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협의 박물관 이야기 <18> 일본 국립민족학박물관(日本 國立民族學博物館)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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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에는 국립민족학박물관>이 있다. 한국에는 아직도 제대로 된 인류학 관련 박물관이 없기에 인류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겐 참 부러운 일이다. 우리가 세계로 뻗어 나가려면 세계를 우리가 먼저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소통해야 한다. 민족학(또는 인류학)과 민족학박물관은 바로 그러한 이해와 소통의 중요한 통로가 되어준다.
오사카의 <국립 민족학박물관>은 세계엑스포가 개최되었던 장소에 건립되었다. 1970년 동(東)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열린 오사카 <세계박람회>에는 77개국이 참가하여 6개월 동안 열렸는데 관람객 6천4백만 명을 넘기는 신기록을 세우며 대성공을 거두었다. 1970년의 오사카 세계엑스포는 1964년 도쿄 올림픽에 이어 일본을 명실 공히 세계무대의 윗자리에 자리매김한 행사로 이제 일본은 동아시아 구석의 폐쇄적인 국가가 아니라 세계로 뻗어나가고 동시에 세계를 받아들이는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나라임을 천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 장소이기에 일본 정부는 이곳을 <엑스포 기념공원>으로 지정하였고, 그 후 몇 년간의 논의를 거쳐 1974년 엑스포 기념공원에 <국립 민족학박물관>을 설립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세계엑스포를 유치했던 장소에 <세계의 모든 민족문화를 연구하는 센터>를 만든다는 것은 중요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세계엑스포를 통하여 세계와 소통한 일본이 이제 自國의 문화를 넘어 세계 모든 지역의 문화를 함께 연구하고 보존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기존의 모든 박물관은 <문화재 보존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반면, 민족학박물관은 <학교교육법>안의 ‘대학공동이용기관(大學共同利用機關)’으로 설립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민족학박물관이 단순한 박물관을 넘어서 <국가의 주요 연구기관>임을 드러내 준다. 국가 주요 연구기관답게 1977년 완공된 민족박물관 건물은 건평이 43,821㎡로 거의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 수준(49,468㎡)이다. 한국중앙박물관이 2005년 아시아 최대 규모를 목표로 지어졌다는 사실을 참작하면 오사카 민족학박물관 역시 일본 정부가 중요시한 국가적 프로젝트였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은 세계엑스포를 유치하면서 이미 <민족학박물관>에 대한 구상을 시작했던 것 같다. 엑스포 참가국의 국가전시관에는 흔히 자국의 문화적 정수를 보여주는 물건이 전시되기 마련인데, 일본 정부는 각국의 그러한 문화적 물품들을 엑스포가 끝난 뒤 일본에 기증해줄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몇 년 뒤 개설될 민족학박물관 전시유물을 미리 확보하기 시작한 셈이다. 일본 당국의 치밀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나도 1993년 108개국이 참여한 <대전세계박람회> 당시 참가국들의 국가관에 전시되는 민속품의 기증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이를 건의하기도 했다. 불행히도 대전엑스포는 행사가 끝난 후 <엑스포과학공원>과 대전 <엑스포기념관>을 수년간 형식적으로 운영하다가 문을 닫고 말았다.)
오사카의 국립 민족학박물관은 민족학 자료를 수집·보존하며, 이를 연구와 전시에 활용하는 박물관이다. 그리고 일본 최고의 <인문사회과학연구기관>의 역할도 담당한다. 60여 명의 교수급 연구원들이 개별연구, 국내 협동 연구, 국외 공동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며, 매년 20회 이상의 국제 심포지엄, 포럼, 워크숍을 개최한다. 또한 <지역문화학>과 <비교문화학> 분야를 가르치는 대학원 과정의 운영도 민족학박물관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민족학박물관은 높은 평가를 받는 두 개의 국제적 정기 학술 간행물을 펴내고 있다: . .
민족학박물관의 교수진에는 개설 초기인 1975년부터 한국 전공자가 포함되어있었는데, 1988년부터 재직한 아사쿠라 도시오(朝倉敏夫)교수는 메이지대학에서 학위논문을 쓸 때 한국 전남의 도초도(都草島)에서 인류학 현지 조사를 하면서 나와 인연을 맺었다. 그런 이유로 오사카를 방문하면 그를 만난다. 2년 전에도 연구자료 수집 차 일본을 방문했을 때 오사카의 박물관을 찾았고, 아사쿠라 교수는 그 전해에 정년퇴직하고 사립대학으로 옮겼음에도 박물관에서 나를 친절히 맞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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