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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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해의 주유천하> 정치, 공작(工作)말고 공약(公約)으로 승부하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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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3월16일 11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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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해
  • 경성대학교 예술종합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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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다. 서울 부산 모두 성추문으로 시장(市長) 보궐선거를 실시한다. 애초 이번 선거에 민주당은 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맞다. 그런데 당헌당규까지 바꾸어 보궐선거에 후보를 냈다. 명분은 당원들의 뜻에 따라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당원을 핑계로 후보를 내고 권력을 잡겠다는 것이다. 권력 유지를 위해서는 도덕이니 명분, 당헌당규는 아예 필요 없는 것이었다. 이런 집단을 보고 있노라니 역시 부도덕하고 참 뻔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만일 이번 보궐선거에서 어느 한 곳이라도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다면 그것은 시민들 스스로가 성폭력을 용납하는 꼴이다.

 

서울의 경우 민주당은 박영선 후보로 결정되었다. 같은 편 김진애 후보는 TV 토론에서 ‘수직정원’을 공격한다. ‘21분 도시’에 대해서도 김 후보가 시비를 건다. 부산은 민주당 김영춘 후보가 가덕신공항과 ‘어반루프’에 대해 딴죽을 건다. 도시의 미래 비전 제시는 후보가 해야 할 일이다. 프랑스 파리가 지향하는 ‘수직정원’ 도시를 서울이 벤치마킹하겠다는 공약을 박영선 후보가 내놓았다. 부산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의 ‘15분 콤팩트 도시’를 흉내 내어 ‘21분 도시’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좋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불씨를 당긴 민주당도 좋다. 그러나 누가 먼저 제안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과연 추진될 것인가의 문제이다.

 

저잣거리에 이런 말이 돈다. “김영춘 후보가 부산시장 선거에서 떨어지면 가덕신공항은 물 건너간다. 박형준 후보가 당선 돼도 물 건너간다.” 어차피 안 될 거란 말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공약은 선거용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약속을 빈대떡 뒤집듯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그들에게 특별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부산시민의 입장에서는 신공항 건설이 꼭 필요하다. 그런데 이를 선거용으로 악용하는 민주당의 작태가 오늘의 현실이다. 가덕도 공항이 시중의 소문처럼 선거용 공약(空約)인지 아닌지는 두고 보면 알 일이다.

 

후보 TV 토론회는 공약과 시정 발전 전략에 대한 토론이어야 한다. 양당 후보가 확정된 부산을 보자. 김영춘 후보는 6분이 할애된 주도권 토론에서 국정원 사찰문건을 들고 나왔다. 국정원 문건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은 민주당과 박지원 국정원장이다.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그가 흔들었다. 이것부터가 반칙이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사죄해야한다. 이명박 정부의 사찰과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를 공격하는데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를 놓고 저울로 달면 피장파장이다. 역대 정부에서 안기부, 국정원의 정보 수집은 정당한 업무영역이었고 그 활용이 언제나 문제였다.

 

국정원 사찰문건을 TV 토론에서 물고 늘어지면 추하다. 선거에서 밀리니 상대방 흠집 내기에 골몰한다는 인상 밖에는 주지 못한다. 철지난 방아타령이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왜곡하고 소중한 TV 토론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시민들을 모독하는 것이다. 부산의 이언주 예비후보가 상대방 흠집 내기에 치중하다 경선 3위로 뒤쳐진 것을 기억해보라. 김영춘 후보가 가덕도 신공항을 이명박 정부에서 반대하지 않았느냐는 논리로 몰아세우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8백만 동남권 시민들의 생존과 미래발전에 직결되는 신공항 건설은 정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균형발전의 문제이다. 이 문제를 정치권이 20년을 끌어왔으며, 정치적으로 이용한 지난 정권 모두의 책임이다. 

