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 초점> 美 4월 물가상승률 4.9%로 둔화, 연준의 고심은 더욱 깊어져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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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노동부가 10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5.0 상승)를 하회하고, 전년동월 대비 4.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4월 이후 2년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 기록이다. 보다 현실감이 높은 전월(3월) 대비 상승률은 0.4%로, 과거 1년 월 평균 0.6%~0.8%에 비해 현저하게 둔화했다. 이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2022년 6월 9.1%를 정점으로 상승세가 10개월 연속 둔화된 것이고, 지금까지 물가 상승의 큰 요인이던 공급망 제약이 해소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WSJ은 3월(5.0%)에 비해 4월은 약간(0.1%) 둔화된 것이긴 해도 아직 기록적으로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며 신중하게 평가했다. 또한, 3월 대비로는 상승폭이 커진 것이고, 대부분 주거비 및 에너지 가격 하락에 기인하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전반적으로 아직 기록적으로 높은 수준임을 강조했다. WSJ은 결국, 일부 물가 상승이 둔화되고 있다는 긍정적 시그널을 보이기도 하나, 향후 물가가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을 보이는 점도 있다며 섣부른 기대를 경계했다.
영국 Financial Times는 이번에 발표된 미국의 물가 지표는 그간 연준이 취해온 금리 인상 정책이 물가를 억제하는 데 효과를 나타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FT는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들어선 것” 이라는 한 전문가의 견해를 전했다. 그러나, 최근 미 소비자물가에는 2022년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했던 원유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에너지 및 식품을 제외한 ‘근원(core) CPI는 이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연준(FRB)은 아직 물가가 높은 수준에 멈춰서 고착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근원 CPI는 5.5% 상승, 지난 1월 이후 ‘횡보’ 상황, 물가 상승 요인은 아직 많아”
이번 미 상무부 발표에 나타난 소비자물가 동향은 상당히 개선된 것을 보여주고 있으나, 연준 등이 정책 수립에 보다 중시하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 및 식품 항목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5.5%)은 전반적인 CPI 상승률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나고 있어 아직은 물가 상승 리스크에 대해 안심하기 이르다는 인식이 여전하다.
특히, 중고차 항목이 전월 대비 ‘상승’으로 반전하는 등, 일부 상품 수요가 여전히 강력해서 가격 하락세가 멈출 징조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지수 구성 항목에서 1/3 이상을 차지하고, 통상적으로 가격이 내려가기 어려운 것으로 인식되는 주거비가 감속한 것은 주목할 만한 것이다. 동 주거비 항목은 전년동월 대비 상승률이 8.1%로 여전히 높으나 상승률이 약 2년만에 전월 대비 감속한 것이다.
아틀랜타 연은(FRB of Atlanta)이 산출하는 ‘임금 지수(Wage Growth Tracker, 3개월 이동평균)’는 작년 여름을 정점으로 전년 대비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으나, 2023년 3월에는 6.0%대로 재차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미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 통계에서는 4월 실업률이 3.4%로 거의 반세기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인력 부족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임금 상승 압력이 큰 광범한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서비스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구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물가 상승의 큰 요인을 차지해 온 공급망 제약은 상당히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 뉴욕 연은(FRB of NY)이 운송 운임, 주요 제조업 수주 잔액, 재고 상황 등의 조사 항목들을 투입해서 산출하는 ‘글로벌 공급망 압력 지수(GSCPI; Global Supply Chain Pressure Index)’는 4월 시점에서 거의 14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고무적인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장에는 ‘조기 금리 인하’ 전환 기대 고조, 그러나 ‘관망’ 자세 유지에 그칠 것”
상무부가 10일 발표한 4월 인플레이션 관련 지수에서 미국 CPI 상승세가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나자, 시장은 미국 금리 하락을 기대하는 방향으로 반응했다. 금리 하락을 상정한 달러화 매도가 두드러졌다. 예를 들어, 달러/엔 환율은 발표 전 대비 1엔 하락한 엔고/달러저가 이어졌다. 시장 거래자들 사이에는 연준이 조기에 금리 ‘인하’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가 다시 높아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연준은, 지난 3일 열렸던 최근 FOMC에서 10 차례 연속 정책금리 수준을 인상했던 것이나, 동시에 발표된 FOMC 성명문은 종전의 금리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는 문구를 일부 수정, 정책 금리 인하로 돌아설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연준이 2022년 3월 이후 지금까지 누계 5%에 달하는 대폭 인상을 단행한 이후, 가계 및 기업의 자금 조달 코스트가 상승해서 지방은행 연쇄 파탄 사태가 일어나는 등의 여파로 은행들의 융자 자세가 엄격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경제 및 물가 동향을 신중히 관찰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연준이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적극적 긴축 정책을 지속하자 주택 대출 금리가 급등해 주택 수요가 위축되어 3월 전국 기존 주택 가격은 1년 전 대비 0.9% 하락했고, 11년만의 최고 하락률을 기록했다. 단, 연준 관리들 사이에는 아직도 연준이 물가 정책 목표로 삼고 있는 ‘2% 전후’를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쉽게 금융 긴축 자세를 완화할 게 아니라는 인식도 널리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다.
