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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없는 성장, 플랫폼 경제의 이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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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1월01일 17시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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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OO도 집에서 배달해서 드세요!” 식당가를 걷다 보면 각종 음식점들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광고를 내건 것을 곧잘 볼 수 있다. “저 음식도 배달이 된다고?”라는 생각이 들 만큼 한식, 분식, 디저트류 등 배달 서비스가 가능한 품목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야심한 시각일지라도, 1인분의 소량 주문을 원할지라도 배달료만 지불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 것이 가능해졌다. ‘요기요 플러스’, ‘배달의 민족 라이더스’와 같은 배달 대행업체의 성행 덕분이다. 예전에는 음식 배달을 위해 해당 가게에 전화를 걸어야 했다면, 오늘날에는 ‘요기요’, ‘배달의 민족’, ‘배달통’과 같은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하나만 다운로드 받으면 충분하다. 고객이 음식을 주문하면, 인근에 있던 배달 서비스 플랫폼 노동자가 콜을 받고, 가게에서 음식을 가져다 손님에게 배달하면 되기 때문이다.

 

플랫폼 경제의 획기성


플랫폼 노동이란 말 그대로 공급자와 수요자를 매개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노동을 뜻한다. 정확히는 노동수요자-플랫폼-노동공급자 사이에서 거래되는 노동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5년간 노동 시장에서는 기존 산업(제조업, 서비스업)에 정보통신 기술이 융합되는 ‘산업의 디지털화’ 현상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기술의 확산과 스마트폰의 높은 보급률로 인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선이 흐려지는 현상이 산업, 노동, 마케팅 영역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플랫폼 노동은 O2O(Online to Offline) 즉 온라인이 오프라인으로 옮겨옴으로써 창출되는 가치를 활용하고자 하는 비즈니스 형태라 할 수 있다. 플랫폼 노동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배달 대행 서비스인 배달의 민족 라이더스, 요기요 플러스, 부릉(Vroong), 생각대로, 바로고 등이 있다. 그 외에도 대리운전, 가사 서비스, 간병, 번역, 청소용역, 홈페이지 제작, 택배, 과외 등 플랫폼 노동의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플랫폼 노동의 가장 큰 특징은 신기술 활용과 사업 모델의 혁신을 통해 유연 노동의 한 형태로서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전통적인 작업장을 중심으로 일하는 ‘일자리 중심’의 사고관이 노동 서비스의 핵심이었다면, 오늘날에는 노동자가 하나의 일자리와 시공간에 묶이지 않고 보다 유연한 형태로 노동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배달기사는 하나의 점포에 고용되어 시간당 평균 2~3건의 배달을 다녀오고, 그 외의 시간에는 청소, 매장 관리 등 점포 업무를 보조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라이더가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확인한 뒤, 본인이 위치한 곳 근처의 여러 매장을 들러 다수의 배달 주문을 동시에,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모바일 서비스를 활용해 일감을 찾는 플랫폼 노동자를 속칭 ‘디지털 부둣가 노동자’, 혹은 ‘클릭 노동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플랫폼 경제는 ‘개발-공급-이동-판매-서비스’라는 생산과정에서 거래 비용을 축소하고 상당한 효율성을 확보함으로써 산업과 고용에 큰 이점을 가져다주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국내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한 특수고용노동자 수를 48만 명으로 보고 있지만, 노동계는 25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플랫폼 노동 중에서도 배달 대행 서비스가 선두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요기요와 배달의 민족의 다운로드 수는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의 배달 대행 서비스 플랫폼 경제는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점에서 큰 문제점을 지닌다.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 노동자들


1) 플랫폼 노동자의 법적 지위 논쟁


우선, 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현재 배달 라이더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는 법적으로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사용자가 없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조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근로자로 정의한다. 사용자에 대한 근로자의 종속성이 핵심이다. 하지만 플랫폼 경제에서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이자 관계가 뚜렷하게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와 수요자를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형태로 노동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플랫폼 업체, 파견업체, 플랫폼 이용자 모두 법적 의미의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에 플랫폼 노동자는 개인 사업자와 임금 노동자의 중간 지위에 놓여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다수의 플랫폼 노동자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플랫폼 노동자는 산재법 제125조(특근에 대한 특례)에 의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이때 산재 보험료의 50%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상당수의 플랫폼 근로자들은 이러한 보험료 지불에 금전적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산재 보험에 적용 예외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배달 건수가 곧 수입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무리한 배달을 감행해야 하는 라이더들은 특히나 산재 보험의 폭넓은 보호를 받을 필요가 있다. 라이더들이 산재 보험 가입에 눈치를 보거나 그 자체를 꺼리는 현 제도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2) 비정형 노동 형태가 불러일으키는 나쁜 일자리 양산


플랫폼 노동의 가장 큰 특징인 유연 노동은 분명히 큰 장점이 있다. 본인이 원할 때 애플리케이션을 켜서 본인이 원하는 건수 만큼 일할 수 있기 때문에 근로 시간과 수익 창출 측면에서 유연한 선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비정형 노동 형태의 확산이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기업들의 플랫폼 노동 악용 현상을 불러일으킬 우려도 있다. 도급, 파견, 호출 노동, 일용직의 업무는 플랫폼 노동으로 쉽게 대체될 수 있다. 실제로 기존의 비정규직 직종의 상당수가 플랫폼 노동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사용자의 모호성으로 인해 법·제도적 책임과 의무는 불확실해지고 있다. 장시간 노동 및 심야 노동에도 초과 수당이 지급되지 않을 것이며, 퇴직금과 사회보험, 주휴·월차수당까지 사라지게 된다. 이는 나쁜 일자리의 양산 혹은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사회 전반의 불합리성 증가로 이어진다. 플랫폼 경제가 활발하게 발전함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들은 그 이익을 오롯이 가져가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은 ‘정식 고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권의 사각지대로 몰려날 가능성이 크다.      

 

근로자성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


플랫폼 노동이 한국 사회에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많다. 만일 플랫폼 기업이 신기술과 사업모델 혁신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고 고용을 창출한다면 이는 분명히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단순히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노동을 매개하는 방식에 변화를 가한 것이 중간착취와 불안정노동을 지속하는 근거로 이어지는 현상은 지양해야 한다. 플랫폼 노동이 새로운 중간착취로 이용되지 않도록 현행 법제의 보완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근로자성을 단순히 사용자에 대한 종속성을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근로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놓여 있는 집단에 대한 사회적 보호를 염두에 두는 시각을 갖춰야 할 것이다. 제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플랫폼 노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근로 관계가 등장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긍정적인 고용 창출 및 노동권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노동 형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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