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 초첨] 英 FT "美 中, 외교 노력 끝에 새로운 의사소통 채널 논의 중"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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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아시아 정세 및 남중국해 문제에 관한 대화 채널을 창설하는 것을 두고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전세계의 지대한 관심을 불러오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양국 간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잠재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에 초점이 모아지게 하고 있다. 특히,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이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우발적 충돌을 회피하는 것으로 연결할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래에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보도 내용을 중심으로 관련 동향을 살펴본다.
"亞 · 太 문제 및 해양 문제를 협의할 2개 실무 그룹 구성, '발리 합의' 첫 성과"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지난 5일 자 기사에서, 미국과 중국은 양국 간에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슈들에 관련해서 새로운 의사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7월 31일, 미국을 방문한 중국 외교부 양타오(楊濤) 북미 대양주국장이 크리텐브링크(Daniel Kritenbrink) 동아태차관보 등 미국 고위 관리들과 만나서 이러한 새로운 대화 채널 창설에 대해 협의한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이런 협의는 앞으로 수 개월 간에 걸쳐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동 지는 이런 움직임은 지난 5월 블링켄(Tony Blinken)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전개되고 있는 관계 수립을 향한 움직임의 첫 신호라고 전했다. 아울러, 3명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양국은 2 개 실무 그룹3(working groups)을 구성해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문제, 해양 문제를 각각 검토하게 하는 한편, 가능하면 또 다른 그룹을 구성해 ‘포괄적’ 이슈들을 협의하는 구상이라고 보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서 양국은 아직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향후, 몇 달 동안에 양국 관리들은 지금까지 합의된 대강의 구상에 따라서 구체적 내용들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T는 이러한 움직임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작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Bali)섬에서 만나 ‘양국이 분쟁으로 빠져드는 경쟁을 중단하고 관계 증진을 위한 바탕을 마련하자’고 합의했던 목표를 향해서 첫번째 가시적인 성과를 내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양국은 확실한 목표를 향해 앞으로 수 차례 더 회동하면서 이러한 어려운 문제들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 정권, 중국과 경쟁 자세 선명히 하면서 군사적 충돌 회피에 '대화' 중시"
이러한 양국의 움직임은 두 글로벌 강국이 중국의 대만을 향한 위협적인 무력 시위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긴장 및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비난 거부 등을 비롯해서, 미국의 인도 · 태평양 지역 동맹 강화 및 통상 규제 강화 문제에 이르기까지 숱한 문제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최근 각종 해외 미디어들의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대만에 무기 공급을 위한 추가 예산을 의회에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이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 납세자들의 자금을 대만에 무기를 공급하는 데 충당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머지않아 중국이 군사적으로 응용하는 것이 가능한 부문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제한하기 위한 행정 명령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FT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정권은 전 정권처럼, 지나치게 절차에 치중하며 형식적 ‘대화(dialogue)’ 모드를 다시 연출하기보다는, 실질적 성과를 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전문가(The Asia Group 파트너 Kurt Tong)는 ‘이번 외교 노력은, 지난 몇 해 동안 형식적 대화 노력을 이어온 끝에 처음 이뤄낸 실질적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는 양국이, 국가 안보 이슈를 잠재적 적대 상대와 외교적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대단히 중요한 진전” 이라고 평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CSIS의 케네디(Scott Kennedy) 중국 전문가도 “전쟁이냐, 평화이냐가 달린 중대 이슈들을 두고 중국을 상대로 대화에 집중하는 것은 미국에 중요한 이익” 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Brookings 연구소 하스(Ryan Haas) 중국 전문가는 “종전에 미국은 대화를 위한 대화에는 관심이 없어 공식 대화 채널을 복원하지 않았다” 고 말하고, “(지난 정권들은) 중국에 기대했던 것 중 하나도 양보하지 않았다” 며, 이런 자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중국과 대화에서 결실을 거두기를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는 전망도 상존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바이든 정권은 첨단 기술을 둘러싸고 중국과 경쟁 자세를 선명히 하면서도, 군사적 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대화를 중시하는 자세를 취해 온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정권은 한 때 중국 측에 군사 당사자 간의 직접 대화를 재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중국 측은 이를 거부했던 경위도 있다. 따라서, 이번에 논의되고 있는 새로운 채널이 구축되어도, 실효성 있는 긴장 완화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나, 안보 관계자들의 접촉이 증가할 공산은 큰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일, 중국 외교 담당 최고위 인사인 왕이(王毅) 공산당 정치국원을 미국 수도 워싱턴으로 초대했다는 사실을 공표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외교장관에서 해임된 친강(秦剛) 전 장관에 이어서 외교장관직도 겸임하고 있는 인물이다. 최근에 미국은 블링켄 국무장관 및 옐런(Janet Yellen) 재무장관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하는 등, 대화 채널 모색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최근의 美 中 간 AI 패권 경쟁 격화 속에 중국 경제의 침체 장기화도 배경(?)"
