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상국 교수의 생활과 경제 이야기<55> 말의 맛 ; 자동차, 로고, 그리고 마케팅!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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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6월05일 09시44분
  • 최종수정 2023년06월05일 09시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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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동차를 좋아한다.” 아니 정확히는 “나도 자동차를 좋아한다.”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말이 갖는 묘한 맛, 즉 말의 맛도 좋아한다. 같은 말이지만 조금만 살짝 바꿔준다면 ‘훨씬 더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곧잘 하는 편이다. 

 

즉 “이렇게 조금만 바꿔 표현하면 훨씬 더 설득력이 있겠다.” 또는 “이렇게 살짝 바꾸면 훨씬 더 말에 ‘개미(괴미)’가 있을 텐데...”라는 생각 등이다.

 

오늘은 우리가 자동차를 운전할 때 유심히 보면 보이는 『자동차 회사의 로고』에 대해 한마디 하고 싶다. 언뜻 보면 잘 보이지 않지만 대부분의 자동차 뒤 번호판에는 그 자동차 제조 회사가 자기 회사의 이미지를 하나의 말로 표현한 ‘로고’가 적혀있는 경우가 많다. 그 중 몇 개를 소개하며 이번 글을 시작할까 한다.

 

우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차 중에 하나인 벤츠를 보자. “The best or nothing”이다. “최고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뜻이다. 기분이 사알짝 나쁘다. “아이고. 잘 났다. 잘났어. 그래 네가 최고란 말이지? 그럼 다른 차는 아무것도 아니네. 나 참!” 뭐 이런 기분이다. 그런데 더욱 자존심 상하는 것은 “Best”가 아니고 “The Best”다. “그래 너 정말 잘 났다.” 그러나 벤츠 위에 ‘롤스로이스’도 있고, ‘마이바흐’도 있다. 색깔이 조금 다르지만 ‘페라리’도 있고, ‘람보르기니’도 있다. “그래. 그럼 이런 차들과 비교하면 너도 아무것도 아니네?” 하며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의 ‘신 포도’ 같은 말을 해본다.

 

다음은 BMW다. 사실  BMW는 우리나라에서 지나치게 과대평가된 차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쨌든 BMW는 “Sheer driving pleasure”라고 쓰여 있다. ‘진정한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Sheer 라는 단어는 묘한 어감이 살짝 숨겨있는 단어다. 여자들이 입는 옷 중에서 숨겨진 몸매가 보일 듯 말듯한 얇은 옷을 “Sheer Look”이라고 한다. 즉 ‘Sheer’라고 하면 뭔가 싱그러운 어감이 숨겨져 있는 멋진 단어다. 

 

BMW는 고급 승용 자동차 중에서 가장 운전하는 맛을 느끼도록 만든 차다, 자동차 배기가스 소리도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듣기 좋은 “으르렁” 소리를 내고, 노면과 바퀴의 진동을 운전대에서 기분 좋은 떨림으로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차다. “Sheer driving pleasure”라는 로고는 BMW 자동차의 설계 철학과 매우 일치하는 잘 지어진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폴크스바겐으로 “Original German”, ‘진짜 독일차’라는 로고다. 

