온 EV 보급에 역풍이 불기 시작한 것도 중국 정부의 EV 산업 정책에 고민을 키워주고 있다. 앞서 설명한 바이든 정권의 301조에 근거한 제재 관세율 인상 조치로 인해, 실은 중국산 EV 뿐 만 아니라 미국 내 EV 산업은 물론, 비슷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EU를 포함한 전 세계 EV 보급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현저한 현상으로, 지금 각국은 EV 보조금을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V 보조금 제도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고 이로 인해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사정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것도 중국 EV 산업에는 또 다른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린(Green) 에너지 투자는 대부분 민간 자본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McKinsey & Company는 전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55조달러 투자가 필요하나, 그 가운데 정부 보조금이 없어도 이익을 낼 수 있을 투자 기회는 1/4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한다.
더욱이, 각국 정부 입장에서는 환경 대응형 자동차 보급을 늘리게 되면 종전의 가솔린 내연기관 자동차 보급이 줄어들어, 유류 소비 감소에 따른 세수 감소도 감수해야 한다. 이를 감안해서, 영국, 뉴질랜드, 미국의 일부 주 정부 등에서는 오히려 충전 수수료, 통행료 등 EV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중국 정부가 보복 관세 등으로 대응하면 글로벌 무역 마찰은 더욱 격화될 것”
한편, 미국, EU 등 각국은 중국산 제품이 전세계 시장에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고도의 경계감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중국이 이번 미국 정부의 제재 관세 발동에 대응해서 보복관세로 나올 가능성도 있어, 이런 상호 대응이 거듭되는 경우에는 무역 마찰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금 글로벌 철강 시장에 과잉 생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값싼 철강재가 범람하면, 철강 과잉이 전세계적 문제로 번졌던 10년 전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당시, Pennsylvania, Ohio주 등에서는 철강 노동자들의 대량 실직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OECD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금 전세계 철강 생산 능력은 글로벌 과잉 문제가 불거졌던 당시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Pennsylvania주 방문 당시에 “그런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 이라고 강하게 다짐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비판의 칼끝이 과잉 생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으로 향하기 쉬운 상황이다. 옐런(Janet Yellen) 미 재무장관도 지난 4월 중국 방문 시, 이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 측과 협의 기구를 설치할 것에 합의했으나, 아직도 미 중 간에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EU도 작년 이후 중국의 재생 에너지 관련 제품에 대한 불공정 무역 관련 조사를 강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Ursula von der Leyen EU 위원장은 ‘중국 측이 현 상황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필요한 대응을 할 것’ 이라고 확언했다.
“英 FT ‘미국, 위험한 보호주의에 기울고 있어’, ‘바이든, 종전 정책 노선을 일탈’”
한편, 영국 Financial Times는 이번 바이든 정부의 대 중 제재 강화 조치에 대해 미국은 지금 위험한 보호주의로 기울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 지는 민주, 공화 양당은 지금 누가 먼저 탈(脫)세계화를 실현할 것인가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취했던 대 중 제재에 대해 미국 농가 및 제조업자들에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을 상기하고, 이번 조치는 트럼프의 제재 조치에서 더 나아가 아예 ‘현수교(懸垂橋) 상판을 들어 올리는(대외 무역 관계를 단절하고 스스로 고립하려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시 트럼프 전부의 조치를 비난했던 것처럼 ‘수입 관세 부담은 수입업자들이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된다’는 이론을 잊어버린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한, 관세율 인상으로 국내 에너지 기업들의 비용을 상승시켜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도 역행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일찍부터 자신이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고 백악관에 귀환하면 중국산 자동차 수입에 200%, 다른 나라 수입품에 대해 일률적으로 10%의 수입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천명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중국산 EV 등을 ‘과잉 생산’ 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중국에는 ‘과잉 생산’ 문제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중국도 지난 4월에 일찌감치 관세법에 무역 상대국이 협정을 위반해 중국 수출품에 관세 및 제한을 부과하는 경우, 상대국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수단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 EU 등이 제재를 강화하는 경우,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따라서는 모처럼 대화 기운이 조성되고 있는 미 중 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글로벌 교역에 새로운 긴장이 조성될 가능성도 커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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