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의 경제학 여정(旅程) <25> 삼성 자동차, 기술은행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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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6월18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2년06월18일 20시03분

작성자

  • 김광두
  •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남덕우기념사업회 회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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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여름, 서강대학교 경제과 졸업생들 몇 명이 나의 교수실로 찾아왔다.

모두 삼성 그룹에서 일하고 있는 제자들이었다.

 

“교수님, 삼성에 700여명의 서강 졸업생이 있습니다.”

“그래? 다들 잘하고 있지?”

“네. 그런데 교수님 때문에 좀 난처합니다.”

“???~~”

 

1992년 7월 1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삼성의 자동차 시장 신규 진입을 주제로 토론회가 있었다. 나는 삼성의 자동차 산업 진입에 반대하는 주제발표를 했다.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지만, 삼성은 반도체산업에 집중 투자를 하는 것이 한국경제와 삼성을 위해서 더 바람직하다는 논리가 핵심이었다.

 

제자들이 날 찾아온 것은 이 주장 때문이었다.

교수는 제자들에게 약하다. 그들의 앞날이 나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일이 생기면 곤란하다.

 

나는 당시 경제력 집중의 폐해와 자동차 산업의 과잉투자, 그리고 세계 메모리 반도체업계의 동향을 보고 있었다. 그 결과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에서 시스템 반도체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투자를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제자들과는 생맥주를 마시고 헤어졌지만, 속이 씁쓸했다. 이런 식으로 전문가의 고언을 받아들이다니……​.

 

1997년 외환위기를 촉발한 요인 중 하나가 기아자동차의 경영 부실이었다. 삼성 자동차도 외환위기의 와중에 구조조정 대상이 되어 해외 기업에 매각되었다. 나는 삼성이 자동차 산업 진입을 위한 투자 자금으로 그 당시에 주문형 반도체 개발을 시작했다면 오늘 현재 대만의 TSMC보다 더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三星(삼성) 商用車(상용차) 참여 이렇게 본다 - 經實聯(경실련)공청회

매일경제 | 1992.07.14 기사(텍스트)

 

주제발표 金(김) 廣(광) 斗(두) 西江大(서강대)교수

수출경쟁력 한계 對日(대일) 예속 우려

重複(중복)투자로 과당경쟁···문어발확장 규제명분 잃어

輸入(수입)자유화 하는 판에 규제는 語不成說(어불성설)

林東昇(임동승) 三星(삼성) 경제硏(연)소장

"中(중)·東南亞(동남아) 수출산업 육성" 무리한 발상

李鐘大(이종대) 起亞(기아)경제硏(연)소장

大(대)기업 업종전문화 정책 - 一貫性(일관성) 결여

姜哲圭(강철규) 서울시립大(대)교수

"경쟁원칙 중시···중복 아니다" 판단

金弘徑(김홍경) 상공부국장

토론내용 紙上(지상) 중계

 

 삼성중공업의 대형상용차 생산 참여문제와 관련, 1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經實聯(경실련))은 정부, 학계, 삼성, 기아 등 관계자들을 초청, 공청회를 가졌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 구조조정기의 산업정책, 기술자립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참석자들 간에 첨예한 공방을 벌였다. 주제발표 내용과 토론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註(주)>

 

 三星(삼성)의 대형상용차 생산 참여는 여신관리규정8조4항(신규업종참여억제)과 12조 및 14조(주력업체의 기존 영위업종과 직접 관련 없는 업종에 대한 투자금지), 외자도입법 시행령 24조를 위반한 것으로 업종전문화 등 정부의 기존 산업정책의 골격을 완전히 뒤흔들어버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현재 三星重工業(삼성중공업)이 영위하고 있는 업종은 선박엔진, 건설중장비, 철구조물 등을 생산하는 특수산업용 기계 및 장비제조업종으로 제반 규정을 검토해 봤을 때 자동차제조업과는 단위업종이 같지 않은 것으로 되어있으며 대형상용차는 분명히 자동차로 분류되어있다. 

