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 초점] 트럼프의 역사적 ‘형사 범죄 혐의’ 재판 관련 예상 시나리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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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11월 5일 대선일을 7개월여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 및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 · 공화 양당 후보로 실제로 확정되어 이미 치열한 선거전에 들어갔다. 현 시점에서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전통적으로 대선에 큰 영향을 끼쳐 왔던 월가 투자자들도 이제 지금까지의 회의적 시각을 버리고 ‘트럼프 2.0’ 시대도 상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견해도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백악관 복귀를 향한 가도에서 넘어야 할 험난한 사법 리스크는 이제부터 본격 등장할 예정이다. 이미 1심 선고를 받은 가족 기업 회계 부정과 관련한 소송은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거액의 지불이행 공탁금을 어렵사리 납부해 가까스로 재산 압류는 면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당면한 4건의 형사 소송 가운데 그 동안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던 불륜 상대 여성에 불법 입막음 돈을 지급한 사건 형사 재판이 4월 15일 시작된다. 이 재판은 사실상 11월 선거 전에 진행될 유일한 재판으로, 지금 트럼프의 가장 중대한 사법 리스크로 떠올라 있다.
“미국 역사상 전 · 현 직을 통틀어 대통령 경험자가 형사 재판을 받는 첫 사례”
이 형사 재판은 뉴욕 검찰이 기소한 사건으로 뉴욕 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미국 역사상 현직, 전직을 불문하고 대통령 경험자가 형사 재판을 받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그가 혐의를 받고 있는 다른 3건의 형사 사건 재판은 아직 전도가 불확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5일 시작되는 형사 재판에서 만일 유죄로 판결되는 경우에는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에게는 ‘중범죄자(convicted felon)’라는 낙인이 찍히는 셈이다.
이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4건의 형사 재판 중에서 중대성이 가장 떨어지는(least serious) 사건으로 여겨져 왔다는 점에서, 트럼프에게는 지금 이 사건에 많은 이목이 쏠리는 상황은 예상치 못한 난관이 된 셈이다. 트럼프가 받는 혐의는 2016년 대선을 앞두고 그 전에 자신과 불륜 관계를 가졌던 포르노 배우 Stormy Daniels에게 이 사실을 발설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입막음 돈을 지불하려고 기업 회계 기록을 조작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는 15일 시작될 재판에서 34개 항목의 쟁점을 두고 치열한 진실 공방을 벌이게 된다.
따라서, 마침,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 재판은 미국 역사상 가장 첨예한 정치적 사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항상, 사전 여론조사가 실제 선거 결과를 예언처럼 정확하게 맞히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이번 형사 재판에서 유죄로 평결되는 경우에는 트럼프에게, 그렇지 않아도 박빙의 승부를 겨룰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대선에서, 적어도 몇 % 포인트 정도의 타격은 입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법 전문가들, 징역형은 아니라고 해도 ‘유죄’ 평결이 나올 가능성을 높게 점쳐”
현행 뉴욕 주 사법 시스템에 정통한 법률 전문가들은 이 사건 재판에서 여름 이전에 평결이 나올 가능성은 ‘대단히 높은(highly likely)’ 상황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전문가들 대부분은 비록 징역형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 해도 ‘유죄’ 평결이 나올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항소심은 다음 대통령 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아래에, 향후 6주일 정도 걸릴 이 재판의 단계별 시나리오를 예상한 CBC News 보도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배심원 선정 단계; 이 재판은 사전에 배심원 선정 단계에서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올 것을 보인다. 트럼프는 이 재판을 이 사건이 벌어졌던 Manhattan 중심가를 벗어나 보수층이 많은 교외 지역으로 옮기려고 시도할 것이다. 그럴 경우, 재판부는 중립 성향 배심원들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뉴욕 주 사법 규칙으로는 배심원 선정 절차가 지지부진하게 될 우려는 적다. 이 사건처럼 비교적 중대하지 않은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는 소송 당사자 일방은 10명의 배심원을 이유 없이 거부할 수가 있다. 결국, 재판부는 트럼프 개인, 2020 대선 과정 및 사건 기록 이해 정도 등에 대한 질문을 통해 12명의 배심원을 선정하게 된다. 참고로, 2020 대선 당시 트럼프는 Manhattan 지역에서 단 12%의 지지를 얻었다.
공판 진행; 이 재판은 개시 후 약 6 주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6월 중순에는 평결이 나올 전망이다. 배심원들이 이 무렵까지 평결에 이를 경우에는, 그 평결은 ‘유죄(guilty)’ 평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뉴욕 Pace Univ. Bennet Gershman 교수는 “이 재판의 평결은 검사들에게 ‘슬램덩크’가 될 것” 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는 트럼프가 선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입막음 돈’ 지불과 관련해서 중대 범죄 혐의를 두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견해도 있다.
