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우환(識字憂患)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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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실패라기보다 오히려 시장의 실패라고 하는 성격이 더 강하죠. 다른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집값이 상승하는 한계를 보여 왔다는 거죠.”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7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에 대해 위와 같은 진단을 내놓았다고 하네요. 진 의원은 이날 “정부는 집값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을 한 번도 편 적이 없고, 집값을 잡기 위한 정책을 펴왔다”며 “지금 시중에 흘러 다니는 돈이 너무 많아……시중 유동성을 조절하면서 시중에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지 않고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것은 정책의 잘못이 아니라 시장 상황이 그러해왔다고 하는 점을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고 역설했다고 하네요.
어찌 보면 멋진 분석이고 경제를 제대로 알고 있는 매우 유식한 진단(診斷)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네이버 지식백과’의 설명을 일부 인용하면 ‘시장실패, market failure ’란 “사적시장(private market)의 기구가 어떤 이유로 자율적으로 자원을 적정하게 분배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고 돼있습니다. 아울러 “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만 시장 정보의 불완전성, 외부효과, 공공재 등은 시장실패의 요인으로 작용하여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방해한다.”고 설명하면서 이것이 시장실패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이론을 부동산시장에 들이대니 존경스럽게 보이기는 하지만 시장실패와 정부정책 실패는 같은 얘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시장실패가 나타나면 정부가 그것을 시정하기 위해 정책을 강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지요.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시장실패를 시정하기 위해 문재인정부들어서만도 무려 24번이나 부동산대책을 실시한 것 아닌가요? 그런데 집값이 안정을 찾지 못하고 계속 상승하는 것은 정책실패 아닌가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공익의 수호자를 자처할 수 있는 주체는 정부이며, 시장실패는 정부의 시장개입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혹자는 반경쟁적 행위에 대한 규제, 외부효과 교정을 위한 보조금 지급 및 과징금 부과, 공익사업 추진 등 시장실패를 치유하기 위한 정부의 시장개입을 ‘보이는 손(visible hand)’에 비유하기도 한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란 말이 있지요. 글자를 아는 것이 오히려 걱정을 끼친다는 말로 너무 많이 알기 때문에 쓸데없는 걱정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고 하네요. 《삼국지》에서 유래된 말인데 사전적 의미로는 “① 알기는 알아도 똑바로 잘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 지식(知識)이 오히려 걱정거리가 됨 ② 도리(道理)를 알고 있는 까닭으로 도리어 불리(不利)하게 되었음을 이름 ③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을 때를 이름”이라고 합니다.
진성준 의원이 유식한 풀이를 하다가 잠시 방심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경제학자들도 진 의원의 그런 진단이 의아스럽다고 하네요.
"현실에 맞는 정책을 내야 되는 것이지, 어떻게 현실을 정책에 맞춥니까. 절대로 시장은 실패의 주체가 될 수 없고, 실패가 목격되는 운동장일 뿐입니다"
소동파의 시에도 ‘인생은 글자를 알 때부터 우환이 시작된다(人生識字憂患始)’라는 구절도 있다고 하네요. 우리 속담에 ‘아는 것이 병이다’라는 말과 같은 뜻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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