 

 대형상용차의 경우 업체당 적정 생산규모가 연간 2만~2만5천대라고 상공부 스스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4개사의 대형상용차 출생산량이 2만8천대(91년 말)에 그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참여를 허용한 것은 중복·과잉투자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상공부와 三星(삼성)은 수출확대를 통해 문제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자동차 대국인 日本(일본) 조차도 대형상용차 수출은 높은 관세율과 운송비로 인해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상공부가 수출에 관한 조건을 달지 않고 三星(삼성)의 상용차 생산을 허용했다는 점과 三星(삼성)이 계획하고 있는 생산규모가 97년 4천8백대인 점을 고려할 때 수출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현재 대규모 기업진단들은 내부자 거래, 상호지급보증, 금융자금과 유능인력의 독점, 정치권과의 밀착 등 불공정한 시장경쟁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각종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불공정 경쟁환경을 완화 규제할 수 있는 기존제도의 개선 보완폐지나 새로운 제도의 신설이 선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유경쟁의 논리만을 앞세울 경우 경제적 효율성은 달성될 수 없다.

 

 자유경쟁체제는 공정한 경쟁의 선행조건들을 마련한 후 일반원칙으로서 적용되어야하며 이러한 원칙없이 특정 업종의 특정 업자에게만 선별적으로 적용하고 다른 경우에는 경쟁제한적인 규제를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 이것은 국내 자동차부품 기술의 낙후를 초래할 것이며 더 나아가 對日(대일) 경제예속을 한층 심화시킬 것이다. 

 

 三星(삼성)의 대형상용차 생산허용이 자유로운 시장진입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 이해될 경우 다른 재벌들의 각종 신규사업 참여를 규제·제한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는 더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막강한 자금력, 인력, 조직력 등을 바탕으로 자유경쟁의 논리를 앞세워 모든 업종에 뛰어든다면 국제수준에서 볼 때 전업종에서 규모의 영세성을 초래,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나는 기술혁신 정책에 관한 연구를 지속했다.

1991년 5월엔 “연구 결과의 상업화 촉진 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과학재단.”을 발간했고, 1992년 11월엔 서울대 정운찬 교수와 함께 “금융혁신과 기술금융 제도에 관한 연구,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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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구 결과의 상업화 촉진 방안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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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금융혁신과 기술금융 제도에 관한 연구​>

 

정운찬 교수와는 1980년대 후반부터 가까이 지낸 사이였다. 그러나 그와 공동연구를 한 보고서는 이것이 처음이었다. 나는 그의 인간적 소박함, 사회적 정의감을 좋아했다. 1990년, 그와 나는 양지(良知) 경제연구회라는 공부 모임을 만들어 오늘까지도 계속하고 있다. “양지(良知)”는 조 순 교수님이 지어주신 이름이었다. 이 모임엔 국내의 중진 경제학자들, 엘리트 경제관료, 그리고 언론인들이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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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주 한라산 등반길에서. 좌측부터 필자, 故정병휴 교수님, 정운찬 교수. 90년대 초반.>

 

이 두 보고서를 바탕으로 나는 여러 모임에서 주제발표도 하고 토론에 참여하기도 했다. 1992년 겨울에 기술은행의 설립을 주장한 것도 이런 연구의 결과를 근거로 한 것이었다. 

 

 「技術(기술)주력업체制(제)」 도입 필요

매일경제 | 1992.12.08 기사(뉴스)

 

投資(투자) 부축 위해 與信(여신)관리 제외 바람직

「기술銀行(은행)」도 신설해야

産技(산기)민간協(협)서 金廣斗(김광두)교수 제안

 

 기술개발에 대한 금융지원제도 개선을 위해 기술투자를 활발히 하는 업체를 주력업체로 지정, 여신관리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 기술개발투자에 대해 정상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제공하는 한편 기술금융전문 금융기관의 설립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8일 상공부에 따르면 이날 산업연구원에서 열린 산업기술민간협의회에서 金廣斗(김광두) 서강大(대)교수는 '기술금융제도 개선방안' 발표를 통해 현행 기술금융제도가 자금규모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기술금융의 非(비)전문화로 자금운영의 효율성이 저하돼 있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하고 이같이 제안했다. 

