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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증세없는 복지는 불가능. 증세론 확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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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3년09월2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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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세금을 낼 생각이 있으니 ‘있는 사람들’ 세금을 좀 더 내서 복지 확충하고, 그러면 소비가 늘어 경제가 선순환 구조로 갈 수 있는 것 아닌가”

회사원 유규오씨(46·경기 성남시)는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공약 축소에 관해 의견을 묻자 곧바로 증세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정부는 경제가 어려워 세금을 더 걷기 어렵다고 하는데 경제가 어려우면 서민들 삶은 더 어려워져서 복지가 필요하다”며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속시원하게 증세 논의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증세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와 학자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증세 없이는 복지 확대가 불가능하고, 박근혜 정부 5년 내내 재정적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정부의 ‘2014년 예산안’과 ‘2013~2017년 중장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안을 보면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보장,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등 박 대통령의 주요 복지 공약 이행을 위한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 탓이다. 총 124조원이 필요한 지역공약에는 3조3000억원만 배정됐다. 그러고도 내년 나라살림은 25조90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올해도 23조4000억원의 적자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재정적자가 올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불필요한 사업을 줄이고,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증세 외에 대안은 없다고 봐야 한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정부의 예산안에는 세입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지가 빠져 있어 모든 문제가 꼬이게 됐다”며 증세를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도 이날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적정 수준의 복지와 적정 수준의 국민조세부담률이 어느 정도인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야권을 중심으로 증세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27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조세부담률이 21%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세부담률이 25% 되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19.3%까지 떨어졌다”면서 증세 필요성을 제기했다. 무소속 안철수·송호창 의원은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5년 동안 법인세율의 단계적 축소로 세수 감수가 수십 조에 달한다”면서 “기업들의 사내유보금도 늘어난 만큼 법인세를 원상회복 한다면 상당한 세수증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도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도 증세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인 안종범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증세를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는 세율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라며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감면을 축소조정 한 뒤에도 안되면 세율을 인상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의도연구소장을 지낸 김광림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가모델 연구모임’ 토론회에서 “증세는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하는 일로 국민적 공감대 속에 여야가 숙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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