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 초점] 中, 秦剛 외교장관 돌연 ‘失踪’ 끝에 해임, 각종 억측 난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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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부에 전대미문의 정치 이변이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수상쩍은 징후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작년 가을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3연임에 성공한 뒤, 금년 3월 자신의 3기 정권 출범을 계기로 외교장관으로 전격 발탁해 자신의 대외 이미지 강화에 간판역으로 내세웠던 친강(秦剛) 외교장관을 전격 해임한 것이다. 동시에, 직전 전임자 왕이(王毅) 국무위원을 외교장관을 겸임하도록 조치했다. 해임된 친강 장관은 지난 6월 블링컨(Tony Blinken) 미 국무장관과 회동을 끝으로 종적을 감췄고, 온갖 소문에 휩싸여 오던 끝에 해임된 것이다. 이에 따라, 베이징 정가에는 친강 해임 사태를 둘러싸고 다양한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이번 친강 사태를 둘러싸고 엄격한 보도 통제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는 이전에 톱 화면에 게재돼 있던 친강 장관 활동 경력, 발언 내용 등, 일체 기사들이 이미 삭제됐다. 동시에 ‘친강(秦剛)’이라는 명칭을 검색하면 관련 데이터를 찾을 수 없다는 화면이 표시된다. 아래에, 친강 사태의 전후 사정을, 그간 중국 내 사정을 심층적으로 분석 보도해오고 있는 日 Nikkei지 최근 보도(‘习 政權 워치’, 中澤克二)를 중심으로 간략히 요약 정리한다.
“친강 외교장관은 시 주석이 발탁한 측근 인사, 돌연 행방불명 끝에 전격 해임”
이번에 외교장관에서 해임된 친강(秦剛) 국무위원(* 주; 장관직은 해임됐으나 국무위원직은 유지)은 시진핑 주석이 작년 12월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이례적인 3연임에 성공한 뒤, 중국 외교 활동의 책임을 담당할 인물로 전격 발탁한 측근으로 알려져 왔다. 당시, 많은 쟁쟁한 인물들을 제치고 지명도도 낮던 친강 장관이 56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외교 수장으로 발탁되자 갑자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어서, 불과 3개월 뒤에는 부총리급인 국무위원으로 승진하자 일약 베이징 정계에 스타로 떠오른 인물이다. 친강 장관의 전임이자 이번 인사에서 다시 외교장관으로 컴백한 왕이 국무위원은 외교장관 취임에서 국무위원에 오르기까지 5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다. 그런 그가 지난 6월 25일 블링켄 미 국무장관과 회동한 뒤 종적이 알려지지 않다가 이달 초 ‘건강 상’ 이유로 11일부터 열린 ASEAN 외교장관 회담에 결석한다고 발표되자 이변(異變) 사태의 핵심으로 돌변한 것이다.
친강 장관은 그가 수뇌부의 의전 업무 책임을 맡고 있던 2010년 무렵부터 시진핑 주석의 각별한 신뢰를 얻게 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 인해, 그가 미국과는 그다지 외교적 인연이 없던 처지였음에도, 중국으로서는 막중한 비중이 있는 주미 대사직도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이번 친강 장관 사태와 관련해서 긴박하고 과도하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바로 친강 장관과 시 주석 간의 이러한 깊은 연관성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그의 해임은 시진핑 주석의 엄청난 위광(威光)에 적지 않은 손상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친강 외교장관과 관련한 이례적인 사태의 진실된 내막은 아직 짙은 흑막에 가려져 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처음 친강 장관을 정권 내 요직으로 발탁했고, 급속한 승진 가도를 달리다 이번에 전격 해임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시종 시진핑 주석이 결정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을 시 주석 자신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 만은 확실한 것이다.
“중국 정권 내부의 이례적 움직임에 각종 억측 난무, 대외 상황은 복잡하고 엄중”
이번 친강 장관의 돌연한 실종 및 해임 사태의 상세한 전말이나 이를 둘러싼 배경에 대해서는 중국 내부로부터 흘러나오는 소식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그만큼 중국 밖에서는 온갖 추리와 억측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근 대만의 주요 미디어인 ‘연합보(聯合報)’는 26일 자 기사에서 친강 장관이 직전에 미국 주재 대사로 재직할 당시 중국군 정보를 미국에 누설했다는 의혹이 있어 책임 추궁을 당했다는 견해를 전하고 있다. 이외에 여성 문제가 불거졌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번 친강 장관의 해임 인사 결정은 급전직하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한 추정이다. 이번 친강 장관 해임을 결정한 것은 전국인민대표자대회(全人代) 상무위원회로, 통상적으로 이 회의는 약 2개월에 한 번 꼴로 열리는 것이 상례이나, 이번에는 직전 회의가 열리고 나서 겨우 1개월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서둘러 열린 것이다. 게다가, 지난 번 회의는 회의 개최 발표 후 실제 회의 소집까지 10일 정도의 시간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극히 이례적으로 발표 다음날에 회의가 열렸고, 여기서 친강 장관의 해임이 결정된 것이다.
