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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초점] 미 하원, 사상 첫 ‘하원의장 해임’, 의회 기능 마비 우려 고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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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10월06일 09시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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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하원은 3일, 공화당(하원 다수당)의 최고 리더 매카시(Kevin McCarthy)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 동의(動議)를 찬성 216 반대 210 결석 7, 찬성 다수로 가결했다. 미국 의회 234년 역사상 하원의장 해임 동의가 3 차례 제출됐으나 실제로 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찬성 가결에는 민주당(소수당) 의원들에 더해서 일부 공화당(다수당) 의원들이 가담했다. 이들은 최근 민주당과 연방 정부 폐쇄를 모면하기 위한 ‘임시 예산‘을 협상했던 매카시 하원의장의 자세를 비판해 왔다. 미국 하원의장은 대통령직 승계 서열이 부통령에 이어 2위가 되는 직책이다. 

CBS는 공화당 소속 McClintock 하원의원이 매카시 하원의장의 해임안에 반대하는 회의장 발언을 소개했다. 그는 “만일 해임안이 가결되면 의원들은 새로운 의장을 선출하는 절차에 매달리게 되고, 그 몇 주일 동안은 아무런 소득도 없는 표결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그 동안, 의회는 정지(standstill) 상태가 될 것이고, 이에 따라 하원의 통상적인 기능은 마비될 것” 이라는 요지로 우려하는 발언을 했다. 

 

“공화당 Gaetz 의원이 발의, 강성 공화 의원들이 소수당 민주당의 찬성에 가담” 


이날 하원 표결을 통해 가결된 매카시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 동의(動議)는 매카시 하원의장과 같은 공화당 소속 기이츠(Matt Gaetz; Florida주 출신) 의원이 제출한 것이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 의원 8명이 소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의 찬성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표결로 의장직을 잃게 된 매카시 하원의장은 해임 가결 후, 기자회견에서 다음 의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언명했다. 

공화당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강력히 주장하는 것은 지난 9월 30일 다음 회계연도 개시 불과 몇 시간 전에 어렵사리 성립된 연방 정부의 ‘임시 예산’을 둘러싸고 매카시 의장의 협상에 대한 불만이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이 강경파 의원들은 자신들이 강력하게 요구한 국경 경비 강화를 위한 예산이 이번 임시 예산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민주당이 찬성하고 나서자 가결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아울러, 매카시 의장이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에도 불만이 컸다. 따라서, 후임으로 선출되는 하원의장이 누가 될 것인가에 따라서는 바이든 정권이 서두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추가 지원 예산 성립도 한층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 해임안을 제출한 기이츠 의원은 지난 1일, 매카시 의장이 자신들이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밀약을 나눴다고 주장했다. 즉, 이번에 성립된 임시 예산에서 제외됐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실현시키는 대신, 매카시 의장이 의장직을 계속하도록 민주당이 협력하는 형식으로 협상을 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국 하원 의장 선출은 하원의원 과반 찬성으로 선출하도록 되어 있어, 관례적으로는 다수당이 의장을 배출하게 되나, 현재 미 하원 의석 배치는 공화당 221석, 민주당 212석으로 다수당과 소수당의 의석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런 박빙의 균형을 이루는 상황을 이용해서 20명 정도로 알려진 ‘자유의원연맹(Freedom Caucus)’ 소속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이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서는, 이번에 물러나는 매카시 의장을 선출할 때 겪었던 극심한 혼란보다 더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년 초 매카시 의원이 하원의장으로 선출될 당시에도 이들은 반대해서 무려 15 차례에 걸친 표결 끝에 겨우 선출된 바 있다. 당시, 매카시 의원은 강경파를 끌어안기 위해 ‘1명만으로도 해임 동의를 채택할 수 있도록’ 조건을 대폭 완화했었다.


“후임 선출 이르면 11일 개시, 견해가 일치되는 뚜렷한 인물은 부상하지 않아”


한편, 미국 미디어들의 보도에 따르면 하원은 차기 하원의장을 선출하기 위한 표결을 이르면 11일에라도 실시하는 방향으로 조정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후임으로는 하원 공화당 서열 2위인 스칼리스(Steve Scalise) 원내총무 등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 이에 앞서, 해임안 가결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잘 알려진 조던(Jim Jordan) 의원(현 법사위원장)이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하고 나섰다. 따라서, 실제로는 이들 2인 간의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런 위기 상황에서 당을 결집할 수 있는 지도력을 갖춘 것으로 많은 사람들의 견해가 일치하는 인물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태의 발단에 대해, 매카시 의장의 리더십에 도전하는 공화당 소속 극우 성향의 하원의원 8명이 민주당과 합세해서 공화당 출신 의장의 의사봉을 빼앗은 것이라고 전했다. 사상 전례가 없는 하원의장 해임안 가결에 따라 하원은 일시에 혼란에 빠졌다고 전했다. 아울러, 누가 깊어지는 양극화 속에 점차 추악해지는 공화당을 이끌어갈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했다. 동시에, 후임 의장 후보로 공화당 의원 몇 명이 거명되나 앞으로 40일 정도 여유를 확보한 예산 심의를 이끌 적임자를 찾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도 게이츠 의원 등 공화당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매카시 의장이 지난 주말에 바이든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한 비밀 거래(secret side deal)을 하며 협력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매카시 의장 후임 의장 후보로는 하원 내 차(次)하위 공화당 의원이나, 트럼프 지지자 간의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퇴임하는 매카시 의장이 지지하는 맥캔리(Patrick McHenry) 임시 의장과 트럼프를 적극 지지하는 조던 의원 양자 간의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양당이 당리(黨利)를 우선한 행동으로 의회 공전 사태 초래, 경제 · 안보에 암운”


