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상국 교수의 생활과 경제이야기 <102> 외래종 수입을 극히 조심해야 하는 이유(上)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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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8월25일 09시00분
  • 최종수정 2024년08월25일 08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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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직업군의 특성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있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내놓아야만 생존에 정당성을 얻는 직업에 대해 말하고 싶다. 말이 조금 어려운듯 하지만 실상 매우 간단한 말이다. 쉽게 말하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말해야만 밥을 먹고 사는 직업』을 뜻한다.

 

내가 속해있는 교수라는 직업이 가장 전형적인 예다. 교수 또는 조금 폭넓게 말하여 ‘연구직’이라는 직업은 항상 과거와는 다른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만 가치가 있는 직업이다. 그래서 많은 연구업적도 만들어 내지만, 역(逆)으로 필요 없는 연구, 때로는 극히 비좁은 근거를 바탕으로 지금까지의 연구를 뒤집는 연구발표도 서슴치않는 경우가 있다.

 

우리주위에는 사실 이러한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는 직업군이 의외로 많다. 전형적인 다른 예로는 매일 새로운 기사를 써내야 하는 기자들, 건강에 대해 새로운 의견을 내야하는 의사들, 그리고 놀랍게도 공무원들도 그런 부류 중의 하나다. 

 

사람들은 왠지 ‘확끈한 것’, ‘좀 더 자극적인 것’,  때로는 지금까지 ‘통념을 뒤집는 것’에 관심을 많이 가진다. 그래서 쓰는 사람들도 ‘이것은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직업적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자극적인 행동이나 기사를 쓰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것을 처음 접했을 때는 매우 신기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우리 머릿속에 하나도 남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 그런 부류에 해당된다. 

 

그러면 공무원의 경우에는 어떻한가? 연구원들이나 기자들에 비해 그런 압력은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런 압력은 그들에게도 항상 있다. 특히 『복지부동』이라는 너울이 붙어버리면 무언가 새로은 것을 ‘당장’ 내놓아야만하는 압박감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된다.

 

1. 신안 맹그로브 숲 조성 이야기

 

우리가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등 따뜻한 남쪽 나라를 가면 바다 해변에 발을 담근채로 매우 울창하게 자라있는 숲을 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맹그로브 숲이다. 잎사귀는 동백잎과 약간 비슷한데 색깔은 그리 진하지 않고, 덜 반짝이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맹그로브 나무들은 어찌나 빽빼하고 뿌리가 상호 얽혀 자라는지, 맹그로브 숲을 지나 바닷가로 나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오죽했으면 ‘하나의 나무로 숲을 이룰 수 있는 나무는?’ 이라는 수수께끼에 답은 ‘맹그러브’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맹그로브는 이것이 나무인지 숲인지를 알 수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뿌리가 상호 얼키고 설켜있다. 그저 맹그로브 숲 사이로 나있는 좁을 수로를 통해 좁고 길쭉한 통나무배로 지나갈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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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맹그로브 숲 조성을 원하는 사람들의 주장

 

맹그로브 숲을 조성하고자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이익을 주장한다.


(1) 탄소 흡수능력이 매우 우수하다.

 

불루 카본(Blue Carbon)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해양식물이 지구상의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리고 맹그로브는 이러한 탄소흡수능력이 일반 삼림에 비해서 3~10배 높다는 것이다. 그러니 맹그로브 숲 조성을 시도해야한다는 것이다.

 

(2) 해안침식 방지 기능이 있다.

 

앞에서 잠시 설명한데로 맹그로브 뿌리는 너무나 서로 얽혀있어 큰 숲이 하나의 나무라고 할만큼 빽빽하게 얽혀있다. 그러니 해안 토양의 침식을 막을 수 있는 기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3) 다양한 동물, 식물 의 서식 환경 조성의 이득이 있다.

 

뿌리가 상호 얼켜있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 작은 물고기, 특히 어린 치어(稚魚)들이 잡아먹히지 않고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뜻 여기까지의 주장을 들으면 그럴듯해 보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맹그로브 숲을 조성해야할 듯이 보인다. 그러나 하나하나 그 현실성을 따져 보자.

 

3. 섣부른 주장이 갖여오는 미래의 큰 손실

 

우선 그들이 주장하는 이익이 정말로 우리에게 큰 이익을 갖여오는지를 분석해 보자.

 

(1) 탄소흡수능력이 그렇게 뛰어날까?

