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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정치인의 패션은 대중의 관심사이다. 그것은 여성 정치인에게 부담이지만 역으로 이를 잘 이용하면 정치인으로 성공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옷 문제 때문에 몰락한 정치인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뽑아야겠다. 노무현 정권 시절에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 전 대통령은 언론 노출이 많았고 옷을 자주 바꾸어 입었다. 야당 대표이자 유력한 차기 대통령의 패션은 당연히 화제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어디서 옷을 맞추어 입는가 하는 등 패션 문제에 대해서 박근혜 주변에서 단속을 했기 때문이다. 옷 문제는 금기 사항이었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을 앞두고 이명박과 경쟁을 하게 되자 음해성 루머가 난무했다. 그 때 한 인터넷 신문이 박근혜가 옷 사치가 심하다면서 각기 다른 옷을 입은 사진 100여장을 올려 놓기도 했다. 그 무렵 최태민의 딸 최순실이 박근혜의 옷을 관리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런 소문 탓인지 이명박 정권 들어서 박근혜 전 대표는 작업복 같은 검소한 옷으로 패션을 바꾸었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브로치를 바꾸어 다는 정도가 화제가 됐을 뿐 여성 대통령의 옷이 화제가 되지 않는 이상한 상황이 계속됐다.
2016년 가을, 최순실이 박 대통령의 옷을 관리하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최순실은 대통령의 옷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서 대통령의 메시지를 마사지했고, 재단 설립과 딸의 승마에도 간여했음이 확인됐다. 그렇게 해서 탄핵의 문이 열리고 말았으니 옷을 최순실에게 맡겨온 것이 불행의 씨앗이었던 셈이다.
패션을 적절하게 활용해서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키우는데 성공한 여성 정치인으로는 마가릿 대처(Margaret Thatcher 1925~2013)를 대표적으로 뽑는다. 1979년 5월부터 1990년 11월까지 무려 11년 반 동안 총리를 지낸 대처는 패션이야말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임을 잘 알았다. 대처는 손수 옷을 만든 어머니 덕분에 어릴 때부터 옷을 잘 알았다. 정치에 입문하고 장관을 거쳐서 보수당의 대표가 되는 과정에서도 패션을 적절하게 이용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대처는 여성다움을 강조하면서 강력한 이미지를 주는 패션을 이용할 줄 알았다. 옷에 들어가는 적지 않은 돈은 대처의 든든한 후원자인 남편 데니스가 기꺼이 부담했다.
대처는 하얀 진주 목걸이를 즐겨 했고, 푸른 색 옷을 좋아했다. 대처는 고가의 하이패션 브랜드를 선호하지는 않았다. 1978년부터는 신시아 크로포드(Cynthia Crawford)라는 여비서가 총리를 퇴임할 때까지 12년 동안 대처의 옷과 핸드백 등 소품을 관리했다. 총리 퇴임 후에도 신시아는 대처와 가깝게 지냈고, 대처가 사망한 후에 신시아는 몇몇 언론과 대처의 패션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대처의 옷에 대해 자문을 한 사람은 아쿠아스큐텀(Aquasqutum)의 임원이던 마가릿 킹(Margaret King)이었다. 대처는 트렌치코트 등 아쿠아스큐텀 옷을 좋아했다.
대처는 외국 방문이나 국내 행사 등에서 세련된 패션으로 주목을 샀다. 그래서 대처의 이런 면을 두고 ‘패션의 정치학’이란 논문이 나오기도 했다. 대처의 패션과 관련해서는 고르바쵸프와 정상회담을 할 때의 일화가 유명하다. 대처는 1987년과 1989년에 모스코바를 방문했는데, 그 때마다 고르바쵸프의 부인 라이사 여사를 의식했다고 한다. 대처에게 패션을 자문하던 마가렛 킹은 라이사가 프랑스 명품 옷을 몸에 감고 다니기 때문에 거기에 져서는 안 된다면서 아쿠아스큐텀이 갖고 있는 좋은 옷을 총동원해서 모스코바에 가는 대처에게 제공했다. 그 결과는 대처의 일방적 승리였다. 영국 패션계는 영국 패션의 승리를 자축했다.
사진 (1) 1987년 백악관을 방문해서 레이건 대통령과 환담하는 대처 총리. 1980년대 최고의 베스트 드레서 두사람이 만난 셈이다. 패션에 앞서서 ‘품위’를 느낄 수 있다.
사진 (2) 대처의 패션 모음
사진 (3) 모스코바 방문 중인 대처. 아쿠아스큐텀의 트렌치코트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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