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상국 교수의 생활과 경제이야기 <109>어느 수능 만점자 이야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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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12월14일 18시59분
  • 최종수정 2024년12월14일 21시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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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결과 발표에 의하면 이번 수능에는 만점자가 무려 11명이나 나왔다고 한다. 그 많은 과목 시험에서 만점을 맞았다니…. 정말 대단하다. 아무리 쉬운 시험에서도 만점이라는 것을 맞아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와,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축하하는 마음 또한 컸다. “정말 축하한다.” 그리고 만점 맞은 학생들 그리고 시험 준비를 하느라 고생한 모든 학생들에게, “수고 많이 했다.” 라는 말을 먼저하고 싶다. 

 

1. 왜 『시험』이란 공포스런 제도가 생겼을까?

 

우리 모두에게 시험은 항상 공포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시험은 미래에도 없어질 가능성은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은 항상 ‘경쟁’ 속에서 살기 때문이다. 주어진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기 때문에 정해진 자릿수를 놓고 시험을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주장하는 것처럼,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칩을 박아 놓고, 어떤 방법으로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자동으로 뽑는다면 시험은 없어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방법으로 사람을 선택하는 유일한 방법은 『시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인간 세상에서 시험이 없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 그것은 곧 공부 잘하는 것 이외에도 사람의 성공을 결정하는 요소는, 특히 사람의 『행복감』을 결정하는 것은 다른 많은 요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은 시험에 대해서만 말해 보기로 하자.

 

2. 달라진 세태에 대한 ‘미묘한’ 감정

 

나도 시험을 많이 치러본 사람으로서, 변화한 요즘 세태에 대해 한 가지 미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곧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미래의 인생 계획에 관한 것이다. 내가 공부하던 70년대, 80년대에는 가장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정해진 길이 있었다. 그것은 곧 서울대 ‘물리학과’나 공대 ‘전자, 기계, 화공학과’로 진학하는 것이었다. 즉 『과학자』가 되는 길이었다. 그리고 사회에서도 그런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언제쯤인가부터 점점 그 인식이 변화되는 것 같다. 즉 과학자보다는 다른 길을 택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특히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두가지 재미있는 사실에 대해 우선 말해 보겠다. 

 

(1) 국가별 중산층의 정의

 

여러 매체에서 자주 언급되었기 때문에 익숙한 사람들도 제법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얘기해 보기로 하자. 바로 각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에 대한 정의다.

 

가. 미국의 중산층(국공립 교육과정 발췌)

① 자신의 주장에 떳떳할 것 ② 사회적 약자를 도울 것 ③ 부정과 불법에 저항할 것 ④ 테이블 위에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비평지가 있을 것

 

나. 영국의 중산층(옥스퍼드 정의)

① 페어플레이를 할 것 ② 자신의 주장에 신념을 가질 것 ③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것 ④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대항’이 아님) ⑤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

 

다. 프랑스의 중산층(퐁피두 대통령)

① 외국어를 하나 정도 할 수 있을 것 ②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을 것 ③ 남들과 다른 맛을 내는 요리를 할 수 있을 것 ④ 공분에 의연히 참여할 것 ⑤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것

 

라. 대한민국의 중산층(2019년 직장인 설문조사)

① 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을 소유할 것 ② 월급 500만원 이상일 것 ③ 자동차 2,000CC 이상을 소유할 것 ④ 예금잔고 1억 이상을 보유할 것 ⑤ 외국여행을 1년에 한 차례 이상 다닐 수 있을 것

 

(2) 국가별 중산층 정의를 보고‘바로’느끼는 감정들

 

4개국의 중산층 정의를 보면 바로 느껴지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즉 서양의 경우 국가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① 사회정의의 실현과 ② 자아 발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부분이 아니라, 전부가 경제에 관한 것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 중산층 정의가 경제적으로도 얼마나 정당한 것인가를 분석해 보자.

