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 초점] 美 국가 신용등급 강등, 경기 낙관론에 찬물, “바이든에 중압”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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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Fitch Ratings가 지난 1일, 미국 외화표시 장기 채무 신용등급을 최상위 등급인 ‘AAA’에서 1 단계 낮은 ‘AA+’로 강등했다. Fitch는 1994년 이후 미국 신용등급을 최상위로 유지해 왔고, 2011년 S&P Global이 ‘AA+’로 강등한 뒤에도 AAA 등급을 유지해 왔다. 이로써, 3대 신용평가사 중 Moody’s Investor Service만이 유일하게 미국 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하게 됐다. Fitch사는 신용등급 강등 이유로 첫째; 향후 3년 간의 재정 악화 및 채무 증가 전망, 둘째; 채무 상한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혼란 등, 채무 관리(governance) 문제를 들었다.
Fitch는 지난 6월 초까지 행정부 및 의회 여야 간에 채무 상한 인상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혼란에 대해 ‘엄중한 정치적 교착 및 막바지까지 줄다리기 끝에 어렵사리 결착된 것은 미국의 국채 관리 능력이 떨어진 것을 보여주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Fitch사 맥코맥(James McComack) 글로벌 국가 신용 담당 주임은 “이번 강등 결정은 중장기적 재정 악화 및 채무 증가 전망, 그리고 경기 침체(recession) 예상에 근거한 것” 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의 정책 수단들이 향후 예상되는 재정 악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합의되고 집행될지에 대해 믿음이 없다” 고 밝혔다.
옐런 재무장관 “美 국채는 세계에서 가장 우월한 자산, Fitch社 결정은 자의적”
이번 Fitch사의 돌연한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대해 옐런(Janet Yellen) 재무장관은 성명을 발표하고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미 국채는 세계에서 가장 우월하고, 안전하고, 유동성이 풍부한 자산이라는 사실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또한, 채무 관리(governance)에 대한 지적에 대해 “최근, 채무 상한 문제에 대한 대응, 인프라 투자,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관련 법안 등이 초당파적으로 의결된 것은 채무 관리 능력의 개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로스트(Josh Frost) 재무부 금융시장 담당 차관보도 지난 2011년 S&P사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당시와 같은 위기가 발생할 조짐은 없다며, 미 국채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Fitch사는 이미 지난 5월에 바이든 정권과 의회 간에 채무 상한 인상 문제를 둘러싸고 일대 혼란이 벌어지고 있을 당시부터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했고, 이후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할 용의가 있음을 경고한 바가 있다.
참고로, 오바마 정권 시절이던 지난 2011년에 채무 상한 인상 문제로 행정부와 야당이 대립했던 당시에는 양측이 합의를 이룬 뒤 3일 지나서 Standard & Poor’s(현 S&P Global)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최상위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고, 이어서 시장이 크게 동요해 세계적인 주가 폭락 사태를 불러왔었다. 그러나, 그 뒤로도 미국의 정부 채무는 계속 증가해 왔고, 법정 상한을 인상할 때마다 의회와 행정부 간에 대립과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만일, 자칫 채무 상한 조정에 실패하는 경우에는 미국 정부 디폴트라는 엄청난 사태에 빠지게 된다.
올 해에도 어김없이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야당 공화당)는 지난 5월 경부터 정부 채무 상한 인상 문제를 두고 지루한 협상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시장에는 실제로 미 국채 디폴트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됐고 심각한 불안을 야기하기도 했다. 결국, 디폴트 직전 시점인 6월 초에 들어와서야 ‘2025년 1월까지 채무 상한을 정지’ 하기로 최종 합의했으나, 내년 11월 대선 결과로 탄생하게 되는 새 정권은 다시금 똑같은 고질적 패턴에 직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당시, 옐런 장관은 의회에서 여야 간 줄다리기를 ‘상례화’ 하는 것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는 주가 하락 외에 2011년 같은 동요는 없으나 일단 ‘리스크 회피’ 움직임
한편, Fitch사의 미 국채 신용등급 강등 발표 이후 첫 영업일인 지난 2일, 미국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악화시켜 증시 지표들이 일제히 하락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최근, 미국 주가는 경제 연착륙 기대를 바탕으로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었으나, 전 영업일 장 마감 뒤에 나온 Fitch사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 발표에 따라 일정 정도의 부정적 ‘충격’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가 동향에 대해, 보다 상세한 분석에서는 같은 날 재무부가 발표한 향후 3개월 간(8~10월) 국채 발행 예정 금액이 시장 예상을 넘어서, 향후 수급 불균형 우려가 확산되어서 미 장기 금리가 상승한 것도 상당한 영향을 줬다.
