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 초점] 러, ‘하룻밤 반란’ 종식; ‘푸틴 종말의 시작’, ‘러시아 연방 위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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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용병 기업인 바그너 그룹(Wagner Group)의 프리고진(Yevgeny Prigozhin) 수장이 이끄는 병력이 지난 23일, 우크라이나 접경 도시 로스토프(Rostov-on-Don)에서 러시아 정규군에 대해 반란을 일으켜 현지 러시아군 남부관구사령부를 점령한 뒤 M-4 고속국도를 따라 수도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했다. 그러나, 모스크바를 불과 200Km 앞에 남겨둔 지점에서 러시아군과 충돌, 격전을 벌인 뒤에, 돌연 진군을 멈추고 회군함으로써 이번 반란 사태는 일단 종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까지 전해진 바로는, 푸틴 대통령의 오랜 측근 벨라루스 루카센코(Alexander Lukashenko) 대통령 중재로 양측이 사태 종결에 합의했다고 하나, 이것도 신빙성을 의심받는 상황이고, 양측의 합의 내용도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 바그너 반란 사태가 외견 상으로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나, 일부에서는 오히려 ‘위험’은 앞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국제 사회는 당분간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사태의 추이를 주목해야 할 상황이 이어질 것이다.
“프리고진, 쇼이그 국방장관과 권력 투쟁 이어 와, 바흐무트 전투 이후 더욱 격화”
미국 관리들은 이번에 반란을 결행한 바그너 그룹 수장 프리고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부터 ‘몇 해 동안’ 러시아 국방부와 권력 다툼을 벌여오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시된 이후 러시아군 희생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푸틴의 예비 병력 동원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자 바그너 그룹 및 프리고진의 권력 및 영향력은 급격히 커지게 됐고 이들의 대립은 더욱 악화됐다.
심지어 러시아 정부는 바그너 그룹에 ‘석방을 대가로 죄수들을 징용할’ 권한을 부여하기에 이르렀으나, 바그너 그룹의 러시아군 내에서의 법적 지위는 계속 애매한 상태에 놓여있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세력이 커지는 바그너 그룹을 경계해서 7월 1일을 시한으로 러시아 정규군 체제로 편입할 것을 지시했고, 이를 거부한 프리고진은 막다른 시점에서 그간 소문이 무성했던 대로 반란을 감행한 것이다.
최근 들어 바그너 그룹이 전략적 요충지 바흐무트(Bakhmut)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맞서 우세한 전투를 벌여 이 지역을 점령한 뒤에도 탄약 공급이 지체되자 국방부와의 대립은 극도에 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바그너 그룹은 탄약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부득이 러시아 정규군으로 대체하고 퇴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국 정부는 바그너 그룹이 바흐무트 전투에서 작년 12월부터 금년 6월 동안에 2만명의 보유 병력 중 거의 절반의 인명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프리고진은 23일 공표한 동영상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정당성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거짓에 근거한(based on falsehoods)’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나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개입은 러시아의 엘리트 그룹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 국방부는 대중을 속이고 있고, 쇼이그 국방장관은 개인적 동기에서 전쟁을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NATO와 협력해서 러시아를 침공하려고 계획하고 있는 적극적인 적대(敵對) 세력이라고 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그너 반군, 로스토프 군사령부 점령 후 모스크바로 진격 중 돌연 중단, 퇴각해”
바그너 그룹은 반란 거사일 23일 밤 방송된 프리고진 명의의 성명서에서 반군이 로스토프 남부군관구사령부에 진주할 것이고, 정규군은 저항하지 말도록 호소했다. 이 무렵, 다른 방송은 러시아군 참모총장이 공군에 민간 차량에 섞여 이동하는 바그너 군대를 공격하도록 명령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러 국방차관이 사령부에서 프리고진과 만나 병력을 철수할 것을 호소했으나 실패했다고 알려진다.
바그너 그룹 병력은 로스토프 군사령부를 점령한 후 1100Km 떨어진 수도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을 계속했다. 동 반란 병력은 중간 지점에서 러시아 군대와 교전을 벌이기도 했고, 이후 반란군은 러시아군 공수 부대 및 헬기의 공격을 받아 응전을 하면서 쌍방에 적지 않은 희생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러시아 당국은 반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도로를 파괴하고 차량으로 장애물을 설치하기도 했다.