회사 자체가 비싼 차가 아니라 대중적인 차(폴크는 대중, 바겐은 자동차의 의미)를 만드는 회사이니, 진짜 독일차라고 해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나는 멋진 고급차는 아니지만, 독일 상품의 특징인 튼튼하고 믿을 수 있는 차”라는 뜻으로 붙인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왠지 자동차의 로고로는 그렇게 멋지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음은 내가 좋아하는 재규어다. 오! 그 날씬하고 아름다운 유선형의 몸매... 40여년 전 미국 유학 중 재규어의 빨간 색과 늘씬한 몸매를 한참 동안 감탄하며 바라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재규어의 로고는 “The Art of Excellence”다. ‘뛰어남의 예술’ 또는 ‘최고의 아름다움’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재규어는 정말 이 표현이 어울리는 차였다. 그러나 지금의 재규어는 과거의 멋진 모습과는 너무 다른 아무런 특징도 없는 그저 그런 차가 되어 버렸다. 30여년 전 영국이 소유했을 때 오리지널 재규어는 정말 재규어만의 기묘한 유선형 선미(線美)를 갖춘 차였다. 그러나 당시에도 ‘재규어를 살려면 두 대의 재규어를 사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장이 잦았다. 또한 영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재규어는 미국의 포드에 팔리게 되었고, 결국 포드도 어려워지자 인도의 타타(TaTa) 구룹으로 팔리게 되었다. 정말 조금도 ​멋없는’ 재규어로 변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러나 내가 경제력이 있다면 30여년 전에 제작된 오리지널 영국 재규어를 사고 싶다는 꿈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다음은 렉서스(Lexus)다. 내가 자동차 이름을 보고 정말 잘 지어진 자동차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차가 렉서스“였다”​(과거형에 유의). 일부 고객들도 의식했겠지만 ‘렉서스’하면 자연스럽게 ‘Luxurious’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왠지 고급차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렉서스의 로고는 “Experience Amazing”, “놀라움을 경험하세요.”라고 쓰여 있다. 잘 붙여진 자동차 이름이고, 잘 붙여​진 로고다. 그래서 렉서스는 출시되자마자 최고급 차로 순식간에 등극하였다. 

 

출시 순간의 마케팅 전략도 정말 훌륭하였다. 누구도 렉서스라는 차가 있는지도 모르게 비밀리에 딜러를 모집하였다. 그리고 렉서스의 판매망과 도요타의 판매망을 철저하게 분리하였다. 그리고 모든 준비가 끝나자 어느 날 갑자기 전(全) 미국에서 호화로운 렉서스 광고와 함께 판매를 ‘일시’에 시작하였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아니 렉서스라고? 그런 브랜드가 있었나? 그런 브랜드 들어 봤어? 아니 못 들었는데. 누가 만든 차야?” 이런 깜짝 마케팅을 하며 렉서스는 등장하였다. 그리고 철저하게 도요타가 만든 차라는 것을 숨겼다. 그래서 도요타가 갖는 중저가(中低價)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고급차의 이미지를 순식간에 얻어 버렸다. 멋진 자동차의 이름 그리고 깜짝 놀라게 만든 마케팅 전략이었다고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의 렉서스는 과거의 렉서스가 아니다. 일본 경제가 그렇듯이 렉서스의 진보는 거의 없는 듯이 보인다. 도요타사(社)의 이미지도 아키요 도요다 회장의 등장 이후 왠지 과거의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는 과거 지향적인 느낌이 강하다. 기술혁신도 없고, 자동차의 모양도 3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요즘 일본차들은 한결같이 과거의 역동성을 잃어버리고, 그저 살짝 외관 모습만 바꾸는 ‘얼굴 바꾸기(Face Lift)’만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외제차 시장에서 일본차의 비중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외제차하면 독일차로 인식되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고, ‘올드 패션 카’라는 이미지는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는 듯하다. 

 

얼마 전 도요타도 이런 변화를 인식하고, 새로운 도요타 이미지 창출을 위해, 미래 도요타 ‘콘셉트 카’ 쇼를 하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많은 자동차 모델 중에서 제일 앞에 전시되고, 아키오 회장이 직접 설명하는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자동차가 실제 차가 아닌 ‘진흙으로 만들고 페인트만 칠해진 목캅모델’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콘셉트카 전시회는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되어 버렸다. 

 

캄리의 로고는 “You are so smart”다. 캄리를 선택한 당신은 매우 스마트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잘 지어진 이름이다. 내가 이 차를 선택하여 스마트하다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 좋은 일이다. 그리고 캄리는 ‘가장 고장이 적은 차’라는 평가도 받았던 차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많이 팔렸다. 캄리가 곧 도요타라는 인식이 될 만큼 많이 팔렸다. 지금도 많이 팔리는 차이지만 과거와 같은 영광은 아닌 것 같다. 