사상 유례가 없는 이번 해임 가결에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같은 당 소속인 매카시 의장을 축출하는데 동조하고 나선 것은 결국, 정부 폐쇄를 회피하기 위한 ‘임시 예산’ 성립 과정에서 공화당 내 계파 간 대립에 발단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상 초유의 의장 해임 사태로, 후임 의장 결정까지 의회에서 법안 심의가 정지되는, 말 그대로 의회 ‘공백’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매카시 의장은 해임이 결정된 뒤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민주당과 결탁해서 임시 예산을 성립했다는 주장에 대해 자신은 “진정으로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의장직을 잃더라도 마음이 편할 수가 있다” 고 언급했다. 아울러, “미국 국민들은 내 결정이 올바른 것이었다고 믿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은 상대당 소속인 매카시 의장을 내친 것으로 보인다. 하원 소수당인 민주당의 제프리스(Hakeem Jeffries) 원내총무는 해임 동의에 대한 표결 직전에 소속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고 “공화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MAGA 과격주의와 결별하지 않는 것을 감안해서 해임안에 찬성한다” 고 밝혔다. 한때 ‘민주당이 임시 예산에서 제외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을 실현시키는 대신에 매카시 의원이 의장직을 유지하도록 협력했다’는 견해도 돌았으나 곧 잠잠해졌다. 

민주당 소속인 바이든 대통령은 현실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본격화되는 2024 대선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再대결을 벌일 자세를 내세우며 재선을 노리고 있다. 반면, 매카시 의장은 현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Hunter Biden)이 관련된 것이라는 의혹을 둘러싸고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탄핵 조사를 지시한 바 있어, 민주당으로서는 매카시 의장에 대한 반발이 뿌리깊게 남아있는 것이다. 

 

미국 역사상 초유의 사태인 이번 ‘하원의장 해임 결의’라는 결과는 결국 공화, 민주 양당이 2024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리(黨利)를 우선하고 내부 지향성을 추구하는 미국 정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미국 의회의 공전은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경제 및 안보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우선 지금 러시아와 국가 존망의 운명을 걸고 비참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혼미한 상황으로 빠질 우려가 커진다. 


“연방 정부 폐쇄 리스크가 재연될 우려, 우크라이나 지원에 차질을 가져올 수도”


이런 상황에서, 9월 말에 겨우 성립된 ‘임시 예산’ 덕분에 연방 정부 예산 집행이 11월말까지는 가능하게 됐으나, 그 이후에 대해서는 전혀 백지 상태다.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 후임으로 선출되는 의장은 다시금 민주당과 협력하는 선택을 하기가 어렵게 된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공화당 보수 강경파 의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실제로 정부 폐쇄가 현실화될 우려는 상존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시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9월 후반 정부 폐쇄 경계감이 고조되자 금리가 급등했고, 그 여파로 글로벌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정치적 혼미 상황이 국채 신용을 떨어뜨려 시장에 악영향을 불러온 것이다. 

한편, 대외적으로는, 바이든 정부가 서두르고 있는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확보해 놓은 예산은 바닥을 드러낼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향후 2개월 정도면 자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비해서 지난 8월에 의회에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240억달러를 신청해 놓았으나 의회에서 법안으로 성립될 전망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미 국방성은 의회에 서한을 보내 미군의 무기 재고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있는 예산 한도 중 현재 남은 것은 단 16억달러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Washington Post/ABC TV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미국 국민들 41%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과잉’이라고 응답했다.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직후인 2022년 4월에 14%, 금년 2월에는 33%였다. 공화당 보수 강경파가 거액의 예산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계속 소극적인 것은 (납세자 자금이) ‘외국이 아니라 국내 경제에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지층의 존재가 있다. 이렇게, 2024 대선을 염두에 두고 미국의 정치적 대립은 국제 사회를 뒤흔드는 리스크를 높여가고 있는 셈이다. 

 

“일차적 책임은 공화당에 있으나, 사태의 장기화는 민주당에도 이로울 게 없어”


이런 일련의 사정을 감안해 보면, 이번에 발생한 미증유의 의장 해임 사태 및 이로 인해 야기된 의회 기능 공백 사태를 촉발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공화당 측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 1월에 매카시 의장을 선출할 당시에도 무려 15 차례나 표결을 진행한 결과 가까스로 매카시 의장을 선출하는 데 성공했던 전례도 있다. 당시에도, 한 차례 표결로 의장이 결정되지 못한 것은 100년만에 처음 일어난 ‘이변’ 사태라고 우려했었다. 이번 해임 결의에 따른 후임 의장 결정에서는 그런 우를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물론이다. 

한편,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민주당 입장에서는 상대방인 공화당의 내분 사태가 자신들에게는 손해가 될 일은 아니라며 계산에 분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시도하고 있는 공화당 소속 매카시 의장의 의사 진행 자세에 대한 불만도 높을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 진전은 앞으로 의회 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공화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는 하원에서 각종 법안 심의가 지체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민주당에게도 결코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의회는 작년 중간선거 결과, 하원은 공화당이 그리고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장악하고 있는 소위 ‘비틀린 의회’ 형태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법안 심의 과정에서 과도한 반목이 생겨나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정부 폐쇄 리스크가 다시 높아질 것도 분명하다.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심대한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성립된 임시 예산 기한은 오는 11월 17일까지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은 제외됐다. 미국이 세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는 막중한 책임을 수행한다는 점을 자각한다면 남은 기간 동안에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포함한 새로운 회계연도 본예산에 조속히 합의해야 할 것임은 당연하다. 국제 사회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는 미국 발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도 민주, 공화 양당은 임시 예산 시한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조속히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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