한편, 항공기의 항적을 추적하는 웹사이트인 Flightradar24에 따르면, 푸틴 전용기가 모스크바를 떠나 St. Petersburg로 향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크렘린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은 탑승하지 않았고, 모스크바에 머물렀다고 말했으나, 일부 해외 미디들은 푸틴 대통령이 반군 진격 소식을 듣고 피신했다 돌아왔다고 전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 미디어는 러 정보기관 FSB가 St. Petersburg 소재 바그너 그룹 사무실을 급습, 현금 40억루블(4700만달러 상당)이 든 상자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런 혼란 속에 푸틴의 부탁을 받은 벨라루시 루카센코 대통령이 프리고진과 협상을 벌인 끝에 바그너 그룹이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더 이상 진군을 멈추고 기지로 돌아갈 것에 합의했다고 전해졌다. 프리고진은 이어서 방송된 성명에서 자신은 피를 흘리는 것을 막기 위해 협상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저들은 바그너 그룹을 해산시키려 하고 있다. 우리는 23일 ‘정의의 행진’을 개시했다. 24시간 내에 모스크바 200Km 이내에 도달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병사들은 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이제 바야흐로 피를 흘려야 할 순간이 왔다. 그러나, 러시아의 어느 한 쪽은 피를 흘려야 될 것임을 알게 된 시점에서 우리는 군대를 회군(回軍)하고 기지로 돌아갈 것” 이라며 반란 중단 결정 동기를 밝혔다.
“美, ‘러 국내에 심각한 균열, 우크라 침공 수행 불가’; 中, ‘내정 문제’ 안정 지지”
한편, 이번 바그너 그룹의 반란 사태에 대한 각국의 반응 자세는 러시아와의 관계에 따라 다양하게 엇갈리고 있다. 우선 당사국인 러시아는 24일 푸틴 대통령의 긴급 연설을 통해 바그너 그룹을 ‘반역’ 이라고 규정하고, 반란 행위를 진압하기 위해 엄정 대응할 것을 천명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1차 세계 대전 당시 발생했던 ‘러시아 혁명’에 비유하고, 러시아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기득권 정치인들도 프리고진에게 반란을 중단할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일부 러시아 야당 진영은 비록 반대 진영에 있어 관점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장래를 위해 “프리고진은 진정한 애국자” 라고 칭찬하는가 하면, 또 다른 야당 진영은 ‘러시아 혁명’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바그너 그룹이 저질러 온 수많은 전쟁 범죄 행위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망명 중인 야당 정치인이자 석유 부호인 코도르코프스키(Mikhail Khodorkovsky)는 악마라도 지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러시아인들은 그를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젤랜스키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관료들은 이번 반란 사태는 러시아의 정치적 불안정, 취약점 및 내부 엘리트 집단 사이의 권력 투쟁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젤랜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반란 사태로 혼란을 겪는 가운데 러시아가 병합한 영토를 탈환하기 위해 반격을 벌이고 있는 동부 전선에서 병사들을 만나 격려 연설도 했다. 쿨레바(Dmytro Kuleba) 외무장관은 이번 사태는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대한 ‘잘못된 중립’ 자세를 버릴 기회라며, 러시아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필요한 무기를 지원해 줄 것을 호소했다.
해외 주요국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미 블링켄(Antony Blinken) 국무장관은 25일, ABC News와의 인터뷰에서 프리고진의 반란 움직임은 ‘푸틴 대통령의 권위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라며, 러시아 내부에 ‘심각한 균열(serious crack)’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반란으로 “혼란이 야기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질 지도 모른다” 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문제에 집중할 수 없게 되면 “우크라이나에게는 전장에서 도움이 될 것” 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서방국 정상들은 사태가 종식된 직후여서, 자칫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외부 세력의 기획으로 몰아갈 것을 우려해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하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주요 동맹국 정상들과 전화로 이번 사태에 대해 협의했다. 아울러, 미국은 이번 사태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단지 러시아 내부 권력 다툼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터키 에르도안(Erdogan)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평화적 해결을 위해 도울 준비가 돼있다고 전했다.