 

탄소흡수능력이 3~10배 뛰어나다는 주장은 아마 과학적 자료일 것이기 때문에 크게 그 숫자를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기사가 아닌 좀 더 과학적이라고 생각되는 산림청 자료를 보면 탄소 흡수량은 동일 면적 열대우림에 비해 약 4~5배다. 우선 3~10배가 아니라 4~5배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도 나무가 흡수할 수 있는 탄소량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다만 단위면적 당 나무 잎사귀가 많으면 상당한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맹그로브의 탄소 흡수량은 잎이 넓은 백합나무의 약 2.2배 정도다. 처음 발표 4~5배와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2.2배 등의 배수 문제가 아니라, 탄산가스가 흡수되는‘전체량’이다. 1헥타르(약 3천평)에서 맹그로브 숲은 년 34톤의 탄소를 흡수한다고 한다. ‘독일 연방 경제 에너지부’ 발표를 보면, 연비 6.2리터/100km인 내연기관 자동차, 즉 1리터로 16Km를 달리는 차는 1Km 달릴 때마다 약 66g의 CO2를 배출한다. 그러면 평균 연비가 약 12Km인 보통 차가 1년에 1만Km를 달린다면, 그 차 한 대가 배출하는 탄산가스 배출량은 년에 약 2.21톤이 된다.

 

이 두 개의 수치를 상호비교해 보자. 년 3천평의 맹그로브 숲이 년 34톤의 탄산가스를 흡수하고, 연비 12km의 자동차(연비가 결코 나쁘지 않은차다)가 년 2.21톤의 탄산가스를 배출한다면, 넓이 3천평의 맹그로브 숲은 겨우 ‘자동차 15대분’의 탄산가스를 1년에 흡수한다는 얘기가 된다. 2023년 우리나라 등록 자동차 댓수는 2,595만대다. 15대는 정말 조족지혈(鳥足之血)도 안되는 탄산가스 흡수량이다. 

 

우리가 구체적인 숫자를 대비해서 생각할 때와 그저 감정적으로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이처럼 엄청난 차이가 있다. 

 

 (2) 해안침식 방지 기능이 그렇게 있을까? 

 

이 질문은 동일하게 “우리나라에도 그런 기능이 실익(實益)을 가져올까?”라는 질문과 동일하다. 

 

동남아처럼 태풍이 자주 오고, 해안가에 바로 인접하여, 또는 해안가 바다위에 기둥을 박고 집을 짓고 사는 나라에서는 해안가 침식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아니 아주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혀 사정이 다르다. 우선 우리나라는 폭풍과 해일의 횟수와 규모가 동남아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잘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에서 태풍이 지나간 후 해변이 변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문제가 된 적이 있는가? 내가 본 고향 바다는 지금이나 50년 전이나 거의 차이가 없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간척사업이나 제방을 잘 못 쌓아서 해변이 변한 모습은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도 몇 년이 지나면 상당 정도 원래의 모습으로 복구되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폭풍우에 의한 해변 토사의 유실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3) 다양한 동물, 식물 의 서식 환경 조성이 가능할까?

 

우선 이 질문은 반으로 접어서 질문을 해야 한다. 우선 식물은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한 바와같이 맹그로브숲은 워낙 무성하게 자라기 때문에, 다른 식물들을 자라지 못하게 한다. 그러므로 맹그로브 숲은 오히려 다양한 ‘식물’ 생태계를 파괴하는 식물이다. 그러나 작은 동물에게는 풍부한 생태계를 조성해 준다. 특히 막 태어난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안전한 서식장소를 제공한다. 그런 면에서는 확실한 효과가 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또 뒤집어서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연안수자원이 부족해진 이유가 맹그로브 숲이 없어서인가? 아니면 우리가 물고기를 너무 많이 남획해서인가? 특히 요즈음에는 중국의 불법 저인망 어선 때문에 더욱 생선의 씨가 마르게 되지 않았는가? 

 

즉 맹그로브 숲이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환경이 된다는 말도 우리나라에는 별로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4. 섣부른 외래종 수입이 우리에게 준 끔찍한 과거 경험

 

그러면 과거에 우리나라에서 섣부르게 외래종을 수입하여 겪은 뼈아픈 경험을 말해 보자. 그때도 우리나라 수산청 관련 기관에서 “농어민들의 수입을 증대시키기 위해, 또는 우리나라 낚시인들에게 새로운 게임피싱(Game Fishing)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면서 수입하였었다.

 

바로 베스, 불르길,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이스라엘 잉어(지금은 향어라고 부름)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처음 주장과는 너무 다르게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 고유 생태계를 파괴하는 종(種)이라고 엄청난 폐해가 신문지상에 회자되었다. 특히 황소개구리와 뉴트리아는 마리 당 얼마의 ‘포상금’까지 지급하면서 퇴치운동을 벌렸었다. 