이 재판의 주요 증인은 트럼프의 전 집사 Michael Cohen 변호사, 한 때 트럼프의 정부(情婦)였던 Stormy Daniels 여배우 등이다. 트럼프는 이미 수 차례 증인, 담당 판사 등에 모욕적 언사를 했고, 재판부는 최근 증인, 배심원, 법정 직원들에 대한 언급을 금지하는 확대된 ‘발언 금지(gag)’ 명령을 내렸다. 트럼프는 지난 2일 담당 Merchan 판사의 딸을 향해 ‘광적(狂的)인 트럼프 혐오자’ 라고 공격하며 Merchan 판사는 재판에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만일, 트럼프가 이런 행동을 계속하는 경우, 이에 대해서도 징역형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담당 Merchan 판사는 법정에 대한 존경을 엄정하게 요구하고 이를 방해하는 행동을 인내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미 이 사건과 관련해서 Merchan 판사의 재판을 받았던 Cohen 변호사는 트럼프가 앞으로 힘든 재판을 견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주로 두 가지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우선, Daniels에게 돈을 준 것은 개인적 곤경을 피하기 위한 것이지, 대선 승리를 위해서 한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둘째, ‘입막음 돈’ 지불과 관련한 처리는 모두 보좌진들에 맡겨 놓았기 때문에 자신을 기소한 것은 뜻밖이라는 주장이다. 뉴욕 검찰 당국은 이번 기소는 과거이 많은 회계조작 사건들처럼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이 사건과 관련해서 사법 처리를 받은 Cohen 변호사는 “이번 기소가 적법하고, 트럼프의 행동을 보면 그가 그런 사정을 알았음이 분명하고, 그는 결국 위험에 빠질 것” 이라고 말했다.
선고 절차; 배심원들은 금년 여름이나 가을 무렵에 평결에 도달하면 담당 판사는 그로부터 30~90일 사이에 판결을 내린다. 만일 대배심의 ‘유죄’ 평결이 나오는 경우에는, 트럼프 측은 이 기간에 보호관찰관(Probation Officer)과 면담하고 마지막 소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처벌 유형은 집행유예로부터 34개 항목 매 건마다 최대 4년 징역형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광범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고령이고 전과가 없는 점, 범죄의 심각도 등을 감안하면 징역형 실형을 받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담당관에게 거짓 진술을 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Cohen 변호사는 트럼프가 실형을 받을 가능성은 낮으나, ‘상징적 단기 징역형(a taste of jail)’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고 예상한다.
항소 절차; 만일, 트럼프가 유죄 평결을 받을 경우에는 30일 내에 항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때쯤 대선 선거일이 다가올 것이어서 항소 절차는 계속 지지부진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다음 대통령 임기로 들어갈 것이다. Cohen 변호사는 항소심은 혹시 최근 회계 부정에 의한 사기 민사 재판에서 신속하게 배상금 판결한 것처럼 이례적으로 서두를 수 있으나, 통상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또 다른 견해로는, 표준적인 재판 일정으로 보면 중간 항소심은 1년 정도, 고등 항소심도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더해, 트럼프는 연방 차원의 헌법에 근거해서 대법원에 항소하는 것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에는, 만일 트럼프가 재선된다고 하면 그 무렵엔 그의 두 번째 임기도 끝날 수 있다.
판결이 미칠 영향; 어떤 경우가 되더라도, 이번 트럼프 재판의 경과에 따라서는 미국의 현 정치 시스템에 획기적인 모멘텀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 과정에서 가두 폭력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미국 역사에 재앙적 순간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런 사태는 미국 헌법을 기초한 선조들이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험난한 시기가 닥쳐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가 재판을 받을 다른 사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측은 최소한, 2020 대선 결과 번복 시도 사건에 대한 재판과 기밀문서 불법 취급 사건에 대한 연방 법원의 재판은 더 이상 지연시키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이 재판도 금년 내에 시작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들 재판 진행 경과에 따라 트럼프의 정치적 운명도 결정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Obama 정권 당시 사법장관을 지낸 Eric Holder씨는 이런 예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트럼프의 정치적 운명은 사법 시스템이 아니라 국민들 투표로 결정될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대법원이 트럼프의 ‘2020 대선’ 결과 번복 시도 사건 심리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잠재적으로 동 사건이 흐지부지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기마병이 찾아오지는 않는다 기적(奇蹟)같은 해결 방법은 없다. 우리가 바로 기마병” 이라며 이번 대선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대선은 차악(次惡)의 후보를 뽑는 선거; 트럼프, 선거 자금에서 크게 열세”
한편,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트럼프 두 후보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는 FiveThirtyEight과 ABC News 보도에 따르면, The Economist지 의뢰로 YouGov사가 3월 30일~4월 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favorable)이 바이든 44% vs. 트럼프 43%로 거의 차이가 없고, 불(不)지지율(unfavorable)도 55% vs. 56%로 나타났다. 무소속 Robert Kennedy Jr. 후보는 지지율 42% 불지지율 46%로 나타났다.