 

 金(김)교수는 기존의 주력업체에 대해 일정수준 이상의 기술투자를 의무화하거나 일정수준 이상의 기술투자를 하는 업체를 주력업체로 새로 지정, 여신관리에서 제외함으로써 여신관리제외 혜택이 기술개발투자로 직접 연결되도록 '기술주력업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金(김)교수는 또 기술금융에 대한 금리차별화를 위해 이차보전제도를 도입, 기술개발투자에 대해 정상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대출토록 하고 공공기관의 손실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재정자금으로 보상해주는 한편 공업발전기금과 중소기업구조 조정기금 중 일부를 기술금융에 대한 이차보전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金(김)교수는 이와 함께 가칭 '한국기술은행'이라는 기술금융전문 금융기관을 신설, 기술금융 취급기관을 한국산업은행과 한국기술은행으로 이원화해 한국산업은행은 대기업을 주대상으로 사업화단계를 지원하고, 한국기술은행은 중소기업을 주대상으로 연구개발사업화의 전단계를 지원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연구 결과의 상업화 촉진 방안에 관한 연구”는 상업화 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애로 요인을 설문조사 방식으로 파악했다. 인력, 금융, 기술정보 등 여건 요인들도 있었지만, 대기업의 기술 탈취나 불공정 구매 관행, 그리고 수입 개방 계획과의 충돌 등 시장 내적 상황과 제도적 요인들도 주요 애로 요인으로 분석되었다.

 

“경제 발음 못하시죠?”

“씰데 없는 소리! 왜 못해.”

“그럼 해보시죠.”

“기~영제!”

 

참 소박한 대통령 후보였다.

김영삼 후보와 몇몇 교수들이 여의도 어느 식당에서 오찬을 함께 할 때, 김영삼 후보는 나의 짓궂은 질문에 웃음으로 답했다.

 

나는 대선에는 엄청난 경제적 비용이 소모되는 만큼, 그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말씀드렸다.

 

 大選(대선) 경제비용 1兆(조)6千(천)5百億(백억) 넘는다

동아일보 | 1992.12.18 기사(뉴스) 

 

西江大(서강대) 金廣斗(김광두)교수 산출

선거운동 8千(천)4百億(백억)원 직접비용 발생

投票日(투표일) 휴무 생산액 7千億(천억)원 감소 추산

 

 이번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우리 경제가 부담한 비용은 어느정도나 될까.

 얼마 전 美國(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보듯이 투표는 민주주의 사회의 가장 큰 축제로서 당연히 경비가 따르게 마련이다. 

 서강대 金廣斗(김광두)교수는 최근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 위해 우리 경제가 부담한 비용을 직접비용과 간접비용으로 구분해 다음과 같이 산출했다. 

  우선 직접비용

 각 대통령 후보는 이번 대선운동기간 중 3백67억원 한도의 법정선거비용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적어도 이 상한선을 채웠을 것으로 간주되는 民自(민자) 民主(민주) 국민 3黨(당)만을 합해봤을 때 이 비용은 1천1백1억원이 된다. 

  물론 이 돈은 3당만을 기준으로 했을 뿐 아니라 이들이 모두 법정선거비용 상한선을 준수했다고 가정했을 경우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이 선거에 투입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운동원이 필요하게 마련인데 이번 선거에서는 대략 10만 명 가량의 인원이 선거운동에 투입됐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얼마 전 大宇(대우)경제연구소는 법정선거운동기간(28일) 동안 이들 10만명의 선거운동원이 생산을 하지 않은데서 발생하는 비용을 8천4백억원 정도로 추산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계산도 각 정당들이 실제로는 법정선거운동기간보다 훨씬 전부터 사실 상의 선거운동을 벌여왔다는 점은 감안할 때 최소한으로 산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투표 당일인 18일이 휴일이 됨으로 해서 감소되는 부가가치생산액은 7천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같은 세가지 항목들을 합할 경우 이번 선거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최소한 1조6천5백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선거를 치르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이 같은 비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선거를 앞두게 되면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게 된다. 