 

첫째; 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을 소유할 것

아파트값이야 지역별로 큰 차이가 있지만, 단순화하기 위해 평당 1억이라고 가정하자. 그러면 30평 아파트는 30억이 된다. 그러나 2019년보다 2년 늦은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중산층의 순자산은 약 2억 2,500만원이다. 10억원 이상의 자산 소유자는 상위 9.4%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산층은 10억도 아닌 30억 정도를 즉 상위 2, 3% 이내의 사람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둘째; 월 급여 500만원 이상, 예금잔고 1억 이상을 보유할 것

 

월급 500만원 이상은 곧 연봉 6,000만원 이상이다. 2019년 달러환율 1,166원을 적용하면 51,460불 정도다. 당시 미국 중간계층 소득은 81,210불 정도였고, 일본은 33,822불이었다. 즉 우리나라 사람들의 중산층은 일본보다 절반 이상 더 잘 사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셋째; 예금잔고 1억 이상을 보유할 것

 

세계에서 가장 저축을 많이 하는 일본인들의 평균 예금잔고는 당시 약 740만 원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억 이상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일본보다도 14배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실제로 그런 저축을 마련하기 위해 얼마나 진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넷째; 외국여행을 1년에 한차례 이상 다닐 수 있을 것

 

우리가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미국인들 중에는 약 40% 사람들이 여권이 없다. 즉 평생 외국여행을 단 한번도 안 해봤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여권 없는 사람들이 과연 몇 %나 될까?

 

(3) 그러나 이런 현상이 나쁘기만 할까?

 

글쎄, 나는 그렇게만 보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이러한 높은 경제에 관한 관심 덕에 빠른 경제성장이 가능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지긋지긋했던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 이 세대야말로 처음으로 가난으로부터 벗어난  세대이다. 그래서 우리는 경제에 더 많은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우리도 이런 단계가 지나면, 경제 이외에 다른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리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정말로 그리고 정말로’ 자본주의 초입 단계의 이러한 고상하지 못한 생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이미 인당 소득이 4만 달러를 넘는 선진국이 되었고, 인당 가처분 소득도 일본을 벌써 제쳤기 때문이다. 경제 총체적 크기로는 일본의 4위보다 뒤지는 12위(2024년 IMF 추정)이지만, 이미 개인적인 삶(생활)은 과거 우리보다 10배나 잘 살았던 일본보다 우리가 더 잘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자본주의 초입 단계의 고상하지 못한 가치를 하루빨리 벗어나야 하는 진정한 이유는 이런 초급단계의 생각을 가지고는 지속적인 국가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없기 때문이다.

 

 3. 국가 부(富)의 지속적 생성 요인은 무엇일까? 

 

우리가 분명히 깨달아야 할 매우 중요한 원칙이 있다. 하나는 국가의 부와 개인의 부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며, 다음은 지속적인 경제발전 없이는 개인의 부 또한 결국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엄연하고 엄중한 사실이다.

 

(1) 멕시코와 같은 중남미 국가들과 중국, 러시아 같은 독재국가의 예

 

이것은 간단한 예이다. 하지만 국가의 부(富)와 개인의 부(富)는 서로 다르며, 국가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 없이는 개인의 부도 결국 사라지게 된다는 매우 중요한 진실을 가르치고 있다.

 

우선 중남미 마약 카르텔을 보자. 중남미 마약 카르텔 부자의 부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포르쉐, 페라리 같은 고급차 수십대는 껌값이다. 개인 전용 비행기도 물론이고, 그들의 집도 드넓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들의 나라가 잘살고 있는가? 전혀 아니다. 그러면 혹자는 “애이, 그것이야 그쪽 얘기지요. 비교할 데가 아니지요.”라고 말할지 모른다. 과연 그럴까? 

 

그러면 더 가까운 예를 보자. 중국과 러시아다. 아직도 우리나라 일부 인사들은 ‘중국뽕’, ‘러시아뽕’에 빠져있지만, 나는 분명히 중국이 7~8% 높은 경제성장을 할 때도, 중국은 곧 경제성장이 꺾이고, 과거 『죽(竹)의 장막(Bamboo Curtain)』 시대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로 ①중국의 무차별적 도덕심 상실과 무엇보다 ②시진핑의 독재라고 말했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도 지속적인 발전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①푸틴의 독재와 ②너무 오랜 기간의 공산주의로 『기술의 상품화 능력 부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2) 다시 생각하는 국가 부(富) 생성의 원천. 2치 산업은 모든 1차, 3차산업의 원천이다.