The Economist지는 두 후보 모두 지지율보다 불지지율이 훨씬 높다는 점에서, 이번 대선에서 미국 유권자들은 차악(least bad)의 후보를 뽑게 될 처지라고 전했다. 미국 역사상 70년만에 처음으로 같은 후보들의 재대결이 성사되고 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고(高)인플레이션, 대규모 산업 정책 법안 및 해외 분쟁 격화 등으로 각인되어 있는 한편, 2020년 대선 패배의 설욕을 노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결과 불복 관여 등, 4개 범죄 혐의로 형사 재판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
한편, 최근 들어 미 언론 미디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자금 모금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크게 뒤지고 있는 상황을 크게 보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진영은 2월 한달 동안에만 5,300만달러를 모금해서 자금 총액이 1억5,500만달러에 달하고 있으나, 트럼프 진영이 조달한 선거 자금 총액은 7,400만달러에 불과해 바이든 대통령에 크게 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각종 재판에 소요되는 법률 비용이 또 하나의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다.
트럼프 측이 작년부터 본격화한 각종 민, 형사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도 지금까지 5,3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미 기소된 4건의 형사 소송에 이의(異議) 신청을 연발하면서 재판을 미루는 데는 성공했으나, 오는 15일 뉴욕 법원에서 불륜 상대 여성에 불법 ‘입막음 돈’ 지불 사건 형사 재판이 개시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뉴욕 법원이 선고한 트럼프 일가 기업 회계기록 조작 관련 민사 소송에서 4억5,400만달러 배상금 선고에 항소하기 위한 공탁금도, 그나마 대폭 감액 받아 1억7,500만달러를 납부했다. 이에 앞서, 여성 작가 성추행 관련 명예 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해, 항소하기 위한 8,330만달러 공탁금도 납부했다.
“트럼프, 선거 자금 모금용 성경책도 판매, 지지자 집회는 마치 종교 의식을 연상”
이런 곤궁한 재정 상황에서, 트럼프 측은 만일의 경우에 발생할지도 모를 트럼프 소유의 ‘Trump Tower’ 건물에 대한 압류를 피하기 위해 100만명의 MAGA 지지자들을 상대로 헌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헌금 일부를 자신의 변호사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이런 자금난을 탈피하기 위해 최근에는 트럼프 로고가 들어간 T 셔츠, 머그잔도 팔고 있다. 심지어, 기독교 신자 지지자들을 상대로 트럼프의 특징이 들어간 고유한 성경책도 만들어 팔고 있는 지경이다.
지난 3월 26일에는 자신이 창설한 SNS인 Truth Social의 운영회사 Trump Media & Tech Group의 지분을 특수목적기업(SPAC)과 합병하는 형태로 Nasdaq 시장에 상장해서 화제가 됐었다. 당일 기준으로 46억달러에 상당하는 주식을 보유해, 처음으로 글로벌 500대 부자 명단에도 올랐으나, 그 뒤에 주가는 폭락하고 있다. 게다가, 이 상장 주식은 상장 후 처음 6개월 간은 매각하거나, 융자 담보로 제공할 수가 없도록 되어 있어, 여전히 자금 조달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NYT는 최근 트럼프 지지자들 집회가 마치 종교적 예배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지자들은 집회에서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허공을 향해 팔을 올려 기도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장엄한 음악을 배경으로 성직자처럼 엄숙한 어조로 대략 15분 정도의 피날레 연설을 하고 마친다고 전했다. NYT는, 이런 기독교 의식과 유사한 분위기 연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에 대한 형사 범죄 기소를 마치 박해를 받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것이고, 공화당으로부터 새로운 형태의 헌신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반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지금 바이든 대통령과 초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이제 통상적으로 미국 선거전에서 절대적 파워를 발휘하는 선거 자금 모금에서도 뒤쳐지고 있어 곤경이 중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오는 15일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지도 모를 중대한 형사 재판을 위해 뉴욕 법원에 출정해야 할 형편이다. 그는 담당 Merchan 판사 가족에게 위협 발언을 서슴지 않아 감정을 건드려 놓아,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공화당 지지층 80%는 유죄 평결을 받는다고 해도 여전히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무당 층 지지자들의 30%는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금처럼 초박빙 선거전에서 치명적일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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