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전날까지 잡음투성이의 도쿄 올림픽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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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lympics인스타그램]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을 목전에 두고 개막식 연출 감독 고바야시 겐타로가 해임되었다는 소식입니다. 과거 코미디언이었던 고바야시 겐타로가 1998년 콩트에서 홀로코스트를 희화화하는 반(反) 유대주의적 개그를 하는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SWC(미국 유대인 인권단체)의 학장 Rabbi Abraham Cooper는 “누구도 나치 대학살 희생자를 조롱할 권리는 없다. 나치 정권은 장애를 가진 독일인에게도 가스를 살포했으며 이 사람을 도쿄 올림픽에 관련시키는 것은 600만 유대인에 대한 기억을 모욕하고, 패럴림픽에 대한 조롱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이에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기자 회견을 통해 코바야시 감독을 해임하였으며, 일본 국민들과 전 세계 국민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고 밝혔습니다.
도쿄 올림픽의 삐거덕거림은 이전부터 계속되어 왔습니다.
도쿄 올림픽 음악 감독이었던 오야마다 케이고는 과거 음악 잡지 인터뷰에서 학창 시절 자신이 왕따, 폭행에 가담하였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장애 학생을 뜀틀 안에 가두거나 매트리스에 말아 폭행을 가했었다던 그의 고백은 그가 음악 감독으로 발탁되며 재조명되었고, 대중의 분노 속에 sns를 통해 7월 19일 자진사퇴의 뜻을 전하였습니다.
개·폐막식을 총괄 책임지던 사사키 히로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개회식에 출연 예정이었던 여성 연예인을 돼지(Olympig)로 분장시켜 출연시키자는 외모 비하적 주장을 했다가 자신의 발언이 매우 부적절했음을 성명문에 밝힌 뒤 지난 3월 사퇴하였습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이었던 모리 요시로 또한 ‘여성 임원이 많으면 회의가 길어진다’는 여성비하적 발언으로 지난 2월 사임하였습니다.
이번 도쿄 올림픽은 인사 문제 외에도 일본 내 줄지 않는 코로나 확진자 수, 올림픽 선수촌의 골판지 침대, 선수촌 내 냉장고, TV의 유상 대여 시스템 운영 등으로 자국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폐막식 때, 다음 개최지 소개 무대를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일본 국기의 빨간 원을 상징하는 공을 든 아베 총리가 리우데자네이루까지 갈 시간이 부족해 슈퍼마리오로 변신해 일본에서 브라질까지 파이프를 타고 경기장 한가운데 짠하고 나타나는 연출이었습니다(이 또한 사사키 히로시 감독의 작품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한 일본산 캐릭터들로 깜찍하고 기발한 모습을 보여준 그 무대는 지구촌 사람들에게 도쿄 올림픽에 큰 기대감을 심어주었습니다. 이랬던 도쿄 올림픽이 “스포츠를 통해 심신 향상 및 국적과 문화의 차이를 초월한 우정과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평화롭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데 공헌한다”라는 올림픽 정신에 위배되는 행실로 몇몇 주요 관계자들이 해임되는 모습을 보여주다니 참으로 실망스러울 따름이었습니다. 아무리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상황이 겹쳤다지만, 지금 일본의 모습은 그저 올림픽을 어떻게든 이어나가기 위한 이해관계자들의 주먹구구식 몸부림으로만 보입니다.
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축제이자 많은 시간을 스포츠에 바친 선수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내보일 기회의 장입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사람들은 벽을 쌓아 타인을 경계하고, 개인은 각자의 벽 안에서 황폐화되고 있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올림픽 정신이 필요한 지금, 도쿄 올림픽의 열정이 사람들의 피폐해진 마음을 위로 하고, 다시 하나됨을 느끼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하는 국민들도, 열심히 뛰는 선수들도 모두 메달 수에 연연하지 않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게임을 마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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