(1) 황소개구리의 변화

 

그러나 아주 다행스럽게 그 폐해는 십수년이 지나면서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너무 이상해서 자료를 분석해 보니 아주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황소개구리가 매우 나의 흥미를 끌었다. 도입 초창기에 황소개구리는 천적이 없어 무서울 정도로 급팽창하였다. 나 같은 촌놈에게는 더욱 확실하게 그것이 느껴졌다. 그 크기도 엄청 났을뿐 아니라, 올챙이의 숫자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 황소개구리는 한번에 약 2만개의 알을 낳는다. 이 숫자는 우리나라 개구리의 약 20배에 해당된다. 크기도 서너배 이상 큰 것이 알은 무려 20배를 낳으니, 공포의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징그럽던 꾸어엉, 꾸어엉하는 울음 소리를 이제는 자주 들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쪽재비 때문이었다. 우리는 흔히 어떤 사람이 약싹 빠르게 행동할 때 “아유, 저 쪽재비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한다. 그만큼 쪽재비는 영리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동물이다. 그런 쪽재비 앞에 황소개구리가 놓여있다. 살코기 덩어리고, 게다가 움직임 마저 둔한 최고의 먹이감이다. 결국 황소개구리는 쪽재비의 너무 좋은 먹이감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황소개구리는 자신의 몸을 살신성인하여 우리나라 고유종인 쪽재비의 숫자를 증가시켜주는 전혀 예상 밖의 효과를 가져오게 하였다. 그러나 황소개구리의 천적은 쪽재비만이 아니었다. 그 외에도 왜가리, 해오라기, 쇠오리, 메기, 가물치, 유혈목이(화사) 등의 너무 훌륭한 먹이감이다. 

 

더욱이 요즘 생태학자들의 글을 보면, 황소개구리의 크기가 작아지고, 몸의 색깔도 처음 도입 시의 누런 빛에서 우리나라 토종개구리와 비슷한 푸른 빛으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참 재미있는 자연의 섭리다.  

 

(2) 뉴트리아의 변화

 

뉴트리아는 그 엄청난 식성과 살코기 때문에 농가의 수입 증진까지 고려하면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수입 사육했던 동물이다. 그러나 몇 마리가 사육장에서 도망치면서 큰 문제가 생겼다. 바로 그 엄청난 번식력과 식성으로 무엇이든지 먹어치워, 농산물뿐만 아니라 자연계 식물 자체를 초토화 시켜버렸기 때문이다. 

 

첫째는 강의 자정능력을 파괴하였다. 강에 있는 수생식물들은 탄소동화 작용을 통해 강의 자정능력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뉴트리아는 이런 수생식물들의 뿌리까지 갉아먹음으로써, 수생식물이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당연히 수생식물이 없어지게 됨으로써 강의 자정능력도 줄어들고, 무엇보다 토종물고기들이 산란할 장소를 잃게 되었다. 그밖에도 벼의 어린 모를 먹어 치워 버리고, 논둑에는 7~8m 길이의 굴을 파고 월동함으로써, 장마철에 논둑이 무너져 물바다가 되게 만들었다. 

 

오죽이나 놀랐으면 정부에서 마리 당 3만원~5만원의 포상금까지 내걸면서 뉴트리아 포획을 장려하였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뉴트리아를 거의 볼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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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포획된 뉴트리아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바로 ‘삵’때문이었다. ‘삵’은 그 움직임의 은밀성 때문에 우리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런데 삵은 고양이과 동물 중에서는 흔하지 않게 물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그런데 물가에는 무엇이 있는가? 바로 뉴트리아가 있다. 뉴트리아는 엄청난 살코기 덩어리고, 삵에 비해 움직임이 매우 둔하다. 황소개구리 처럼 최고의 먹이감이다. 결국 뉴트리아는 삵의 너무 좋은 먹이감이 되었고, 오히려 우리나라 고유종인 삵의 숫자를 증가시켜주는 효과를 얻게 되었다. 