 

중, 고등학교 사회책에서 우리는 ‘1차산업은 주로 농수산업, 2차는 제조업, 3차산업은 주로 서비스 산업이다.’라고 배웠다. 그리고 3차산업에는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유통업, 금융업, 보험업, 변호사와 같은 사법 관련 업종 그리고 의료산업 등이 주로 포함된다. 

 

여기까지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일부 터무니없는 ‘사람’들은 (정말 표현을 아껴서 ‘사람’이라고 했지만, 마음은 더 강력한 표현을 쓰고 싶다), 마치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2차산업의 비중을 줄이고, 3차산업을 더 키워야 한다면서, 제조업인 2차산업을 마치 사양산업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는 주장들이다.

 

그런 주장이 의미 없는 이유는 간단하고, 명백하다. “2차산업이 없으면 3차산업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조업인 2차산업이 없으면 생산되는 상품이 없을 것이고, 당연히 2차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없을 것이며, 근로자들의 없으면 그들의 급여 또한 없을 것이다. 그러면 판매할 상품이 없다면 유통업이 존재할까? 돈을 빌리고 갚을 기업이 사라지면 금융업과 보험업이 성장할 수 있을까? 2차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없으면, 3차산업의 대표적 업종인 사법 관련 직업이나 의료산업 등이 존재할 수 있을까?

 

즉 이런 분석이 뜻하는 바는 ‘제조업인 2차산업이 없으면, 다른 1차, 3차산업도 존재할 수 없다는 매우 중요한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다. 즉 3차산업은 2차산업에서 생산된 근본가치에 부가가치(附加價値, Added Value)를 더하는 산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치를 더 해야 할 원천적 대상인 2차산업이 없어지면 3차산업은 존재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3) 미국의 실수와 우리나라 일부 인사들의 터무니없는 앵무새 주장

 

그런데 이 점에서 가장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도 실수하였다. 소련이 무너지고 난 후 유일한 수퍼국가(사실은 초 수퍼국가)로 남은 미국은 너무 심한 자만심에 빠지게 되었다. 

 

“유일한 수퍼국가인 나, 미국은 이제 전 세계를 떡 주무르듯이 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게 되었다. 우루과이 라운드(UR)를 통해 전 세계 시장을 하나로 묶자. 그리고 더럽고 먼지 나는 2차산업과 같은 제조업은 한국, 일본, 중국 등 내가 적당히 주무를 수 있는 나라에 넘기자. 그리고 나, 미국은 점잖고 모양새도 나며, 이익도 많이 남는 3차산업으로 돈을 벌자.”라고 생각한 것이다.

 

처음에는 미국의 의도대로 잘 굴러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꼭 그렇지는 않게 되었다. 내가 적당히 주무를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던 중국이 G2라고 하면서 “나도 태양이 되어야 한다.”고 고개를 치받기 시작하였다. 대한민국과 일본도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자기 말을 잘 듣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옛날 같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라고 헛으름장 한 번만 하면, 오금이 저려 알아서 행동했는데, 지금은 영 옛날 같지 않다. 알아서 행동해 주지도 않고, 5배 예산 증액이 너무 많다고 주장하며, 10배로 늘리라고 해도, “이제 그러시면 우리도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다.”라고, 은근히 대꾸한다.

 

아직도 자기 말은 잘 듣는 존재는 일본이다. 하지만 일본은 자기 나라를 침범했던 나라다. 게다가 그 민족은 커지면 언젠가는 하루 아침에 변하여 자기에게 다시 대들 속성의 나라다. 자기 말을 잘 들어 지금 귀엽기는 하지만, 언제 다시 달려들지 모르는 사냥개가 될 수 있는 나라다.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지만, 항상 조심히 잘 다루어야 할 나라가 일본이다.

