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상국 교수의 생활과 경제 이야기<37> 공산주의의 초기 효율성은 왜 非효율성이 될 수밖에 없는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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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1월21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3년01월28일 14시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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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6.25 기간 중에 태어났다. 그러기 때문에 6.25의 어려움은 잘 모른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 동네 제삿날은 다 똑 같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마을에 사는 우리 효녀 고모는 아버지 제사에 한번도 참여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그 집안 큰 며느리인 고모 시아버지 제사와 친정아버지 제사가 같은 날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 것이다.

 

나는 언제인가 참 이해되지 않은 과학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영국과 독일 어느 지방의 아이들이 유난히 비만아가 많다는 기사였다. 학자들이 아무리 조사해 보아도 그 지역 어린이들이 비만이 되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그 지방을 분석해 본 결과 이상한 공통점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그 두 지역이 2차세계대전 기간 중에 유난히 폭격을 많이 받은 지역으로 매우 심한 기아(飢餓)를 겪은 지역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 굶주렸던 할아버지 세대의 기억이 격세유전이 되어 손자들에게 나타나 그 지역 어린이들이 다른 지역 어린이 보다 식사량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 지역 어린이들이 비만이 많다는 것이 그 연구결과였다. 

 

다윈의 ‘후천적 생활 경험은 유전적으로 다음 세대에 전달되지 않는다.’는 이론과는 일치하지 않지만 어떻든 내가 읽은 연구결과는 이렇게 ‘할아버지의 배 곺음이 격세유전이 되어 손자들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유전학자나 생물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이론의 진위를 따질 자격은 없다. 하지만 이와 유사하게 나에게 분명히 존재하는 두가지 사실이 있다. 그것은 ‘전쟁에 대한 공포’와 ‘공산주의에 대한 깊은 관심’이다. 가끔 꿈에 전쟁이 나서 내가 피난 가는 꿈을 자주 꾸었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이상한 꿈을 대학교 다닐 때도 꾸었다. 내 친구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놀림을 받을까 봐 얘기하지 않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공산주의에 대한 우려와 깊은 관심이었다. 그 질문 내용은 간단하다. “왜 공산주의 추종자가 생기는가?”였다. 

 

사람에게는 본성이라는 것이 있다. 즉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따르는 본능(本能, 欲求)에 가까운 성향을 말한다.

 

당연히 이런 것들은 많은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명쾌하게 설명한 것은 아마 마슬로(Maslow)라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는 인간에게는 5단계의 욕구(욕망)가 있다고 한다. 뭐 특별한 얘기가 아니고 우리가 얼마든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다.

 

첫째는 생물학적인 욕구다.

배 고프면 먹고 싶고, 따뜻한 곳에서 머무르고 싶은 욕구다. 즉 춥고 배고픈 것을 싫어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은 노력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안전에 대한 욕구다.

내가 집에 있을 때 또는 밖을 돌아다닐 때 안전한 상태에서 지내고 싶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들이 갖는 너무 당연한 욕구일 것이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이런 욕구가 위협 받는다. 그래서 전쟁은 일반 국민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특정 집단의 욕심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 국민이 원해서가 아니라 푸틴 구릅의 욕심 때문인 것이 가장 적절한 예가 될 것이다.

 

세번째는 사회적 욕구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홀로 있는 것보다는 무리지어 있을 때 훨씬 더 편안함을 느낀다. 그래서 어느 집단에 소속되기를 희망한다. 동창회도 나가고 골프클럽에도 들고 산악회에도 가입한다. 그래서 함께 있을 때 즐겁고 편안하다.

 

네 번째는 자긍심(자존심)에 대한 욕구다.

즉 앞에 열거한 욕구들이 만족되면 이제는 슬슬 “남들로부터 존경과 칭찬을 받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느 모임에 가입하는 것에 만족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 간부 자리를 원하고 또 더 나아가 그 조직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저명한 단체장이 되기 위해 수억의 돈을 쓰며,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정도가 넘는 경쟁을 하기도 한다. 

 

다섯 번째는 ‘자기실현’의 욕구다.

네 번째 단계까지는 아직도 『남과의 관계』에서 나를 나타내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다섯 번째는 『나와의 관계』다. 이것저것 다 해보고 나면 왠지 허무한 느낌이 든다. “내가 회장을 하려고, 또 감투를 쓰려고 그렇게 노력하였는데 지내고 보니 그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 그게 무어야.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나은 내가 되는 것’ 즉 자기개발과 봉사활동 등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이기적인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서는 사회봉사도 많이 하고, 안 읽던 책도 읽으며, 종교 활동에도 열심인가 보다.