외환시장에서는, 이날 발표된 Fitch사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뉴스보다 같은 날 발표된 ADP 고용 지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난 것에 더 크게 반응했다. 7월 비 농업 부문 고용자 수가 전월 대비 32만4천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시장 예상을 크게 상회했고, 이는 미국 노동시장의 견고함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미 달러화는 유로화, 일 엔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대체로 강세를 보였다.
채권시장에서는, 미국 재정 상황이 계속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단시일 내에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국채 발행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어, 시장에 국채 수급(需給) 불균형이 심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 커져 장기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준이 최소한 최근까지는 정책 금리 인상을 계속해 오고 있어 시장 금리 상승에 상승(相乘) 작용을 하고 있다.
“경기 낙관론에 찬물, 전문가들 견해는 엇갈려, ‘바이드노믹스’ 캠페인에도 타격”
해외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Fitch사의 미 국채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대체로 ‘기습적’인 결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미 의회는 이미 2개월 전에 정부 채무 상한 룰 적용을 일시 정지하기로 합의한 바 있고, 그 뒤로는 미국 재정 문제는 시장 참가자들 뇌리에서 떠나 있었다. 그럼에도, 시장 투자자들은 Fitch사의 돌연한 발표로 일단 안전 자산으로 도피하는 ‘리스크 회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재정 불안이 재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재정의 구조적 취약점을 다시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 모처럼 형성된 경기 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사실, 최근까지 Covid 팬데믹 및 이례적 고(高)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 영향으로 미국 경제 성장은 정체를 겪었으나, 금년 들어 호전 기미를 보여 Q2 GDP 성장률이 2~3%대에 추이하며 잠재성장률(1.8% 수준으로 추산)을 상회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 지출은 경제 성장에 0.45~0.85% 정도 기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재정 지출의 경기 효과가 경제의 ‘연착륙’ 기대감을 높여왔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Fitch사의 조치가 주는 충격을 가늠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향후 재정 운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Fitch사의 조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근 시장 과열 현상에 대해 일종의 ‘김 빼기’ 혹은 ‘경계 발령’ 이라는 인식도 나오고 있다. 최근의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 및 경기 연착륙 기대감의 상승을 배경으로 Dow 평균이 36년만에 13 거래일 연속 상승을 기록하는 등, 시장에는 주가 급등에 대한 경계감이 팽배해 있던 차에 이번 Fitch사의 신용등급 강등 조치가 일종의 ‘조정’ 구실을 제공했다는 인식이다.
JP Morgan Chase 은행 다이먼(Jamie Dimon) 회장은 “미국 군사력을 포함해서 미국에 의존하는 나라들의 신용등급이 미국을 상회하는 상황이 됐다 . . . 차입 비용을 결정하는 것은 신용평가사가 아니라 시장이다” 라며, 이번 Fitch사의 돌발적인 조치를 일축했다. RBC Global Asset Management 스키바(Andrzej Skiba) CFO도 “미 국채는 기축통화이고, 가장 강력하고 유동성이 높은 자산이라는 점에서 이번 신용등급 하향 영향으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이처럼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번 Fitch사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조치의 시장 충격이 오래 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대세를 점하고 있는 분위기로 보인다.
한편, 내년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경제적 성과를 과시해야 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일정한 중압감을 느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즉,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경제 정책을 일관하는 ‘확장 재정을 근간으로 하는’ 소위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를 어필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작지 않은 변수가 나타난 셈이다. 바이든 정권은 정권 발족과 함께 Covid-19 팬데믹 수속에 적극 나섰고, 그 뒤에도 공화당과 타협을 계속해 왔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정책 근간인 기후 변화 대응 지원 등, 독자적인 재정 지출 노선을 고수하며, 지출 감축보다는 부유층 증세 등으로 보전하는 노선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런 바이든의 정책 노선이 오는 가을 본격적으로 전개될 예산 심의를 앞두고 하원에서 다수를 점한 공화당과 협상을 통해 원만하게 결착을 이룰지는 결코 쉽게 속단하기가 어렵다.
