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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붕괴 후 ‘잃어버린 25년’ 중에 딱 한번 일본경제가 빛을 발한 때가 있었다. 거센 당내 저항을 극복하고 5년 5개월의 총체적 구조개혁으로 일본을 다시 일어서게 한 고이즈미 내각(2001~2006년) 때가 바로 그 때였다.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개혁 리더십의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의 장래를 자기에게 맡겨달라는 대통령에게, 고이즈미가 편지로 전하는 충언을 한번 들어보자.제 4부 국민만 바라보고 개혁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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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25> 개혁의지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리더는 스스로 정한 소임에서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귀도 닫고, 눈도 감고, 입도 다문 ‘불통(不通)의 리더’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그 리더가 되려고 했는지, 그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지도자는 개혁 의지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랜 고민과 숙고와 소통으로, 자신의 속에 개혁과 그 정책과제에 확신이 세워져 있어야 한다.
그 정책의지를 정책으로 구현할 인물들 즉 개혁의 동지(同志)와 정책의 기본이념, 정책의 핵심 요소, 최종목표 등을 빈틈 없이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정책 추진에 나서고 난 이후에는 기본방향이나 핵심요소를 수정하거나 정치적으로 타협하거나 또는 정책 추진을 포기하는 것은 엄정 금물이다. 상황 악화로 행여나 그런 일이 생기면, 관저주도 정책추진 체제 자체가 흔들리고 와해된다. 리더가 흔들리거나 정치적 타협을 하기 시작하면 그 내각은 하루아침에 나침반을 잃은 난파선이 되고 만다. 리더를 믿고 온갖 방해와 비판 속에서 개혁을 추진해 온 사람들이 난파선의 쥐처럼 개혁호(號)에서 뛰어내리거나 다른 배로 갈아타고 말 것이다.
내 신념과 개혁의지 또는 믿는 바 그 소임에 흔들림이 있었다면, 내 내각은 5년 5개월 지속될 수 없었을 것이다. 국민이 나의 개혁의지를 믿고 지지해 준다는 확신이 없었다면, 5년 5개월 흔들림 없이 개혁의지를 불태울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내 ‘개혁의 동지’가 나의 개혁 의지에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또 국민의 지지가 이어진 것도 나의 개혁의지가 굳건 하다는 점을 국민이 믿어주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흔들리는 지도자를 따를 바보는 없다
논란이 두려워 뒤에 숨거나 (실용의 이름으로) 논란을 피해 소임을 버리는 모습을 보이는 지도자가 많다. 그런 자를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설 자는 아무도 없다. 그들은 지도자의 소임을 믿고 그 소임을 이루는데 온몸을 던져 온 사람들이다. 그들 중에, 상황에 밀려 소임을 저버리는 지도자를 따를 바보는 아무도 없다.
개혁을 내세웠던 지도자의 개혁의지가 흔들리면 개혁에 합류했던 사람들의 소임 의식이나 개혁 의지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개혁의지가 흔들리는 지도자는 그 존재 이유가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재임 5년 5개월 마음 편할 때가 한번도 없었다. 그 중에서 2003년 봄이 내가 가장 깊고 큰 어려움을 겪었던 때였다. 내 개혁을 둘러싸고, 개혁 옹호자들은 내 내각이 무슨 개혁을 이루었냐고 비판하고 있었고, 개혁 저항세력은 ‘어줍잖은 개혁으로 불황의 일본경제를 더욱 나락으로 떨어트린다’며 ‘개혁을 당장 중지하고 경기부양으로 경제부터 살려놓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끼인 국민은 내 개혁의 피로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부실채권 문제로 인해 금융 불안이 더욱 심각해져 그 해는 연초부터 ‘2월 금융위기’ ‘3월 금융위기’ 등 달마다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때 만일 내가 흔들렸다면, 내 내각과 그 개혁추진은 그 해 여름을 넘기지 못했을 것이고, 그 해 가을 확연해 진 경기회복세를 맞이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내가 흔들릴 수 있을 때에 나를 지탱해주고 나로 하여금 개혁의 결의를 다질 수 있게 해 준 것은, 부실채권정리, 특수법인개혁 등 나의 개혁이 곧 경제를 활성화 시킬 것이라는 확신, 내 말을 믿고 기다려준 국민의 변함 없는 개혁 지지 그리고 나의 흔들림 없는 개혁의지를 믿고 각 부문에서 묵묵히 개혁을 추진했던 인물들의 헌신이었다.
<순서> 왜 지금 개혁의 리더십인가? 제 1부 제대로 된 잠룡이라면 제 2부 대권을 잡고 나면 개혁의 무대는 이렇게 꾸며라 제 3부 모두를 개혁에 동참시켜라 제 4부 논란이 많은 개혁과제를 택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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