 

 

마슬로는 사람의 욕구단계를 이렇게 5단계로 설명하였고, 이 이론은 상당히 폭 넓게 인정되고 있다. 

 

다시 공산주의 이론으로 돌아와 보자. 내가 오랫동안 궁금해 했던 것은 ‘왜 사람들이 공산주의 활동을 하는가?’였다. 그래서 공산주의자들의 과거 행적을 아마추어 수준에서 분석해 보았다. 

 

내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역사적으로 공산주의자가 되는 이유는 두가지였다. 하나는 춥고 배고픔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마슬로의 1단계)였고, 다른 하나는 공산주의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필요한 체제라는 혼돈에서였다. 이 두가지는 나라에 따라 명백히 분리되기도 하지만 상당히 많은 경우 혼재 되어 있기도 하다.

 

중국의 공산주의를 먼저 보자. 중국의 모택동과 주은래의 공산주의 시작은 옛날 황제 체제하의 극도로 문란한 경제와 그 뒤를 이은 장개석 정권의 부정부패가 주 원인이었다. 주은래 등 83명의 초기 공산주의자들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공산주의자가 되었었다. 다만 모택동은 처음부터 내재된 권력욕이 큰 동기 중 하나였다고 본다.

 

소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짜르 니콜라이 2세 체제하의 너무나 극심한 가난이 주 이유였다. 러시아의 농민은 공산주의를 요구하지도 않았었고, 황제 체제를 부인하지도 않았었다. 다만 레닌과 볼셰비키들이 사회의 이러한 혼란을 이용했을 뿐이다. 

 

그리고 러시아의 초기 공산당 세력들도 중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가를 재건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산주의를 따랐을 뿐이다. 즉 희망이 없는 짜르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당시 유행이었던 공산주의 이론을 도입한 것이었다. 

 

그러나 모택동과 마찬가지로 레닌과 스탈린은 이 절호의 사회 혼란을 자기 집권의 기회로 이용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거의 마찬가지다. 너무 가난했던 조국을 조금이라도 잘 살게 하기 위해 또는 일제로부터 조국을 해방하기 위한 수단(독립)으로 착각하고 공산주의를 택했던 것이다. 그래서 당시 지식인들의 상당수는 공산주의자가 아닐지라도 공산주의에 대해 어떤 기대감을 가졌던 것이다. 그러나 김일성은 전혀 달랐다. 그래서 그는 월북했던 남한의 공산주의자들을 한번에 쓸어버리고, 자신의 독재체재를 구축하였다.

 

그렇다면 공산주의 사고는 처음부터 가치가 없는 체재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공산주의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사고체재다. 다만 그것이 매우 짧은 시기에만 적합한 이론이라고 본다. 즉 경제개발 『초기』단계에서만 가치 있는 사고체제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중국의 예를 들어보자. 청나라 말기 그리고 장개석 정권하의 중국 경제는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사람들이 굶어죽는 것은 다반사였고, 쌀을 얻기 위해 자식을 팔기도 하였다. 이런 사정은 제정(帝政) 말 러시아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농노들은 배고픔을 참지 못해 내년에 사용할 씨앗을 먹기까지 하였다. 우리나라 일제 말엽도 이런 것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런 상황 하에서 즉 경제학적으로 표현하면 『극도로 자원이 부족한 상태』하에서는 국가 경제발전을 개인에게 맡길 수 없다. 만약 그렇게 놔두면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는 더욱 심해지고, 국민들은 수탈의 대상이 될 뿐이다. 당연히 무언가 새로운 세력이 나타나 극도로 부족한(제약된) 국부 자원을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분야에 효율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 때 공산주의 체제는 분명히 효율적이다. 그래서 중국도 소련도 그 가난했던 나라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개발 독재』라고 불렀을 뿐이다. 그리고 더 효율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우고, 매우 치밀한 계획에 따라 투자의 크기와 우선순위를 정하고 차근차근 그것을 수행하였다. 

 

세계 120위 밖의 나라가 세계10위 국가가 된 대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국가의 이런 경제개발계획이 매우 큰 역할을 하였다고 본다. 물론 수많은 비난의 소지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공산화의 위험을 극복하고, 민주주의 체재를 정착시킴으로써 지속적인 발전을 기할 수 있었다. 

 

그러면 다시 공산주의 국가들을 살펴보자. 즉 지금까지도 공산주의로 남아있다고 생각되는 중국, 러시아 그리고 북한을 보자. 나의 무지함에 기인하는 것인지 몰라도 이 세 나라는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본다.

 

자기가 두목으로 있는 체재를 지속시키기 위해 공산주의라는 허울을 뒤집어 쓰고 있는 것이지 마르크스가 주장한 공산주의와는 이미 결별한지 오래 된 것 같다.