뉴욕 연은 윌리엄스(John Williams) 총재는 지난 9일 “우리는 금리 인상을 끝마쳤다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 이라고 언급하면서 연내에 금리 인하로 전환할 것이라는데것에는 부정적 견해를 시사했다. 아직도 서비스 물가를 중심으로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연준이 긴축 노선을 장기화하면 할수록 경기의 급격한 냉각을 불러올 리스크도 높아질 것은 우려할 만하다.
“긴축 효과 나타난 것” vs “물가가 高수준에 고착할 리스크 경계” 양론이 팽팽
이번 4월 미 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연준이 향후 취택할 금리 정책 향방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물가 상승세가 현저히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일부 제품 및 서비스 가격 상승세가 아직도 현저해서 섣불리 물가 상승 둔화를 점치기는 어렵다는 공감대도 광범하게 퍼져 있다. 단, 연준이 6월(13~14일) FOMC에서 상황을 관망할 여유를 넓혀 줬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을 ‘유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많다.
미 국채 시장에서는 수익률이 폭넓게 하락(가격 상승)했고, 특히 금리 동향에 민감한 2년 물 국채가 3.99% 수준에 거래되는 등, 전일 대비 하락했다. 증시에서도 DOW 평균이 약간 하락했으나,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가 장래의 기업 가치를 크게 상승시키는 것으로 여겨지는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오히려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 경제에는 인플레이션이 재연될 불씨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인건비 의존도가 큰 서비스 부문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가속되고 있는 형편이다. 6월 FOMC가 열리는 13일 이전에는 5월 고용통계 및 CPI 통계가 발표될 일정이 남아있다. 연준이 실제로 금리 인상을 멈출지 여부는 이들 지표들을 기다려서 고용시장 및 물가 동향이 확실해지는 것을 확인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연준이 6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멈추는 결정을 한다고 해도, 그 후에 금리 인하를 곧바로 단행할 것이라는 증거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장 분위기로 보인다. 또한, 연준 내의 매파 위원들의 자세를 누그려트리는 데는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NatWest Markes사 커민스(Kevin Cummins)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내 비둘기파 위원들은 4월 물가 지표들을 보고 이제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고무될 것” 이라고 말했다. 단지, 근원 인플레이션 및 서비스 물가가 여전히 높은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것은 유념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Vanguard사 페터슨 (Andrew Patterson)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나타나는 진전은 양호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지표들을 최근 공표된 고용 지표들과 종합해 보면 연준이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 이라고 말해, 연준의 금리 인하 전환 기대에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백악관 쟝 피에르(Karine Jean-Pierre) 대변인도 성명을 발표하고 가스 및 식품 가격이 미국 기업 및 가계에 환영할 만한 여유를 마련해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 남은 유일한 최대 위협은 채무 상한 인상과 관련한 국채 디폴트 위협 뿐”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시장 참여자 및 관전자들 사이에는 ‘아직은 기다림과 신중함을 조금 더 발휘해야 할 시간’ 임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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