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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혼란; 의료, 국방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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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8월29일 18시20분
  • 최종수정 2024년08월30일 10시27분

작성자

  • 이상돈
  •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20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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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의료만 망가트린 것이 아니라 군대도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 패턴은 같다. 역대 정권이 균등주의적 포퓰리즘(egalitarian populism)으로 문제를 계속 악화시켜 왔는데 윤석열이 결정적으로 한방을 날려버린 것이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 마다 젊은이들의 표를 얻겠다고 사병 복무기간 단축을 약속해서 1년 6개월이 되었는데, 윤석열은 사병 봉급 200만원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를 지켰다. 그래서 초급 부사관 보다 병장이 봉급을 더 많이 받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사병 복무기간이 짧아지고 봉급도 많아진 탓에 부사관을 하려는 사람도 줄고 장교로 병역의무를 하려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다.

 

현대전(現代戰)에선 전문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초급장교와 부사관의 역할이 전보다 더 중요해졌다. 첨단기술이 보다 많이 요구되는 해·공군 뿐 아니라 육군도 숙련된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이라크 전쟁이나 아프간 전쟁의 실제를 다룬 영화에 나오는 미군 특수부대원들은 대개 초급장교와 부사관들이다. 장교와 부사관 기피현상이 지속되면 과연 우리 군이 제 기능을 할지가 걱정이 된다. 

 

군의관도 그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군의관은 훈련기간을 제외하고 3년간 복무하는데, 요즘은 의대 재학 중 휴학을 하고 군을 사병으로 다녀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세대가 병역을 한 1970년대에는 사병 복무기간이 훈련기간 포함해서 2년 6개월이었다. 대학 재학 중 ROTC를 하면 졸업 후 훈련을 거쳐 소위로 임관하고 2년간 근무했다. 해군과 공군 사관후보생으로 입대하면 임관 후 복무기간이 3년과 4년이었다. 해·공군 장교는 사병 보다 복무기간이 1~2년이 길었으나 장교라는 명예가 주는 자부심은 그 기간을 보상하기에 충분했다. 

 

군의관도 임관 후 복무기간이 3년이기 때문에 사병에 비해 1년 정도 더 하는 것이니까 의대를 다니면 당연히 군의관을 선택했다. (물론 병역면제나 6개월~12개월 방위병의 경우는 제외하고..) 우리나라 군의관 제도는 50년 전인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는 듯하다. 의대를 졸업하고 입대하면 중위로 임관하고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입대하면 대위로 임관해서 3년 동안 복무했다. 레지던시를 마친 대위 군의관은 큰 병원에서 근무했고, 보다 젊은 중위 군의관들은 일선 부대에 배치됐다. 전역 후에도 군의관은 다른 장교와 마찬가지로 45세까지 예비역으로 편입돼서 유사시에는 현역으로 소집할 수 있다. 

 

이번 의료 대란으로 많은 의대생들이 휴학을 하고 사병으로 복무를 한다면 군의관 자원이 부족해질 우려가 있고, 유사시에 현역으로 소집할 수 있는 예비역 군의관도 대폭 줄어들어서 장기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이런 제도는 베트남 전쟁 후 징병제를 폐지하기 전의 미국 제도와 같다. 1973년에 징병제를 폐지하기 전까지 미국에선 의대생은 군의관 복무서약을 하고 국방부는 군의관 수급 사정을 고려해서 이들을 현역으로 차출했다. 인턴을 마치거나 레지던트 1년차를 끝낸 의사는 중위 또는 대위로, 레지던시가 끝난 전문의는 대위 또는 소령으로 징집했고 이들은 현역 복무가 끝난 후에도 몇 년 동안은 소집가능한 예비역으로 편입됐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 당시 군의관 부족을 경험했고 더욱이 국방부는 베트남 전쟁 종식 후 징병제를 폐지할 생각을 해서 1972년에 군통합 보건대학(Uniformed Services University of the Health Sciences)을 설립했다. 이 대학에는 군의관을 배출할 의대, 간호장교를 배출할 간호대학, 그리고 보건대학원이 있다. USU 의대는 학비가 없으며 소위 임관 후에 4년간 공부한 후 의사 자격을 획득하고 대위로 승진한다. 미군은 월터리드 육군병원, 베데스다 해군병원을 위시해서 세계적으로 귄위를 인정받는 대형 병원과 보훈병원이 많아서 자체적으로 레지던시가 충분히 가능하다. 설립된 후 50년이 된 오늘날 USU 의대 졸업생은 미군 군의관의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으며, 군에 특별히 요구되는 외과 등 분야에서는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나면 전역할 수 있고 계속 군에 남아서 육해공군 군의단(Medical Corp)의 지휘부까지 승진하기도 한다.

 

f3b7152201486197c9ddff67646ebd15_1724981사진 (1) : USU 의대 학생들 

  

f3b7152201486197c9ddff67646ebd15_1724981사진 (2) : 전투 현장 실습을 하는 USU 의대생들.​

 

f3b7152201486197c9ddff67646ebd15_1724981사진 (3) : 101 공수사단에서 공수훈련을 마친 USU 의대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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