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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연금안 수정은 관료가 정치인 이긴 것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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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3년10월0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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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박근혜 대선 캠프의 싱크탱크로 활약했던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원장(서강대 석좌교수)은 지난달 30일 “지금 상황이라면 박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 발표 때 또 사과를 할 수밖에 없다. 똑같은 사안으로 두 번 사과하면 그때부터 국민들이 대통령의 말을 안 믿는다”고 우려했다. 그동안 현 정부의 국정기조에 대해 말을 아껴온 그는 이날 서울 마포구 연구원 사무실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최근 세제 개편안과 내년도 예산안, 기초연금안 등 경제정책의 잡음이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한 안타까움과 걱정을 나타냈다.

―기초연금안 논란이 크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과 연계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시키면 국민연금 시스템에 불안정 요소가 생기는 건 분명하다. 국민연금을 오래 넣은 사람이 기초연금을 덜 받게 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것이 재정 부담이 적다는 정부안의 논리는 사실인지 아닌지 애매하다. 왜 국민연금하고만 기초연금을 연계시키는지, 정부가 보전해 주고 있는 공무원연금 군인연금도 같이 연계시켜야 되는 건 아닌지, 좀 불분명하다. 국민연금은 재정건전성을 강조한 관료세력이 정치인을 이긴 사례로 보인다.”

―대선 공약 수정은 불가피한가.

“공약을 다 지킬 수 있으면 좋지만 당시 예측했던 것보다 경제상황이 나빠졌다. 정부가 예측한 올해 성장률 4%에 맞춰 공약을 짰지만 2.7% 정도로 줄면서 세수가 크게 부족해졌다. 갈수록 재정상태는 더 나빠질 전망이기 때문에 공약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또 세입 중 지하경제 양성화, 역외 탈루소득 추적으로 인한 세수가 예상보다 훨씬 못할 것 같고 세출 구조조정도 목표치만큼 못했다. 집도 짓다 보면 돈이 더 들 수 있지 않나. 공약 재정 135조 원을 바이블로 볼 필요 없이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다만 대통령이 국민에게 공약이 수정되는 데 대해 양해를 구해야 한다.”

―내년도 예산안이 발표됐는데….

“내년도 예산안을 짤 때 경제성장률을 3.9%로 예상했는데 거의 최대치로 보여 우려스럽다.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를 보면 갈수록 내년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려다 연기한 것도 경기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느리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이 조금 떨어진 3.5% 성장했을 때에 대비한 예산안 시나리오도 발표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3.5% 성장하면 ‘공약 실현이 좀 어렵겠구나’ 하고 이해를 하게 된다. 최고치로 예상하고 실천이 안 되면 대통령이 또 사과할 수밖에 없다. 내년 예산안 때는 올해보다 더 크게 사과해야 할 것 같아 걱정이다. 대통령이 두 번 사과하면 그 다음부터는 국민들이 대통령 말을 안 믿는다.”

―현재 경제 상황을 진단해 보자면….

“통계를 보면 설비 투자, 내수 판매, 소비의 흐름이 모두 안 좋다. 부동산 경기도 회복의 기운은 있지만 아직 미미하다. 집에 현금 보관을 많이 하는 추세도 안 좋은 신호다. 투자가 안 되는데 금리는 최저점이고, 주식도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외국인이 들어와서 주가를 올려도 내국인은 안 사는 형국이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고용도 평균 고용률은 괜찮은데 구조적으로 20, 30대 고용률은 줄고 50, 60대는 늘고 있어 질적으로는 좋지 않다. 민생지수도 뽑아 보니 지금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안 좋다.”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한가.

“성장이 최고의 선택이다. 그러면 증세 없이 복지가 가능하다. 단기적으로는 부동산을 활성화하는 게 제일 빠르다. 인구구조도 그렇고 경제성장 추세도 그렇고 이제 부동산으로 투기할 시대는 아니지 않나. 거래세, 양도세를 줄여줘도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교육 투자로 한국판 뉴딜을 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교육복지가 최고의 복지다. 1930년대 미국판 뉴딜이 토목공사 뉴딜이라면 우리는 사람에 투자하는 뉴딜을 하자는 거다. 사교육 수준 이상으로 시설을 확충해 경기를 부양하면 사교육 문제 해결되니까 저출산과 양극화도 해소되고, 콘텐츠·소프트웨어 등 지식문화산업도 육성된다. 재정을 더 투입할 필요가 있다.”

―증세냐 복지 수정이냐 선택을 해야 한다면….

“복지 공약을 수정하는 게 증세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 경제 체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증세가 상당히 부담스럽다. 자칫 그리스로 갈 수 있다. 계속해서 증세로 재정을 메우는데 경제성장은 안 된다면 어떻게 되겠나. 복지는 도덕적 해이와 항상 연계된다. 그러나 복지공약을 지켜야 한다면 증세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도 복지 수준을 올리려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증세를 한다면 어떤 세금을 올려야 하나.

“증세를 한다면 소득세가 가장 부작용은 적다. 기업이 국가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에 민주당 주장처럼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들이 다른 나라로 점점 나갈 수 있다. 부가가치세 인상은 정권을 걸어야 할 만큼 민감하다. 소득세 증세를 논의하더라도 이 통계부터 생각해보자. 종합소득세 기준으로 지금 상위 20%가 93% 정도의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더 내라고 하면 상위 20%보고 95%, 97% 내라고 하는 이야기가 된다. 소득세를 그렇게 늘리면 최고의 인재들이 국내에서 일 안 하려고 하는 부작용도 생긴다.”

―모든 정책에 청와대만 보인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런 인상을 주고 있는 건 우려스럽다. 모든 걸 청와대가 하면 모든 책임도 청와대가 져야 된다. 무엇보다 관료 사회의 ‘폭탄 돌리기’ 행태가 우려스럽다. 손해 보는 건 결국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관료들이 말하는 화장된 얼굴만 보고 있는 사이 속은 팍팍 썩고 있다. 화장시킨 관료는 자기가 있는 1, 2년 동안만 버티면 된다. 그 다음은 새로운 사람이 잘하라는 식이다. 이명박 정부 때 마지막 예산을 그렇게 짜 놓은 것 아니냐. 잔뜩 성장률 높게 잡고 세수 예측 높게 해놓고 나간 거다. 그 폭탄을 박 대통령이 맞았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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