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관찰하기를 좋아한다.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그저 가만히 걸터앉아 주위의 것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쳐다보는 것이 나의 취미다. 아마 이것은 어렸을 때 자란 나의 환경에서 생긴 버릇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이상할 정도로 우리 마을에는 내 또래 어린아이들이 거의 없었다. 물론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부모님들이 같이 놀지 못하게 하여 거의 외톨이처럼 나는 혼자 놀아야만 했다.
그래서 어른들이 들로 일하러 가시거나, 마실에 나가시면 나는 혼자 집에 남았다. 그러면 나는 집안을 뱅뱅 돌며 이것저것 관찰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아마 그래서 생긴 버릇이 주위 것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버릇이었던 것 같다.
1. 나에게 있어서 계절의 신호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거의 3개월씩 4계절이 뚜렷하였다. 그래서 나처럼 시골에 사는 사람에게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계절을 상징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
나에게서 봄의 시작은 통랑하기 짝이 없는 옥잠화의 연두색 순과 작약꽃의 빠알간 순 그리고 집 앞 미나리꽝의 부끄러운 듯한 미나리 순이 돋아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봄의 진행은 감나무의 탱탱한 갈색 순이 파래지면서, 바닷가의 작은 소라처럼 돌돌 말린 잎이 펴지고, 솜털 달린 작은 잎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즈음의 감잎은 아직 ‘여려서’ 아랫잎에서 윗잎을 쳐다보면, 윗 감잎의 그림자를 아래에서도 볼 수 있었다. 즉 펴진 어린잎은 아직도 절반의 투명함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봄이 더 진행되면 다닥다닥 감꽃이 열리고, 그 감꽃이 사각사각 소리내며 떨어지면 작은 감이 그 안에 달리게 된다. 그러면 봄은 끝나고 여름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감이 빨갛게 익으면 가을이 된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서 가을은 바로 집 앞 들녘의 누런 볏 다발보다 감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린 빠알간 감이 바로 가을이었다.
그 버릇은 아직도 남아, 가을이 되면 큰 감 한 접을 사서 집안 여기저기를 장식해 놓는다. 나에게 있어서 그 모습은 마음이 부자가 되는듯한 풍요로움이고, 아련한 옛 추억을 상징하는 향수이기 때문이다.
2. 울산 앞바다 세 겹의 파도와 경제
아마 나의 이런 버릇의 연장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울산을 장기간 방문할 일이 있었다. 시간이 남아 울산 앞바다에 앉아 서너 시간을 물끄러미 바다를 쳐다보았다. 그때 파도를 보며 발견한 하나의 현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파도 모습에 대한 것이었다. 누구나 어느 바닷가를 가나 파도는 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무심히 보면 밀려오는 파도지만, 자세히 보면 하나의 파도는 여러 개의 파도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나는 넓고 긴 큰 파장을 가진 파도이고, 다음은 그 파도에 여러 모습을 만들어 주는 중간 정도의 파도이며, 세번째는 그 중간 정도 파도 표면에 잔주름 같은 모양을 내주는 파도였다. 해양학자들은 수십 개로 구분할 줄 모르지만, 내가 본 그날 평범하게 몰려오는 파도는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포르투갈 여행 시 본 높은 파도가 없는 날, 나자레(Nazare)에서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한참 동안 잊었던 그때의 일이 떠오르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최근 경제 때문이다. 경제를 예측하는 사람들은 비관적 견해를 제시하는 사람들과 역으로 낙관적 견해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마다
거의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 같다.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이니 크게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경제에도 세 겹의 파도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매년 조금은 다르게 예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선 설명을 쉽게하기 위해, 내가 말한 세 겹의 파도를 ① 장주기 파도 ② 중간 주기파도 그리고 ③ 표면파도라고 부르기로 하겠다.
당연히 우리 경제에 가장 근본적인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장주기 파도다. 즉 세계의 정치와 경제 기본 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건들이다. 중간 주기 파도라면 장주기 파도만큼 큰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우리가 상대하는 주요 국가에서 생기는 큰 변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표면파도 라면 거의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매스컴의 가십란에는 가장 자주 나올만한 그런 자질구레한 것들이다.
3. 우루과이 라운드와 세계화(Globalization)의 탄생
우루과이 라운드는 장주기 파도에 해당되는 매우 중요한 경제‘체제’의 변화다.
(1) 우루과이 라운드의 진정한 의미
우루과이 라운드(UR)는 우리나라에서는 쌀이나 농수산물의 문제로 인식되었지만, 실상은 그것과는 거리가 아주 먼 『자유무역협정』이다. UR의 복잡한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우리가 돈을 주고 사고파는 모든 상품에 대해서 ② 관세 7%를 제외하고는 ③ 그밖의 다른 제약들 즉 ④ 높은 관세, 수입급지 제도, 쿼타제도, 유통시장의 불개방 등을 ⑤ 모두 다 없애자.”는 협정이다.
즉 지금까지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높은 관세나 수입금지 등으로 나뉘어져 있던 국가별 시장을 글로벌 마켓(Global Market)라는 하나의 거대 시장으로 만들자는 전(全) 세계적 차원의 자유뮤역협정(FTA)인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우리가 얼마 전까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세계화(Globalization)』다.
UR 이전까지 각 국가들은 자기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썼었다. ‘수입금지’ 제도로 경쟁력 있는 외국상품을 수입하지 못하게 막았거나, 쿼터제로 국내 수요보다 훨씬 적은 양만을 수입하게 하였거나, 또는 높은 관세를 매겨 국내 판매가를 높게 만들어 국내상업을 보호하였었다. 우리에게도 얼마 전까지 매우 익숙했던 모습들이 있었다. 해외여행에서 돌아올 때 일제 쏘니 티비나 코끼리 밥통 하나를 들고 오면 여행경비의 상당 부분이 빠졌었다.
