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증'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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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포비아(Korea Phobia)’. 우리말로는 ‘한국 공포증’입니다. 왜 한국에 대해 공포증을 갖는 것일까요? 한국의 국력이 급성장해 공포증을 느낀다면 좋은 일이련만…. 그런데 불행하게도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놀라워 ‘공포증’을 갖는 것이어서 반길만한 일은 아닌 것 같네요. 오히려 시쳇말로 “쪽 팔린다”고 해야 하겠지요. ‘쪽 팔리다’의 의미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부끄러워 체면이 깎이다”로 나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상황을 잘 표현해준 것 같습니다.
최근 며칠 사이에 확진환자가 폭증하면서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한 나라가 15개국으로 늘었고,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하네요. 최근 홍콩과 대만도 한국인 입국제한에 동참했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틀 만에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에서 최고 단계인 3단계로 격상했다고 합니다. 씁쓸합니다.
그런데 더 심각하고 한심한 일은 우리 국민이 세계 각지에서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갑자기 발이 묶이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한국을 얼마나 우습게보았으면 사전 통보도 없이 우리 국민들의 입국을 거부하고 격리시설에 수용하는 일까지 벌어지나요? 외교는 왜 벌이나요?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22일 저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도착한 대한항공 KE957편에 탑승한 한국인 약 130명의 입국을 금지하고, 탑승객들을 대한항공편으로 그대로 한국으로 되돌려 보냈습니다. 사전 통보가 없었다고 하네요. 일방적인 조치는 문제이지요.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한국여행객들을 모두 귀국시키기로 하고 1차로 400여명을 자국이 마련한 항공편으로 한국으로 돌려보냈다고 하네요. 물론 감염병에 차단을 위해 불가피했다고 생각은 하지만 국가간의 일을 그렇게 가볍게 처리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네요.
인도양 섬나라 모리셔스에서는 신혼여행을 간 한국인 관광객들이 격리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공항에서 7시간가량 대기한 이들은 모리셔스 당국에 여권을 압수당한 뒤, 공항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임시 보호소와 병원에 격리 조치됐다고 전해졌습니다. 당시 격리됐던 한 여행객은 "임시 보호소는 벌레도 많고 쥐도 나오는 등 상황이 상당히 열악해 잠도 못 잤다"고 불만이 많았다고 합니다.
외교부는 이스라엘과 모리셔스 정부에 사전 통보 없이 실시한 입국금지 조치에 대해 항의했다고는 하지만 과연 이런 대접을 받는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네요. 24일 현재 외교부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는 모두 18국에 이른다고 합니다. 당분간 더 늘어날 여지도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더 쪽팔리는 것은 우한코로나바이러스의 발상지인 중국이 이제는 한국을 걱정하고, 한국인을 기피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선 아직도 중국인 입국 금지 문제로 옥신각신 날을 지새우는데 정작 당사자인 중국인들은 이제 한국에 가라고 해도 가지 않으려 합니다. 대학가에서는 한국 입국을 포기하는 중국 유학생이 늘고 있고, 중국인 유학생들의 휴학문의도 늘어나고 있다고 하네요. 그런가 하면 중국에서 기업을 하는 한국인 사장이 한국에서 중국으로 귀환하지 못하고 있는데 현지 중국인 종업원들이 한국인 사장의 안부를 걱정하는 소식을 보내왔다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 시진핑 주석과 통화하면서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가장 가까운 이웃인 중국 측의 노력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한다" 고 제의했었지요. 그런데 지금 통화를 한다면 어떤 내용이 담길까요? 곰곰 생각해 보면 쓴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낭패(狼狽)라는 말이 있지요. ‘계획(計劃)하거나 기대(期待)한 일이 실패(失敗)하거나 어긋나 딱하게 됨’이 국어사전의 풀이입니다. 이유야 어찌됐건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 각국의 기피 대상이 되고 있으니 ‘쪽 팔린다’와 일맥상통하는 ‘낭패’가 아닐지요?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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