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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초점> 트럼프, 연방 보안관에 자수, 체포 후 심문에서 ‘무죄’ 주장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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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6월15일 15시56분
  • 최종수정 2023년06월15일 20시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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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Donald J. Trump) 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13일(화요일) 오후 3시, 마이애미 지역 연방 법원에 출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으로 들어가기 전에 담당 보안관에 자수(surrender)하고, 체포 절차를 받은 뒤 법정으로 들어가 심문에 응했다. 수갑은 차지 않았고 일반 피고인들이 거치는 용의자 사진(mugshot) 촬영도 생략했으나, 피의자 신원 확인을 위한 지문(指紋)은 찍은 것으로 전해졌다.

 

담당 판사가 기자들의 법정 내 사진 촬영 요청을 기각해서 트럼프의 법정 내 실제 동영상은 방송되지 않았으나, TV 방송들은 화면에 다른 피고인들과 함께 피고인석에 서있는 트럼프의 모습을 담은 스케치와 함께 법정 광경을 보도했다. 일부 방송은 법정 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부분 ‘침울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심문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기밀문서 불법 취급과 관련한 37개 혐의 모두를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심리를 마친 판사는 다음 심문 기일을 지정하지 않은 채, 트럼프 피고인이 전직 대통령이라서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계속 구금하지 않고 석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석방 직후 뉴저지로 가서 자신의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연설하고 재차 자신의 무죄를 강변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범죄 피의자 신분으로 법원 출두, 도주 우려 없다며 석방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처음 연방 검찰에 의해 형사 범죄 혐의로 기소된 사례이기도 하고, 이에 따라 역사상 처음으로 연방 법원에 강제 출두하도록 요구를 받은 전직 대통령이기도 하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원 출두 장면은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으며, 비밀 경호원들이 그를 에워싸며 경호하는 가운데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은 통로를 통해 법원 건물로 들어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정부의 법무장관이 임명한 특별검사(Jack Smith)가 국가 기밀문서를 불법으로 반출해 취급했다는 혐의 등으로 연방 법원에 기소함에 따라, 마이애미 지역 연방 법원에 공소를 위한 첫 심문에 출두한 것이다. 이날 심문을 담당한 굿맨(Jonathan Goodman) 순회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앞으로 본격적인 형사 범죄 혐의에 대한 공판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그가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도주할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치소에 신병을 가두거나 현금 보석금 금액을 정하지 않고 자유로이 법정 밖으로 걸어 나가도록 허용했다. 

 

“40분 간 심문 과정은 주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증인들 간 접촉 제한에 집중돼”    

 

이날 약 40분 간에 걸친 첫 심문은 주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잠재적인 증인들 간의 접촉 제한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들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은 이들 잠재적 증인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리조트 클럽 운영, 비밀 경호 등과 관련해서 항상 소통해야 하는 사람들이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들과 상시적으로 소통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은 리조트 운영을 불가하게 만들 뿐 아니라 적절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앞으로 법원의 허락이 없이는 의사소통을 하지 말도록 제한하는 잠재적 증인 명단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트럼프와 함께 기소된 누아터(Waltine Nuata) 개인 비서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상의하지 못하도록 접촉 금지 명령을 받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심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블랑쉬(Todd Blanche) 변호인은 판사에게 “우리(트럼프 측)는 가장 분명하게(most certainly) 무죄를 주장할 것” 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표정은 ‘침울한(somber)’ 모습, 변호사와 얘기를 나누기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심문 기간 동안 대부분 침울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가끔 팔짱을 끼기도 하고, 정면을 주시하기도 했다. 한 때, 담당 판사가 개인비서 누아터의 변호사에게 말을 하는 동안에 블랑쉬 변호사가 입을 가리고 무언가 귓속말을 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싱글싱글 웃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날 법정 내에는 31명의 기자들만 입장이 허락됐고, 나머지 50여명의 기자들은 별도로 마련된 배심원 대기실에서 영상으로 심문 과정을 지켜봤다. 법정 내에 입장이 허락된 방청객들 중에는 전날 밤부터 줄을 서서 대기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본건 수사를 담당했고 기소한 스미스(jack Smith) 특별검사도 법정에 출석했으나 TV 화면에는 비춰지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지난 4월 뉴욕 맨하턴 연방 검찰이 불륜 상대 여배우 ‘Stormy Daniels’에게 입막음 돈을 주기 위해 기업 장부를 조작한 것과 관련한 31개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두 번째가 된다.