그러나 지금 쏘니 티비나 코끼리 밥통을 사 오는 사람은 없다. 아예 없다. 왜 그럴까? 일제 품질이 나빠서? 물론 그것도 이유다. 그러나 그것은 한참 뒤 우리나라 상품의 질이 좋아진 이후의 일이다. 그것보다 더 빠르고 가까운 이유는 들고 와봐야 값이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높은 관세 때문에 내가 사온 가격보다 두세 배 비싼 가격으로 팔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관세 7%만 내면 얼마든지 수입할 수 있다. 즉 외제품의 국내판매가격은 외국에서의 판매가격과 거의 차이가 없다. 7% 가격을 더 받기 위해 무거운 짐을 들고 오는 바보는 아마 없을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기업들 각고의 노력으로 우리나라 상품의 품질이 훨씬 더 좋게 되었다. 그래서 손으로 들고 오는 일본 제품들의 수입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미래에는 외제 화장품도 거의 사라질 것이고, 아마 양주 정도만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2) 소련의 패망과 미국의 우쭐한 자존심
그러나 이런 세계에 큰 변화가 생겼다. 바로 소련의 패망이다. 소련의 붕괴는 자본주의 세계에는 매우 큰 의미가 있었다. 바로 소련이 망한 이유는 정치가 아닌 소련 경제의 붕괴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즉 소련의 붕괴는 공산주의 보다 사람들의 “이익 추구 본능”을 더 잘 만족 시켜주는 자본주의의 승리였기 때문이다. 이 사실에 가장 고무된 국가는 바로 미국이었다. 즉 지금까지 가장 큰 숙적이었던 소련이 멸망함으로써, 자본주의 체제의 우수성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본주의의 두목인 미국은 당연히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소련이라는 경쟁자가 사라짐으로써 미국은 수퍼 파우어가 아니라 독불장군 격인 “초수퍼 파우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전 세계는 내 세상, 즉 미국의 세상이 된 것이다.
미국 위정자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신이 났다. “오 케이” 이렇게 신이 날 수 없는 내 세상이 되었으니, 이제는 내 마음대로 세계의 룰을 바꿔보자. 지금까지는 경쟁자인 소련이 있어 제3세계를 돌보아야 했고, 같은 자본주의 편 국가가 미국 특허를 도용해도 봐주었고, 힘들여 개발한 윈도우를 불법 복사해서 사용해도 용서해 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지금부터는 돈을 내고 사용해라. 불법 복사 안 된다. 특허료도 꼬박꼬박 내라. 그리고 경쟁력 있는 미국상품이 모든 나라에서 잘 팔려야 하는데 높은 관세, 수입금지제도, 쿼타제도 같은 것들 때문에 잘 팔리지 않았다. 7% 관세 이외에는 다 없애라. 그리고 7% 관세도 없애면 더 좋다. 그러니 UR 이외에 너와 나 두 국가끼리 합의하면 그것도 없애자. 그리고 우리끼리는 나라 이름을 앞에 부쳐 『한미 상호 자유무역협정』이라고 부르자. 등등
바로 이것이 우리가 지금 듣고 있는 익숙한 단어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그래서 우리와 미국 그리고 많은 국가들은 UR 협정 이외, 상호 간에 많은 자유무역협정을 맺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런 협정의 끝판왕이 거의 전 유럽을 한데 묶는 『유럽연합, EU』의 탄생이다. EU에서는 아예 국경 간의 비자도 없애버렸고, 특히 화폐까지 『유로』로 합해버리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 환율조정을 통한 국가별 경쟁력 조정기능을 무시한 유로화 통합은 결국 ‘PIGS의 문제’를 일으켰다. EU 국가 중 가장 경쟁력 있는 독일은 EU의 수장 국가가 되어 오히려 득을 보았고, 그 결과로 일본이 쪼그라들기 시작한 “플라자 합의”를 피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3) 미국의 자존심을 해치는 국가들
미국의 이러한 세계화 전략은 일견 성공한 듯이 보였다. 또 상당 기간 성공하였다. 그러나 여기에 뾰조록하게 튀어나오는 국가들이 있었다. 바로 우리나라, 대만, 독일 그리고 중국이었다. 중국은 다음 절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당시 우리나라는 IMF 등으로 사실 정신이 없었다. 이처럼 중차대한 우루과이 라운드를 국내 GDP 1~2%에 불과한 ‘쌀의 협정, 농수산물의 협정’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사실 고소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고개를 쳐들고 일본 다음으로 미국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대한민국을 확실하게 자기 밑의 국가로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끈질기게 정말로 끈질기게 5천년을 버티고 살아온 민족이다. 특히 우리 민족은 『위기에 강한 나라』다. 평상시에는 쪼잔한 일로 서로 싸우고, 비난하는 나라지만 일단 위기가 닥치면 똘똘 뭉치는데 선수인 나라다. 국민들은 금 모으기를 하였고, 기업들은 뼈아픈 구조 조정을 하였다. 밤잠 없이 일했다. 그리고 한데 뭉쳤다. 그 결과 3년 반 만에 IMF 경제위기를 벗어나게 되었다.
S&P의 경우 우리나라 신용등급은 영국과 같고, 불란서보다 한 단계 높으며, 일본보다 두 단계나 높은 나라가 되었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항상 입으로만 나라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이 점은 알았으면 좋겠다.
언제나 나라에는 분란이 있고 위기스러운 일은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의 문제이고, 무엇보다 그 “위기 상황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의 문제다. 항상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꼭 묻고 싶은 말이 있다. “위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당신은 1997년 12월 IMF 위기가 오기 전, 즉 1997년 상반기에 우리 경제에 대해 어떤 예측성 발언을 했는가를 생각해 보십시오.”라고.
위기의 가능성을 지적해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말해야지 정확한 근거에 바탕을 두지 않는 말을 쉽게 하는 것은 “착한 국민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고, 열심히 일하는 기업인들의 의기를 소침하게 만들며, 무엇보다 국론을 분열하게 만드는 행위”인 것이다. 그런 분들의 근거 없는 예측은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심심하여 앞에 있는 개구리에게 돌을 던지는 아이들’ 의 동화를 생각나게 하는 행위들일 수 있다.