 

이유는 캄리의 품질이 부족해 진 것이 아니라, 렉서스와 마찬가지로 어떤 새로운 변화 없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항상 비슷한 차라는 인식과,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나면서 캄리보다는 더 고급한 차를 선호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현대와 같이 캄리를 뛰어넘는 새로운 디자인과 품질을 매년 계속 새롭게 선보이는 차가 등장한 것도 캄리가 덜 팔리는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닛산(Nissan)이다. “Innovation that Excites”, ‘사람을 흥분시키는  혁신’이다. 나는 일본차 중에서는 닛산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그만큼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며 자동차 마니아들을 매료시키는 자동차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동차의 성능 변형이나 튠업이 가장 잘 먹히는 차가 닛산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빠르게 자동차를 뱅뱅 돌리며 타이어 타는 연기가 자동차를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만들 수 있는 차는 닛산밖에 없다. 마니아들이 폭 빠질 수밖에 없는 차다.

 

그러나 ‘기술의 닛산’은 그 기술에 치우침이 지나쳐 결국 어렵게 되었다. 일반인들의 요구를 훨씬 뛰어넘는 기술 개발은 결국 지나친 원가상승을 가져와서  프랑스의 르노 그룹에 팔리게 되었다. ‘카룰로스 곤’의 눈부신 활약으로 닛산은 만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게 되었다. 그러나 일본인들의 폐쇄성은 결국 ‘곤’의 흑자전환 노력을 고마워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를 쫓아내버렸다. 닛산을 위기에서 구한 그를 ‘회사 기금 횡령’이라는 오명을 씌워 가택 연금시켰고, 결국 ‘곤’은 악기 상자에 숨어 일본을 탈출하는 촌극을 벌였다. 그 후 닛산은 다시 적자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왜 모두 역동성을 잃어 버렸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은 사건이었다.

 

그 밖의 차, 예를 들어 불란서나 미국 자동차는 크게 언급하고 싶지 않다. 언급할만한 특별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기술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디자인이 특별하지도 않으며, 고장률이 특별히 낮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미국 자동차는 미국 자동차 특유의 크기, 힘 그리고 전체적인 모습에서 파워가 느껴지는 디자인이 있다. 그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미국인들에게 미국 자동차는 매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정된 그런 미국 자동차의 이미지 이외 새롭게 언급할만한 특징은 없는 듯하다. 

 

다음은 우리나라 자동차다. 현대와 기아는 이제 하나의 회사가 되었기 때문에 주로 현대차에 대해 말해보겠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우리나라 사람은 국내에 있을 때는 아니지만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다. 내가 우리나라 대통령이나 대한민국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것은 용서되지만, 외국인이 그런 말을 할 때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특히 88올림픽 때 흑인 아나운서가 우리나라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할 때, “한국인들은 이런 것을 먹는다.”고 오징어를 흔들며 얘기했을 때 정말 과장하지 않고, 『열불』이 났었다.

 