 

그러면 공산주의의 초기 효율성이 비효율성화 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두가지 이유를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공산주의 세 국가로 돌아가 보자. 시진핑과 푸틴 그리고 김일성 가계다. 우리는 그들을 서기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별칭이지만 짜르 푸틴, 시황제 그리고 김씨 왕조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 절대 권력자들이기 때문이다.

 

대표적 국가인 중국을 보자. 시진핑이 초창기에 국민들로부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부패 척결』이었다. 어느 공산당 간부 집에 있는 ‘연못’을 TV 중계 하에 팠더니 거기에 금괴 수톤과 엄청난 달러가 나왔다. 중국인들은 너무 시원해 하였다. 장쩌민 등 그들의 재산은 수십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부정부패와 그들의 부정부패는 아마 수백배 또는 수천배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지금 시진핑의 재산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어떻게 밝히겠는가?). 그러나 시핑 누나 또는 가족의 재산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나타난 시진핑 일가의 부(富)가 많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시진핑의 절대 권력과 함께 있는 세력 전체의 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지수적(指數的)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것은 중국 5천년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러시아도 마찬 가지다. 푸틴의 수조원에 가까운 요트와 지중해 별장, 푸틴 근처 신흥재벌들인 올리가르히의 경우 2021년 10억달러(1.3조원 이상) 이상인 부호가 117명이라고 포브스는 밝히고 있다(참고삼아 러시아의 GDP는 우리나라 보다 더 적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자 미국이 가장 먼저 행한 일이 푸틴과 러시아 부호들의 해외자산을 동결한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에 기인하는 것이다. 

 

즉 공산주의 초창기의 효율성은 공산지도자 또는 간부들의 『부패』로 비(非)효율화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 이외에 두 번째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자유주의 세계 발전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인 『기업가 정신』(企業家 精神, 안트푸르니어쉽)을 키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의 최근 경제 불황은 물론 미국과의 경제전쟁 때문일 수는 있다. 그러나 더 큰 것은 시진핑의 국가정책 때문이다. 자기나라 GDP의 30%를 차지하는 건설산업을 죽여버리고, 정부 보다 더 큰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로 마윈과 같은 IT 구릅의 대표들을 쫓아내 버렸으며, 코로나 확산을 방지한다고 중국 제일의 상업도시인 북경을 폐쇄해 버렸다. 

 

주민들이 나오지 못하게 아파트 1층 출입구를 용접기로 용접해 버린 것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도 참아내는 중국인들이 정말 신통하다. 하지만 원나라를 무너뜨리고 명(明)나라를 건국한 주원장과 당시 농민들이 자꾸 생각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가 정신은 국가를 발전시키는데도 중요하지만, 국가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데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공산주의는 이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초창기의 효율성이 시간이 지나면서 비(非)효율성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공산주의뿐만 아니라 독재체재를 갖는 모든 나라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우리는 현대에서도 과거 이란, 이라크, 이집트, 스페인에서 보아왔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국가는 발전의 방향을 지시하고, 자원을 효율적인 곳에 투자하도록 배분할 수는 있으나, 사업을 일으키고 운영하는 것은 결국 기업가의 몫이고 기업가 정신이 그 원동력이다.

 

공산주의는 이런 두가지 가장 중요한 핵심시항에서 자유주의 체제를 이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산주의는 결국 자유민주주의를 궁극적으로 이길 수 없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땅 크기와 인구 그리고 우리나라의 땅 크기와 인구수를 비교해 보라. 땅의 크기는 1/50, 인구는 1/3 또는 1/30이다. 하지만 중국 2위, 러시아 11위 그리고 우리나라는 10위다. 

 

혹자는 이런 말을 할지 모른다.

"우리나라에도 ‘강남좌파’가 있잖아요."

물론 있다. 내가 어느 자리에서 들은 얘기가 있다. '우리나라 의료체제보다 쿠바의 의료체제가 더 낫다'는 말이었다. 

 

전 세계에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전(全)국민에게 제공하는 나라는 없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우리나라 교포들이 애기를 낳으려고, 또는 수술을 받으려고 왜 우리나라에 오겠는가? 환자들이 아무런 횟수제한 없이 그저 몇 천원의 비용으로 병원을 갈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말고는 단연코 없다. 

 

너무 호강스러운 강남좌파 들은 쿠바가 우리나라 보다 의료 혜택이 더 좋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세상은 정확하게 보아야 한다. 그리고 정확하게 살려고 노력하여야 한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성인(成人)이란 무엇인가? 다른 것 아무 것도 아니다. 

『혼자서도 올바르게 생각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 그것이 바로 성인(成人)인 것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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