4. 시진핑의 반복된 헛발질과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
(1) 거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걱정 아닌 걱정
자유민주주의 수장 국가인 미국에게 공산주의는 항상 걱정꺼리였다. 물론 강력한 소련은 가장 큰 골칫덩어리였지만, 더 큰 잠재적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나라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중국이었다. 1978년 당시 중국의 GDP는 아주 낮은 수준이었다. 즉 별 볼일 없는 가난한 나라였다. 그러나 인구는 12억이나 되는 나라였다. 자본주의 두목인 미국 입장에서는 고민되는 측면이 많았다.
“오 케이” 소련도 걱정이지만 중국은 더 큰 걱정꺼리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공산주의는 가난한 나라에서 생기는 법이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당장 먹고살 수 없는데, 자본가를 없애고 우리가 모두 잘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주장에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내가 잘 먹고 잘사는데, “내 것을 나누어서 누구나 최소한 먹고 사는 나라를 만들자.”고 할 때 누가 찬성하겠는가? 그래서 공산주의는 가난한 나라에서 생기는 법이다. 그런데 당시 중국은 모택동이 사망하고, 등소평이라는 사람이 나타났지만, 아직 중국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수의 나라다. 그러나 가난한 12억의 중국이 그대로 공산주의로 남는 것은 우리 미국에게 가장 큰 미래 숙제가 될 것은 너무 확실하다.
“그래. 그러면 중국을 개방시키자. 그러면 우리에게 분명한 세개의 이득이 있을 것이다.
첫째; 미래 거대 공산주의 국가 탄생을 미리 막고, 둘째; 넘쳐나는 월가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투자처를 만들며, 셋째; 미국상품을 팔아먹을 수 있는 12억 거대 시장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런데 아직은 중국의 속내를 잘 알 수 없다. 그러니 우선 탁구 핑퐁외교로 시작하여, 등소평의 진짜 속내를 살펴보자.” 이것이 바로 1971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닉슨과 키신저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시작된 중국의 개혁, 개방은 상상 이상의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중국은 7~8% 이상의 초고속 성장을 하였고, 외국의 자본투자에도 특히 미국의 투자에는 매우 우호적이었다.
닉슨과 키신저는 노벨평화상을 받을 만했다. 그러나 그들은 중국이라는 나라의 깊은 속셈을 몰랐다. 중국의 속 깊은 동양식 미래 계산과 미국의 서구식 미래 예측은 맞아떨어질 수 없었다. 등소평은 개방 시절 초기부터 이미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말을 썼었다. 직역하면 ‘빛을 숨기고(도광),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르자(양회).’라는 뜻이다. 쉽게 설명하면,
“아직 우리 중국이 미국보다는 힘이 약하니 우선 조용하게 힘을 기르고, 힘이 자라면 그때 나를 주장하자.”는 뜻이다. 세계 제패의 꿈은 그때부터 이미 있었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능란한 은닉 기술과 서구의 솔직한 가치 기준이 그것을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얼마 후 중국에서도 GDP가 세계 2위가 되었으니 이제 도광양회(韜光養晦)를 폐지하고, 중국의 꿈을 나타내자는 주장이 끊임없이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는 온건파의 주장이 커서 그 주장을 잠재울 수 있었다. 하지만 시진핑의 등장은 이 모든 것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2) 시진핑의 등장과 급진적인 중화주의(中華主義)의 시작
시진핑의 등장은 여러 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중화주의는 어렵게 해석하거나 해설할 필요가 없다. 단순 적확하게 표현하면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이고, 중국이 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정당하며, 좋은 것은 모두 중국에서 기원한다.”는 생각이다. 이처럼 중화주의를 인식하면 동북공정을 포함한 터무니 없는 각종 공정들, 거만한 중국인들의 태도, 김치, 한복을 자기 것이라는 주장, 서양인들이 먹는 빵도 중국에서 나왔다는 주장, 만리장성의 끝이 하북성 산해관에서 갑자기 평양성으로 이어지는 것들이 쉽게 이해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중국인들의 잘못된 중화 인식에 불을 부친 것은 바로 시진핑이다. 독재자들은 한결같은 목적이 있다. 그것은 『자기 절대권력의 유지』다. 그것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주장할 수 있고, 무엇이든지 희생할 수 있다. 모택동의 경우 몇천만 명을 눈 깜짝하지 않고 굶겨 죽일 수 있었으며, 장구한 자기 나라 역사까지 송두리째 갈아없애는 ‘문화대혁명’도 얼마든지 실행할 수 있었다.
시진핑도 큰 차이가 없다. 앞서 말한 각종 공정들, 소국은 대국인 중국 말을 들어야 한다는 싸우는 늑대외교(전랑외교), 모든 주위 국가들과의 국경분쟁, 신강 위구르 여성들에 대한 강제 불임, 그중에서도 가장 가관은 신(新) 실크로드의 재건이다. 왜냐하면 실크로드는 중국의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국이 다시 세계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실크로드를 다시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그것의 실제 가치와 들어가는 비용은 문제가 아니다. 나 개인의 위용을 자랑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중국 전랑외교의 전형적인 예가 동지나 국가들과 벌리고 있는 해양 구단선(九段線)이다. 지금까지의 세계 해양협정은 중국과는 무관하다 내가 필요하면 그 바다는 내 바다다. 빨간선이 중국이 내해라고 주장하는 구단선이고, 파란줄은 국제해양법에 따른 영해 표시다.
그림 . 빨간선 구단선이 중국과는 얼마나 멀고, 필리핀, 인도네시아와는 얼만큼 코앞인가를 알 수 있다.