자동차와 관련된 경우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서양에는 몰(Mall)이라고 하여 큰 상점들이 모여 있는 넓은 장소가 있다. 그런데 거기에 ‘쏘나타’가 한 대 발견되었다. 그 소문은 기숙사에 삽시간에 퍼졌고, 같이 있던 유학생들이 떼거리로 몰려가 몰 주차장에 있는 쏘나타를 구경하였었다. 『자동차의 본 고장인 미국에서 수출된 우리나라 차를 보다니...』 그 때의 감격은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격이었다. 살짜기 눈물까지 나는 순간이었다. 지금은 세계 4번째 자동차 강국이니 미국 몰에서 우리나라 차를 보아도 하나도 신기하지 않은 당연한 일이지만, 어쨌든 40년 전 우리에게는 정말 감격스러운 장면이었다. 현대조선소의 밥을 살짝 먹은 나에게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자동차의 이야기로 돌아오자. 현대차의 로고는 “정말 이럴 수가 있을까?”하는 수준이다. 자세히 관찰하지 않아 모를 수도 있겠지만 현대차의 로고는 “Hyundai for Life.”다. “세상에나!” 아마 그 누구도 현대차가 가장 안전한 차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오히려 그 역(逆)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심할 때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는 철판이 두꺼운데, 국내용은 철판이 얇다”라는 말까지 있다. 내 생각에 현대 로고 담당자가 아무런 고민도 없이 그저 스웨덴 볼보(Volvo)의 로고 “Volvo for Life”를 모방하여 볼보 대신 현대라는 단어로 치환한 것 같다. 

 

그러나 여기에는 큰 차이가 있다. 볼보 광고를 보면 볼보자동차 위에 약 10대의 다른 볼보자동차를 차곡차곡 쌓아 놓아도 가장 아래에 있는 볼보자동차가 전혀 변형되지 않는 사진을 광고 사진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가 그런 볼보의 견고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그러나 최근 볼보에서도 “Volvo for Life”라고 쓰지 않고, 그냥 단순히 “Made by Sweden”이라고 쓰여 있다. 볼보 차는 몇십년 동안 거의 외부 디자인도 바꾸지 않고, 자동차의 견고성만을 선전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에서는 ‘할머니들이 타고 다니는 차’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당연히 판매가 시원치않아 결국 볼보는 중국의 지리자동차에 팔리게 되었다. 그런데 볼보가 중국차라면 세계의 누구도 볼보를 사지 않을까 봐 ‘스웨덴에서 만든 차(Made by Sweden)’라고 로고를 교환한 것 같다. 그러나 호소력이 있는 로고는 전혀 아닌듯하다. 

 

다시 현대자동차로 얘기를 바꿔 보겠다. 나는 현대차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이 좀 더 보편화되는 4,5년 후에는 세계 2위 또는 3위 자동차 회사가 되리라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할지 모르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예측이라고 생각한다. 폴크스바겐 그룹, 도요타, 그 다음이 현대이거나, 아니면 폴크스바겐, 현대, 도요타의 순(順)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근거는 간단 명확하다. 현대는 지금 매우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고장률, 새 차의 조립 품질 결함, 자율주행의 정도, 전기차의 성능 특히 디자인 면에서 현대는 매우 뛰어나다. 이것은 나만의 독단적인 평가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자동차 평가회사인 J.D, Power에서도 ‘글로벌 최고수준의 품질과 내구성’으로 현대차와 기아차를 1등으로 선정하였으며, 수차례 '올해의 차(Car of the Year)'로도 선정하였다. 신차일 때 가장 제조 결함이 없는 차로 제네시스와 그랜저를 선정하였다. 현대 다음이 바로 우리가 잘 아는 벤츠와 렉서스다.

 

나는 얼마 전 현대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로봇회사인 ‘보스톤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를 인수(M&A) 하는 것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지?” 솔직히 그 기사를 보고 내가 가졌던 첫 번째 질문이었다. 

 

보스톤 다이나믹스는 자동 로봇분야에서 독보적인 세계 최고의 회사다. 우리는 지금까지 천천히 걷는 로봇 또는 계단을 힘겹게 올라가는 로봇을 많이 봐왔다. 그러나 보스톤 다이나믹스가 만든 최신 로봇은 달려가며 껑충 뛰어 공중제비를 한 바퀴 돌고 땅에 착지한 후, 다시 뛰어가는 로봇이다. 다른 로봇과는 성능이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미 육군에서 수색로봇과 인간능력 증강 로봇 그리고 구조로봇을 보스톤 다이나믹스에 부탁했을까?