 

(4) 제조업 포기로 가져온 러스트 벨트(Rust Belt)와 트럼프의 재(再)집권

 

여기에 엎친 데, 겹친 것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미국의 실업문제다. 바로 3차산업을 지나치게 중시한대서 발생한 중차대한 실수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사실이다. 

 

쉽게 설명해 보자. 

 

3차 서비스 산업에는 유통업, 금융업, 보험업, 변호사와 같은 사법 관련 업종 그리고 의료산업 등이 해당된다. 그러나 이런 업종들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을까? 

 

2024년 1월1일 기준 미국 인구는 약 3억3589만명이다. 3차산업에서 생성되는 직장으로 이 많은 3억명이 넘는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을까? 아니다. 절대 아니다. 그래서 심각한 실업문제가 미국에서 발생하였고, 운전을 멈춘 공장들은 녹슬게(Rust) 되었다. 미국인들의 불만은 특히 과거 자동차, 철강 등 5대호 연안 지역들(Rust Belt)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러한 러스트 벨트 지역 백인들의 불만을 배경으로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아름다운 소리(PC주의, Political Correctness)만을 주장했던 민주당이 패배하게 되었다.

 

2024년 우리나라 인구는 약 5,175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면 미국과 동일하게 3차산업을 통해서 충분한 직장을 그들에게 줄 수 있을까? 절대로 아니다. 우리나라가 그처럼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국가 부 생성의 원천으로 제조업을 키웠기 때문’이다.

 

5. 다시 묻는 국가 부 생성의 원천; ‘과학과 기술력’

 

그러면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1) 국가 부(富) 생성의 근본 원천으로서의 2차산업

 

국가 부 생성의 근본 원천이 2차산업인 제조업이라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는 더욱 분명해진다. ‘과학과 기술력’의 발전이다. 그러면 과학과 기술력의 발전은 누가 하는가? 사람이 해야 한다. 그것도 우리나라 사람이 해야 한다. 그것도 우리나라 미래를 짊어지고 나가야 할 젊은이들이 해야 한다. 그들은 우리나라의 미래다. 그러므로 그들이 추구하는 바가 곧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의 미래다. 

 

지금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게 한 가장 근본 원인 중 하나는, 과거 우리나라 이공계 중시의 사회적 풍토와 가장 우수한 최우수 학생들이 문리대 물리학과를 가는 풍토였다고 나는 확신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가장 공부 잘하는 이과 학생들은 의대를 지망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그들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사회적 풍토가 변하였기 때문이다. ①도전보다는 순응을 ② 국가보다는 개인의 부를 ③ 개척보다는 편안함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2) 귀(貴)하게 생각되는 수능 만점자의 컴퓨터공학과 수시 지원

 

내가 대학을 진학했던 70년대 80년대, 공부 잘하는 학생이 컴퓨터공학과나 물리학과를 지원했다면 아마 자연스러운 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신문의 기삿거리가 되고, 나도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어찌 보면 개탄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나는 이것도 한순간의 유행이라고 생각한다. 입시의 지원이 문과에서 이과로, 이과에서 다시 문과로, 또 의대에서도 정형외과와 내과에서, 안과와 성형외과, 피부과로 변하는 것도 나는 시절의 한 흐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공급과잉은 결국 가치의 하락을 가져오고, 그것은 곧 그간 부족했던 공급 분야에서 다시 공급의 증가로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세상이 돌아가는 원칙이다.

 

6. 그러면 미래의 부(富)는 누가 더 쌓을까? 매우 중요한 질문과 해답

 

많은 사람들에게 이것은 매우 흥미로운 질문일 것이다.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원천적인 기술을 창조한 사람들에게 더 큰 부가 돌아가게 된다는 사실’이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보자.

 

(1) 벤처기업의 진정한 의미

 

벤처기업을 우리는 보통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이 창업한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다음 결과를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벤처기업의 진정한 의미는 “원천적 기술을 개발한 사람에게, 더 많은 부(富)가 축적되게 하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부자가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자. 금방 떠오르는 몇몇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들이 원천적 기술을 개발한 사람들인가? 아니다. 그들은 ‘기업가’였다. 그리고 원천기술을 개발한 사람들은 그들 밑에서 월급을 받고 일했을 뿐이다. 그래서 기업을 통해서 생성된 이익은 대부분 기업가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현상이 아니다. 어느 나라나 경제개발의 초기에는 이런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나쁜 일도 아니고 당연히 거쳐야 할 단계다.