“미국의 현 제도 상 ‘채무 위기’ 반복 불가피, 향후 정국 대립 격화 우려도 고조”
이번 Fitch사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조치가 미국 정가에 적지 않은 대립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Fitch 담당자들이 ‘Jan. 6’ 사건이 채무 관리 능력 우려를 키워왔다고 지적해 온 것을 두고 벌써부터 채무 증가는 트럼프 정권 탓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이미 오래 전 양당이 합의해서 채무 위기를 회피한 점을 들어 Fitch 결정의 타이밍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한편, 이번 Fitch사의 국채 신용등급 강등 결정이 암묵적으로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고 백악관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놀라운 상황을 시사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Fitch사의 시나리오는 2023년 후반~2024년 상반기에 걸쳐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들어갈 것을 상정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이미 이런 우울한 전망은 거의 떨쳐버린 상황으로 보인다. 번스타인(Jared Bernstein) 백악관 경제자문회의(CEA) 의장은 “Fitch는 방을 어질러 놓은 사람이 떠난지 오래된 시점에 어질러진 방을 청소하는 사람을 응징하려는 격” 이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이번 Fitch사의 결정은 국내 및 해외 이슈들과 관련해서 양극화된 미국 사회를 더욱 분단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Pantheon Macroeconomics 쉐퍼슨(Mohamed Shepherdson) 주임 이코노미스트는 ‘Fitch사의 이번 조치가 미국 경제의 건전성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정치적인 것’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Fitch사가 지적하는 것은 미국이 채무를 상환할 수 있을 것인지의 문제가 아니고, 요점은 ‘관리(governance)’ 문제에 있어 상환이 지연될 것인가, 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런 제반 상황 전개를 감안하면, 이번 Fitch사의 신용등급 강등은 미국 사회에 이미 조성된 당파적 원한으로 인해 재정 문제에 대해 장기적 관점에서 대승적 합의를 기대하는 것을 더욱 멀어지게 하는 것” 이라고 평했다. 사실, 의회는 지금까지 사회보장기금(Social Security), 건강의료보험(Medicare) 등 정부 부담을 중심으로 한 연방 채무 경감 이슈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온 것이다. 따라서, 일각에는 현 채무 상한 제도가 불필요한 분쟁을 촉발할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예산 승인 권한을 가진 의회가 다시 채무 한도를 규제하는 것은 옥상옥이라는 취지에서 아예 의회의 채무 상한 승인 권한을 없애자는 주장이다.
“각국, Covid 팬데믹 이후 방만해진 재정을 규율할 필요성을 깊이 명심할 시점”
이번 조치가 비록, 시장이 이에 따른 충격을 과도하게 평가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해도, 미 정부의 재정 운용에 일종의 경종을 울리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미국은 행정부의 재정 운영에 대한 의회의 견제가 엄격해서 행정부가 재정을 확대하려는 경우에는 그 때마다 채무 상한을 인상하거나 관련 법령 적용을 중지하는 합의를 이뤄내야 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의회가 비틀린(여야가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나눠 가지는) 구도가 되면 의회에서 협의 결착이 어려워지고 시한에 임박해서야 겨우 합의를 보기 일쑤여서 늘 채무 위기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시민 감시 그룹 CRFB의 골드윈(Marc Goldwin) 회장은 “장래에 실제로 정부 폐쇄 사태가 일어나 Firch사의 이번 조치가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는 경우를 우려한다” 고 말했다.
이러한 미국의 제도적 특성은 차치하고라도, 이번 Fitch사의 조치는 각국 정부의 재정 운용과 관련해서 중요한 경각심을 불러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거의 모든 나라가 Covid 팬데믹 사태를 당해서 비상 재정 출동으로 적극 대응해 왔던 결과로, 재정 상태가 지극히 흐트러인 것은 공통된 상황이다. 만성 재정 적자 및 누적 대외 채무에 시달리고 있는 남미 각국은 차치하고, 최근 몇 해 동안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렵 각국에서 재정 파탄 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자주 목도해 왔다. 지금도 프랑스에서는 그간 방만해진 재정을 규율하기 위해 사회보장 조건을 강화해서 재정 건전성을 확립하려는 마크롱 정부의 시도에 시민들이 극렬 저항하고 급기야 사회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는 사태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프랑스 르메르(Bruno Le Maire) 재무장관은 “재정 적자 및 채무 감축을 가속하기 위해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 이라며 불퇴전의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경우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는 프랑스의 경제 상황을 더욱 궁지로 몰아가 급기야 ‘악의 순환’ 속으로 떨어지게 만들 수도 있다. 온갖 정치적 포퓰리즘 선동에 익숙해 온 나라의 위정자들은, 지금 글로벌 최대 강국 미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험한 상황 전개에서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자각과 교훈을 얻어야 할 일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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