 올해의 극심한 투자부진은 경기가 침체한데도 원인이 있지만 상당부분 정치적 불확실성에 기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관계자나 재계인사들, 경제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우리나라의 경우 금리보다도 정치적 상황이 투자를 좌우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기업들로 하여금 내년도 사업계획을 짤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까지 아직도 내년도 경제운용계획을 짜지 못하고 있는 것만 봐도 선거에 따른 간접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같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선거를 치르지 말자는 주장을 있을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를 유지하는데 선거는 필수적인 것이며 여기에 들어가는 돈은 최선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당연히 들어가는 비용으로 간주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날의 오찬은 김덕룡 의원이 주선한 모임이었다. 나는 고 차동세 박사( 전 KDI 원장, 전 LG경제연구원장)의 소개로 김덕룡 의원과 가끔 식사를 나누는 사이였다. 

이 만남이 내가 정치인들을 알고 교분을 쌓는 시발점이었다. 1992년 말의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가 당선되었고, 김덕룡 의원은 소위 정치 실세 중 한 사람으로 회자(膾炙)되었다.

 

그는 지적이고 진정성 있는 정치인이었다. 그는 공부 모임을 하나 만들었다. 그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 모임에 이명박 전 대통령, 이인제 전 대통령 후보, 김형오 전 국회의장, 박헌기 전 국회 법사위원장 등이 참여했고, 학계에선 고 차동세 박사, 이달곤 서울대 교수, 이기수 고대 교수, 박재창 숙대 교수, 그리고 필자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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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알프스의 샤모니 부근 어느 고성이 있는 소도시에서. 1994년 독일에서 국제세미나에 함께 참석한 후. 좌측부터 김덕룡 의원과 필자.>

 

1993년 8월 12일, 김영삼 대통령은 금융실명제를 전격적으로 실시했다.  노출되지 않은 채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시행된 개혁 조치였다. 그의 용단(勇斷)에 정치권과 재계, 금융계는 충격을 받았으나 국민들은 환호했다. 나도 그의 “기~영제” 발음을 떠올리며 큰 박수를 보냈다. 이 조치는 쉽게 할 수 없는, 김영삼 대통령이었기에 가능했던 신선한 개혁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실효성을 가지고 정착되는 데에는 제도적 보완과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이 제도의 정착을 위한 의견을 제시했다. 

 

 실명제 정착의 길 전문가 제언<3>

조선일보 | 1993.09.15 기사(칼럼/논단)

 

실명제 정착의 길

전문가 제언<3>

자금출처 조사기준 완화를

金(김) 廣(광) 斗(두)

비현실적 조세제도

 

 솔직히 세무서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세무서에서 전화왔다는 소리만 듣고도 어지러움증을 느끼는 민초들이 너무나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따라서 국세청 통보나 세무조사라는 말이 주는 심리적 부담감은 실로 엄청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명제 실시에 관한 대통령의 긴급명령에 포함되어 있는 국세청 통보라는 항목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매우 당연하다. 

 사실 영세 사업자나 대기업이나 오랜 세월에 걸쳐 탈세의 관행에 안주해 왔다. 이것은 무엇 때문이었던가. 조세제도, 세무행정, 탈세본능의 합작이 아니었던가. 세무당국과 사업자들이 조세제도의 비현실성을 명분으롤 상호 묵인 하에 탈세 관행을 반복해온 것이 아닐까.

 각종 세율도 국제적으로 비교해 보면 한국이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세금을 정직하게 내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업계에 가득 차 있어왔고, 세무행정의 일선 책임자들도 이런 현실을 인정해왔다고 본다.

 이러한 인식의 공유를 통해 그동안 대기업들의 비자금 조성이 암묵적으로 인정되어왔고, 유통시장에서 무자료 거래가 방치되어 왔다. 결국 과세표준이 되는 거래 외형액의 산정에 있어서 사업자들이 일정률의 연간 증가액만을 자진해서 신고하면 세무당국이 이것을 받아들여 왔고, 이 일정률은 실제 증가율보다 낮은 수준에서 설정되어 온 관행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부가세의 과세 특례자의 범위도 역설적으로 보면 세무당국과 사업자들 간의 탈세인식의 공유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행법에 의하면 연간 외형 3천6백만원 이하가 특례자의 범위이다. 이것은 매월 3백만원 이하의 외형 거래를 의미하는데, 현실적으로 소규모의 구멍가게라 하더라도 이런 정도의 거래액으로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법률대로라면 과세특례자는 극소수에 불과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개인 일반과세자의 70% 정도가 과세특례자에 해당된다.