또한, 후임으로 직전 장관인 고령의 왕이 현 국무위원을 선임한 것도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왕이 국무위원은 25일, 남아공 요한네스버그에서 열린 BRICs 안보 회의에 출석하고 있었다. 왕이 임명 당사자가 외국 방문, 그것도 중요한 국제 회의에 참석하고 있던 차에 새로운 외교장관으로 기용된 것은 이번 인사가 얼마나 다급하게 이루어진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왕이 신임 장관은 올해 나이가 69세로, 친강 장관이 취임했을 당시에 비해 무려 13세나 많은 나이다.
그럼에도, 시 정권이 왕이 국무위원을 후임 외교장관으로 다시 기용한 것은 현 상황에서 외교장관의 즉발적인 대응력이 절실한 시기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에 3기 임기를 본격 시작한 시 정권으로서는 외부 세계에 정권의 권위와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 시동한 미국과의 통상 관계 개선 등이 첨예한 외교 과제로 등장해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최대 이슈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둘러싼 진영 간 대립 격화, 긴박성을 더해가는 중동 사태 등에서 중간 역할의 필요성 등, 외교적 난제들이 산적해 있는 엄중한 시기다.
“시 주석,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중시, 양국 정상회담 성사가 화해의 분수령(?)”
이처럼, 중국 입장에서는 트럼프 정권 직후부터 시작해서 벌써 몇 해 동안 지속되고 있는 미국과의 통상 분쟁 및 지정학적 대립 격화 상황은 가장 우선해서 처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이번에 해임된 친강 전 장관은 불과 한 달여 전에 어렵사리 중국을 방문한 블링켄 미 국무무장관과 양국 간의 긴박한 현안 문제들에 대해 협의했고, 이 과정에서 일정한 실마리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친강 장관이 조만간 미국을 방문할 것도 대강 합의했다고 전해지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중국으로서는 지금 미국을 중심으로 일부 우방국들이 연대해서 압박하고 있는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가 발등에 떨어진 문제다. 미국 등의 이런 엄격한 수출 규제로 중국은 지금 반도체 기술 개발 및 첨단기술 제품 생산에 막대한 지장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최근 시 주석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 및 통상 규제 완화를 각별히 중시해 오고 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위해, 시 주석이 당면한 최대 관심사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실현이다. 9월에 인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 11월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담 기회에 두 정상이 만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중국에게도 난관 타개를 위한 절실한 호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임 왕이 장관은 전임 친강 장관과 달리 미국 주재 경험이 없어, 미국 사정에 정통하다고 하기는 어려운 인물이다. 따라서, 왕이 장관이 양국 정상회담을 위한 기초 작업을 위해 조만간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상례적인 ‘건강 문제’는 거론되지 않아, 바이든의 「시진핑 독재자」 발언도 주목”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여러 소문들을 종합해 보면, 글로벌 G2 중국 외교의 총체적인 창구 역할을 담당하는 외교부 혹은 정권 내부에 다대한 영향이 나타난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외신 기자들과의 회견에서 쏟아지는 친강 사태 관련 질문에 답변이 궁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비쳐졌다. 친강 실종 초기에는 항례적으로 중국의 주요 인물들이 사라질 경우에 등장하는 ‘건강 상태’, ‘신체 상 문제’ 등의 이유들이 등장했으나, 정작, 친강 장관의 해임 발표 자리에서는 당사자인 친강 장관의 건강 문제는 일체 거론되지도 않았던 것이다.
한편, 이번 친강 해임 결정은 형식적으로 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위원장; 栗戰書)가 내린 것이나, 실질적으로는 공산당 총서기이자 국가 주석인 시진핑이 직접 인사 주석령(令)에 서명한 것으로 밝혀져, 이번 인사의 최종 책임이 시진핑에 있음을 명확히 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친강을 당초 요직에 발탁한 것도, 이번에 엄중한 벌을 내린 것도 모두 시진핑 자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과거 경험에서 보면, 중국에서 주요 인사 경질 문제가 불거지면 거의 모두 당 내부 정치 문제에서 발단한다. 그리고, 최근 상황에서는 대부분 사안들이 시 주석 혼자 생각으로 최종 결착을 보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외교부는 국제 사회를 향해 아무런 의미있는 설명도 불가능했던 것이다. 일부에서 여성 문제를 거론하기도 하나, 이것도 사태의 본질을 전부 설명할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유례가 드물게 엄격한 중국의 사전 인사 검증 시스템에서 친강 장관이 이런 부패, 여성 등 문제가 있었다면 당초에 상층부가 당연히 이를 인지했을 터이다.