 

TV 토론에서 시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시장 후보의 생각을 듣는 것이다. 그것이 공약이다. 그러니 공약 점검이 가장 중요하다. 가덕도 신공항은 양 당 모두 합의한 것이니 정쟁 대상이 아니다. 수도권 등 여론이 우호적인 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부산시장 후보로서 어떻게 힘을 합쳐 난관을 헤쳐 나갈지에 대한 지혜와 협력 방안을 시민들은 듣고 싶었다. 동서로 길게 이어진 부산의 심각한 교통난 해결방안으로 가덕도와 해운대, 기장을 잇는 초고속 ‘어반루프’ 아이디어는 신선하고 현실성도 있다. 이런 공약을 시민들은 기대한다. 내가 사는 도시와 지역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나의 삶은 얼마나 안전하고 행복한지, 이를 도와줄 정책이 무엇인지를 시민들은 궁금해 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융성’이란 언어의 힘에 매료되었다. 그런데 그 문화는 블랙리스트에 의한 문화융성이었다. 자신의 편에 서는 자에게 지원금을 주고 상대방은 지원에서 배제하는 것이 문화융성의 골자였다. 이를테면 최순실 지원이 문화융성이었던 것이다. 그 예가 삼성의 최유라 말 지원 사건이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시절보다 더 교묘한 방법으로 문화예술계를 조종한다. 지원금을 교부하는 기관장 모두 정권의 추종자로 앉혔다. 좋다. 그러나 지원은 공정하게 해야 한다. 현재 문화계에는 정권 추종 세력들의 엄청난 권력 카르텔이 있다. 이들은 자기편에게만 지원금을 과다하게 배분하고 있다. 그들이 블랙리스트를 관리하는 방법은 박근혜 정부보다는 한 수 위다.

 

문화인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창작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은 두려움에 떨며 어느 편에 서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지를 살피느라 초췌하다. 지원금을 받는 단체나 개인은 정권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며 현 정부 들어 더욱 심해졌다. 지원금 한두 푼이 아쉬운 창작자들은 쥐꼬리만 한 지원금을 받으려고 억지로 줄을 서거나 기웃거린다. 정치인들은 이런 문화인들을 이용한다. 자존심이 세고 개성이 강한 예술인들을 말 몰 듯 모는 가장 좋은 방법이 지원금이다. 마치 교육부가 지원금으로 대학을 길들이고 순치시키듯이 말이다. 

 

지원금 때문에 충성하는 척 고분고분 순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비웃는다. 예술인들은 쉽게 정권에 고개 숙이지 않는다. 알량한 지원금 몇 푼 받는다고 예술인들이 정권에 충성하고 굽실거릴까. 그런 문화인들이 있다면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많은 문화인들은 지원금이 너무 적어 형편없다고 생각하고 그것마저도 받지 못해 예술 활동에 어려움을 겪곤 하지만 꼿꼿이 사는 예술가들이 대부분이다. 예술가들의 자존심을 존중해야 한다. 이들의 배고픔을 해결해야 한다. 그 요지는 문화예산 확대이며, 지원금의 공정한 분배다.

 

예술인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너무 아니꼬워서 쓰레기 냄새나는 저급한 정치를 상대 안할 뿐이다. 그러나 예술인들은 시장 후보가 문화에 어떤 생각을 갖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설마 하면서 그래도 기대를 해본다. ‘이번에는 좀 나아지겠지’ 라는 기대를 버리지 못한다. 언제나 문화대통령, 문화시장을 기대했으며 조금이라도 관심을 더 가져주는 후보에게 스스럼없는 애정을 표현했지만 늘 실망이었다. 우리 모두 먹고 사는 문제가 최우선이다. 이런 관점에서 경제 살리기, 일자리 창출 공약은 기본이다. 후보 모두 주장하는 내용이다. 크게 내세울 일이 아니다. 어떤 후보가 어떻게 어떤 요령으로 얼마나 잘하는지가 관건이다.

 

정작 시민의 행복은 소소한 것에 있다. 나의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지가 중요하다. 내가 얼마나 많은 교육 기회를 갖고 문화 혜택을 누리고 건강한 삶을 누리는지가 중요하다. 이런 문화와 복지, 건강,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시민들을 위한 공약을 기대한다. 시대가 변했다. 건설 공약이 전부인 시대가 아니다. 일자리 창출과 부동산 정책 실패 연속의 현 정부에 미련이 없다. 이를 해결할 후보와 내 삶이 행복해지는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를 원하다. 후보들이여. 진정으로 시민들이 행복해할 수 있는 공약을 제시하라. 시민들은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후보를 찾아 그에게 한 표 던질 것이다. 실력 없고 네거티브 공세를 앞세우고 정치 공작하는 후보는 외면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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