 

그러면 다음 질문을 해보자. 미국에서 가장 부자는 누구인가? 바로 떠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그리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다. 

 

그러면 다시 묻자. 그들은 사업가인가? 당연히 답은 “Yes”다. 그리고 그들은 개발자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변도 역시 “Yes”다. 즉 개발자와 사업가가 일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이 바로 선진경제가 갖는 특성이고, 벤처기업이 갖는 진정한 의미다.

 

다시 말해 미래의 부는 개발자와 기업가가 같은 사람이 되어 간다는 뜻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새로운 트랜드다. 학생들도, 젊은 사람들도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님들이 이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자식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 인공지능 AI의 진정한 의미

 

두 번째로 미래 경제를 지배하는 중요한 다른 요소는 바로 챗GPT와 로봇 등을 구성하는 인공지능(AI)이다. 인공지능은 말 그대로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존재다. 그리고 사람보다 수십만 배 또는 그 이상의 속도로 매우 많은 지식을 아주 짧은 시간에 배울 수 있는 존재다. 더욱이 생성형 AI의 경우에는 새로운 지식을 스스로 창조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은 정형화된 패턴과 형식이 있는 일에 대해서는 사람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주위에는 고도의 전문지식으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직업들이 있다. 법조인, 의사, 교수, 전무특수직들이 아마 대표적인 그런 직업군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로봇과 인공지능이 가장 손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직업군이 바로 그들이다.

 

(3) 변화되어야 할 부모님들의 자식에 대한 조언

 

어린 자식들은 아무래도 부모님들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젊은이들에 대한 조언은 결국 부모님들에 대한 조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부모님들이 이러한 새로운 트랜드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미래의 트랜드, 즉 ① 개발자가 부를 축적하는 시대가 된다는 것, 그리고 ② 인공지능이 고도의 현재의 전문 지식군들의 직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미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잘해야』한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잘할 수 있을까? 그것은 곧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즉 열정과 진정성을 가지고, 쉼 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러면 자식들의 이러한 성공을 위해 부모는 어떤 조언을 하여야 할까? 중요한 것은 자식들에게 과거를 바탕으로 하는 조언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충분한 조언은 반드시 해야 한다. 왜냐면 경험과 조언은 대체할 수 없는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가야 할 길은 최종적으로 그들이 결정하게 해야 한다. 

 

7. 서장협 군과 그 밖의 모든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

 

525cc593b303c7ffa5fea93c625d7711_1734169<그림> 서군이 자기가 개발한 게임기를 가지고 노는 귀여운 모습.       사진 출처 : 조선일보​

 

나는 학생들에게 분명히 말하고 싶다. “부모님 말씀에 항상 경청해라. 그분들 말씀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조심스럽게 분석해라. 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를 깊게 생각해 보라.” 그러나 그분들 말씀이 부적절하다고 생각되면 다른 방법도 생각해 보라.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충동적이지 않고, 장기간의 심사숙고 후에 결정하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서군과 함께 좋은 성적을 낸 다른 학생들 그리고 그 밖의 자기 길을 굳건히 가고자 하는 학생들의 미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서군과 여러분들은 분명히 미래 여러분들이 택한 분야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① 여러분들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갔기 때문이 아닙니다. ② 올바르게 가고자 하는 길을 선택하였고 ③ 그 길의 성취를 위해 심대한 노력을 기울였으며 ④ 남보다 차별화되고 뛰어난 결과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⑤ 귀중한 능력을 가졌지만 그저 안이하고 평범한 길을 간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부(富)를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힘찬 노력과 밝은 미래를 기원합니다. 

나라의 미래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면서도, 그저 평범한 길을 가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가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면 그것은 곧 나에게 그만큼 하늘이 주어진 어떤 다른 의무가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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