이것이 중국이다. 이것이 중국의 본모습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중국이 마치 무슨 모국인 양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을 보면 ‘어찌 저런 사람들이 아직도 있을까?’하는 안타까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3) 그러나 고맙기 짝이 없는 시진핑
나는 얼마 전 글에서 “쌩큐 시진핑!”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러나 동일한 제목으로 뉴욕 타임스도 글을 썼다. 참 재미있는 일치된 감각이다. 그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정말로 시진핑이 고맙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중국과 우리나라는 수천 년 간의 선생이고, 원수인 나라다. 그러므로 인접한 중국이 강성할 때 우리나라는 힘들었고, 그들이 약화될 때 우리나라는 평화로웠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근공원린(近攻遠隣)의 이치다. 가까운 나라가 강성해지면 그들은 침략해 오기 마련이다.
모택동이 공산주의와 독재로 철저하게 자기 나라를 망쳤다면, 부도옹 등소평은 중국을 되살렸으며, 시진핑은 다시 중국을 망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중국은 시진핑이 집권하는 한, 멀지 않은 장래에 등소평 직전의 죽의 장막(竹의 帳幕, Bamboo curtain)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중국이 죽의 장막으로 돌아서는 한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또 이런 답답한 소리를 할지 모르겠다. ① 지금도 중국은 우리의 큰 수출처, 수입처였고 ② 지금도 두 번째 큰 무역대상국이며 ③ 바로 옆 중국이 커져야만 우리도 먹고 살 수 있지 않겠는가? 등등의 주장이다.
참으로 답답한 거죽만 보는 전형적인 피상적인 주장들이다. 한때 중국이 우리나라 최대의 무역국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도 ④ 중국에 수출한 상품 특히 부품의 70~80%는 미국으로 재가공되어 수출되었다. 이것은 마치 과거 우리나라 대미(對美)수출이 증가하면 같은 비중으로 일본에서 수입이 증가한 것과 아주 동일한 작동 원리다. 즉 이러한 우회 수출을 합하면 미국은 우리나라 부동의 1등 교역국이다. 좀 정확히 알고 말하기 바란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한중일 3국은 ⑤ 상호 대체 보완관계가 아니라. 경쟁관계의 국가라는 사실이다. 한중일 3국은 어느 나라가 부족할 때는 대체 보완관계지만, 일단 발전하면 반드시 경쟁관계로 돌아선다는 뜻이다. 우리나라가 별 볼 일 없었을 때, 일본은 약간의 자만심을 바탕으로 포항제철을 지어주었고, 현대와 삼성에게 자동차와 반도체 제조장비를 제공하였었다. 당시 일본은 세계 최대의 조선회사, 반도체회사, 철강회사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일본제철의 설립에 도움을 준 회사가 바로 미국의 US Steel이었다. 그런데 2023년 12월 8일, 일본제철은 US 스틸을 14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매우 다행스럽게 미국 정부에서 불허하기로 결정하였다.
이것의 재판이 바로 한중일 관계다. 우리나라의 중저급 반도체, TV, 액정 산업 등을 누가 가져갔고, 이제는 고급 TV, 자동차, 조선, 반도체산업까지 더 가져가려고 혈안인 나라가 어느 나라인가? 그리고 우리나라는 그런 산업들을 누구로부터 가져왔는가? 이것이 바로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들끼리의 숙명적인 관계다. 한중일 세 나라는 “바늘에서부터 로켓까지를 만들어 파는 나라”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의 경쟁관계의 나라들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시진핑이 계속해서 포볼을 던져주고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바로 이것이 뉴욕 타임스의 지적이었고, 나도 동일하게 생각하고 “쌩큐 시진핑”이라고 한 것이다.
5. 시진핑의 오판과 섣부른 두 개의 태양 주장
(1) 시진핑 오판의 근거
시진핑의 오판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그것은 바로 중국이 너무 잘 나간다는 사실이었다. 다시 한번 중국의 발전 속도를 보자.
나라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성장 속도는 2~3% 또는 그 이하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중국은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7~8%, 때로는 10%에 가까운 성장을 하였었다. 기고만장할 만하다. 어떤 이유에서든 경이로운 성장 속도였다. 2024년, 2025년에도 중국 정부는 5%대 성장을 말하고 있지만, 아마 대부분의 경제학자들 마음에는 진실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청년실업률이 30~40%인 나라가 어찌 그런 성장이 가능하겠는가? 하기야 중국은 코로나 폐쇄경제 시절에도 5% 성장을 하였다고 발표하였었다.
어떻든 7~8%의 고도성장은 시진핑과 중국인들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중국 관광객들은 세계를 휘젓고 다니면서 안하무인격의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였고, 시진핑 또한 중국의 힘을 과시하였다.
그래서 커다란 오판이 시작되었다. 자기 자신을 위대하게 보이고 싶은 ①독재자의 욕심과, ② 독재자의 주위에 항상 존재하는 예스맨, 모사꾼들 그리고 ③ 부풀려진 통계가 그를 오판하게 만든 것이다. 즉 중국이 G2가 된 것은 ④ 중국이 ‘자력(自力)으로 이룬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터무니없는 정책을 펴기 시작하였다. 가장 압권인 정책은 ⑤ 중국이 G2가 된 이상 미국과 세계 패권을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즉 세계와 미국에게 ‘두 개의 태양을 인정’하라는 정책이었다. 과거 일본과 독일이 저지른 뼈아픈 패착을 이제 중국이 반복한 것이다. 그리고 기업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반간첩법의 시행, 외국기업과 자국 기업들을 명백히 차별 대우하는 정책, 사(私)기업 내부에 공산당 간부를 파견하여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외부적으로 눈에 띄는 정책으로는 부동산정책의 실수,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잘 나가는 민간 기업의 탈취, 사교육기관의 폐쇄, 공동부유 정책들을 열거할 수 있을 것이다.
(2) 여기에 대한 미국의 반격과 철저한 세가지 기둥의 파괴
이런 터무니 없는 정책들에 격분한 트럼프와 바이든은 아주 쉽고 명백한 정책을 폈다. 중국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는가? 거기에는 세가지 큰 기둥이 있었다. 첫째; 서구 수출시장의 개방 둘째; 자유세계 국가들의 투자 그리고 세 번째는 서구 과학기술의 제공 또는 도용에 대한 너그러운 정책들이다.