 

스미스 특별검사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국가 기밀문서 불법 취급 혐의로 기소하기 위해 상세한 영상 등 자료들을 준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상 자료에는 심지어 국가 기밀문건들이 트럼프의 Mar-A-Lago 리조트 화장실에 널브러져 흩어저 있는 장면들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FBI 수색에 대비해서 기밀 문건들을 숨기기 위해 그의 개인 비서 및 변호사들에게 어떻게 지시했는지를 상세하게 묘사한 음성 자료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원, 트럼프 및 누아터 피고인에 대한 38개 항목에 달하는 공소장 내용을 공개”


마이애미 연방 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및 그의 개인비서 누아터에 대한 38개 항목에 달하는 공소장 내용을 공개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대통령을 퇴임한 뒤 국가 안보에 예민한 문서들을 불법으로 자신의 Mar-A-Lago 리조트로 반출해 보관했고, 국가기록관리소에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간첩법(Espionage Act)’을 31차례 위반했다고 적시했다. ‘사법 방해(obstruction of Justice)’를 공모한 혐의도 받는다. 아울러, 정부기록물을 불법 보유, 은닉한 행위와 관련해서 사법 당국을 기만하는 등, 3 가지 다른 불법 행위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누아터 개인비서에 대해서는 그가 아직 변호팀을 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심문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에 대한 심문 기일은 오는 27일로 정해졌으나,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첫 심문을 담당했던 Goodman 순회판사는 ‘(자신이 다음 심문을 맡지 않게 되어서) ‘대단히 기쁜 소식’ 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공화당 예비 후보들 ‘트럼프 옹호 행렬’ vs 전 법무장관 ‘절반만 유죄라도 끝장’”


한 가지 흥미로운 일은, 이번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그가 2024 대선에 출마할 것을 선언한 뒤에 이루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경쟁자 후보들이 일제히 트럼프를 옹호하고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 통신의 한 논설은 ‘트럼프가 법원에 항복한 날 다른 공화당 예비 후보들은 트럼프에 항복한 꼴’ 이라고 비꼬았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디산티스(Ron DeSantis)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럼프를 기소한 것에 분노하며 FBI 및 법무부를 개편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가 하면, 당초 트럼프가 무책임한 행동을 저질렀다고 비난했던 헤일리(Nikki Haley) 전 주 UN 대사도 트럼프를 면소하는 것에 찬동한다고 입장을 표변하고 있다. 오히려, 트럼프 정권 시절에 안보보좌관을 지낸 볼턴(John Bolton)씨는 자신이 무죄라고 주장하는 트럼프에 대해 ‘웃기는 일’이라고 비난했고, 역시 트럼프 당시 법무장관을 지낸 바르(William Barr)씨는 지금 트럼프가 받고 있는 혐의의 절반만이라도 사실로 판명되는 경우, ‘그는 바로 끝장(he will be a toast)’ 이라고 비난했다.


“재판 담당 판사는 이전에 트럼프가 임명, ‘재판은 지리하게 오래 끌 것’ 전망”


공교롭게도, 향후 이 재판을 담당하게 된 캐넌(Aileen Cannon) 지역 판사는 이전에 트럼프에 의해 임명된 것으로 밝혀졌다. 캐넌 판사는 작년에, 비록 고법에서 그의 원심 판결이 뒤집히기는 했으나, 트럼프에 대한 법무부의 수사를 지연시키는 이례적인 판결을 내렸던 전력이 있다. 그런 캐넌 판사가 2024 대선을 염두에 두고 향후 재판이 진행되는 일정을 만들어 갈 권한을 갖게 된 것이다. 게다가, 향후 재판 진행 과정에서 기소된 혐의의 일부 혹은 전부의 기각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고, 변호인들이 제시할 증거들의 범위를 정할 권한도 갖고 있다. 그리고, 공화당 예비 후보들 가운데에서는 아직 트럼프 예비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결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불리하지 않게 나타나고 있어 이채롭다. 예를 들어, Morning Consult가 기소 발표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들 사이에 트럼프 지지도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디산티스 후보에 59% 대 19%로, 3배가 넘는 차이로 앞섰고, 크리스티(Chris Christie) 후보에 대한 호감도는 종전 30%에서 25%로 내려갔다. CBS 조사에서도 61% 대 23%로 비슷하게 앞섰고, 공화당원의 14%가 기소 이후 트럼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고 응답했고, ‘나빠졌다’는 응답은 7%에 불과했다. 공화당원들의 2/3는 트럼프가 낙마하면 그와 비슷한 후보를 고를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편, 해외 미디어들의 보도에 따르면 지금 트럼프가 창설한 SNS인 Truth Social에는 수많은 언론 발표문, TV 영상, 트위트 메시지 등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는 트럼프를 위해 보복적 탄핵을 주장하는 제안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전해진다. 블룸버그 통신 그린(Joshua Green) 논설원은 이들은 고통을 함께 받는 아이돌이라도 된 듯한 환상에 사로잡힌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것은 정치(politics)라기보다는 마치 팝 뮤직(music)의 열풍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제 미국 법원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을 재판하는 지리하고 어려운 절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이 재판의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적어도 몇 해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무렵이면 아마 내년 11월에 뽑히는 다음 대통령의 임기도 이미 끝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동안에는 민주주의 모범국이라던 미국에도 마치 동방의 어느 나라처럼 저급한 열혈 지지자 집단을 앞세운 참으로 한심한 3류 정치 코미디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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