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협의 박물관 이야기 <19> Mercedes-Benz Museum(독일 Stuttgart)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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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Stuttgart는 Mercedes-Benz와 Porsche, 그리고 Bosch의 본사가 있는 세계적인 자동차산업 도시이다. 슈투트가르트는 독일에서 여섯 번째로 큰 도시이지만 산업, 기술, 금융의 도시인만큼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진 도시는 아니다. 만일 관광목적으로 슈투트가르트를 찾는다면 그것은 아마도 세계적으로 알려진 <슈투트가르트 국립발레단>의 공연을 보려거나, 아니면 Benz의 <자동차박물관>을 찾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Benz라는 글로벌 회사는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자동차박물관을 만들어 Stuttgart라는 공업 도시에 문화적 향기를 더해주었다. 독특하고 알차게 꾸며진 개성 만점의 박물관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감에 따라 요즈음은 박물관>을 보려고 Stuttgart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는 추세라 한다. 나도 10여 년 전 슈투트가르트대학에서 공부한 이석정 박사의 안내로 벤츠박물관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박물관을 들어서면 관람객은 일단 원형의 공간에서 천장 끝까지 연결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게 되어있다. 벽면을 타고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의 디자인과 설치는 독일의 기술과 21세기적 미래를 엿보게 한다. 최상층에 이른 다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둥근 벽면을 따라 배치된 전시실을 차례로 돌아 내려오면서 자동차의 변화하는 역사를 보고 듣고 느끼게 된다.
흥미롭게도 맨 위층에 도달해 제일 먼저 만나는 전시물은 자동차 발명 이전의 교통수단이었던 말(馬)이다. 역사적으로 맞기도 하고, 재치 있는 아이디어 같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전시물의 배치는 여러 가지 상상을 초월하는 방식들을 동원해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물론 기본적으로 전시는 자동차의 초기 모습부터 점차 다양한 모델이 등장하는 과정을 실물과 시청각 자료를 통해 흥미롭게 알아갈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구성되어있다. 또한 Benz 차의 기술혁신과 자동차산업을 선도해 온 역사도 잘 정리되어 있고….
전시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새롭게 느낀 점은 자동차가 하나의 예술품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는 사실이다. 1930년대에 만들어진 Benz 500K 시리즈 중 하나인 명작 앞에서 한 청년이 발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나 역시 ‘아! 참 아름답구나!’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전시실을 돌아 내려오면서 밖의 풍광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내려 오는 계단의 기하학적 미를 감상하기도 하며 한 나절, 건물 자체가 탐구대상이 되는 독특한 박물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기술과 문화가 조화롭게 접목된 현장을 돌아보며, 박물관의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 생각해 본다.
최협은 누구? 서울대학교에서 인류학을 전공하고 미국 켄터키 대학교에서 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남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문화인류학회 회장, 대통령자문 21세기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부시맨과 레비스트로스>, <다민족 국가의 민족문제와 한인사회>(공저), <호남사회의 이해>(편저)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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