이 세가지를 막는 것이 미국의 현 정책이고, 또한 미래의 정책이기도 하다. 첫째; 수출시장을 틀어막기 위해 관세를 50~60% 매기기 시작하였고, 둘째; 주요 전략상품에 대해서는 수출과 수입을 금지하였으며, 셋째; 외국인 투자를 막기 위해서는 엄격한 투자 허가 규정을 제정하였다. 물론 투자자들이 이런 규정들을 반드시 잘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기업들에 대한 불공정 행위와 반간첩법의 시행은 외국기업들 스스로가 투자하는 것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 결과 대(對)중국 외국인 투자는 최근 90% 급감하였다. 그리고 넷째; 외국 기술 특히 반도체 제조 고급기술과 장비는 아예 수출을 금지해 버렸다. 혹시 비밀리에 수입하여도, 원격으로 감지하여 중국 소재가 파악되면 자체 폭발하도록 설계를 변경하였다. ASML뿐 아니라 우리나라, 일본 기업들에게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은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시진핑은 한 때 중국 내수만으로도 중국경제를 최소한으로 끌고 갈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였었다. 그러나 리커창이 언급한 대로 중국은 한달 천 위안(17만원) 이하로 사는 사람이 7억명을 넘는다. 그리고 도시에서 근무하지만 도시 거주 자격증이 없는 쥐족(鼠族)은 2억명에 가까우며, 청년실업률은 공식 발표에도 20%를 넘는다. 이제는 그 통계수치조차 정부는 발표하지 않는다. 경제학자들은 40%가 넘을 것으로 추측한다. 중국 GDP의 30%, 중국인들 재산의 80%를 차지하는 부동산은 우리 모두가 아는 바대로 이미 물 건너갔다. 공식 정부 발표로도 중국 건물 중 공실률이 7천만채가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한 채는 한 가구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빌딩 하나를 한 채로 계산한 수치다.
더욱이 현재 중국의 과잉 생산물은 처분할 시장이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Temu, Alibaba 등이 상상할 수 없는 저렴한 가격으로 쳐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이들의 판매를 금하거나,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국내기업들이 더 이상 도태되기 전에, UR 협정에도 어긋나지 않는 ①원가 이하의 판매금지, ② 자국시장 가격 이하의 수출가격 판매금지 ③ 보조금에 의한 가격 인하의 차이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하루빨리 관세 등을 부과하거나, ④ 전략상품의 수출입금지 ⑤ 국내기업 보호정책 등을 펼쳐야 할 것이다.
(3) 그러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까?
국내외적 압박을 피하기 위해 외부 침략행위를 벌리는 것은 독재자들의 일반적 행동이다. 이런 입장에서 시진핑은 분명히 대만을 침공하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일부 국내 인사들은 이점만을 강조하여 침략이 곧 이루어질 듯이 겁주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꼭 그럴까?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전쟁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크라이나 예에서처럼, 며칠 내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고, 만약 전쟁에서 패하면 독재자의 인생은 처참하게 끝날 수밖에 없다. 시진핑의 대만 침공은 대만과의 전쟁이 아니라, 미국, 일본과의 전쟁이며, 결국 우리나라와의 전쟁이기도 하다. 대만이 넘어가면 태평양의 미국 패권은 무의미해진다. 동중국해와 대만의 동쪽 바다가 중국 손아귀에 넘어가면 우리나라와 일본의 수출입, 에너지, 식량 자원의 수급은 그대로 중국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는 너무나 뻔하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과 약삭빠른 일본은 강력한 파트너(?)가 되어 미리 엄포를 놓고 있다. “우리는 대만 침공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 만약 침공하면 우리는 곧바로 전면 대응할 것이다.” 정확한 상황 파악을 전혀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일부 정치인들은 “중재자적 역할을 하겠다. 정치와 경제는 분리하여야 한다.”는 등 터무니없는 말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한쪽 편에 확실하게 설 수밖에 없다.
콩쥐팥쥐의 동화대로 생생한 밧줄과 썩은 밧줄의 차이다. 고민의 여지조차 없는 의사결정이다.
6. 푸틴의 헛 펀치와 세계화(Globalization)의 퇴조
시진핑의 계속적인 실수에 결정적인 헛 펀치를 날린 것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1) 푸틴의 이유 있는 우크라이나 침공
푸틴의 침공은 몇 가지 면에서 충분히 이유 있는 침공이었다.
첫째;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들이 약속을 어겼다.
소련이 패망하면서 16개 국가로 나뉘어지고, 당시 레이건을 포함한 자유진영국가들은 분명히 약속하였다. 해체된 구소련연방 국가들은 NATO에 가입시키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불과 몇 년도 안가 폴란드를 포함한 다수의 국가들이 NATO에 가입해 버렸다. 그런데 나토 협정에는 “자연 참전 조항”이 있다. 즉 ‘어느 나토 회원국이 침략받으면, 다른 나토국가들은 자동적으로 전쟁에 참여한다.’는 조항이다. 그런데 과거 소련연방이었던 폴란드, 라트비아,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알바니아 등이 나토국가가 되었다. “아니 이럴수가!” 이제 소련은 자기에게 우호적인 연방국가가 아닌 적대국들의 모임인 나토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둘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과학기술 국가이고, 전략적 요충지이며, 농업 생산 국가이다.
우크라이나는 소련 해체 전 수백기의 대륙 간 탄도 핵미사일이 배치된 전략적 핵심 국가였다. 그리고 높은 과학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유명한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 사고’가 일어난 체르노빌이 바로 현재의 우크라이나다. 그리고 미그, 수호이 전투기에 들어가는 엔진을 만드는 모터 시치회사가 바로 우크라이나에 있는 회사다. 소련 붕괴 후 우리나라의 ADD가 그리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구매하려고 한때 노력했던 회사다.