(3) 배스와 불르길의 변화

 

배스와 불르길은 우리나라 낚시인들에게 게임피싱(Game Fishing)을 즐기게 해준다면서 들여 온 물고기다. 가장 바보 같은 생각을 가진 어떤 무책임한 사람의 최악의 결정이다. 우리나라 낚시인들에게 즐거움을 준 것이 아니라, 토종 붕어와 잉어의 씨앗을 말려버리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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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종류 물고기는 전형적인 육식 어종이다. 일생동안 거의 다른 물고기만을 잡아먹고 사는 어종이다. 그러기 때문에 입이 매우 크다. 일부 강에서는 우리날 토종 물고기의 씨를 말릴정도로 그 피해가 컸다. 그러나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배스와 블루길의 숫자가 매우 줄었다. 혹자는 배스의 육질이 탄탄하고 고소하여 어묵이나 어포로 활용하여 숫자가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 주장을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가 도입한 배스는 민물배스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민물배스가 많이 잡혀도 어묵을 만들만큼 많이 잡히지는 않는다. 나는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은 바로 생각없이 배스와 불르길을 도입한 사람들이 자기 면피를 하기 위한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그 주장은 마치 배스와 같은 종의 우리나라 민물고기인 ‘쏘가리’를 잡아 어묵을 만들어 판다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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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러면 모든 외래종들의 수입이 문제를 일으켰을까?

 

아니다. 과문한 내가 알기에는 두가지 예외가 있다. 하나는 이승만 대통령 때 수입한 연어의 한 종류인 산천어이고, 최근에는 향어가 있다. 향어는 수입 당시에는 이스라엘 잉어라고 하였다. 이스라엘 잉어는 매우 성공적인 작품이다. 엄청 잘 자라고 우리나라 생태계를 파괴하지도 않는다. 작은 정도이지만 우리 먹거리를 풍부하게도 만들어 준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왜 그럴까? 생태학자가 아닌 나의 추측일뿐임으로 틀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나는 그 이유가 바로 향어의 잡식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게걸스럽게 먹지도 않는다. 일단 향어는 입이 크지 않다. 같은 크기의 배스에 비하면 입 크기가 1/3~1/5도 되지 않는다. 물론 잡식성이어서 작은 어류도 잡아 먹지만, 그냥 물웅덩이에서 별 다른 동물성 먹이가 없어도 잘 자란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만약 우리나라에 외래종을 수입한다면 절대로 ①육식성 종류는 수입하지 말고, ②잡식성을 수입하며, 그것도 반드시 ③입의 크기가 작은 어류를 수입하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5. 그러면 왜 이런 섣부른 주장이 전문기관이라는 곳에서 계속 나올까?

 

아마 여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 하나는‘과거의 실수로 부터 배우지 못하는 자세’다.

 

즉 학습효과가 크지 않는 사회풍토 때문이다. 이런 버릇은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어렸을 때 기억으로는 정부에서 어떤 잘, 잘못이 있었을 때는 공무원교육원이나 새마을 운동본부 또는 ‘행정지도’를 통해 정보가 상호 활발히 유통되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즈음은 그렇지 않은 느낌이 강하다. 각 부처의 독립성이 필요없는 분야에서 까지 확대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다음은 잘못된 의사결정에 대해 책임을 묻는 정도가 매우 낮다는 것이다. 2년마다의 순환 보직제도로 자리를 옮기게 됨으로써 면피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자동적으로 제공되고, 더욱이 너무 잦은 순환 보직이 전문성까지 약화시키는 이유도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마저 갖게한다. 지나친 책임 추궁은 오히려 행정력의 경화(硬化)를 가져온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책임 추궁이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지나친 솜방망이 처벌도 동일한 무책임한 행정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2) 다음은 새로운 사업을 벌려야 한다는 공무원의 무의식적 강박관념이다.

 

공무원도 연구자나 기자들과 같이 무언가 새로운 사업을 벌려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예산이 확보되고, 잘 되면 승진의 기회도 마련되기 때문이다. 예산과 인사는 모든 조직의 가장 큰 동력원이다. 예산을 확보할 수 있고, 승진의 기회까지 주어지며, 그리고 잘못된 결과가 나와도 특별한 처벌도 받지 않는다면 그것처럼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같은 기관에서, 같은 실수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가끔 관찰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상당히 자주 있었다. 전형적인 예가 바로 ‘강원도의 산불 진화작업’이다. 나는 강원도를 좋아하기 때문에 특별히 더 내 눈에 띄었는지 모르겠다. 어쩟든 강원도에는 큰 산불이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편이다. 수많은 내외부 등산객을 막을 수는 없으니, 잦은 산불을 공무원의 책임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황당한 것은 ‘산불 후의 뒷처리’다. 이상하게도 강원도청은 산불이 진화 된 후에는 산림재녹화를 주장하면서, 산불 난 지역의 남아있는 뿌리까지를 제거하고 새로운 나무를 심는다. 수 많은 학자와 산림전문가들이 “지상의 나무는 일부 탓을지라도, 살아 남은 줄기와 땅속 뿌리에서 새순이 돋아나 3년~5년 후 쯤에는 과거와 비슷한 수준의 숲을 재생할 수 있다.”는 주장을 수없이 했었다. 