이와 관련해서 日 Nikkei는 익명의 한 미중 관계에 정통한 한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서 대단히 흥미로운 추론을 소개하고 있다. 즉, 이번 문제의 초점은 “대미 관계의 컨트롤 문제와 친강 자신의 실력 문제일 것” 이라는 흥미 깊은 견해인 것이다. 이는 친강 자신이 악인(惡人)으로 단정한 미국과의 곤란한 관계의 (미숙한) 컨트럴이 이번 수수께끼 실종 사태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가정 하에서, 친강 장관의 실종 사태 직전인 6월 20일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서부에서 선거 캠페인 연설을 하던 도중 ”시진핑 독재자”라고 한 발언이 새삼 주목된다.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한 타이밍의 중요성이다. 이런 발언은 중국공산당 및 중국 최고지도자 시진핑 주석에게는 체면을 크게 손상시키는 최악의 시기인 것이다. 여기서 또 다른 한 가지 사건을 연계해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전날인 19일, 당시 중국을 방문 중이던 블링켄 국무장관이 시 주석과 회동했는데, 여기서 국제 의전 상 대단히 이례적인 좌석 배치가 연출됐다. 시 주석은 ‘ㄷ’자형 좌석 상석에 앉고, 좌측에 블링켄 일행, 우측에 왕이, 친강이 앉아, 마치 조공(朝貢) 사절의 인사를 받고 훈시를 하는 모양으로 비쳐진 것이다.
중국 집권 세력은 시 주석의 절대적인 권위를 국민들에게 과시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날 중국 국영 중앙방송(CCTV)은 이런 시 주석의 훈시하는 듯한 장면을 저녁 주요 뉴스 시간에 방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에 베이징 외교가에는 블링켄 장관이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않은 것을 두고 불가사의할 정도로 인내심을 발휘한 것이라고 크게 회자될 정도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시진핑 독재자’ 발언은 이런 장면이 전해진 직후에 나온, 중국의 무례함에 대한 반격인 셈이다.
“시 주석 방미 앞둔 시점에 당 내부에 외교부의 (바이든 발언) 대응 잘못에 불만”
중국 정권의 속셈은 아마 곧 이루어질지도 모르는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이 중국 측이 머리를 숙이고 가는 것이 아니라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같은 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국제 채널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면 톱에 시 주석과 블링켄 장관이 나란히 서서 악수하는 장면을 ‘양국 외교장관 회담 대성공’ 제목 하에 보도해 이와는 다소 맞지 않는 이미지를 보였다. 여기서, 바이든 대통령의 ‘시진핑 독재자’ 발언은, 블링켄 장관의 방중을 기회로 ‘조공’ 이미지를 연출해 중국 내에 시 주석 권위를 띄우려는 분위기를 일거에 반전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는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시진핑 독재자’ 발언에 대해 강렬하게 반응하는 경우에는 이런 새로운 사태가 더욱 부각되어 모처럼 조성된 시 주석의 권위에 대한 추앙 분위기가 오히려 훼손될 염려도 있다. 또한 중국 외교부는 무엇보다 ‘블링켄 방중은 실패’ 라는 이미지가 낙인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독재자’ 발언 직후 주미 중국 대사가 백악관 및 국무부 고위층에 항의했다고 발표했으나, 중국 측 대응은 둔하고 자제하는 인상이 강했다. 반면, 공산당 상층부에는 시 주석 권위가 이처럼 훼손되는데도 외교부가 제대로 반격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 그러나, 이는 화풀이에 불과할 수도 있다.
중국은, 지금 처하고 있는 엄중한 경제 상황이나 복잡한 대외 관계에 대처하는 외교 전략 상,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오는 11월 APEC 정상회담을 기회로 삼아 미 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는 호기를 쉽사리 저버릴 수도 없는 안타까운 처지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시진핑 독재자’ 발언을 감안하면 자칫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이런 양면 압박의 딜레마 속에서 친강 장관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잠적 끝에 자리를 물러나게 된 것은 아닌지 추측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향후 양국 외교 관계의 진전 방향에 더욱 비상한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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