더욱이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배운 흑토지대의 일부가 바로 우크라이나다. 가끔 매스컴에 나오는 ‘라스푸티차’가 바로 흑토지대에 비가 내려 생기는 진흙탕을 말한다. 우크라이나는 정말로 러시아에게 매우 귀중한 땅인 것이다.
셋째; 우크라이나 국민의 20%가 러시아 인들이고, 이들은 주로 러시아와 접경인 돈바스지역에 살고 있다. 그래서 트럼프도 이 지역을 러시아에 넘겨주고 종전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넷째; 푸틴의 체면치레다.
앞서도 말했지만, 독재자는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멋지게 과시해야 한다. 그런데 잃어버린 조국의 국민을 되찾아 오고, 땅까지 가져온다면 얼마나 멋있게 보이겠는가? 더욱이 그 나라가 자원, 기술, 먹을 것까지 많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시진핑의 대만 침공 필요와 너무 유사하다. 그래서 몇 주 만에 쉽게 끝날 줄 알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오판을 한 것은 나토의 결속력과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내가 보기에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명백한 숨은 목적이 있다. 전쟁을 빨리 끝내지 않고, 슬슬 시간을 끌므로서 러시아의 맥줄을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도록 끊는 것이다. 러시아는 2024년 10월까지 이미 76만명의 병력을 상실하였다. 그것도 젊은 병력들이다. 미래의 산업역군들이다. 경제도 이미 피폐되었다.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 자원 국가들이 생겨났다. 미국도 그중 하나다. 러시아 수출품은 거의 대부분 에너지와 식량 그리고 금, 다이아몬드 같은 광물자원들이다. 즉 1차산품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러시아가 전비(戰費)를 충당하고, 전후 복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포함한 높은 1차산품 가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미 미국 내 에너지 자원을 무한 개발하겠다고 공약하였다. 더욱 한술 더 떠 자원부국인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하고 있다. 바로 이런 정책들이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원유 가격이 70~80불 사이에서 안정적인 이유다. 또한 세계 기후 변화로 영구 동토층이 녹아내리는 그린랜드를 미국에게 매도하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덴마크에 하고 있다. 물론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들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우리 위정자들은 그것을 읽어 낼 필요가 반드시 있다.
7. 세계화의 퇴조와 국수주의 보호무역주의의 재등장
이제 본격적으로 2025년 이후 세계 경제 변화의 중장 주기 파도를 논의할 수 있는 단계가 된 것 같다.
(1) 다시 생각하는 우루과이 라운드와 우리나라의 순조로웠던 성장
1997년 우루과이 라운드 직후 우리나라는 정말 암울하고, 당황스러웠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위기에 강한 우리 민족은 단결된 힘으로 상상 이상의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나라는 다시 일어섰을 뿐 아니라, 오히려 IMF 전보다 더 강한 나라가 되었다. 정치인, 경제인 그리고 자랑스러운 우리 국민들의 헌신적인 노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지 않은 다른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를 IMF 경제위기로 몰아넣은 바로 그 UR, 우루과이 라운드다. “UR은 전 세계적 자유무역협정”이었다. 그래서 쌀과 농수산물의 문제라고 잘못 생각하고 적절하게 준비하지 못한 우리나라는 된통 당했었다. 그러나 UR을 역(逆)으로 설명하면 우리가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면 ‘전 세계 어디에서든지 자유롭게 팔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과거에는 우리가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다른 나라들의 보호무역주의로 자유롭게 팔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7% 관세만 납부하면 세계 어디서든지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기업들은 바로 이런 상품들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TV, 냉장고, 세탁기, 반도체, 조선, 자동차, 화장품 등등 지금까지 일본과 미국제품에 밀렸던 우리나라 상품들의 품질이 고급화되면서 자유스럽게 전 세계로 팔려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루과이 라운드라는 극약이 우리에게 호된 병을 치르게 하였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그것이 약이 되어, 아니 보약이 되어, 우리나라 상품이 외국으로 자유스럽게 뻗어나갈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아! 정말 멋지고 멋진 대한민국이다. 갑작스런 세계화로 우리나라는 힘들게 되었지만, 뛰어난 역량을 가진 우리나라는 오히려 역전의 기회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가 불란서나 일본보다도 신용등급이 한 단계, 두 단계 더 높은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다.
(2) 디리스킹(De-risking)과 보호무역주의 재등장, 세계경제의 2분화(Bi-sectorization)
그러나 이런 잘 나가는 세계화에 찬 물을 끼얹는 두명의 싸나이가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시진핑과 푸틴이다. 시진핑과 푸틴이 없었다면 세계경제는 세계화 (Globalization)의 기치 아래 순탄한 길을 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 두명의 독재자는 그런 경제 방향을 산산이 깨트렸다. 즉 자기 나라가 어느 정도 경제발전을 하였지만 민주화로 돌아서지 않고, 오히려 독재 공산주의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였다. 게다가 이란과 이라크는 종교를 빙자한 독재체제를 만들어 냈다.
이에 단단히 마음이 상한 트럼프와 바이든은 독재체제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였다. 그들은 중국과 러시아, 이란, 이라크와 같은 독재국가들과의 무역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자유세계가 최소 한도로 움직일 수 있는 체제를 구성하려고 했다. 그래서 그런 무역 위험의 감소를 디리스킹(De-risking)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것은 본질적인 문제를 잘못 파악한 용어다. “위험의 감소가 아닌, 전 세계를 자유주의 세계와 독재주의 세계로 이분화하는 바이 섹터링(Bi-sectoring)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과거 트럼프와 바이든은 특히 차기 트럼프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자유국가들과 독재국가들과의 관계를 필요 최소한으로 줄이고, 다시는 그들이 미국 패권에 도전할 생각을‘아예 처음부터 못하게 하는 것’이다. 즉 그들 국가들이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약화시켜, 독재국가들의 생존 근거 자체를 없애자는 것이 근본 목적이다. 그러므로 디리스킹이 아니라, 바이-쎅터링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한발 더 나가서 자유주의 세계 국가들에게도 “나 미국은 이제 더 이상 세계 경찰 노릇은 하지 않을 것이니,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NATO 국가들에게 ‘국방비를 최소 GDP의 2% 이상으로 하라는 것, 우리나라에도 10배의 분담금을 요구하는 것’ 등이 모두 이런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면서 역으로 세계 주요 산업에 대해서는 멕시코도 아니고 캐나다도 아닌 미국 본토 내(內)에 공장을 세우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리쇼오링(Re-shoring)과 인플레 방지법안(IRA)의 근본 취지다. 어찌보면 미국 입장에서 ‘꿩 먹고, 알 먹고, 도랑치고 가재잡는’ 전략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래도 다른 나라에 기대는 것 보다 미국에 기대는 것이 훨씬 더 큰 이익인 것을...
