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과 그의 장인; 유신론자 대 무신론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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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그의 장인 로열 데이비스(Loyal Davis 1896~1982)는 매우 가까웠으나 두 사람이 의견을 달리한 지점이 하나가 있었다. 바로 종교와 신(神)에 대해서였다. 레이건은 교회를 정기적으로 나가지는 않았지만 종교적인 사람이었다. 레이건은 연설문이나 서신에서 “God bless America"를 많이 사용했는데, 이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진정한 믿음이었다. 레이건은 신약은 물론이고 구약도 이따금 원용해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레이건의 장인 로열 데이비스는 신경외과 의사답게 신을 부정했다. 그는 예수가 부활했다는 것도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한 무신론자였다. 그런 데이비스가 1982년 8월에 죽음을 앞두게 되었다. 백악관에서 장인과 통화를 하고 난 레이건은 장인을 위로하고 마지막으로 신(God)을 받아들이도록 권하는 서신을 육필(肉筆)로 백악관 메모장 넉 장에 써서 장인에게 전달했다.
1982년 8월 7일자 서신에서 레이건은 죽음을 앞두고 번민을 하고 있을 장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면서 자신이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낼 때 위궤양으로 고생을 했는데 우연하게 자신을 위해 기도를 했다는 지지자들의 편지를 받고 보니 궤양이 없어졌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예수가 태어나기 700년 전에 예언자들은 메시아가 올 것이며 그 메시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을 것도 예언했다면서, 의사인 당신은 이런 기적을 믿지 못하겠지만 예수의 생애는 그 자체가 기적이고 예수는 그 후 2000년 동안 어느 누구보다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레이건은 우리가 모든 것을 다하고 나면 우리는 하느님(God)의 도움을 구할 수 있으며, 하느님의 무한한 선(善)과 자비를 신뢰할 뿐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레이건은 “장인은 장모를 누구보다도 깊이 사랑했고, 그 사랑은 이 생(生)이 끝난다고 해서 끝나지 않을 것이며, 우리에게 주어진 생(生)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더 영광스러운 위대한 생(生)의 한 부분이며, 그 생은 당신이 함께하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지금 당신은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의 손에 당신을 맡긴다고 말하는 것 뿐입니다”고 끝을 맺었다. (Loyal, you and Edith have known a great love — more than many have been permitted to know. That love will not end with the end of this life. We’ve been promised this is only a part of life and that a greater life, a greater glory awaits us. It awaits you together one day and all that is required is that you believe and tell God you put yourself in his hands.)
1982년 8월 19일, 로열 데이비스는 애리조나 스콧데일의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낸시 여사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켰고 레이건 대통령도 애리조나에 와서 영결식에 참석했다. 그러면 레이건의 편지는 죽음의 문턱에서 서있던 데이비스에게 영향을 주었나? 낸시 여사는 레이건의 임기 마지막 해인 1988년에 어느 기독교 청년단체 모임에서 아버지 데이비스가 사망하기 이틀 전에 병원 목사를 보고 싶다고 했으며, 아버지는 목사와 오랜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다음 날 평온하게 눈을 감았다고 이야기했다.
이 서신은 낸시 여사가 2016년 3월에 사망한 후 그녀의 전기를 집필하던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캐런 투멀티(Karen Tumluty)가 낸시의 유품 속에서 발견해서 세상에 알려졌다. 캐런 투멀티는 레이건이 도덕적인 인물이었고 그에게 종교는 절대로 정치를 위한 가식이 아니었다면서, 오늘날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럼프의 난잡한 사생활에 침묵하면서 레이건을 빌려와서 트럼프를 옹호하는 작태를 비판했다.
한편, 낸시의 어머니이자 레이건의 장모인 이디스 여사는 1987년 10월 26일에 99세로 사망했다. 낸시는 어머니의 임종을 지켰고 레이건 대통령도 영결식에 참석했다. 낸시 여사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사위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사망했으니 행복하게 삶을 마감한 부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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