 

현대의 보스톤 다이나믹스 M&A​에는 명백한 세 가지 의도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자율 주행자동차를 더욱 완벽하게 만든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동차 이외 ‘현대산업의 꽃’이라는 로봇 제조 분야에 뛰어들겠다는 것 같다. 그리고 끝으로 군사 분야에서 의미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것이라고 짐작한다. 매우 현명한 결정이다. 축하한다. 다만 한 가지,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경영에 현대가 필요 없이 깊게 관여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어쨌든 현대자동차에 대해 가장 짜게 평가하는 고객은 바로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평가 받지 못한다.”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닌 듯싶다. 

 

그러나 나는 현대에게 두 가지 조언을 하고 싶다. 첫째는 ① 자동차의 이름 붙이는 방법이고, 둘째는 ② 자동차 로고에 대한 조언이다.

 

우선 자동차의 이름 붙이​는 방법(Naming)이다. 

 

우리가 잘 아는 석유회사에 스탠다드 오일(Standard Oil)이라는 회사가 있다. 바로 그 유명한 록펠러가 세운 회사다. 그러나 회사 이름이 매우 이상하다. 스탠다드 오일(Standard Oil)이라니, 우리말로 번역하면 ‘표준기름회사’ 라는 뜻이다. 무심히 지나 갈 수도 있지만 정말 해괴한 이름이다. 회사 이름이 ‘표준’이라니? 거기에는 이러한 뒷얘기가 있다. 

 

록펠러가 처음 기름회사를 만들 때는 자동차가 제1의 석유 소비자가 아니라, 밤에 등불을 밝히는 ‘등유’가 주 소비층이었다. 

 

등유는 집안에서 불을 켜는 제품이다. 그러나 당시 등유의 품질은 너무 조악하여 등불을 켜면 연기가 많이 났다. 록펠러를 제외한 다른 등유업자들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였다. 그러나 록펠러와 같은 혁신가들은 여기에서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발견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당시에는 매우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화학자를 고용’하여 연기를 줄이는 정유법을 개발하였다. 지금이라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지만 과거의 관습에 젖어있던 당시에는 매우 획기적인 ‘산학협동 연구’를 최초로 시도한 것이었다. 

 

그 결과는 매우 좋았다. 록펠러는 여기에 크게 고무되어 회사 이름을 “표준회사(Standard Oil)”라고 지은 것이다. 곧 “어이, 이 어리석은 석유업자들아. 석유는 이렇게 만드는거야. 내가 만든 이 석유는 앞으로 너희들이 따라가야 할 ‘표준’이 될거야. 알았어?” 이렇게 해서 표준기름회사라는 기업이 탄생하였고, 좋은 품질의 록펠러 등유는 무지막지하게 팔려 오늘 날 우리가 아는 록펠러를 탄생시킨 것이다. (록펠러는 품질 좋은 석유 생산 이외에 매우 악독한 짓을 다른 석유업자들에게 하였지만 그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하였던가? 독점의 폭리를 너무 많이 향유하던 록펠러는 그만 할아버지 루스벨트 대통령의 ‘반(反)독점법’에 걸리게 되었다. 그래서 법원은 스탠다드 오일을 강제 분사(分社)하라고 명령하였다. 그러나 독점 이익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너무 잘 아는 록펠러는 법원의 강제분사 송달장 수신을 피하기 위해 자기 집을 떠나 십여년 유랑생활을 하였다. 당시에는 수신자에게 수신이 되어야 법적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오랜 유랑생활에 지친 록펠러는 결국 집으로 돌아와 회사를 6개로 쪼개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여기에서 록펠러의 천재적 상혼이 다시 발휘되었다. 그는 스탠다드 오일을 분사하기 전에, 6개 분사된 회사 이름을 어떻게 짓는 것이 좋겠는가를 ‘학자들을 동원하여’ 효과적인 네이밍 원칙을 찾게 하였다. 당시 프로젝트 비용이 300만달러였다고 하니 지금 생각해도 어마무시한 금액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칙이었다.