(3) 그러면 미국의 의도대로 진행될까?
글쎄, 그것은 잘 알 수 없다. 미국의 의도대로 될려지는 잘 모르겠다. 단기적으로는 그러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아닐 수도 있다고 본다. 과거 행태를 보면 오히려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FTA도 그렇고, UR도 마찬가지였다. 그 협정들의 초창기에는 분명히 미국에게 큰 이득을 가져왔다. 그러나 그런 이득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라졌다. 왜냐면 다른 나라들이 잠자지 않고, 끊임없이 적응하며 자기 경쟁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게도 한미 무역협정을 다시 하자는 주장이 몇 번이나 있었다. 그러나 그 재협정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었다. 일본과도 마찬가지였고, 유럽과도 마찬가지였다. 잠깐 동안의 이득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왜 그럴까?
(4)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미국에서 공부하였고, 거기에서 몇 년간 가르치기도 했다. 그때 끊임없이 떠오르는 질문이 있었다. “왜 미국이 이처럼 위대한 나라가 되었는가?”하는 질문이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중요도 순으로 다음과 같았다.
첫째; 미국은 힘 있는 나라 중에서 가장 도덕적으로 순수한 나라다.
미국에 대해서는 많은 비난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은 힘 있는 나라 중에서 도덕적으로 가장 바른 모습을 아직도 대부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나라다. 불쌍한 사람을 보호하고, 인권을 중하게 여기며, 어느나라보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나라다. 일본이 그럴까? 독일이 그럴까? 중국이 그럴 염려는 더더욱이나 조금도 없다.
둘째; 그리고 자기 힘의 사용을 절제할 줄 아는 나라다.
많은 다른 나라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힘 이상으로 자기 힘을 자랑하고, 그것을 과시하기 좋아한다. 2차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과 일본이 그러했다. 시진핑의 중국은 자기 힘의 원천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설쳐대다가 저런 힘든 꼴을 자처하였다. “좋은 것은 모두 다 중국 것이다.” “대국의 말에 소국들은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남인 지나 국가들과의 구단선 주장, 우리나라 김치와 한복이 자기 것이라는 주장, 대로(大路) 길거리에서 대소변 보는 것을 대국 국민이니까 해도 좋다는 생각 등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미국은 초수퍼 파워 국가로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자기의 힘을 절제하면서 사용할 줄 아는 나라다. 미국이 자기 힘의 사용을 절제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미국이 주장하면 때로는 무리가 있어도 따라 주었다. 그래서 미국은 절제를 바탕으로 오히려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셋째; 엄청난 과학과 기술력이다.
비록 대량 생산능력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과학과 기술력 그리고 특허는 다른 어떤 나라도 감히 비견조차 할 수 없다. 미국이 마음먹고 특허 사용을 불허하면 어느 나라도 제대로 된 상품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런 엄청난 자산을 일반적인 저급한 나라처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그런 미국의 태도에 변화가 감지된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모든 주요 산업에 의한 미국 본토 내 공장설립과 IRA 법안의 시행 등은 정말 『미국답지 않고, 중국다운 행동』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어쨌든 미국의 주도하에 세계는 지금 보호무역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안타깝기 짝이 없다. 빨리 미국이 과거의 미국으로 회귀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미국의 태도 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8. 보호무역주의 태동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나는 근거 없이 위기를 강조하는 경제전망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2025년 이후 몇 년간의 경제는 낙관적으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1) 비관적 측면에서의 요소
첫째는 세계화의 퇴조다.
여러번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경제의 급속한 회복과 발전은 세계화에 힘입은 바가 크다. 세계화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경쟁력 있는 우리나라 상품을 마음껏 팔 수 있었다. 그러나 세계의 2분화(Bi-sectorization)는 그런 시장이 상당 정도 닫히게 되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수출입의 GDP 내 비율이 80~90%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에는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본과 미국의 개방화율은 30~50%에 불과하다. 그런 이유에서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둘째는 역시 독재국가들에 대한 수출입 감소다. 중국과 러시아는 누가 뭐라 해도 우리의 중요한 수출입 국가들이다. 그러나 그들과의 무역은 당분간 줄어드는 방향일 수밖에 없다.
셋째는 미국의 미 본토 내 공장 설립 강화 추세(IRA)다.
미국 본토 내 공장 설립은 상품에 대한 세계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 한 국내 공장신축을 감소하게 만들 것이고, 당연히 직업 수를 감소시킬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로봇의 개발은 젊은 직장인들의 미래 직장 공급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2) 긍정적 측면에서의 요소
첫째는 중국의 퇴조다.
중국은 앞으로 상당 기간 침체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시진핑이 있는 한 그럴 수밖에 없다. 앞에서의 지적대로 중국을 향한 우리의 직접 수출은 감소하겠지만, 중국의 퇴조로 다른 나라에서 중국을 대신하는 수출은 증가할 것이다. 아마 순(純)증가분이 오히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는 인도의 등장이다.
“꿩이 아니면 닭이다.”라는 말이 있다. 중국은 이미 우리와 경쟁국가다. 보완, 대체 국가가 아니다. 그래서 중국에 대한 수출은 세계 2분화 현상이 없었을지라도 감소 추세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대신 닭이 탄생하였다. 아니면 더 큰 꿩일지도 모르겠다. 바로 인도의 등장이다. 14억 세계 최대의 인구국가다.