한편, 세계 강대국 중 러시아의 유일한 우호국인 중국은 25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바그너 그룹의 반란에 관해 ‘이번 사태는 러시아의 내정 문제’ 라고 선을 긋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우방인 러시아가 안정을 유지하고 발전과 번영을 실현할 것을 지지한다” 고 밝혀 우호적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전폭 지원에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프리고진 ‘푸틴 정권 전복 의도는 아니다’ 밝혀, 아직도 많은 의문이 남아있어”
한편, 반란 중단을 선언하고 로스토프 남부군관구사령부를 떠나는 모습이 전해진 뒤 하루 종일 프리고진의 소재가 알려지지 않아 그의 종적을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초에는 Telegram 발신도 완전 두절된 상태로 알려지고 있었다. 프리고진 대변인도 25일 러시아 미디어에 ‘현재 그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던 그가 종전에 사용하던 Telegram SNS망에 첫 음성 메시지를 올렸고, 이 메시지에서 그의 육성이 확인됐으나 메시지 발신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는 “우리는 (푸틴) 정권 전복을 원치 않는다” 고 말했다. 그러나, 현 국방 라인의 고위 인사들에 대한 비난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무장 봉기를 일으킨 이유에 대해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전투원 30명 이상이 죽었고, 이것이 반란을 일으킨 계기라고 밝혀, 이번 반란이 러시아군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종전 주장을 반복했다. 반란 중단 협상에 대해서도 루카센코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의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해 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그가 벨라루스로 출국하는 것을 허용했으나 출국 시기 등은 분명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WSJ은 유럽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서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갔다고 해도, 크렘린 측의 보복이 두려워 오래 머물지 않을 것” 이라고 전했다. CNN은 앞으로, 프리고진이 과연 다시 나타날지,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가 많은 의문에 해답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예단할 수 없는 불가측한 상황인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발생한 바그너 그룹의 36시간의 드라마는 ‘푸틴 종말의 시작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미디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25일, 프리고진이 협상 과정에서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쇼이그 국방장관 및 게라시모프(Valery Gerasimov) 총참모장의 해임을 약속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약속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실제로 이들을 해임하려면 이 과정에서 이번 반란 사태에 못지않은 심각한 무력 충돌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프리고진 자신도 벨라루스로 떠나기 전에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합의 내용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아 억측을 낳고 있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벨라루스 대통령에 의해 중재가 진행된 배경에 대해 그가 프리고진과 20여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으나, 설령 개인 간 친분 관계가 있어 루카센코 대통령의 개인적 제안에 따른 것이라면, 푸틴 대통령이 ‘과감한’ 행동을 하는 인물이라는 명성에 타격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바그너 그룹의 장래에 관해서는, 향후 바그너 그룹의 존속이 가능할 지? 프리고진에 충성하는 병사들이 과연 러시아 정규군으로 편입되는 게 가능할 지? 현재 중동 및 아프리카 등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바그너 그룹의 다른 군대들의 활동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 수많은 의문이 남아 있는 것이다.
“푸틴의 신망은 추락, 이제 러시아에 아무도 모르는 방향으로 게임이 벌어질 것”
NYT는 ‘이번 반란 사태가 내전을 촉발하지 않고 단기간 내에 종식된 것에 대해 크렘린과 가까운 인사들에게는 일단 안도감을 갖게 했으나, 이들도 오랜 동안 타협을 모르는 국가의 방패이자 러시아 안정의 보증인처럼 군림해 온 푸틴 대통령이 과연 이대로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푸틴은 집권 23년만에 가장 긴박한 사태가 벌어진 극심한 혼란 속에서 국민들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사태가 종식된 뒤에 겨우 국민들 앞에 다시 나타났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26일, 반란 종식 후 처음으로 국영 TV를 통해 대중 연설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은 이날 5분 간의 짧은 연설에서 반란 가담자들에 대해서도 ‘자비로운 처우’ 를 시사하면서 러시아는 자신의 정권을 중심으로 단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동시에 이날 하루 종일 크렘린 주변의 분위기는 평상(平常), 안정, 단합을 과시하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러시아 국영 방송은 음성은 없이 쇼이그 국방장관의 모습도 방송함으로써 프리고진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가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해석됐다. NYT는 국제 사회는 지금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러시아에서 국가 안정을 뒤흔들며 벌어진 이번 사태를 충격과 공포를 느끼며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반란이 발생했던 지난 토요일에는 ‘의식적으로 반란의 길을 선택한 반역자들에 대해서는 가장 강력한 단죄를 내릴 것’이라고 경고한 적이 있다.
결국, 이번 사태로 푸틴 대통령은 자신이 쌓아 온 리더십 이미지와 대중 신뢰를 잃게 될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 국제 사회의 중론이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이번 반란 사태가 러시아 엘리트층의 푸틴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뒤흔들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반란 사태 동안에 비록 일시적이나마 국가 통제 능력을 잃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지금 러시아 정계 상층부 및 기업가들 간에 푸틴 대통령의 권위의 기반이 됐던 안정과 힘의 상징이 흐트러졌다고 믿게 됐고, 과연 푸틴이 이를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회의(懷疑)를 가지게 됐다고 전했다.