 

첫째; 그 이름을 들으면 ‘무엇인가 좋은 이미지’가 연상되어야 한다(가장 중요한 원칙임).

둘째; 기억하기 좋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름은 두 음절 또는 세 음절이 좋고, 그 안에 경음이 들어 있어야 한다.

셋째; 로고를 디자인하기 좋아야 한다.

 

이런 원칙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쉬브론, 엑싼, 에쏘 등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분명히 독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분사를 명령하였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즉 스탠다드 오일 주가 총합 보다 6개 회사로 분사된 후 주가 총합이 훨씬 더 컸다고 한다.

 

최근에도 반독점법이 크게 문제된 사건이 있었다. 바로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 소프트(Microsoft)와 스티브 잡스의 애플(Apple)이다. 옛날 보다는 조금 유야무야로 끝난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매우 큰 이슈였다.

 

그러면 이 원칙에 따라 현대자동차의 이름을 분석해 보자. 

 

성공한 자동차, “제네시스, 그랜져, 쏘나타, 액쎈트, 아반떼, 팰리쎄이드, 캐스퍼, 포터, 코나 등”이다. 록펠러의 네이밍 원칙이 매우 잘 적용된 자동차 이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실패한 자동차 이름을 보자. “마르샤, 베누 등”이다.

 

네이밍은 이처럼 중요하다. 크라이슬러 자동차의 죽어가던 회사를 살린 “K”시리즈에서 훗날 “K”라는 글자를 없앤 후 판매가 급감했다는 기록을 본적도 있다.

 

그러고 보니 “K 팝, K 푸드”는 이름도 매우 잘 지어진 것 같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회사 로고에 대한 얘기다. “Hyundai for Life”는 바꾸는 것이 어떨까 한다. 현대의 이미지와도 어울리지 않고, 시대적 트렌드에도 맞지 않는다. 

 

마케팅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 있다. 그것은 고객과 생산자의 상품에 대한 생각의 차이다. 생산자들은 자기가 만든 상품 즉 자동차, 냉장고, 세탁기를 고객들이 돈을 주고 사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밖으로 표현되는 모양은 ‘고객이 돈을 주고, 상품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의 내용은 전혀 다르다. 고객은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다. 그 상품을 소비하면서 느끼는『만족감(Satisfaction)』을 고객은 돈을 주고 사는 것이다. 

 

즉 고객은 자동차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자동차를 타고 즐길 수 있는 자유를, 또는 그 자동차를 소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자존감을 돈을 주고 사는 것이다. BMW가 선전하는 “Sheer driving pleasure” 즉 즐거움(Pleasure)을 얻기 위해서 BMW를 사는 것이다. 자동차를 타면서 얻는 ‘안전함’은 자동차를 사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의 요소일 뿐 그것 때문에 차를 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현대차가 볼보와 같은 튼튼한 차라는 인식 자체도 없다. 

 

나는 현대차에 새로운 제안을 하고 싶다. 그랜저 급까지는 해당 될 것 같다. “Go where you wanna Go” 즉 이 현대차를 사서 당신이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는 자유를 얻으라는 뜻이다. 내가 판단할 때 자동차 소유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원하는 때에, 내가 원하는 장소”로 갈 수 있다는 특권(자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라.”는 로고는 매우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로고는 그랜저까지만 좋다. 제네시스 또는 그 이상의 고급 미래 차에는 “Own your moving castle” 등의 고급 럭숴리 감을 주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어떻든 자기 회사 또는 상품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로고는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많은 신경을 써야 할 내용이 아닌가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현대자동차가 지금과 같은 『혁신(Innovation) 노력을 지속한다면』, 4,5년 후 현대는 세계 2위 또는 3위 자동차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많은 방해 또한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저력과 명민함 그리고 끈질김을 발휘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충분히 기대해 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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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6월05일 09시44분
  • 최종수정 2023년06월05일 09시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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