 

나 같은 산림 비전문가도 이런 정도의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강원도청은 매우 『꿋꿋하게』 의지를 가지고, 뿌리까지를 완전히 제거하고 새 나무를 심었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일부 산은 ‘하얀’ 백골 상태를 그대로 들어내고 있다. 새로 심은 나무는 당연히 말라 죽었고, 자연이 뿌린 씨앗에서 난 작은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강원도청은 계속 뿌리까지 뽑아버리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이것은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으로 어떤 다른 목적을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하는 정당한 의혹을 가지게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6. 맹그로브 숲이 과연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발하는 효과를 가져올까?


(1) 맹그로브가 잘 자랄까?

 

나는 거의 확실하게 아니라고 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남해안의 기온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맹그로브가 숲을 이룰만큼 무성하게 자랄 정도로 ‘매우’ 따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맹그로브 숲은 보통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은 고온다습한 기후에서 잘 자라기 때문이다.

 

(2) 설령 잘 자라도 그들이 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그런 효과는 얻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앞에서 말하였다. 그들이 주장하는 효과는 미미할 뿐 아니라, 상당한 경우에는 우리에게 필요하지도 않다.

 

가. 탄소 흡수능력이 3~5배로 크다고 하지만  3천평의 맹그로브 숲이 겨우 ‘자동차 15대분’의 탄사가스를 흡수할 뿐이다. 2023년 우리나라 등록 자동차 댓수는 2,595만대다. 정말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나. 해안침식 방지 기능은 물론 고맙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폭풍이 불어오는 횟수도, 강도도 크지 않아 해변의 모래가 침식되어 나가는 피해는 거의 없다. 내가 어렸을 때 본 해변은 지금도 변함없이 그 해변 그대로다. 오히려 침식에 의한 해변의 모래사장 변화는 잘못된 간척사업과 제방쌓기 때문인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다. 다양한 동물, 식물의 서식 환경 조성 이득도 그리 크지 않다. 우리나라 연안자원이 부족하게 된 것은 지나친 남획 때문이지, 치어들이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불과 3, 40년 전의 기록만 보아도 전라도 신안이나 인천 앞바다에 ‘민어파시’와 ‘조기파시’가 열릴 때에는 너무 많은 고깃배가 몰려와, 십리 가까이 정박된 배를 밟고서도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즉 맹그로브 숲이 없이도 우리나라 해양은 어마어마한 해양자원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지고 있었다.


(3) 그러면 어떤 나쁜 효과를 얻게 될까?

 

가. 경관을 망치는 효과가 클 수도 있다. 

앞에서 여러번 강조했듯이 맹그로브 숲은 매우 울창한 숲을 이룬다. 그래서 우리나라 해변의 아름다운 모습을 크게 망가뜨릴 것이 뻔하다.

 

나. 해안 접근성을 크게 제약할 것이다.

맹그로브 숲은 워낙 칙칙하여 맹그로브 숲을 지나 해변가를 접근하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맹그로브 숲 사이에 난 좁은 수로를 통해 길고 좁은 배를 타고 움직일 수 있을 뿐이다. 영국 BBC에서 만든 ‘생존게임’ 프로를 보면 맹그로브 숲을 뚫고 지나 길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맹그로브 숲은 지나칠 정도로 울창하게 자란다.

 

7. 내가 이런 글을 쓰는 진정한 이유

 

나는 신안이나 부산에서 맹그로브 숲을 조성하더라도, 기후 등이 맞지 않아 별 효과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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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이런 글을 ‘미리’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하나는 제발 새로운 생물종을 외국에서 들여 올 때는 장점만을 보지말고,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해악(害惡)도 함께 고려해 보는 신중성을 고려해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외국 것을 들여 오기 전에 먼저 부족해진 우리 자연을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함이다.

 

우리 주위에는 정말로 많은 정보와 자원들이 있다. 자기의 눈만으로 또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독단적인 결론을 시행하기 보다는, 사전에 많은 정보를 입수하고 결론 내리기를 바란다. 나의 오랜 경험에 의하면 “사전에 많은 의견을 청취하며 결론을 내렸습니다.”라고 말하지만, 상당수의 경우 이미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과 일치하는 정보를 주로 수집하거나, 또는 그 결론에 동의하는 사람들만으로 위원회를 꾸며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많이 보와왔기 때문이다.

 

나의 이번 글이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시는 대부분의 공무원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누(累)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대부분은 정말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는 생각을 나는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수출한 동물이 해외에 끼친 영향』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 나도 재미있게 읽었던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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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4년08월25일 08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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