모스크바에 영향력이 있는 한 기업가는 “푸틴은 전세계 및 러시아 엘리트층을 향해 자신은 이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그의 평판의 총체적 붕괴(total collapse0” 라고 말했다. 러시아 외교계에 정통한 한 익명의 러시아 관리도 “이제 게임은 아무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고, 국가 통치는 부분적으로 상실된 상황” 이라고 말했다.
英 파이낸셜 타임스 “이번 반란 사태가 푸틴 정권의 종말(final act)을 재촉할 것”
푸틴 대통령은 26일 밤, 반란 사태 후 처음인 대국민 연설에서 “(반란은) 어떤 경우에도 진압됐을 것” 이라고 강조하고, “반란 주모자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했을 리 없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들은 국가와 국민들을 배반했다’고 언급하는 등, 자신의 측근인 프리고진을 직접 거명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비난하는 언사를 사용해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비참한 유혈 사태를 피하려고 발생 초기부터 직접 지시를 내렸다” 고 강조, 자신이 솔선해서 대응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신의 뜻을 받아 중재 역할을 담당했던 벨라루스의 루카센코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의 노력과 평화적 해결에 공헌한 것에 대해 감사한다” 고 사의(謝意)를 밝혔다. 그는 바그너 그룹 병사들에 대해서 “유일하고 올바른 결단을 내린 것에 감사한다” 고 언급해서 반란군들에 대해서도 사의를 표하는 묘한 풍경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조국에 있어서 가장 곤란한 시련을 함께 극복할 수가 있었다” 고 강조함으로써 국내의 결속이 반란의 조기 수습으로 연계됐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The Financial Times)는 프리고진의 반란 소식이 전해지자 첫 의문은 이게 과연 드라마인가, 현실인가, 하는 것이었다며 충격을 전했다. 그리고, 비록 그가 이번에 살아남았다고 해도 이로 인해 국내적으로 그의 전능의 절대 권력을 보유한 ‘짜르(Tsar)’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고 전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사태의 배후 요인으로 단순한 애국심 및 분노 뿐 만이 아니라 ‘돈’ 문제를 지적했다. 즉, 소이그 국방장관이 최근 바그너 그룹을 러시아 정규군으로 편입하라고 명령한 것은 결국 프리고진의 돈줄을 빼앗아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더해, 프리고진이 반란을 결심한 배경은 최근 러시아군 내부에 현 군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어 있는 것을 간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제 앞으로 푸틴은 러시아 국민들의 신망을 되찾을 묘책을 찾기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게다가, 이번 사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능력이 심대하게 손상됐다고 예상했다. 군 지휘부의 무능함이 만천하에 드러난 현 상황에서 군의 사기를 되찾을 방법을 모색하기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인 것이다.
FT는 또 다른 측면에서 푸틴이 당면한 심각한 문제로, 현재 뚜렷한 후계자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자신이 정권 장악력을 되찾아야 하나 이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고, 그렇다면 몇 명의 측근 인사 중에서 자신이 물러난 뒤에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 줄 인물을 찾아야 하나, 지금은 그게 어려운 상황임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러시아군은 더욱 큰 문제에 봉착해 있다. 일단 벨라루스로 망명한다고 알려진 프리고진이 앞으로 어디에 숨어서 잠자코 있을 리가 만무하다는 점이다.
이런 제반 지극히 어려운 사정을 감안하면, 푸틴은 당분간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권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한 가지 방법으로 우크라이나에 더욱 잔혹한 행위를 감행하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FT지는 프리고진 반란 사태는 종료됐으나, 실질적인 드라마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러시아는 지금 ‘상상할 수 있는 불확실성(considerable uncertainty)’ 시기에 당면했다고 전망했다.
블링켄 미 국무장관의 말처럼, 이번 사태를 16개월 전 ‘며칠 안에 우크라이나를 지도에서 소멸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수도 키이우(Kyiv) 현관 문 앞에 서 있을 푸틴의 이미지와 겹쳐서 생각해 보면, 지금은 그가 스스로 키워온 용병 부대 바그너 그룹의 침공으로부터 모스크바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당분간, 지구 상에 현존하는 가장 포악한 독재자의 한 사람인 푸틴이 돌연 곤경에 처한 것을 두고도 결코 미소를 지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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