쉽게 말해 아주 큰 시장이 중국 대신 새롭게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인도는 여러 이유에서 중국보다 훨씬 더 상품제조 능력이 더디게 발전하는 나라일 것이다. 즉 앞으로도 상당히 긴 기간 우리의 시장이 될 나라다. 그리고 더욱 고마운 것은 인도와 중국은 국경 문제로 전쟁을 하고 있다. 친한 나라가 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관계다. 즉 인도시장은 다른 의미에서도 상당히 오랜 기간 우리나라 시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셋째는 에너지값의 안정화다.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 규모는 연간 1,500억 달러에서 2,200억 달러 사이로 매년 약 200조원 이상의 돈을 에너지 수입에 쓰고 있다. 수입 내 비중 또한 약 20% 정도다. 어마어마한 액수다. 그러나 이런 에너지 가격이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캐나다 등의 증산에서 오는 효과가 크고, 만약 종전이 되어 러시아로부터 수입이 재개된다면 에너지 가격은 더욱 안정화될 것이다. 그리고 원자력이 친환경에너지로 분류되면서 우리나라는 더 많은 원자력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넷째는 방산분야와 조선분야의 활황 가능성이다.
미국의 세계 경찰 노릇의 후퇴와 나토국가들의 국방비 GDP 내 2% 증가는 우리에게 엄청난 방산 수출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다. 게다가 미국 신규 전함의 건조 필요와 에너지 운반선의 신규 수요는 중국을 대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긍정적 효과를 합하여도, 세계화의 감소와 보호무역주의 재등장으로 인한 무역 감소 효과를 역전할 수 있을지는 현시점에서 짐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아마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3) 최근 국내 탄핵 정세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그냥 짧게 의견을 설명하겠다. 많은 사람들이 현 국내 탄핵 정세가 우리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 그런 영향도 조금은 있을 것이다. 이 글의 시작 부분에서 파도에는 세가지 파도들이 겹쳐있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세 번째 파도는 큰 파도와 중간파도의 표면에 생기는 잔물결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탄핵 정세는 나는 이 잔물결이라고 생각한다. 큰 파도는 세계화의 진행이었고, 중간 파도는 세계화의 감소로 인한 경제의 이분화라고 생각한다. 즉 탄핵의 잔물결은 우리 경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국가 전체의 예산과 연구개발 예산이 잘 진행된다면 오히려 경제발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우리나라만 한 고도 경제에서는 기업들의 역할이 정치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때는 정치적 불간섭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나의 의견에 동의를 구하고 싶지는 않다. 각자 편하게 생각하면 될 것이다.
(4) 최근 국내 탄핵 정세가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그러나 국가 전체 경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는 상담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불안한 정치정세는 불안한 마음을 갖게 하고, 불안한 마음은 국민들에게 평상 소비를 적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임으로 다음 글에서 따로 자세히 논의하겠다.
9. 결론
시진핑의 섣부른 중화주의 주장과 두 개의 태양 주장 그리고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 경제에 세계화의 퇴조라는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 효과도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혼란의 시대, 예측 불가능의 시기에 우리는 더욱더 냉철할 필요가 있다. 잘못된 결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면밀히 분석하고, 거기에 맞는 적확(的確)한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세 종류의 파도 중 지금은 세계화의 후퇴로 인한 세계시장의 2분화(Bi-sectorization)가 우리 경제에는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시기다. 그리고 그것이 2025년과 그 후 몇 년 간의 경제가 될 것이다.
특히 1월 20일 취임하는 제2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우리나라에 큰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예측하기 어렵지만 나는 그를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싶다.
첫째, 그는 이익과 손해라는 명백한 숫자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다.
둘째, 그는 장기적 이익보다는 단기적 이익을 더 중시 여기는 사람이다.
셋째, 그는 자기의 잘못이 발견되면 언제라도 쉽게 자신의 의견을 정정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런 기본적인 분석 자세를 가지고, 그와 대화한다면 오히려 과거부터 우리가 개발하고자 했던, 그리고 가지고 싶어 했던 무기도 오히려 더 쉽게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쪽도 저쪽도 아닌 어정쩡한 중간 자세는 반드시 버려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그들의 의견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것 또한 결코 아니다. ‘내줄 것과 받을 것을 명확히 하는 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혈맹관계의 중요성도 강조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자유세계 수호국가로서의 책임도 반드시 명확하게 지켜야 한다. 미국과 중국 눈치를 동시에 보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중간자적 태도는 반드시 버려야 한다. 양쪽 모두에게 명확한 자세를 보여야 존경받을 수 있고, 오히려 양보의 댓가도 받아 낼 수 있다.
우리 역사에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바로 명(明)과 청(淸)의 전환 시기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결정하기 쉬운 시기다. 콩쥐팥쥐 동화의 동앗줄을 생각하면 더욱 명백하다.
역사는 긴 시각으로 봐야 한다. 특히 세계 경제환경은 거시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소련이 왜 멸망하였는가? 2차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 중심 역할을 했던 미국이 왜 우루과이 라운드를 들고나왔는가? 트럼프와 바이든이 수십 년간 잘 지내던 중국을 왜 갑자기 잡들이기 시작했는가? 왜 바이든이 IRA 법안이라는 미국답지 않은 법을 강요하려고 하는가? 재집권하는 트럼프가 캐나다에게 51번째의 주(州)가 되고, 덴마크에는 그린랜드를 매도하라는 압박 아닌 압박을 하고 있는가?” 등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글에서 나는 나에게 던져진 이런 질문들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해 보고 설명하려고 노력하였다. 부족한 나의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 매우 고마울 것 같다.
나는 항상 집단지성(集團智性, Collective Intelligence)을 중시 여기는 사람이다. 하나 보다는 둘이 낫고, 둘보다는 열 명이 더 낫다는 생각에 깊이 동조하는 사람이다. 나의 이번 글이 이런 집단지성의 형성에 작은 도움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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