미국 바이든 정권의 對 중국 외교 노력의 결실을 가져올 돌파구를 마련할지도 모를 이번 대화 채널 구축 논의는, 궁극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가져온다면, 분명히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커다란 소득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와 함께, 이러한 바이든 정권의 대화 채널 구축 제의에 선뜻 응하는 중국 측의 사정도 이것은 놓칠 수 없는 호기(好機)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가장 첨예한 부문이 현대 군사 경쟁에서 우열을 좌우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AI 부문을 둘러싼 패권 경쟁 격화이다. 중국 시 주석은 작년 10월 자신의 이례적인 3연임을 결정한 제 20차 공산당 대회에서 “미국에 대항해서, AI 개발 및 AI를 최대한 활용한 ‘지능화’ 전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는 2030년까지 AI 등 민간 부문의 민생 기술을 군사적으로 이용하는 소위 ‘군민 통합’을 주창한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AI 분야에서 미국이 중국을 월등히 압도하고 있고, 중국이 단시일 내에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정평이다. 이런 가운데, 양국은 AI 분야에서 자국 체제의 우위를 겨루며 경제 및 안보 관점에서 격렬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AI 기술의 발전이 각국의 체제를 흔들 수 있는 리스크라는 점도 동시에 인식하면서 개발 경쟁을 진행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이 방면에서도, 상호 평행선 상 무한경쟁보다는 조정, 교환을 통해 호혜적 발전을 도모하는 게 더욱 소망스러울 수도 있다.
또한, 중국이 당면한 경제 현실을 보면, 이제 더 이상 현상 유지도 어려운 게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Covid-19 팬데믹은 세계 각국이 공통으로 겪은 고난의 시기였으나, 지금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최악 상황에서 급속히 벗어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중국 만이 오히려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중이다. 중국 경제는, 작년 말 ‘제로 코로나’ 노선 철폐를 계기로 급속히 회복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기대와 달리, 지역 봉쇄 등의 정책적 과오에 따른 후유증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이전부터 중국 경제 최악의 고질로 남아있는 부동산 부문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고, 이에 따라 지방 정부들을 중심으로 누적 채무 문제도 이제 ‘임계(臨界)’ 상황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구 감소에 따른 구조적 문제도 경제 성장에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 결국, 1970년대 말부터 이어 온 두 자릿수의 경이적 성장세는 이제 절반 이하 수준으로 급속히 둔화하고 있다.
한편, 최근 들어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경제적 전략은 종전의 전면적 관계 수정이라는 ‘De-coupling’ 보다, 일부 안보 상 위협 요인만을 제외하는 소위 ‘De-risking’ 방향을 표방하고 있다. 그럼에도, 실제로는 바이든 정권의 對 중국 수출 통제 범위는 안보 상 부문을 제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국 내 고용 감소를 명분으로 수출은 물론 투자 부문까지 대중 규제 범위를 확대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의사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진전시키고 있는 것은, 불안한 가운데, 미약하나마 일정한 기대를 낳고 있다. 따라서, 향후 수 개월 동안은 양국의 대화 진전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양국 모두와 불가분의 경제적 관계에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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