 

탈세묵인의 관행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세무당국과 사업자들이 상호 동의 아래 외형을 축소하는 稅源(세원) 감추기 작업을 공동 수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외형 감추기 작업은 금융관행의 뒷받침을 받았기 때문에 더욱 쉬웠다. 

 금융기관들의 예금유치경쟁은 가명, 차명, 盜名(도명) 등 각종의 아이디어를 동원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것은 금융쪽에서 사업자들의 외형 감추기를 성공적으로 도와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예컨대 연간 1억원의 외형을 올리는 회사라도 사업주의 실명으로는 3천만원만 금융거래되고, 나머지는 다른 이름으로 분사되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발생했다. 

 실명제 내용 중 과거에 대한 세무조사는 이와 같은 비실명 금융거래에 의한 과거의 탈세를 겨냥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조세제도, 금융관행, 세무행정 등의 보이지 않는 보호막 뒤에 숨어있던 세원이 상당부분 양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최근까지도 경기 활성화의 정책수단으로 간혹 세무조사 면제가 사용되어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세무조사가 경제활동으 위축시킨다는 점을 정부가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정부가 탈세 관행의 책임이 비현실적 조세제도, 세무행정의 편의주의, 왜곡된 금융 관행 등에 있었음을 인정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새삼 말할 필요 조차 없지만, 과거의 청산은 정치적-사회적 도덕성 확립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정부 스스로 인정하는 제도적 장치의 구조적 결함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과거에 대한 세무조사'가 몰고 올 국민적 불안함과 경제활동의 위축 또한 경시할 수 만은 없다. 게다가 세무행정의 업무수행능력의 한계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생각할 때 긴급조치상의 세무조사는 세가지 방향에서 원칙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첫째, 현재 5천만원으로 되어있는 국세청자금출처 조사 기준의 대폭 인상이다. 이 액수는 경제의 현실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엄격하다. 

 둘째, 과거의 탈세에 대한 추징금 부담의 완화이다. 현재 복식부기를 요구받고 있지 않은 외형 2억5천만원 이하 5천만원 이상의 사업자에게는 탈세 사실이 있었더라도 추징금을 법정 금액보다 크게 경감시켜주는 것이 좋다. 탈세 사실이 있었더라도 추징금을 법정 금액보다 크게 경감시켜주는 것이 좋다. 

 셋째, 외형거래액이 5천만원 이하의 사업자들에게는 일체 과거를 불문해야 한다.

 여기에는 물론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그러나 도덕성과 경제성의 조화, 그리고 세무행정의 업무능력 등을 종합 고려할 때, '큰고기'만을 잡으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나는 1992년 4월부터 1993년 10월까지 MBC 라디오의 육성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일주일에 2~3회 20~30분씩 특정 이슈를 주제로 나의 의견을 말로 제시하는 일이었다. 김동길 연대 교수, 박재창 숙대 교수 등도 이 프로그램의 칼럼니스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방송 시간은 오전이었다. 무슨 말을 해도 아무런 간섭이 없어서 마음껏 신나게 떠들었다.

 

매일경제신문의 비상임 논설위원으로 사설을 기고했던 시기는 1991년 11월부터 1992년 12월까지였다. 1993년부터 나는 상공부 업종전문화협의회 위원, 과학기술처 과학기술정책 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한편 서강대에서는 1991년 2월부터 1993년 2월까지 기획관리실장의 보직을 맡았다. 당시 서강대 총장은 고 박 홍 신부님이셨다. 박 홍 신부님께서 투병하실 때 자주 뵙지 못해 지금도 가슴이 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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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2년06월18일 20시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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