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진해의 주유천하> 집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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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2월13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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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해
  • 경성대학교 예술종합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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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에 이어 집방이 유행이다. 그동안 먹방 스타가 여러 명 탄생했는데 그저 요리사 정도로 불리던 사람들이 쉐프라는 멋진 타이틀을 달더니 대중예술인으로 변신했다. 중화요리 4대 문파 누구누구, 일식 초밥의 달인 누구누구, 방랑 식객 누구누구 등등. 그 중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백종원씨도 있다. 유튜브도 먹방이 대세였다. 먹방이 너무 흔해빠져 식상하다 싶으니 요즘 들어 집방이 서서히 뜨는 것 같다.

 

시민들의 요구로 집을 구해주는 집방 프로그램이 있다. 의뢰인이 어느 지역, 교통편, 자녀교육 등 생활여건, 기타 원하는 조건 및 가격대를 정해주면 제작진이 알아서 여러 개의 매물을 보여주고 연예인들이 서로 편을 나눠 소개되는 매물을 열심히 안내한다. 최종적으로 의뢰인이 원하는 집을 정하면 승리하는 포맷을 갖고 있다. 덕분에 전국 각지의 다양한 집들과 내부 인테리어, 건축자재, 생활소품까지 구경하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또 다른 프로그램으로는 교육방송(EBS)의 건축 탐구 프로그램이 있다. 텔레비전을 돌리다 채널을 멈추는 프로그램이다. 진행자가 부부 건축가인데 두 분의 안경이 특색이 있다. 부인은 노란 뿔테 안경으로 색상이 돋보이고 바깥양반은 우윳빛 동그란 안경이 곱슬머리 긴 장발과 잘 어울린다. 자주 보니 언변도 좋고 건축 지식도 해박해 보인다. 그런 두 분의 안경이 유난히 눈에 띈다. 

 

안경은 시력을 보정하는 측면 외에도 착용한 이의 품성, 개성 등을 엿볼 수 있듯이 우리가 사는 집도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생활의 편리함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빌라의 경우 이름이 멋져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가구주택에 00빌라라고 쓰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 보다는 질도 격도 가격도 못 미친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 잔디 깔린 넓은 빌라가 살기는 좋지만 인기가 없다. 값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매물로 내놓아도 잘 팔리지가 않는다고 한다. 평창동에서 들은 얘기다. 

 

아파트는 어떤가? 짓기가 무섭게 팔려나간다.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아파트는 청약전쟁이 벌어진다. 아파트에 당첨되면 로또에 당첨된 것과 마찬가지라며 좋아한다. 이유는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시세에 절반이라고 하니 5억 원 아파트를 분양받으며 앉아서 5억 원을 버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러니 너도 나도 아파트 청약에 열을 올린다. 문제는 청약 조건도 까다롭거니와 수시로 변해 일반인들은 잘 모르고 접근이 어렵다. 청약제도도 이참에 쉽고 간단하게 누구나 알 수 있게 좀 고치자. 복잡함은 꼼수다.

 

돈 벌고 좋은 집에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기본적 욕망이다. 그런 욕망을 속물근성이라고 나무랄 이유는 없다. 문제는 좋은 집에 살고 싶은데 살 수가 없다는 점이다. 나에게 좋은 집의 조건은 쾌적함, 편리성, 아늑함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집의 선택기준이 살기 좋은 집 보다는 값 오르는 집이 우선인 것 같다. 반포나 압구정, 도곡동 등 강남의 아파트가 가격대비 살기 좋은 집이라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강북의 숲세권 아파트가 살기 좋고 가성비가 훨씬 좋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사람들이 물건을 살 때는 가성비를 따지면서 집을 살 때는 그보다는 투자 수익률을 더 중요시하는 것 같다.

 

좋은 집 말고 돈 되는 집은 아파트 청약이 최고다. 주택청약에는 어김없이 편법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법을 어겨서라도 청약에 당첨되려고 애쓴다. 심지어 위장 결혼, 이혼까지 한다. 로또라는데 이쯤이야 라며. 지금까지 주택청약은 국가주도 방식이었고 국가는 집 팔아 돈을 벌고 국민들에게 투기를 조장했다. 주택공사, 토지공사 등 공공기관은 수익금으로 또 다른 주택을 공급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다. 곰곰이 돌아보면 국가는 국민들을 주택청약의 전쟁으로 몰아넣고 이익을 챙기는 업자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집은 나와 내 가족이 편히 쉴 수 있는 편안한 휴식처라야 한다. 편안함과 아늑함. 행복감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 집의 공간은 구성원 제각기 자신의 취향과 삶의 방식이 드러나는 곳이다.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 내가 편하고 만족감을 느끼는 것 아닌가. 돈도 집도 이 목적에 맞아야 한다. 돈을 버는 이유도 집을 구하는 목표도 나와 가족의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코로나 시대에 사는 지금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기에 편안하고 쾌적한 집은 더욱 소중하다. 

 

집방을 시청하다보면 소개되는 집들의 위치도 디자인도 참 다양하다. 특히 집 탐구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집주인들의 확고한 가치관에 새삼 놀란다. 건축가의 아이디어도 있겠지만 집주인의 건축 철학이 엿보인다. 어쩌면 강한 고집쟁이들일 수 있는 그들 모두 각자의 개성을 담아 집을 짓는다. 그들의 가치관과 기준이 그래서 새삼 존경스럽다. 민주주의가 다양성의 추구인데 아직도 아파트만 고수하는 이들이 많으니 집만 놓고 보면 우리는 아직 좀 거리가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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